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선법
1. 개요
기독교를 국교로 정한 로마 제국에서는 미사의 형식과 미사에 사용할 성가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성가의 작곡자나 작곡 원리가 어떤 것이었는지는 사료의 부족으로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고 있지만, 대개 고대 그리스의 음악 이론을 계승하면서 비잔틴과 유대인 음악의 영향력까지 포괄하며 시작되었다고 보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레고리오 성가 이후 성가의 양과 질이 엄청나게 증가했기 때문에 가수들이 성가를 배우게 하는데 좀더 능률적인 방법이 필요했다. 이러한 배경에서 선법이 발전하게 된 것이다. 9세기부터 음악이론가들은 성가들을 분류하기 위해 이러한 교회 선법을 만들게 되었다.
2. 역사
이 당시 성가들의 음계는 그리스 음악의 옥토이호스(Ὀκτώηχος)라는 7음계 8선법 체계를 따랐기 때문에 이론적으로는 8개까지 만들 수 있었지만, 초기에 실제로 상용되던 음계는 레-미-파-솔 4개 음을 으뜸음으로 하는 4가지뿐이었다. 그리고 음계 별로 따로 이름도 없어서 그리스어로 1선법(프로투스) ~ 4선법(테트라르두스)으로 불렀다.
하지만 이들 기본 선법에서 으뜸음을 4도 낮추어 만드는 변격 선법이 500년대 후반 들어 나오기 시작했는데, 정격 선법과 변격 선법 각각 4가지씩 해서 옥토이호스에 따른 8선법이 완성되었다. 하지만 이 때도 음계 별 명칭이 없어서 홀수 선법은 정격 선법, 짝수 선법은 변격 선법 식으로 구분할 수밖에 없었다.[1]
숫자로만 구별되던 이들 선법의 명칭이 이름을 얻기 시작한 것은 대략 9세기에서 10세기 사이로 추정된다. 정격 선법에는 그리스 각지의 이름이 붙었고, 변격 선법의 경우 정격 선법의 이름들에 그리스어 어두 히포(hypo)를 붙여 그 이전에 있던 정격 선법과 구별했다. 이들 명칭 중에는 실제 그리스 음악에 존재하던 음계와 동일한 것도 있지만, 이름만 똑같을 뿐이지 실제 구성음과 이론은 다르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2]
2.1. 교회 선법의 구성
이러한 분류법은 종지음과 중심음, 음역에 따라 결정됐으며 8개의 교회 선법이 있었으며 D, E, F, G를 종지로 하는 4개의 정격 선법과 그와 짝을 이루는 4개의 변격 선법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근데 이러한 중세적인 선법을 일부 이론가들이 고대 그리스 음계를 뜬금없이 붙여버려서 그냥 그리스 이름이 붙어버리게 된다.(..) 4개의 정격 선법을 도리아(Dorian), 리디아(Lydian), 프리기아(Phrygian), 믹솔리디아(Mixolydian) 라고 부르며 번격 선법을 앞에 아래라는 뜻의 접두사 '''히포(Hypo~)'''를 붙이게 된다.
각 음계에서 으뜸음과 도미넌트는 강조표시되었으며, 화성체계가 없던 시대에 으뜸음은 곡이 끝나는 음, 도미넌트는 선율이 진행될 때에 지속음이 위치하는 음이다. 즉 도미넌트는 음이 가장 많이 사용된다고 도미넌트라는 이름이 붙었다.
2.1.1. 분류 기준
'''종지음 또는 마침음'''은 바로 성가의 마지막음을 일컫는 것으로 각 정격 선법은 종지음으로부터 한 옥타브 위까지의 음역으로 구성되며 변격선법은 종지음을 중간으로 잡고 4도 아래나 5도 위까지의 옥타브 이루어진다. 정격선법은 5음 음계와 그 위에 연접한 4음 음계, 변격 선법은 4음 음계와 그 위에 연접한 5도 음계로 이루어진다.[3]
'''중심음 또는 지배음'''은 정격선법은 종지음으로부터 5도 위의 음이고 변격 선법의 중심음은 짝을 이루는 정격 선법의 중심음의 3도 아래 음[4] 이었다.
2.2. 종류
그리고 이 이론에 따르면 제1선법과 제8선법은 음이 모두 똑같아서 사실상 같은 음계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정격이냐 변격이냐에 따라 이름이 다르게 붙는 (현대인 기준으로) 괴이한 점도 있었다. 하지만 음계 구성음이 같다고 해서 같은 선법이라고 하기도 뭣한 것이, 제1선법과 8선법으로 작곡된 성가들에서 강조되거나 많이 쓰이는 음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가령 제1선법의 으뜸음은 레 음이지만, 제8선법의 으뜸음은 솔 음이 된다. 마찬가지로 다른 변격 선법들 역시 정격 선법에서 4음 내린 동일한 구조이기 때문에, 마찬가지로 나열된 음들 중 4번째 음이 으뜸음이 된다. 각 선법 별로 이렇게 강조되거나 많이 쓰이는 음들이 훗날 근대 선법의 정립에 큰 역할을 했고, 또 한참 뒤에야 나오는 장조와 단조로 대표되는 각 음계들의 성격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3. 같이보기
[1] 으뜸음이 같은데 정격 선법과 변격 선법으로 구분하는 것은 이 시기의 음악이 성악 위주의 음악이었기 때문이다. 사람의 음역을 기준으로 하다 보니 한 옥타브를 넘기지 않는 음역을 설정하려 하였다.[2] 예를 들어 사포#s-2가 만들었다는 고대 그리스 음악의 믹솔리디아 음계는 시 음을 으뜸음으로 하고 있지만, 교회 선법의 믹솔리디아 음계는 솔 음이 으뜸음이다.[3] 실제로 성가의 선율은 음역을 더 적게 잡기도 하거나 옥타브 이상으로 넓힐 때도 있었다.[4] 그러나 이 음이 b, 즉 시가 되는 경우는 c가 대신 중심음이 되었는데 이 음정 시는 b♭와 b♮가 동시에 사용되었기 때문에 중심음이 될 수 없었다.[5] 프리기아 선법과 히포프리기아 선법, 히포믹솔리디아 선법의 도미넌트는 한 음씩 올라가 있는데, 이는 시 음을 기피하던 중세의 음악 이론 때문이다. 상술한 것과 같이 시 음에서 5도를 쌓아 올라가면 감 5도가 나오기 때문에 시 음은 뭔가 결여된 음 취급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