SPEED(소설)
가네시로 가즈키의 소설이며, 우리나라에도 2006년 정식으로 출판되었다. 번역은 양억관.
1. 소개
레벌루션 NO.3, 플라이, 대디, 플라이, 그리고 이 작품으로 이어지는 일명 '더 좀비스' 시리즈의 3번째 작품이다. 시간적으로는 레벌루션 NO.3의 단편 '레벌루션 NO.3'과 '런, 보이즈, 런'의 사이.
'더 좀비스' 시리즈의 2번째 작품인 플라이, 대디, 플라이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느낌의 소설로, 일상을 바꿔놓은 우연한 사건을 계기로 자신이 지금까지 살아오던 세계와 다른 또 다른 삶이 존재함을 알아가는 여고생을 주인공으로 하여 작가 특유의 마이너리티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작가만의 필체로 펼쳐낸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더 좀비스' 멤버가 주인공이 아니다 보니 이들의 이야기는 많이 나오지 않으나, 전작의 주인공을 통해 '박순신'의 인물상이 강조되었듯 이번에는 더 좀비스의 준레귤러 인물인 '아기'의 이야기가 강조되는 느낌이 있다.
2. 줄거리
세이와 여자고등학교 1학년인 오카모토 가나코는 11월만 되면 무언가를 새로 시도하는 엄마와 일류 대기업이라는 데를 다니는 아빠를 둔 평범한 여고생이다. 시험이 끝나 조금 늦게 일어났고, 학교로 가는 길에 어떤 중년 아저씨가 손을 잡는 치한행위를 당했고, 슬픈 눈빛을 하며 그 아저씨가 준 5만 엔에 당황하며 찾아간 서점에서는 마음에 드는 책과 음반을 찾지 못했고, 그 곳에서 자기가 사고 싶었던 음반을 살까 말까 고민하는 초등학교 남학생을 본, 평소와 아주 약간 달랐던 하루 이야기를 6개월 전부터 과외를 받으며 친해진 에세이 대학 법학과 4학년 우에하라 아야코에게 들려주고 싶어했다.
그러나, 자신이 과외 선생님으로서, 인생 선배로서 좋아하던 우에하라 아야코가 학교에서 자살했다는 소식을 듣게 된 주인공은, 그녀가 자살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자신의 확신을 그녀와 같은 학과의 학생이자 그녀를 잘 알고 있던 학교 축제 실행위원장 나카가와에게 전한다. 하지만 그녀가 자살했을 것이라 생각하며 자신이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를 들려준 나카가와. 머리로는 그 이유를 이해했지만 마음 속에 생기는 묘한 의구심을 안으며 집으로 향하던 길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인물들에게 납치당하게 된 주인공. 그런데, "말만 잘 들으면 아프지 않게 헤줄게"라는 말을 들으며 끌려간 공사현장에는 웬 구세주들이 후줄근한 작업복을 입고 담배를 피우며 퍼질러 앉아 있었는데...
3. 등장인물
3.1. 주인공과 주변인물
3.1.1. 오카모토 가나코
이 작품의 주인공이며 세이와 여자고등학교 1학년으로 재학중인 평범한 여고생. 같은 반 학생이 키스신 들어간 만화책 갖고 있었다는 이유로 단체로 반성의 시간을 가져야 하는 학교의 엄격한 교칙과 세상의 부조리한 시스템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즐기는 아빠, 11월만 되면 뭔가 새로운 것을 배우는 엄마가 올해 시작한 '비명에 가까운' 오페라 아리아 부르기 같은 답답한 일상에 지루함을 느끼던 그녀는, 자신의 과외 선생님이자 동경하는 여성상인 우에하라 아야코가 학교에서 자살하는 사건으로 인해 일상과 완전히 다른 새로운 세계에 굴러떨어지게 된다.
명문고 재학생답게 머리가 좋고 공부도 잘 하는 편이라 한다. 미나가타가 자신을 소개할 때 치는 '미나카타 쿠마구스' 드립[1] 을 한 번에 맞추기도 하고, '가야노 시게루'가 누구인지도 알아서 그 본인들에게 '넌 대체 누구냐'는 식의 눈빛을 받기도 한다. 외모와 관련한 아기의 평가는 "바탕이 좋으니까 조금만 가꾸면 괜찮을거야". 하지만 이런 모습의 캐릭터들이 흔히 가지는 심약한 모습은 보이지 않고, 심지가 강하고 고집이 센 편이어서 평생의 트라우마가 될 만한 일들을 겪으면서도 좌절하지 않는 강한 면모를 가지고 있다. 이 면모는 자신을 지키기 위해 박순신에게 부탁하여 간단한 호신술을 배우고 작전을 위해 아기에게 운전을 배워 사건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휴대폰을 쓰지 않고 TV를 잘 안 본다는 점에서 의외로 '더 좀비스' 와의 유사점을 가지고 있는데, 사건이 끝난 후에는 자신을 중심으로 현실에 불만을 가진 학생들이 모이게 되어 그 학생들과 함께 새로운 일을 꾸며가는 결말을 보여준다.
참고로 더 좀비스가 세이와 여고를 화려하게 습격했을 때는 감기에 걸려 학교를 쉬느라 축제 자리에 없었다고 한다.
3.1.2. 우에하라 아야코
사립 명문대학교인 에세이 대학 법학부 4학년에 재학중인 여대생으로, 사건으로부터 6개월 전부터 주인공의 과외 선생님으로서 주인공과의 인연을 쌓아 왔으며, 주인공에게 그녀는 이상적인 여성상이며, 그녀 또한 주인공에게 화장법을 알려주겠다고 하는 등 단순한 과외교사 대 학생으로서가 아니라 일종의 멘토-멘티 관계라 해도 좋을 정신적 관계를 쌓아왔는데, 그런 그녀가 주인공에게 불륜 사실을 고백하고 난 뒤 그녀가 다니는 대학교에서 자살을 하는 사건이 일어나게 되면서 소설의 주요 사건이 시작된다.
참고로 이 인물에 대한 이야기는 작가의 다음 작품인 '연애소설'에도 나타난다.
3.1.3. 오카모토의 엄마
평범한 가정주부. 매년 11월만 되면 무언가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습관이 있다.
소설이 진행되며 사실은 남편이 바람을 피운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그 때문에 남편에게 복수하고자 자신이 임신했던 둘째 아이를 낙태했음이 드러난다. 낙태 시점이 11월이었고, 얼굴도 모르는 아이가 성장하여 자신을 바라보는 환상에 시달렸기에 11월만 되면 무언가를 새로 시도해 왔던 것. 자신의 마음에 공감하며 위로를 해주고자 하는 딸의 마음을 받아들이고, 딸의 정신적인 성장을 지켜봐주는 역할을 한다.
3.1.4. 오카모토의 아빠
일류 대기업이라는 데를 다니는 회사원. 딸에게 '사회를 움직이는 시스템'이라는 것을 이야기해주기를 좋아한다.
소설이 진행되며 바람을 피웠었다는 사실이 드러나지만, 아내가 그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라는 점은 생각하지 못하는 듯 하다.
3.2. 에세이대학 관계자
3.2.1. 나카가와
에세이 대학 법학부 4학년이자 대학 축제 실행위원장. 작중에서 이름은 나오지 않는다. 3학년 때 사법시험에 합격하였을 정도의 두뇌와 지식을 갖추고 있으며, 사람을 편안하게 하는 자력 같은 것을 가지고 있는 매력 있는 사람.
우에하라 아야코는 주인공에게 나카가와를 소개하며 '믿을 만한 사람'이라 이야기했던 적이 있었기 때문에 신뢰감을 가지고 그를 대하며, 우에하라 아야코의 죽음이 자살이 아닐 것이라 생각하는 '증거'[2] 를 보여주기도 하였다.
그러나 그는 사실 '''이 모든 사건의 원흉'''이었다. 대학 내의 다양한 사건에 관여하여 사건을 묻어주는 대신 그 사건을 약점으로 삼아 상대를 주무르며, 정치인과 연예인 등 폭넓은 인맥을 가지고 그 인맥을 움직여 일본 전체를 조종하는 인물이 되겠다는 야심을 가지고 있었다. 5천만 엔 이상의 돈이 왔다갔다하는 대학 축제 실행위원장 직위는 그를 위한 인맥과 자금을 손에 넣을 수 있는 중요한 위치로, 이 때문에 대학 축제를 방해하는 사소한 문제조차도 막고 싶어하여 별 증거도 없는 주인공의 납치를 사주할 정도.
더 좀비스와 정반대 입장에 서는 인물로, '세상의 부조리한 규칙을 이해하고 그것을 이용해 자신의 이익을 챙기려는' 인물이라 할 수 있다.
결국 그에 대한 복수를 택한 주인공에 의해 대학 축제가 화려하게 망가지고, 자신이 덮었던 여러 사건들이 다시 문제화되면서 경찰에 체포된다.
3.2.2. 다니무라 시게루
에세이대학의 법학부 교수. '최연소 교수 취임' 타이틀을 가지고 있으며, 다양한 TV 프로그램에 출연하여 정치경제 관련 이야기뿐만 아니라 연예계 가십에까지 코멘트를 하는 탤런트 교수이다. 미나가타 일행은 다니무라가 우에하라 아야코를 죽인 것은 아닌지 의심하며 접근하였고, 그 결과 다니무라와 우에하라 아야코 사이의 관계를 알아내게 된다.
사실 그는 '''우에하라 아야코의 불륜 상대'''로, 아내와 자식이 있지만 나카가와의 계략으로 제자인 우에하라 아야코와 불륜 관계를 맺게 되었다. 이 불륜 관계로 인해 나카가와에게 협박을 당하고 있었으며, 여당에서 국회의원 제의가 들어온 것을 계기로 나카가와가 우에하라 아야코와의 불륜관계를 정리하라고 지시하자 그 지시를 따르는 과정에서 충격을 받은 우에하라 아야코가 스스로 건물에서 뛰어내려 자살한 것이다.
자신을 협박하며 우에하라 아야코의 죽음에 대한 정보를 캐내는 미나가타 일행에게 처음에는 겁을 먹지만 자신 또한 나카가와에게 협박을 당하고 있다는 정보를 밝히며 마지막에는 나카가와를 꺾어주기를 바란다는 뜻을 전한다.
작가의 다음 작품인 '연애소설' 에서도 잠깐 등장한다.
3.3. 더 좀비스
'더 좀비스' 시리즈에서 공통적으로 출연하는 단골 인물들. 이 인물들이 없으면 사건이 진행되지 않는다.
인물 소개의 각 항목은 작가의 첫 작품에서의 인물 소개로 연결된다.
3.3.1. 사토 '아기날도' 겐
'더 좀비스'의 준 레귤러 멤버. 일본인 아버지와 필리핀인 어머니를 두었으며, 어머니 쪽에 스페인과 중국의 피도 흘러서 4개국 DNA를 소유하게 된 남자. 길가에 서 있으면 길 가던 모든 여자가 눈길을 주는 수준의 잘생긴 외모를 가지고 있어 그 외모를 밑천으로 돈을 벌며 여러 가지 활약을 한다.
운전면허를 가지고 있고 RANGE ROVER 로고가 붙은 차를 가지고 있는데, 면허 취득을 축하하는 뜻에서 미용회사를 경영하는 여사장이 선물해 준 차라 한다. 작중에서는 이 차와 외모, 그리고 하반신(...)을 이용한 정보력으로 주인공 및 '더 좀비스' 4인방에게 이동력과 정보력을 제공하며, 작전을 위해 주인공에게 운전연습을 시켜주기도 한다. 물론 주인공은 면허가 없지만, 연습장으로 쓰고 있는 이벤트회장 주차장은 사유지이기 때문에 운전 자체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3]
자신이 인정한 인물에게는 자신의 이름을 '아기'라 불러달라는 부탁을 하는데, 처음에 주인공을 만났을 때는 자신을 '사토 겐'이라 소개하면서 차 문을 열어주는 매너를 보여주지만 주인공에게 자신을 '아기'라 불러달라고 한 직후에는 차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 왜 문을 안 열어주냐는 주인공의 질문에는 "넌 우리 동지니까 자기 일은 자기가 알아서 해야지"라는 대답을 돌려준다.
주인공을 집에서 데려오는 역할과 집으로 데려다 주는 역할을 주로 담당하며, 세상의 룰을 당연하게 여기고 이용하려는 생각 대신 자신의 눈과 머리로 세상을 판단하라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주인공에게는 일종의 정신적 멘토 1.
3.3.2. 박순신
공사현장에서 만난 구세주 1.
'세이와 여고 습격사건' 이후 정학을 당해서 미나가타, 가야노, 야마시타와 함께 공사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시간을 보내다 우연히 그 공사장으로 끌려 온 주인공을 구한다. 특유의 싸움 실력은 어디 가지 않아서 인질(?)까지 잡혀있던 상황에서 3:1의 불리한 싸움을 깔끔하게 종료시킨다.그 이후 미나가타의 제안에 따라 주인공을 위해 보디가드 역할을 맡게 되는데, 이 때문에 주인공이 왕따[4] 를 겪기도 한다.
스스로를 지킬 수 있어야겠다고 생각한 주인공의 부탁으로 원투펀치를 가르쳐 주는데, 이 때 잠깐 과거를 회상하는 듯한 아련한 눈빛을 보이기도 한다. 원투와 더불어 주인공이 과거에 발레를 했음을 알아내고 공부 말고 운동도 해보라고 이야기해주기도 한다. 공부에만 한정되었던 주인공의 시야를 넓혀주고 주인공이 좋아했던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해 준 정신적 멘토 2.
3.3.3. 미나가타
공사현장에서 만난 구세주 2.
'더 좀비스'에서 일행이 가져다 준 정보를 토대로 상황을 판단하고 계획을 수립하여 각 인물에게 적절한 역할을 분배하는 브레인 역할을 담당한다. 소설에서는 우에하라 아야코의 죽음에 얽힌 뒷이야기를 파고들어 주인공이 사건의 진상을 알 수 있게 해주며, 그에 대한 복수를 할 수 있도록 계획을 짜고 '더 좀비스'와 함께 화려하게 일을 저지른다.
3.3.4. 가야노 시게루
공사현장에서 만난 구세주 3.
작중에서 두드러지는 활약을 보이지는 않지만, 다른 '더 좀비스' 일행과 함께하며 정보를 수집하는 등 주인공과 끝까지 함께한다.
3.3.5. 야마시타
공사현장에서 만난 구세주 4. '사상 최악의 얼바리 사나이' 답게 피우던 담배꽁초를 퉁기고 일어나는데 그 담배꽁초가 벽에 부딪쳐 목덜미로 되돌아와서 자기가 피우던 담뱃불에 데이는 아주 인상깊은(?) 모습을 주인공에게 보여준다.
그 불운함과 얼바리 근성은 3편째인 이 작품에서도 여전한데, 미나가타의 말에 따르면 야마시타가 차를 타고 주차장에 들어서면 주차공간이 한 곳도 남지 않는 불운이 펼쳐지고, 아기의 말에 따르면 학교에서 기마전을 할 때 모든 인원이 야마시타에게 덤벼들었던 적이 있다고 한다. 사건의 피날레 때는 혼자서 화단에 거꾸로 처박혀 두 다리로 'V'자를 그리며 화룡점정을 찍는다.
야마시타 본인의 자기소개에 따르면 이 이름은 '산 아래(山下)'라는 뜻이라 한다. 이 자기소개에 대한 미나가타의 평가는 "넌 영원히 산의 정상에 설 수 없어"
[1] 레벌루션 NO.3에서도 쳤던 드립. 참고로 이 인물은 일본의 점균류 연구가이자 민속학자, 그리고 다양한 학문을 연구한 박물학자이며, 다른 사람 집에서 100권씩이나 되는 책을 다 읽고 자기 집에 돌아와 그 책 내용을 베껴낼 정도의 기억력을 가진 천재이자 동시에 일본 역사에서 손꼽히는 괴짜라 한다[2] 우에하라 아야코가 다니무라와 함께 다녀왔던 온천에 다시 홀로 여행을 가서 찍었던 사진이다.[3] 일본뿐만 아니라 한국도 출입이 통제되는 사유지에서의 운전시에는 면허가 없어도 된다. 사유지까지 운전해서 가기 위해 일반도로를 이용해야 한다는 점과 사고가 났을 때의 뒷처리가 문제일 뿐이다.[4] 세이와 여고는 중고일관제 여학교라서 '백마 탄 왕자'를 꿈꾸는 학생들이 많은데, 그러면서도 연애를 하는 사람을 배신자로 취급해서 존재를 무시하는 이지메를 가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