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아
1. 개요
일본 만화로 마쯔다 류우지-원작, 후지와라 요시히데-그림의 공동작품. 정발명은 '권법 소년'이었다. 쇼가쿠칸의 주간지 소년 선데이에서 1988년부터 1992년까지 연재되었다. 원작자 마츠다 류지는 대만과 중국에서도 수행을 받았다는 무술연구가로, 2013년에 사망했다.
2018년부터 마츠다 류지가 남긴 원안을 바탕으로, 속편인 권아2가 웹코믹 형식으로 연재 중이다.
2. 상세
아이큐 점프의 부록으로 국내에 소개되었으며[1] , 관련 인프라가 미비했던 당시 국내에 팔극권(八極拳) 및 여러 무술들을 소개하는 역할을 했다. 쿵후보이 친미가 진각(震脚)[2] 과 통배권을 유명하게 만들었다면, '''팔극권'''을 유명하게 만든 작품은 단연 권아. 팔극권을 중심으로 가라데, 대동류 합기유술, 태극권(太極拳), 팔괘장(八卦掌), 소림사 권법, 심의육합권(心意六合拳)까지 일본 무술과 중국무술을 꽤 폭넓게 다루었다. 당시는 지금처럼 인터넷이 발달하지 못했기에, 이런 자료도 꽤나 귀중하고 희귀한 자료였다.
주인공인 켄지(拳兒)의 성장기를 그리고 있으며, 그 와중에 만나는 무술의 인연들로 다양한 무술들을 소개하고 있으며, 작품도 나름 괜찮은 편이다. 물론 후술하겠지만 '''실제 무술'''에 대한 재현도는 높지 않고, 서양의 격투기를 비하하고 중국무술을 칭송하는 데 있어서 고전적인 신비화와 프로파간다를 고스란히 옮겨적고 있다는 점은 비판의 여지가 있다. 물론 '''만화로서는 훌륭하다.'''
아이큐 점프에 연재되었을 당시엔 제목이 '태권 소년'이었고, 작중 배경이나 인물들도 한국식으로 로컬라이징이 되었는데[3] , 단행본으로 출간되면서 '권법 소년'이란 제목으로 바뀌었고, 한국식으로 바뀐 인명, 지명도 일본판 그대로 변경되었다. 역자는 조은경, 사실 90년대 초에 연재가 되었던 것을 감안하면 단행본은 상당히 늦게 출간되었는데, 국내판이 2000년에 초판이 출간된 이래 현재는 절판된 상태이고 서울문화사에서 판권을 가지고 있는 작품들이 드래곤볼을 비롯한 일부를 제외하곤 재판이 없었던 것을 감안하면 중고책 이외엔 구하기가 힘든 실정.
그러나 2021년 3월에 서울미디어코믹스에서 애장판으로 재발간된다. 전 8권 예정.[4]
3. 스토리
주인공 켄지는 어린 시절 할아버지와 무척 사이가 좋았다. 방학 때 할아버지 댁에 놀러간 켄지는 마침 그곳을 찾은 송도관 사범과 할아버지의 무술 교류를 보게 되고, 방학기간동안 할아버지에게서 팔극권을 전수받게 된다. 그리고 방학이 끝난 후 다음에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한 할아버지는 어느 날 홀연히 중국으로 떠나게 된다. 할아버지를 다시 만나겠다는 마음을 품은 켄지는 팔극권을 꾸준히 수련하면서 청소년이 되고, 켄지의 할아버지를 찾는 여정(+ 무술교류의 모험)을 떠나게 되는데…
4. 등장인물
- 고 켄지 : 본편의 주인공. 평범한 샐러리맨인 아버지, 가정주부인 어머니로 구성된 평범한 가정의 외동아들로 태어나, 다른 아이들처럼 평범하게 살았을지..도 모를 운명이었지만, 괴짜 기질이 있는 할아버지 쿄타로에게 초등학생 시절 처음 팔극권을 배운 이후, 무술에 흥미를 가지고 혼자 독학을 하는 한편,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어린 나이에 걸맞지 않은 무술 재능으로 인해 여러가지 트러블에 휘말리는 파란만장한 인생을 살아간다.[5] 팔극권 이외에도 송도관 가라데 도장에서 가라데를 수련하기도 했고, 고등학교에 올라와선 학교 선배의 부탁으로 권투부의 친선 시합에 대타로 나서는 등, 권투도 조금 배우다가, 요코하마의 화교 무술가인 장 노사에게서 본격적으로 다시 팔극권을 배우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이후 여러차례 충돌할 일생의 라이벌 토니 탄과 만나기도 하고, 토니 탄 패거리와 학교에서 벌인 패싸움으로 인해 무기정학을 받게 되자, 장 노사의 도움으로 대만으로 건너가 이서문의 최후의 제자인 유월협 노사의 정식 제자가 되어 이서문 팔극문중에 정식으로 입문하기도 한다.
- 고 쿄타로 : 켄지의 친할아버지. 젊은 시절엔 일본제국 육군에 징집되어 중국에 갔다가 하북성 창주 근처에서 벌어진 전투 중 큰 부상을 입고 사경을 헤매다 한 중국인에 의해 구조되어 그 길로 탈영, 그곳에서 자신을 구해준 은인과 의형제를 맺고, 마을에서 팔극권을 배운 과거가 있다. 종전 이후 일본으로 돌아와 손자인 켄지에게 팔극권을 전수해주고, 죽기 전 스승과 은인들을 만나기 위해 중국으로 다시 돌아가지만, 자신의 의형제였던 은인은 이미 고인이 되었고 그 아들이 누군가와의 무술시합에서 빈사의 부상을 입고 그것이 원인이 되어 세상을 뜨자, 복수를 위해 범인을 추적하게 되고 그로 인해 가족들과 10년 가까이 연락이 끊기게 되어, 손자인 켄지가 할아버지를 찾아 긴 여정을 떠나는 계기가 된다.
- 카자마 아키라 : 켄지와는 어렸을 적 마을 축제에서 처음 만난 미소녀. 야쿠자 조직 보스의 외동딸로 켄지에게 호감을 가진 이래 중학생이 되어 다시 재회하지만, 켄지는 명문 학교 학생, 아키라는 폭주족 패거리의 여왕벌로 예전과는 입장이 달라져 있었다. 아키라 본인도 폭주족 생활에 슬슬 싫증을 내고 있었고, 자신을 희생해서 아키라를 폭주족에서 빼내려는 켄지에게 감화되어 한바탕 소동 이후 폭주족 생활을 청산하고 명문 여학교에 진학해 요조숙녀로 거듭난다. 물론 바이크를 좋아하는 것도 여전해 정식으로 면허를 취득하고 바이크를 즐기고 있고, 켄지네 부모님에게도 거의 반쯤은 켄지의 정식 여자친구로 인정을 받은 듯한 분위기.
- 다이치 : 켄지의 초등학교, 중학교 동창이자 절친. 큰 덩치와 달리 기가 약하고 소심해 학교에서 왕따도 당하고 여름방학 때는 켄지의 할아버지인 쿄타로의 집까지 가출을 한 적도 있었는데, 이 때 쿄타로에게 형의권의 기본동작인 붕권을 배우면서 소심함도 어느 정도 고치고, 이후 여러 위기상황에서 붕권을 유용하게 써먹는다.
- 토니 탄 : 요코하마 차이나타운 근처에서 불량배들을 모아놓고 그들에게 홍가권을 가르치며 리더 노릇을 하고 있는 깡패. 베트남 전쟁 당시 부모를 잃고 홍콩을 거쳐 일본까지 온 과거가 있다. 차이나타운의 장 노사에게 팔극권을 가르쳐달라고 청했었지만, 장 노사는 그걸 계속 거절해왔었는데, 갑자기 나타난 일본인 켄지가 장 노사에게 팔극권을 전수받는 것도 모자라, 화교들의 수장인 성 대인에게까지 인정을 받는 걸 보며 질투심이 폭발, 켄지를 도발해 첫 대결에선 켄지에게 치명상을 입히며 승리하지만, 두번째 대결과 부하들을 이끌고 켄지네 학교까지 쳐들어가서 벌인 세번째 대결에선 패배 후 복수를 다짐하며 자취를 감춘다.[6] 이후 최강의 무술을 찾으러 중국 곳곳을 돌아다니다 하남성 회족 자치구에서 심의육합권을 익히고, 켄지가 소림사에서 한창 할아버지를 찾고 있을 때 소림사에 나타나 소림사 승려 오명에게 치명상을 입히고 켄지에게 도전장을 남기고 이후 최후의 결전에서 온갖 살수를 펼치며 켄지를 몰아붙이지만[7] 오랜 시간동안 수련한 팔극권으로 반격하는 켄지를 막지못하고 패배, 또 다시 행방불명된다. 홍가권, 심의육합권 이외에도 유성추의 달인이기도 했다.
- 장인충 : 요코하마 차이나타운에서 차이나 레스토랑을 운영 중인 화교노인. 우연히 켄지의 팔극권 투로를 보고 켄지가 자신의 동문(정확히는 켄지의 할아버지가 배운 맹촌팔극권.)이라는 것을 알고, 또 켄지의 인성을 보고 켄지에게 자신의 팔극권을 전수해주기로 한다. 독학으로 팔극권을 수련하면서 점점 한계를 느끼던 켄지가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도록 큰 도움을 준 스승으로 장 노사 덕분에 켄지는 이서문 팔극문중에 정식으로 입문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 소곤륜 : 켄지가 대만으로 단기 유학을 떠나면서 처음 만난 약간 수상쩍은 느낌의 아저씨. 하지만 그 정체는 이서문의 마지막 제자인 유월협의 제자 중 한 명이면서, 본편에 등장하는 무술가들 중에서도 후덜덜한 실력을 보여준 강자 중 한 명이다.[8] 학생들에게 무술을 가르치는 한편, 침술과 접골등을 주로 하는 진료소도 같이 운영하고 있고, 대만에서 켄지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준 또 한 명의 스승.[9] 이후 켄지가 문중에 정식으로 입문하면서 계보상으론 사형제가 되지만, 켄지는 변함없이 소곤륜을 존경해서 입문 후에도 소곤륜을 '소 사부'라 부르고 있다.
- 유월협 : 이서문이 말년에 거둬들인 마지막 제자. 원래 유복한 집안에서 태어난 외아들로 몸이 약해 처음엔 비종권을 배우다, 비종권 스승의 추천으로 이서문에게 팔극권을 배우게 되었다. 청소년 시기엔 이서문과 함께 여행을 다니며 타류 무술시합에서도 여러 차례 승리해 '산동 소패왕'이란 별명을 얻기도 했고, 이후 이서문과 헤어져 국민당 정부에서 활동하는 첩보원 '황하 1호'로 중일전쟁과 국공내전 시기에 활약했었지만, 전쟁이 끝난 뒤엔 무술을 버리고 대만에서 혼자 조용히 살고 있었다. 그러다 수십년만에 다시 재회한 육합당랑권 문중의 사형의 추천으로 대만 정부의 시크릿 서비스가 익힐 정식 무술 교관을 선정하는 자리에 나가 금나의 고수를 단 일격에 쓰러트리고 정부 관계자들의 인정을 받아 시크릿 서비스의 무술 교관이 되었고, 더 늙기 전에 자신의 무술을 전수할 제자를 찾아야겠다는 생각에 소곤륜을 비롯한 제자들에게 팔극권을 전수하게 된다. 실존인물인 대만 무단팔극권의 유운초 노사를 모델로 한 캐릭터. 젊은 시절엔 스승인 이서문의 영향을 알게 모르게 받았는지 '팔극권이 최강의 무술'이란 아집이 적잖게 있었지만 육합당랑권의 달인에게 한번 호되게 당한 이후, 팔극권이 전부가 아니라는 걸 깨닫고 팔괘장을 비롯한 타 유파의 무술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유연함을 가지게 된다.[10] 이런 생각의 유연함은 제자들에게도 이어졌는지 소곤륜을 비롯한 여러 제자들도 팔극권 이외에 다른 무술들의 달인들이기도 한데, 특히 소곤륜의 사형제인 서운학은 진식태극권, 그 중에서도 홀뇌가를 켄지에게 가르쳐주기도 했다.
5. 만화로서의 권아
기본적으로 현대를 배경으로 한 소년 무협물의 성격을 띄고 있으며, 현실적인 무술의 요소를 작품의 큰 줄기에 포함시켰기에 같은 장르의 다른 작품들과 비교하면 '''현실성'''이 강하게 느껴진다. 물론 이게 진짜 검증 가능한 현실이 어느 정도 반영되었느냐는 별개. 연재 시기가 시기인 것도 있지만, 주인공이 10대 소년인 것 치고는 당시 유행하던 '''극화풍'''[11] 의 작화가 독특한 매력이 있다. 여기에 당시로서는 일반인이 접하기 힘든 중국 권법 계통의 이런저런 고증이 들어가다 보니 '''만화적 과장이 거의 과장처럼 보이지 않는''' 효과가 있다. 이는 격투기를 다루는 다른 만화들과 일정 정도 차별화되는 신선한 매력을 낳았다. 중반부터는 일본을 떠나 대만, 홍콩 구룡성채, 중국 하북, 하남성, 소림사 등을 섭렵하는 주인공의 여정 때문에 무술 영화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만화로서의 재미를 따지자면 단연 수작으로, 애초에 작품이 재미가 없었다면 이 작품의 선풍적인 인기를 통해 중국 권법에 대한 새로운 편견이나 오해가 생겨나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스토리를 거칠게 요약하면 '할아버지에게 권법을 배운 주인공이 소식이 끊긴 할아버지를 찾아 중국으로 여행을 떠난다' 정도이지만, 이 과정에서 현실적인 '''느낌'''을 강하게 주면서도 박력 넘치는 격투씬 등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어디까지나 허구를 다루는 만화로서 평가한다면, 단연 독특하고 뛰어난 완성도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주인공인 켄지는 중반부에 팔극권을 보다 깊이 수행하면서 이서문의 직제자로부터 팔극권을 전수받고 비밀결사 '유니온'의 일원이 되는데, 이 유니온은 아무리 봐도 위험한 일에 손대는 사람들도 많고 여러모로 수상쩍은 비밀결사이다. 켄지는 가입하겠냐는 질문에 '''하늘을 우러러 부끄럼 없는 사람들의 모임이라면 들어가도 좋습니다'''라고 대꾸해서 최고 간부들이 빙그레 웃기도 했다. 보통은 '''제발 받아주십쇼''' 정도가 일반적인 반응이기 때문. 아무튼 이를 계기로 중국인들 사이에서 한 가족으로 대우받고, 중국 각지를 돌아다니면서도 유니온의 일원임을 밝히면 즉시 도움을 제공받을 수 있었으니 스토리 진행상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켄지가 모범생으로 살기를 바랐던 부모님의 소망과는 전혀 달리 '''범죄조직의 회원'''이 되었다고 볼 수도 있다.
6. 그런데 무술자료로는 아니다
단적으로 말한다. 이건 '''무협만화'''다. 물론 생소한 무술에 대한 '소개'로는 무척 좋다. 작품의 메인인 팔극권부터 그렇고, 권아가 나오기 전에는 국내에 잘 알려지지도 않았던 송도관 가라테와 강유류 가라테가 언급되었으며, 다케다 소카쿠의 대동류합기유술, 중국의 공원이나 광장 등에서 할머니, 할아버지들이나 하는 걸로 알았던 태극권이 아닌, 실전성으로 이름 높은 진식태극권을 소개했다.[12] 거기다 현재 나무위키의 중국권법 항목에 있는 거의 모든 중국 무술이 짤막하게나마 소개가 되었다. 하지만 의의는 여기까지다.
만화는 팔극권의 전투장면을 현실감 있어 '보이게' 묘사했지만, 그렇다고 진짜 만화에서 묘사된 것처럼 전투할 거라고 상상하면 안 된다. 예를 들어 소림사 편에서 소림권을 쓰는 악역이 추퇴(揪腿)를 쓰는데[13] 이걸 초식인양 묘사했다. 실제로는 아무 쿵후도장에 가도 배우는 기본공[14] 인데다가 만화 속처럼 그 기술 하나만 딱 쓰는 것도 아니다. 즉 중국무술이나 각 무술이 가지는 전투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이 없다는 이야기다.
이는 기본적으로 작가인 마쯔다 류우지의 중국무술에 대한 무지 때문이다. 유튜브에서 마쯔다 류우지가 연무하는 팔극권 영상을 보면, 아마추어 눈으로 봐도 엄청 엉성하다. 말하자면 딱 만화로 그릴 만큼만 알고 있었다. 마츠다의 고증에 협력한 오련지 노사마저도 '무술 사기꾼'이라고 딱 잘라버릴 정도인데, 그도 그럴 것이 저 엉성한 실력을 가지고 팔극권 관련 사업까지 시도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마쯔다 류지의 팔극권 시범영상
마쯔다 류지의 번자권 시범 및 스파링 영상
마쯔다 류지의 추수와 촌경 강의동영상
물론 무술자료처럼 느껴지게 하는 건 있다. 투로(套路)를 실어버리고, 소위 요결(要訣)이라는 걸 실어버렸다.[15] 하지만 이것 역시 '이런 게 있다'는 '''소개'''의 영역으로만 받아들여야 한다. 모든 운동이 그렇지만, '''만화로 묘사된 것만 보고 익힐 수 있는 무술은 없다.''' 좋은 스승의 지도 하에 체화하는 것만이 유일한 길이다.
극화 느낌으로 리얼리티 분위기를 조성했다지만 사실은 현실성이 그렇게 뛰어난 것도 아니다. 어디까지나 현실적인 '''느낌'''일 뿐.... 소곤륜이 구사하는 점혈법이나 태극권의 달인이 구사하는 기공치료 같은 걸 보면 이 만화의 중국 무술도 당당한 허구의 영역에 한 발 걸쳐 있다. 특히 팔극권을 익힌 소곤륜이 건장한 해병대원들을 일대 일 결투로 차례차례 개박살낸 다음 '중국 무술은 너무나 뛰어난 살인의 기예이기에 인격이 덜 된 너희들에게 함부로 전수할 수는 없다'며 교관 제의를 거절하는 장면은 그야말로 '''판타지.''' 현대 중국 무술이 종합격투기와의 대결에서 어떻게 죽을 쑤고 있는지를 생각해 보자.
7. 그렇지만 의의도 있다
가장 큰 의의는 중국무술 중에서도 상 마이너에 해당했던 팔극권의 인지도를 대폭발시킨 것. 팔극권의 소개라는 점에서는 톡톡히 역할을 해냈다.[16] 그리고 마찬가지로 마이너 무술이었던 진식 태극권[17] , 심의육합권, 형의권, 팔괘장(八卦掌), 벽괘장 등등을 알린 공이 있다. 즉 90년대에 홍콩발 무협영화 약발이 다해가고 00년 이후로 종합격투기의 흥행으로 뇌리에서 완전히 잊힐 뻔한 중국 무술, 그 중에서도 마이너들에 대한 최소한의 정보는 제공한 것이다.
또한 글로 배운 무술, 입으로 배운 무술이라도 무술의 의의와 수련의 도에 대해서는 의외로 명쾌하게 잘 설명하고 있다. 원래 실무는 실무를 판 사람들이, 이론은 이론을 판 사람들이 빠삭한 법이다. 당장 스포츠 중계 해설자만 봐도 현역 탑 찍은 사람들만 대려다 앉혀놓지는 않듯이. 사실 서브컬쳐의 등장인물들은 권법 하나만 골라서 죽어라 파는 경향이 강한데 권아의 등장인물들은 '유연함이 모자라면 팔괘장도 배우고, 화경을 배우고 싶으면 태극권 공부 하고, 심의육합권하고 싸워야 한다면 심의육합권 기초도 배워 보고' 식으로 새로운 가르침에 도전하는 것을 당연스럽게 생각한다. 그게 안 되는 건 오직 이서문 한 사람뿐. 또한 사람마다 맞는 공부가 있고 안 맞는 공부가 있으니 가르치는 사람이 제자의 특징에 따라 다른 전수를 하는 유연함도 볼 만하다. 작중 주인공인 켄지는 나름 어렸을 적부터 오랫동안 수련을 쌓은 덕분에 동년배들보다 뛰어난 공부를 지니고 있었지만, 작은 체형탓에 자신보다 덩치가 크거나 힘이 센 상대들을 상대하기 위해 팔괘장과 태극권을 비롯한 무술들을 배우며 화경을 연마했고, 둔한 체형의 초등학생인 대우는 경공술엔 영 소질이 없었지만 동년배들에 비해 월등히 뛰어난 힘을 활용한 옥대공[18] 을 열심히 단련해서 막판에 아버지의 원수를 거의 죽일 뻔하는 위엄을 보여주기도 했다.
말하자면 권법의 실전적인 초수 묘사에서 허구나 얄팍함이 드러났지만, 오히려 권법뿐 아니라 인생의 이치에도 적용될 수 있는 유연함과 지혜는 잘 묘사한 편이다. 작중 최고 먼치킨 중 하나인 소림사의 오뢰스님은 10년간 일지공을 단련해서 떨어져 있는 촛불을 삿대질로 끄는 경지에 이르렀으나, 정작 감탄하는 동자승들에게 '이런 건 구경거리에 지나지 않는다. 난 겨우 이게 가능해지고 나서야 인생에는 더 중요한 목표들이 있다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단다' 라고 한탄하기도.
8. 기타
2010년대 이후에는 거의 잊힌 듯하다. 더 아쉬운 점은 이 만화가 언급되면 대부분이 '팔극권의 실전성'이니 뭐 이런 종류로 빠진다는 점이다. 실상 만화라는 측면에서 보면 재미있는 만화인데, 쓸데없이 현실적으로 보인 게 이 만화의 독이라면 독. 엄밀히 말하면 만화와 현실을 구분하지 않으려 한 사람들 때문이다.
[1] 아이큐 점프에 연재되기 전엔 '권법소년', '용소야', '프라레슬러 대장군'으로 유명한 다이나믹 콩콩 코믹스에서 '영무자'란 제목으로 나온 적도 있다.[2] 중국무술에서 위력을 내기 위해, 발을 지면에 힘껏 딛는 동작. 소위 침추경(沈墜勁)을 끌어올리기 위한 동작이라고 하며, 당연히 그냥 발만 냅다 쿵쿵 딛는다고 되는 게 아니다.[3] 고 켄지 - 조용권, 요코하마 - 인천..이런 식..[4] 한 권당 페이지수가 500페이지가 넘는 두툼한 분량이다.[5] 명문 고등학교 진학을 앞두고 아키라가 소속된 폭주족들간의 패싸움에 연루되는 바람에 3류 고등학교로 진학을 하게 된다.[6] 이 때 켄지의 연환퇴를 턱에 제대로 맞아 턱에 흉터가 남는다.[7] 처음엔 맨손으로 켄지를 몰아붙이다 나중엔 유성추, 단검등 흉기까지 동원하는 추태를 부린다. 어지간하면 좋게 끝내려고 했던 켄지도 이런 토니의 모습에 분노를 느꼈을 정도.[8] 대만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부대의 내로라하는 격투기 강자들을 혼자서 KO시켰고, 자신의 고향인 대남에서 옛 스승과 친구들을 못 살게 구는 부잣집 아들과 그 아들이 데려온 조폭들을 한밤중에 조용히 찾아가 점혈을 찍어 전부 제압했다.[9] 사부인 유월협이 바쁜 관계로 자신의 제자인 소곤륜에게 켄지의 지도를 부탁했는데, 소곤륜은 켄지와 체격도 비슷해서 작은 체격으로 고민하는 켄지에게 작은 체격으로도 얼마든지 큰 상대와 싸울 수 있는 방법들을 전수해 주었다. 단숨에 상대와의 거리를 좁혀 상대의 얼굴에 정권을 날리는 '전질보'가 대표적. 이 밖에 소곤륜에게 수련을 받으면서 켄지는 팔극권 투로 이외에도 내가기공도 같이 익힘으로서 기를 어느 정도 다룰 수 있는 경지에 이르게 된다. 쉽게 말해 '함부로 사람을 치면 큰일나는 경지'에 다다른 것.[10] 성 대인의 손녀인 유미에게 팔괘장을 가르친 것도 유월협이었다고..[11] 동 작가의 '지저스' 등의 그림체를 그대로 유지한다고 보면 된다.[12] 물론 진식태극권의 전래 자체는 쿵후가 유행했던 70~80년대 부터 거의 다이렉트로 수입된 적도 있긴 했지만, 아는 사람만 알았지 대부분 몰랐다. 그리고 국내에 본격적으로 알려진 것은 90년대 들어서라는 게 보다 정확하다.[13] 작중 묘사에서는 다리걸기와 손으로 걸어넘어뜨리기가 동시에 있는 기술. 원작자의 저서를 통해 소개된, 제법 알려진 대련용 투로, 칠수권(七手拳)에 있는 기술인 파도수추퇴(破刀手揪腿)와 거의 같다.[14] 이는 중국무술이 널리 보급된 이후, 정확히는 당랑권의 실용성이 알려지면서 널리 퍼졌다는 설이 유력하다. 그리고 국내에서 가장 세력이 컸던 중국무술들 중의 하나가 당랑권이었던 탓도 있다.[15] 이것 때문에 한때 한국에서 팔극권 독학해서 고수돼야지 항가항가하는 인종들이 많았다. 인터넷이 대중화되기 전, PC 통신 등에서도 이 만화로 비롯된 팔극권 열풍 탓인지, 일본의 통신교재 등까지 구입하여 팔극권 독학하고는, 스스로 은거한 화교노인 등을 사부로 내세워 고수인 척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당시 실제 무술을 수련하던 실력자들 중에서는 이 사실을 알고, 그들의 거짓말을 밝혀내거나, 심지어는 직접 찾아가 대련을 신청하여 망신을 준 내용이 PC 통신의 무예동호회(대표적으로 나우누리 무예동) 등을 통해 공개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중 일부는 중국의 개방 이후, 중국에까지 가서 유명 노사에게 돈으로 수료증 등을 사와서는 다시 고수흉내를 내기도 했다. 수련모임이나 지도회 등까지 만든 사람들도 있는데, 그 와중에서 자신의 수련모임에 온 사람들 중 실력 있는 수련생들, 엄밀히 말하면 타 무술을 수련하던 사람이 무술대회 등에 참가해서 좋은 성적을 내면, 그것이 자신의 지도 덕분에 이루어진 것처럼 포장하여, 나는 모든 걸 다 이루었다는 식으로 떠들어대어 비웃음을 사기도 했다. 하긴 이소룡도 그 비슷한 짓을 하기는 했었다. 그러나 일방적인 매도나 조소도 조금은 곤란한 것이, 나름대로는 수련이나 운동이라는 걸 꾸준히 하다 보니, 그저 그런 무술 조금 한 사람들보다는 나은 실력을 갖추게 된 사람도 없지는 않다. 그리고 그런 모임들 중에서는 아직까지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곳도 있다. 이것도 어찌 보면 무술의 보급이니, 권법소년(권아)의 영향력이 대단했던 셈.[16] 이후 일본 서브컬쳐에 심심찮게 팔극권이 등장하는 것도 모두 다 권아 덕분이라고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니다! 특히 Fate 시리즈에 이서문이 아예 서번트로 등장하는 것은 빼박 이 작품의 외전에서 이서문 일대기를 재미있게 그려낸 덕분.[17] 오늘날 한국에서야 태극권 하면 대부분이 진식태극권을 표방하는 도장이라서 의외일지 모르지만, 만화가 나온 일본에서, 아니, 전 세계적으로 태극권하면 백이면 백 양식(혹은 양가: 楊家)태극권이었다.[18] 정면에서 끌어안아 몸통조이기를 거는 무공. '''베어 허그'''라고 보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