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춘운
1. 개요
'''賈春雲'''
이 문서는 《구운몽》의 등장인물인 가춘운을 소개하는 문서이다. 가춘운은 불심을 어지럽히는 죄를 짓고 인간으로 환생하게 된 팔선녀 중 한 명이다.
2. 특징
정경패의 시종으로 메이드 속성 보유자다.
외모는 정경패만큼 귀티는 안 나지만 원래 팔선녀였던 만큼 역시 절세가인이고 시의 필법과 여공(女功)은 정경패에 견준다고 한다. 가춘운의 아버지는 서촉 사람으로 장안으로 올라와 아전이 되어 정 사도 집안에 공이 많았는데 춘운이 10살 때 병으로 죽었다. 천애고아가 된 그녀를 정 사도 부부가 거둬들여서 딸 정경패와 같이 키웠다. 나이는 정경패보다 한 달이 느리다고 언급된다.
명목상 시종이지만 실제론 정경패의 소꿉친구로 어렸을 땐 꽃가지 하나 놓고 다투기까지 했다고 언급된다. 본명은 초운이었는데 정경패가 한유의 글귀에서 따 춘운으로 이름을 바꿨고 주변 사람들한테는 애칭인 춘랑으로 불린다.
3. 작중 행적
정경패와 양소유의 혼인이 결정된 날 비단신에 모란꽃을 수놓다가 깜박 잠들었는데 지나가던 정경패가 그녀 옆에 있는 쪽지를 보고 호기심에 펴 본다. 쪽지에 쓰인 건 비단신을 소재로한 시 한 수였는데 정경패는 그걸 보고 가춘운이 한 켤레 신처럼 자신과 떨어지지 않고 싶어한다는 걸 파악한다.[1]
정경패가 어머니에게 춘랑이랑 같이 시집가겠다고 말하자 최부인은 걔는 그냥 시녀가 아니라 딸처럼 키운 애니까 안 된다고 반대하지만, 정경패 왈 '양소유 저 녀석 하는 짓을 보니까 앞으로 온갖 여자가 꼬일 거 같은데 춘운이 하나쯤 더 있으면 뭐 어때요.' 여기에 정 사도도 딸의 편을 들어줘서 정경패의 뜻대로 된다. 이 소식을 들은 가춘운은 아가씨랑 떨어지지 않게 되었다고 기뻐한다.
그런데 여기엔 정경패의 속셈이 하나 더 있었으니, 첫만남 때 양소유에게 속아넘어가며 당한 수치를 풀고 싶었던 정경패는 가춘운을 이용해 양소유를 속이는 계책을 마련한다.[2]
정경패는 가춘운을 선녀로 꾸며서 종남산에 있는 자기 집 정자에 대기시키고 사촌인 정십삼을 통해 양소유를 그쪽으로 부른다. 정십삼은 같이 놀다가 아내가 병이 났다는 소식이 왔다는 핑계로 먼저 돌아가고 혼자 남은 양소유는 경치를 구경하다가 위쪽에서 시가 쓰인 나뭇잎이 떠내려온 걸 보고 산속 깊은 곳으로 들어간다. 가춘운은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하고 양소유 앞에 나타나 '당신과 나는 원래 천계의 신선과 선녀였는데 네가 날 보고 신선의 과일로 희롱하여 당신은 인간이 되고 나는 이 산에 귀양을 왔습니다.'라고 말한다[3] . 이어 침실로 데려가 검열삭제까지 해주니 양소유는 가춘운에게 껌뻑 속아넘어간다.
다음 날 해가 뜨고 가춘운은 '이제 선관이 나를 데리러 올거니 당신은 먼저 돌아세요.'라고 말하며 비단 수건에 이별시 한 수를 써준다. 양소유는 애달퍼하며 자기 소매를 찢어 시를 쓰고 가춘운에게 줬다. 양소유가 완전히 미끼를 물었으니 계획은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며칠 후 정십삼은 저번에 다 못 놀았으니 이번엔 다른 데 가서 놀자고 양소유에게 권한다. 양소유가 정십삼과 함께 경치 좋은 곳에 술을 마시는데 이번엔 쓸쓸한 무덤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양소유가 '우리도 죽어서 결국 저런 무덤에 들어가겠지'하고 운을 띄우니 정십삼이 '저 무덤은 스무살에 죽은 미녀 정여화의 무덤인데 우리 술이나 한잔 부어주자'라고 말한다. 양소유가 술을 붓고 시를 읊으며 정여화를 조문하는데 그녀의 무덤에서 전날 양소유가 가춘운에게 준 시가 발견된다.
양소유는 가춘운의 정체가 귀신이었다고 생각하고 오싹해하다가 곧 '그렇게 예쁜데 귀신이면 뭐 어때?'라고 마음을 고쳐먹고 오늘 밤 그녀와 만나고 싶다고 빈다. 이날 밤 정말로 가춘운이 양소유 앞에 나타나 '선녀라고 속여서 미안해요. 그리고 내 무덤에 조문해줘서 고마워요. 이제 내 정체가 해골바가지란 걸 알았으니 같이 있기 싫죠? 이만 가볼게요.'하고 사라지려는데, 양소유는 가춘운을 붙잡고 '괜찮아 문제 없어. 이리 온.'하고 이부자리로 끌어들여 섹스를 한다.
이후 밤마다 가춘운을 만나 섹스하는데 정신 팔린 양소유는 친구도 안 만나고 그녀만 기다린다. 그런데 갑자기 정십삼이 두 진인이라는 도사를 데리고 찾아온다. 두 진인은 양소유가 귀신에 홀린 것 같으니 조심하라고 경고하는데, 이미 가춘운에게 푹빠진 양소유는 내가 부귀영화를 누릴 상인데 귀신에게 죽겠냐며 무시한다. 두 진인은 화가 나서 돌아가고 정십삼만 남아서 양소유가 취할 때까지 같이 술을 먹는다. 이날 밤도 양소유는 가춘운을 기다리는데 밖에서 가춘운이 우는 소리를 내며 '당신이 요사스러운 도사의 부적을 지니고 있어서 다가갈 수가 없네요. 우리 인연을 여기까지인가봐요.'라는 말만 남기고 사라진다.
갑작스런 이별 통보에 어안이 벙벙해진 양소유는 자기 상투에 부적이 들어있던 걸 발견하고 머리 끝까지 빡친다. 범인을 정십삼이라고 단정한 양소유는 욕을 한 바가지 해주려고 그를 찾아가는데, 정십삼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사흘 동안 찾아다녀도 정십삼은 없고 가춘운도 못 만나서 양소유는 완전히 초췌해져 정 사도와 최 부인이 걱정할 지경이 된다. 정경패가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는지 이때 정십삼이 양소유 앞에 나타나고 정 사도가 가춘운을 불러서 그녀의 정체를 밝히고 다 같이 벙 쩌진 양소유를 보고 한바탕 웃는 것으로 연극이 끝난다. 이때부터 가춘운한텐 '선녀도 되고 귀녀도 되는 춘랑'이라는 별명이 붙는데, 본인은 남들이 이 별명을 꺼낼 때마다 부끄러워한다.
이때부터 가춘운은 양소유와 동거하며 실질적인 아내 노릇을 하고 서로 정도 많이 든다. 사실 양소유는 진 히로인인 정경패와 결혼을 상당히 늦게 했기 때문에 가춘운과의 관계는 남달랐을 듯. 알고 보면 가장 남편 곁에 오래 있었고 나중엔 양소유한테 '직녀를 아내로 삼을 수 있어도 너를 포기하지 않아'라는 소리까지 듣는 양소유 하렘의 숨은 실세. 양소유가 반란을 일으킨 연왕에게 항복을 권하러 떠날 때 눈물을 흘리며 배웅하는 걸로 보아 가춘운도 양소유한테 마음이 생긴 모양.
하지만 이 처자의 마음 속 제 1순위는 언제나 정경패, 태후가 횡포를 부려 정경패와 양소유의 혼약이 깨질 위기에 청했을 때 가춘운은 양소유와의 인연을 끊고 정경패를 따라 절에 들어가려고 한다. 양소유가 '그래도 넌 이미 나한테 몸을 허락했는데 나랑 있어야지'라고 말해도 '난 절대 아가씨랑 못 떨어져요.'라고 딱 잘라 거절한다. 이에 멘붕한 양소유는 태후의 뜻에 반항하는 상소를 올리고 감방에 들어간다. 이런 모습 때문에 정경패-가춘운은 구운몽에서 가장 유명한 백합커플로 통한다.
4. 기타
메이드, 백합, 비중은 낮아도 오랫동안 사실혼 관계였다는 숨겨진 히로인이라는 특성을 가진 히로인이다.
[1] 정경패가 해석하는 이 시의 뒷부분 내용이 상당히 비범하다. '춘랑이 나와 같은 침상에 오르고자 하니 이는 나와 함께 한 사람을 섬기고자 함이랴.'[2] 그 계획을 들은 가춘운이 '아가씨가 시키면 하겠지만 나중에 양소유한테 무슨 낯으로 고개를 들고 살아요?'라고 말하자 정경패는 '남을 속여서 느끼는 수치가 남에게 속아서 느끼는 수치보다 나아.'라고 대답한다.[3] 공교롭게도 둘이 정말 전생에 저지른 죄하고 비슷하다. 무의식 기억의 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