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시 법원·검찰청 신축 문제
1. 개요
지역 이기주의의 극단적 폐해를 잘 보여주는 예시. 세종특별자치시가 2012년에 출범하면 공주시에 소재한 대전지방법원 공주지원과 대전지방검찰청 공주지청을 세종시로 이전할 계획이 원래는 있었다. 법원의 지원을 신설하기 위해서는 국회에서 법안[1] 을 만드는 등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렇게 복잡한 길을 걷느니 간편하게 대전에 있는 것을 이전하자는 생각이었다.
만일 대전지법 공주지원과 대전지검 공주지청이 세종시로 이전되면 공주시로서는 매우 큰 타격을 입는다. 반면, 세종시도 관할로 관할로 두는 공주지원과 지청이 계속 공주시에 남는다면 세종시의 법률수요도 공주시까지 와야 충족되므로 공주시는 상당한 이익을 본다.
2. 공주시의 무리수
이러한 이유로 2011년에 공주시청은 재정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공주시 신관동 일대에 수백억을 들여 대규모 유리궁전을 지어 공주지원과 지청에 지원함으로써 세종시의 통수를 때렸다. 세종시로 이전하기 전에 값비싼 신청사를 짓는다면 지청과 지원이 이전하기 난감하기 때문이다.
공주시청이 이런 꼼수를 부린 탓에 세종시는 광역자치단체임에도 불구하고 어떤 사법기관[2] 이 들어서지 않았다. 공주시는 공주지원과 공주지청이 세종시까지 관할하면 일개 지원/지청이 아니게 되므로, 정식으로 공주지원을 공주지방법원으로, 공주지청을 공주지방검찰청으로 승격해야 한다고 생떼를 썼다.# 공주시가 신관동에 새로 건설한 청사 건물이 규모로는 지방법원, 지방검찰청에 뒤지지 않지만, 정식으로 승격하려면 국회의 비준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쉬운 일이 아니다. 설령 해당지역 지역구 국회의원이 이를 받아들여 공론화한다 해도 바로 옆에 대전지방법원이 있기 때문에 공주지원이 승격되기는 매우 어렵다.
공주시청은 전폭적으로 예산을 집행하여 공주지원과 공주지청의 새로운 청사를 2011년 1월에 착공, 2012년 5월 말에 완공하는 기염을 토하였다. 이후 청사 시운전을 거쳐 2012년 12월에 개청했다.[3] 신청사 건설에 예산을 쏟아붇느라, 공주시가 원래는 재정건전성과 재정자립도에서 최상위였는데 2011년 일시적으로 최하 판정을 받기도 하였다.[4]
3. 결과: 공주시의 굳히기
세종시 출범을 앞두고 2012년 6월 18일, '''공주지원/공주지청의 관할구역이 공주시ㆍ연기군ㆍ청양군에서 공주시ㆍ청양군으로 축소'''되고, '''대전지법/대전지검의 관할구역이 세종특별자치시까지 확장'''되었다.[5] 공주시 입장에서는 관할이 축소되더라도 대전지방법원 공주지원과 대전지방검찰청 공주지청이 한꺼번에 세종특별자치시로 이관되고 공주시에 공주시법원 정도만 남은 최악의 상황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나을 수 있다.
공주시와 세종특별자치시의 공공기관 자리싸움은 공주시의 압승으로 끝날 것 같았으나, 대전지방법원이 나서는 바람에 공주시는 엄청난 손해를 보았다.[6] 공주시는 매우 성급했다. 법령 하나만 바꿔서 인근 지방법원의 관할구역만 바꿔버리면 되었던 것이었다!
2015년 3월 현재 위의 법조타운 부지는 일반 택지/상업 용지로 전용되어 일반적인 주택과 종합상가 건물이 들어설 수 있게 되었다. 현재는 각종 원룸과 중저층 다세대 주택들이 성황리에 건설 중이다.
공주시청이 이렇게 공공기관에 목을 매는 이유는 현재 공주시에 있는 대학교들이 통폐합되어 타 지역으로 빠져나갈 가능성이 점점 커지기 때문이다.[7]
4. 공주시가 건진 것은 없다
일단 지원, 지청의 공주, 청양지역 관할은 지켜냈다.
법원뿐만 아니라 세무서의 자리싸움도 있었다. 현재 공주시 반죽동에 있는 공주세무서가 공주시와 세종시를 관할한다. 그런데 공주세무서는 오래전부터 장소가 협소하고 건물이 노후하여 이전하길 희망했지만, 공주시가 협조하지 않으서 어쩔 수 없이 계속 있는 형편이었다. 그러던 중에 세종시가 지원과 지청을 놓치자 공주세무서 보고 세종시로 이전하자고 러브콜을 보내었다. 그러나 신청사를 공주세무서 자체 재정으로 지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어 공주세무서는 고민에 빠졌다.
이때 공주시청이 구 지원과 지청 건물[8] 뿐만 아니라 일대의 공터까지 세무서에 강제로 갖다준 덕에 공주세무서는 그대로 공주시에 눌러앉았다.#
그러나, 이미 인구규모에서 공주시를 넘어섰고 국세청 본청까지 와있는 마당에 세무서도 없다니 말이 되냐는 비판이 높았다. 결국 2016년 9월 1일 정부는 서울 중랑, 부산 해운대와 더불어서 세종세무서 설립을 확정발표했고, 2017년 4월 3일 세종세무서가 개청했다. 자체 청사는 없지만 어진동 세종비즈니스센터 건물을 임대해 입주하는 방식으로 빠르게 개청했으니, 오로지 청사신축에만 목을 멘 공주시로서는 그야말로 뒤에서 칼 맞은 셈. 거기에 기존 세종경찰서를 분리해서 세종남부경찰서(가칭)를 설립하는 안도 확정..#기사링크
일단 중장기적(향후 30년)으로 세종시에 법원과 검찰청을 신설하지 않는 쪽으로 정리되었다. 애초에 법조 수요는 고차 상업지에서 발생하는데, 세종시는 소매업, 서비스업의 저차 상업 위주로 상권이 발달했다. 더욱이 법적인 분쟁을 겪을 여지가 적은 공공기관이 많기 때문에 근처 사법기관을 이용할 수 있고, 이미 신청사에 입주한 사법기관이 있다면 굳이 법원과 검찰청을 설치할 필요가 없다.
세종시의 소담동에 법원과 검찰청 부지가 있기는 하지만, 위의 이유로 지원과 지청을 설치할 합리적 이유는 적다할 것이고, 세종시 지역 사회에서 주장하는 지방법원과 지방검찰청 설치는 더더욱 요원하다. 만일 지방법원급 사법기관이 들어온다 해도 관할 구역이 세종시 일원에 한정될 수밖에 없기에[9] , 사법자원 상 상당한 낭비가 일어나게 된다.
일각에서는 제2행정법원을 설치해 세종시에 두자는 주장을 제기하지만, 이는 행정재판의 본질을 모르고서 하는 주장이다. '''행정재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주민소송과 취소소송의 절대 다수는 지방자치단체와의 소송'''이며, 흔히 생각하는 기관소송은 행정법원의 관할이 아니다. 행정법원이 서울에 있는 것은, 서울에 각 지방자치단체의 사무소가 있어 행정소송의 진행이 용이하고, 행정재판의 진행에 필요한 고도의 사법 서비스 자원이 집중되었기 때문이다. 만일 세종시에 제2행정법원을 설치하면, 각 지방자치단체가 별도의 사무실을 세종시에 내고 행정재판을 뒷받침할 법조인력도 들어와야 하는데, 이 역시 사회적 낭비가 크다. 쉽게 이야기해서 행정법원과 정부청사는 큰 관계가 없기에 제2행정법원을 두는 것은 사법자원의 상당한 낭비이다.
더욱이 2014년 행정소송법이 개정되면서 취소소송의 1심 재판을 소송 소재지 관할법원에서 진행하게 되면서 행정법원의 부하가 많이 줄어들었다. 결국 또다른 행정법원을 굳이 복수 설치할 필요성이 적어진 것이다.
5. 관련 문서
[1] 각급 법원의 설치와 관할구역에 관한 법률 개정안[2] 사실상 등기소 역할을 하는 시ㆍ군법원만 존재[3] 공주시청에서는 공주지원과 공주지청을 완전히 쐐기를 박기 위해서 신청사 인근에 공주시의 규모에 걸맞지 않은 대규모 법조타운까지 조성했다. 당연히 이 법조타운은 좆망했고 기존 계획은 월송신도시로 변용되어 시행되었는데, 성공 여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듯하다.[4] 공주시청의 청사도 10여 년 전부터 신축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있었지만, 시청은 자기네 청사는 새로 안 짓고 법원과 검찰청 건물을 짓는 데 돈을 쏟아넣었다. 공주시청의 각 부서는 공주시 6군데에 뿔뿔이 흩어져 민원처리에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소모되었다. 결국 시청 청사도 2014년에 새로 지어 2015년 말에 완공하였다.[5] 이 때문에 법무 관련도서에서 법원 관할구역 변경이 반영된지라 대부분 책이 2년만에 새로 발간되었다. 단, 책에 따라서는 연기군이라 한 책이 있다.[6] 지방선거로 시장이 바뀌면 상황에 맡게 적당히 수정할 가능성이 있다.[7] 실제로 공주대학교는 몇년 전 천안시의 천안공업대와 통합하여 공주대 천안캠퍼스로 만들면서 수도권에서 가까운 천안시로 대학본부 및 대학의 중추기능을 이전할 계획을 세운 적이 있었지만 공주대학교 인근 주민들이 반발하여 일단 잠잠해졌다. 물론 천안 쪽에서는 이에 반발하여 당초 약속한 교명변경이라도 이행하라고 주장했지만.[8] 반죽동 332번지 일대[9] 이미 대전지방법원이 충남권을, 청주지방법원이 충북권을 관할하고 있다. 이 두 권역은 지역 사회적으로 나뉘기 때문에 세종시에 지방법원을 설치해 관할구역을 나눠주기에도 애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