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서한
1. 개요
풍종호 무협소설 『호접몽(胡蝶夢)』의 육대세가(六大勢家) 중 최고의 가문이라는 모용세가(慕容勢家)를 떠받치는 냉씨 가문의 가주로, 냉천휘가 하나뿐인 아들이다. 차가우리만치 냉정한 성격과 그에 어울리는 날카로운 검술을 자랑한다."노가주의 검이 앞에 있습니다. 최소한의 예의는 지켜주십시오."
"천휘, 너는······!"
"돌아가신 다음에도 이 가문에 의지한 사람들이 의지할 바를 잃어 박대당하는 일이 없도록··· 그렇게 말씀하시더군요. 자신의 한 점뿐인 혈육을 잃었을 때도 그 원흉을 찾는 일보다는 가문의 기둥이 사라졌다 해서 일어날 동요로 혼란을 겪는 일이 없도록, 실종이라 말씀하셨지요."
"나를 비난하고 싶은 게냐?"
"비난받을 일이 계십니까?"
"천휘, 너는 내 아들이다. 냉가의 적손(嫡孫) 임을 잊은 것은 아니겠지?"
- 『호접몽』의 냉서한과 냉천휘가 나누는 대화 중 발췌.
2. 행적
냉서한은 모용성, 유장룡과 어릴 때부터 같이 자란 죽마고우(竹馬故友)이다. 약관을 넘겨 셋이 여행을 하는 중에 난주(蘭州) 근방의 귀망파(鬼魍派)에서 모용호를 납치하려 보낸 정예 40여 명을 두어 번 숨을 들이쉬고 내쉴 사이에 모조리 도륙한다. 그로 인해 이름 없던 그에게 ''''검(劍)의 마(魔)''''가 씌워져 있으며, '검마의 관(關)을 넘지 않고는 모용을 넘볼 생각하지 마라!' 소문이 순식간에 퍼진다. 그리고 여행하는 내내 모용호의 좌우에 유장룡과 항상 서 있어 '''쌍절(雙絶)'''이라고도 불린다.
그는 모용세가에 나와서 냉씨 가문을 일으켜야 한다는 아버지 냉약충의 말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멀쩡히 잘 살고 있는 곳에서 왜 나와야 하는지 몰랐다가 이 여행으로 세상을 알게 되고, 아버지의 말에도 공감한다. 그러나 같이 커 온 모용성의 모습을 계속 곁에서 지켜보고 싶었기에 그는 모용세가에서 나오지 못한다. 세월이 흘러 기대를 걸었던 아들마저 역시 모용호에게서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자 그는 모용세가를 무너뜨릴 결심을 하고는 내분을 획책한다.
내분이 극에 이른 17년 전에 냉천휘는 어떻게든 살릴 의도로 모용호를 강제로 세가 밖으로 쫓아내지만, 결코 냉서한의 손을 벗어날 수는 없었다. 그는 아주 잔인하게 모용호의 사지를 자른 뒤 심장을 파내어 죽인다. 남은 세가의 주인 모용성은 워낙 무공이 뛰어나 독이나 암살 등의 방법을 사용할 수 없어서 지병으로 죽기 만을 기다린다. 그리하여 끝내 모용성도 4년 전에 병을 이기지 못하고 죽으면서 모용세가에는 더는 모용이라는 성을 사용하는 직계는 아무도 남지 않은, 냉씨 가문과 유씨 가문으로 갈라지기 일보 직전이 된다.
이리 분열된 상황 속에서 10여 년마다 열리는 논검회(論劍會)가 열릴 시기가 다가온다. 냉서한은 그 자리를 기회 삼아 모용세가의 몰락을 공표하는 동시에 냉씨 가문의 화려한 비상을 다른 오대세가에 보여주고자 한다. 그래서 모용세가의 명성을 확실히 깎아낼 암계(暗計)를 꾸민다. 겉으로는 총관 하청청에게 많은 돈을 사용하게 시켜 이목을 집중시킨 다음, 뒤에서는 무림오염라(武林五閻羅)에게 청부를 넣어 주서호의 거래를 훼방 놓아 모용세가의 자금을 날려 파산시킬 계획이었다. 그렇지만 묵린영(墨燐影)의 개입으로 계획은 어긋나 주서호의 말 거래는 대박을 터뜨린다.
더구나 냉천휘도 아버지의 뜻에 반해 모용세가를 지속시키려고 한다. 논검회에서 냉천휘는 냉씨 가문의 후손이 아닌 모용세가의 후계자로 참석하여 혜광섬혼검(慧光閃魂劍)을 펼치면서 다른 세가에서 넘볼 수 없는 여전한 힘을 증명한다. 이에 냉서한은 몹시 분노하나, 아들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염려에 냉천휘를 크게 몰아붙이지는 못한다. 이미 모용세가의 직계는 아무도 남지 않았으며, 아무리 부정하더라도 냉천휘는 자신의 아들임이 분명하니 그는 천천히 갈등을 봉합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모용세가에는 숨겨진 비밀이 있었다. 바로 묵린영이 모용호의 쌍둥이 형이었던 것이다. 예전에 냉서한이 모용호를 죽이는 것을 묵린영은 지켜보면서도 자격이 없는지라 막지 못했었다.[1] 이로 인해 깊은 한(恨)을 가진 묵린영은 지난 세월 각고의 수련 끝에 나비가 되었고, 가문의 일에 개입할 자격을 갖춰 복수를 위하여 모용세가에 온 것이었다. 결국, 묵린영이 던진 검은 쇳조각에 냉천휘는 얼굴이 꿰뚫려 죽는다. 이를 곁에서 지켜본 냉서한은 격노해 묵린영에게 덤벼든다. 하지만 이기지 못한 그는 모용호에게 한 짓 그대로 묵린영에게 당하며 죽어 냉씨 가문은 몰락하고 만다.
3. 무공
- 절영검법(絶影劍法): 냉씨 가문의 그림자를 베는 검법이라서 냉가절영검(冷家絶影劍)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상승절기(上乘絶技)이다. 실로 쾌속(快速)하여 보는 이로 하여금 그 그림자마저도 베어낸 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만든다고 한다. 유씨 가문의 유마구절도법(幽魔九絶刀法)과는 우열을 가릴 수 없는 난형난제(難兄難弟)이다. 단지 연마하는 사람의 자질에 따라 차이가 나는 것이 고작일 뿐이라 두 가문에서는 후손의 자질에 대해 냉정히 검토한 뒤에야 전수한다.[2]
- 단홍참(斷虹斬): 무지개를 베듯이 잘라버린다는 절영검의 기수식이다. 절영검의 시작이면서도 그 최후의 변식을 암시한다고 한다.
[1] 모용성은 가문의 일에 묵린영이 나설 수 없다며 가로막아 냉서한이 모용호를 죽이는 것을 방조한다.[2] 참고로 『지존록(至尊錄)』에는 이대살수지법(二大殺手指法)이 나온다. 그중에서 마영추혼지(魔影追魂指)의 상극이 냉모려가 남긴 절영추혼검(絶影追魂劍)이라고 한다. 한자를 보면 알 수 있듯이 마영추혼지를 끊을 수 있는 검법을 냉모려가 창안한 것 같으며, 아무래도 이 절영추혼검이 전해져 내려와 냉가의 절영검법이 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