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지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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叫花鸡[1]
중국 절강 요리의 하나이다. 항저우 지역의 음식 중 하나로 통닭을 연잎에 싸서 진흙으로 덮고 은은하게 구워 먹는 요리.
거지가 닭을 훔칠 때 땅 속에 파묻어 숨겼는데, 우연히 그곳에서 불을 지피자 맛있게 익는다는 걸 알게 된 것이 유래라고 한다. 다만 거지라는 부정적인 이름 때문에 부귀닭이나 황제닭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어느 황제가 암행을 하다[2] 거지들이 닭을 묻은 곳에 불을 피우고 노숙하는데 그 닭이 익은 것을 먹었다는 일화가 같이 딸려온다.
지금이야 위생을 위해 털을 다 뽑고 연잎에 싸서 요리하지만, 거지가 만들어 먹었다는 일화에서는 닭털을 뽑지도 않고 진흙으로 싸서 구웠다고 한다. 이렇게 하면 딱딱해진 진흙이 닭털과 엮여서 껍질을 벗기면 같이 털이 뽑혔다고.[3]
보통 비주얼은 그리 좋지 않다. 흙을 털어내고 잎사귀를 열어 안에 닭고기를 먹는데 닭을 감싸는 잎에 흙이 덕지덕지 묻어 있어서 바닥에 떨어진 고기를 먹는 느낌이 들 수도 있다. 생긴 건 좀 그렇지만 먹어보면 연잎향과 불맛이 배어있는 구운 닭고기 맛이 일품이다. 로스트 치킨처럼 닭을 통째로 굽는 요리이다보니 속에 여러 스터핑을 넣기도 하는데, 그걸 밀폐된 곳에 굽다보니 향이 더욱 깊게 배인다고 한다.
화려한 식탁에서도 선보인 바 있다. 지역의 기운을 먹는 느낌을 받고 싶다는 말에 그 지역의 식재료는 물론 흙까지 동원하여 요리한 것으로 대접한 것.
한국의 오리구이 식당에서 맛볼 수 있는 오리진흙구이가 거지닭과 비슷한 음식이지만 유래는 다른 것으로 보인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부분이지만, 거지닭은 특히 중국 현지 식당에서 먹는다면 현지인들의 평이 좋은 곳을 가는 것이 좋다. 패키지 여행이나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하는 식당이라면 그곳의 거지닭은 제대로된 거지닭이 아닌 '거지 병아리'급으로 진짜 거지같이 조그만하고 맛도 없을 가능성이 있다.

[1] 거지의 정식 중국어 표기는 乞丐이지만 항간에서는 叫花子라고도 한다.[2] 이 황제가 건륭제라거나 암행이 아니라 패주하던 중이였다는 등 여러 바리에이션이 있다.[3] 비슷하게 진흙으로 물고기를 감싸 구우면 딱딱해진 진흙이 떼어져나갈때 겉의 비늘들도 벗겨준다고 한다. 문제는 진흙의 위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