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승전결

 


1. 의미
2. 예시
3. 결론


1. 의미


起承轉結
한시(漢詩)를 지을 때 자주 사용되는 내용 구성 방법의 일종이다. 특히 절구체에서 많이 사용되는데, 시상을 불러일으키는 기구(起句), 그것을 더욱 발전시키는 승구(承句), 급작스럽게 시상을 전환하는 전구(轉句), 기승구와 전구의 서로 다른 시상을 연결시키면서 더욱 강한 효과를 일으키며 여운을 남기는 결구(結句)로 끝맺는 방식을 사용한다. 지금에 와서는 영화나 TV드라마에 쓰이는 5막 구조와 거의 동의어로써 사용한다. 하지만 분명한 차이점이 있으니 어떤 차이가 있는지 알아두는 게 좋다.
'''기(起)는 시작하는 부분'''
한자로는 ‘일어날 기’로, 시상을 일으키고 문제를 제기한다. 새로운 인물이 등장하고 새로운 초목표가 일어나며, 새로움이 넘치고 생기가 발랄해야 한다. 주로 주인공은 어떤 '일'을 통해 욕망이나 욕심이 깨어나 '초목표'를 결심하게 된다. 5막구조의 초목표는 주인공이 자신에게 일어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결심한 경우가 많은데, 기승전결에서의 초목표란 주인공이 자신의 욕망을 달성하자고 결심한 경우가 많다.

'''승(承)은 전개하는 부문'''
한자로는 ‘받들 승’으로, 기를 이어받아 이야기를 진행한다. 행동의 시작이다. 기에서 나타난 초목표를 받들어, 주인공은 승에서 행동을 구체적으로 펼치는 것이다. 여기서도 5막 구조와의 차이점이 있다. 5막 구조에서 주인공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행동하는데 반해, 기승전결에서 주인공은 오로지 자신의 욕망을 위해 행동한다는 것이다. 대신 주인공의 내면과 그의 행태를 좀 더 자세하게 탐구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전(轉)은 전환하는 부분'''
한자로는 ‘변할 전’으로, 장면과 시상을 새롭게 전환시키고, 결정적으로 방향을 한 번 전환하는 것을 말한다. 반전 혹은 도약이 핵심 포인트로서 승을 뒤집는다. 이제까지 '승'에서 주인공은 자신의 욕심이나 욕망을 위해 일방적으로 행동을 해왔다. 그러나 '''전'''에서는 주인공이 이를 달성하는 모습을 그리지 않고 '''달성에 실패한 모습'''을 그린다. 이야기가 반전된 것이다. 주인공이 욕심을 위해 행동하니 불운한 결과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기승전결은 주로 '''교훈'''을 주기 위한 서사구조라고도 한다.
'''결(結)은 끝맺는 부분'''
한자로는 ‘맺을 결’로, 전체를 묶어 여운과 여정이 깃들도록 거두어 끝맺는다. 기승전에서 주인공은 욕심만을 추구해서 결국 불운을 맞이하게 되었다. 그래서 '결'에서는 앞으로 주인공이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분명하게 그 '''결정'''을 제시하는 단계다. 즉 독자에게는 구체적인 교훈이 제시되는 것이다. 이렇듯 기승전결이란 주인공이 적(대립자)을 물리쳐서 영웅(갈등의 해소)이 되는 5단 구조와 다르게, 교훈과 깨달음을 주기 위한 구조다. 그러니 시나리오(영화나 드라마의)를 집필한다고 해서 반드시 기승전결에 의한 작법 체계를 따를 필요는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5막구조와 더불어 가장 대중적인 작법 체계이기에 영화와 TV드라마 작가를 지향한다면 반드시 익힐 필요가 있다.

2. 예시


정지상의 송인(送人, 임을 보내며)을 예로 들자면 다음과 같다.
<起句(기구)>
'''雨歇長堤草色多'''
비 갠 긴 강둑에 풀빛 파릇한데,
비 개인 강변의 정경을 묘사한다. 시상을 불러일으킨다.
<承句(승구)>
'''送君南浦動悲歌'''
남포에서 임 보내며 구슬픈 노래 부르네.
님을 보내는 슬픈 노래를 부르며 이별의 슬픔에 젖는다. 시상을 이어받는다.
<轉句(전구)>
'''大同江水何時盡'''
대동강의 물은 언제 마르리오?
문득 강물에 대한 애꿎은 원망을 가지고 대동강물이 언제 마르냐는 질문을 던진다. 시상을 전환한다.
<結句(결구)>
'''別淚年年添綠波'''
이별 눈물이 해마다 푸른 물결에 보태지네.
해마다 이별의 눈물이 강물에 보태어져 마를 날이 없을 것이라고 답하며 여운을 남긴다. 시상을 끝맺는다.
다른 예로 고구려 유리왕의 황조가를 예로 들면 다음과 같다.
<起句>
'''翩翩黃鳥'''
펄펄 나는 저 꾀꼬리
눈 앞에서 날아다니는 꾀꼬리를 묘사한다. 시상을 불러일으킨다.
<承句>
'''雌雄相依'''
암수 서로 정답구나.
서로 정다운 암컷과 수컷을 묘사한다. 앞의 꾀꼬리를 더욱 상세하게 묘사한 것.
<轉句>
'''念我之獨'''
외로워라 이 내 몸은
갑자기 앞의 내용과는 관계없이 자신의 외로운 처지를 호소한다. 시상을 전환한다.
<結句>
'''誰其與歸'''
뉘와 함께 돌아갈고.
누구와 함께 돌아갈 것인가 하는 질문을 던지며 자신의 처지를 앞의 꾀꼬리와 간접비교함으로써 승구의 내용과 전구의 내용을 연결시키면서 여운을 남긴다.

3. 결론


영화나 TV드라마의 작법에 국한하여 봤을 때, '기승전결'이 한시에서 비롯된 것은 맞으나 헐리우드의 시퀀스와 구성점으로 만들어진 내러티브가 베이스가 된 현시점에서 기승전결에 의한 작법 체계는 필수불가결한 것으로 자리 잡았다.
물론 대중적인 기승전결 작법 쳬계를 깨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기승전결의 틀을 깨려면 반드시 그 구조를 익혀야만 한다. 모든 예술가와 작가는 기본적 틀을 익힌 뒤에 그 틀을 깰 수 있기 때문이다. 틀을 깨는 것과 틀대로 하지 않는 것은 다르다. 전자의 경우는 독자에게 "신선함"을 줄 수 있지만 후자의 경우는 "혼란"을 줄 수 있으니까.
따라서 현대 영화나 TV 드라마의 구조에서 기승전결을 배우고 익히는 것은 필수 요소라 할 수 있다. 그 이유는 명확하다. 이미 전 세계의 수 많은 시청자와 관객들이 헐리우드가 만들어낸 기승전결의 내러티브에 익숙해져 있고, 수 천년 간 이어져온 3장 또는 3막 구조의 승계이자 발전이기에 때문이다.
영화와 TV드라마를 지향하는 대중작가라면 반드시 기승전결의 구조론을 마스터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