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역성
1. 개요
Reversibility
반응 시 초기 상황으로 되돌아올 수 있는지의 여부를 일컫는 말. 가능하면 가역, 불가능한 것을 비가역이라고 한다.
2. 화학 반응에서의 가역성
화학 반응에서는 반응의 가역성을 역반응이 얼마나 쉽게 일어나느냐로 따진다.
이 때의 가역 반응의 정의는 쉽게 말하자면 다음과 같다.
가역 반응의 대표적인 예로는 고등학교 때 배우는 사산화질소와 이산화질소의 반응 N2O4 → 2NO2가 있다.주변의 조건을 '''적당히''' 변화시켜 반응의 방향을 바꿀 수 있는 반응
이 분해 반응은 온도가 높을수록 활발히 일어나며, 역반응은 온도가 낮을수록 잘 일어난다. 실온에서 두 반응은 비슷한 비율로 일어나며, 온도를 높여주면 정반응이 활성화되어 NO2 분자가, 온도를 낮춰주면 역반응이 활성화되어 N2O4 분자가 많아짐을 확인할 수 있다. 이 경우, 외부 조건을 간단히 조작해서 반응의 방향을 바꿔줄 수 있으므로 가역 반응이다.
비가역 반응의 대표적인 예로는 연소 반응이 있다. 메탄의 연소 반응 CH4 + 2O2 → CO2 + 2H2O는 대단히 쉽게 일어나는 반응이며, 생성물은 반응물에 비해 매우 안정한 상태이므로 주변의 조건을 아무리 변화시켜 봐도 그 역반응을 관찰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따라서 이 반응은 비가역 반응에 해당한다.
아무리 강력한 가역 반응에서도 역반응의 활성화 에너지를 넘는 분자가 한두 개는 존재할 수 있으므로, 미시적으로는 역반응이 일어날 수 있다. 따라서 화학 반응성에서의 가역성은 개개의 분자보다는 반응 전체의 경향성에 초점을 맞추는 상대적인 개념이다.
2.1. 관련 문서
3. 열역학에서의 가역성
열역학에서는 가역성을 좀 더 엄밀한 의미로 정의되며, 이 정의에서의 가역 공정[1] 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다'''.
이 때의 가역 공정의 정의는 쉽게 말하자면 다음과 같다.
이 때의 '극소'는 화학반응에서의 사례처럼 단순히 '꽤 작은'의 정도가 아니라, 무한히 작음을 뜻한다.주변의 조건을 '''극소량''' 변화시켜 그 방향을 바꿀 수 있는 공정
이해를 돕기 위해 두 명의 사람이 손바닥을 맞대고 서로를 밀고 있는 모습을 생각해 보자.
철수는 F1 = 1 N의 힘으로, 영호는 F2 = 2 N의 힘으로 서로를 밀고 있다. 이 경우 철수는 점점 밀리고 있을 것이며, 철수에게 1N의 힘을 더해 주면 둘은 평형을 이룰 것이다. 그 상태에서 철수에게 미소량의 힘 dF을 더 가해주면 그때부터는 영호가 밀리기 시작한다. 이 경우 공정의 방향을 바꿔주기 위해 필요한 조건은 미소량이라 할 수 없으므로 가역 공정이 아니다.
이번에는 둘의 힘이 극소량만큼 차이가 난다고 생각해 보자. 이 경우야말로 철수에게 미소량의 힘을 가해서 영호가 밀리게 할 수 있으므로 가역 공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둘의 힘의 차이가 무한히 작다면, 과연 철수는 어느 정도의 속도로 밀리고 있었을까? 사실 철수는 밀리고 있기는 한걸까? 이 상태는 평형에 무한히 가까운 상태라 할 수 있으므로 공정이 진행되기 위한 시간은 무한하며, 따라서 현실에서 가역 공정은 존재할 수 없음을 간단히 알 수 있다.
가역 공정에서는 엔트로피의 변화가 없으며, 일의 손실이 발생하지 않게 된다. 카르노 기관처럼 열역학적으로 이상적인 모델은 모두 가역적으로 이루어짐을 전제로 한다.
3.1. 관련 문서
4. 수학
수학에서 말하는 가역성은, 어떤 원소가 역원이 존재하는지를 의미한다. 즉, 이항연산 $$*$$와 항등원 $$e$$가 주어졌을 때, $$a$$가 가역이란 말은 $$a*b=b*a=e$$를 만족하는 $$b$$가 존재한다는 뜻이며, 이 때, 그 역원 $$b$$는 $$a^{-1}$$로 나타낸다. 또한 가역성이 있는 원소를 가역원 또는 유닛이라고 한다.
가역성을 띠지 않는 원소의 예로 0이 있다. 0에 대한 곱셈의 역원이 있는지를 봐도 알 수 있다.
[1] 열역학에서는 화학적 반응 뿐만 아니라 기계적인 움직임 또한 다루기 때문에 가역성의 범위가 더 넓다. '''반응'''은 '''공정'''에 포함되는 개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