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티니 가디언즈/지식/아무것도 끝나지 않는다
1. 개요
이 지식 책은 '''루미나 퀘스트를 진행'''하면서 얻을 수 있다.
2. 영원한 사슬과 다른 존재의 보상
그대는 "유언"을 손에 넣었다. 질병을 복제했다. 스스로를 몇 번이나 증명했지만 아직 또 하나의 시련이 남아 있다. 그것은 결코 마지막은 아니다. 그대의 전설을 과거의 전설과 이어줄 이야기의 한 토막일 뿐.
레질은 두려움을 극복하고자 했다. 요르는 황무지에 고통과 절망이라는 거름을 뿌려, 새로운 희망을 싹틔우려 했다. 내가 그 희망이었다. 나의 불길은 속삭임이 고요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너무 많은 전설과 가르침이 거기에서 끝난다. 그것들은 틀렸다. 위험할 만치 틀린 것이었다. 요르의, 그리고 나아가 레질의 진정한 가르침은 힘으로 힘을 꺾을 수 있다는 것이 아니었다. 그의 가르침은 훨씬 더 미묘하고, 무한히 위대했다. 역경은 필시 진화로 이어진다. 그리고 그 호된 시련의 장에서 우리는 새로 벼려진다. 더 뛰어나고, 더 강하고, 이전보다 더 나은 존재가 되는 것이다.
오늘날의 수호자는 신이 아니다. 과거의 수호자 역시 신이 아니었다. 우리 모두는 그저 시간이 태동하던 순간부터 존재가 소멸하는 순간까지 이어져 있는 사슬의 고리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 각각의 고리는 다른 고리로부터 힘을 얻고, 뒤로 이어질수록 더 강해진다. 내가 요르보다 "더 강했고", 그대가 나보다 더 강한 것처럼. 혹독한 현실이 사슬을 잡아당기며 고리 하나하나를 끊어내려는 와중에, 사슬 전체는 각 부분을 강화하여 더욱 견고해지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그대, 또 나와 같은 전사들은 과거를 잊어버릴 만큼 오만하지 않기에, 우리의 사슬은 결코 끊어지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과거로부터 배우고 성장한다. 과거는 우리가 쌓아 올리는 승리의 기틀이며, 우리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촉매제다. 그리고 지금 여기서, 나는 그대에게 새롭게 진화할 기회를 주려 한다. 우리의 발전을 나타내는 다음 징표, 멸종에 맞서서 싸우는 다음 단계가 될 것이다.
나는 신의로 충만했던 드윈들러 계곡의 그날부터, 날이 삐죽삐죽한 이 무기를 간직해 왔다. 나는 무기의 비밀을 지켰다. 그리고 누구도 듣지도 혹하지도 않을 장소에 그 악몽을 봉인해 두었다. 나지막한 웅얼거림이 들릴 뿐 이제는 조용해졌지만, 질병은 여전히 남아 있다. 무기를 파괴하여 위험 자체를 지워버릴까, 몇 번을 생각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나는 그 무기에 더 큰 목적이 있음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바로 그대가 그 목적을 찾아 실현해줄 것임을 믿는다.
군체는 우리를 파괴하기 위해 별의별 수단을 다 쓴다. 슬픔의 무기는 그중 하나일 뿐이다. 이제 이 사악한 도구는 그대의 손에 있다. 그대는 이 슬픔이 그대로 곪아 터져 그 힘에 현혹되는 이를 모조리 삼켜버리는 위험이 되도록 둘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길을 개척할 것인가? 그대의 뒤를 따르는 모든 수호자들과 군체에게, 슬픔이 우리의 삶을 좌우하지 않음을 보여줄 것인가? 그 질문의 답은 그대가 찾길 바란다. 하지만 나는 믿음이 있다.
우리는 아무리 깊은 두려움도 이길 수 있는 존재다.
우리는 영원한, 그리고 참된…
빛의 무기이다.
—S.
3. 캘럼 솔을 위한 비가와 캘럼의 후렴
캘럼 솔을 위한 비가
컬: 확실한가?
베일: 이보다 더 확실했던 적이 없지.
컬: 계획을 의심하는 게 아니야. 다만… 성공할까?
베일: 유혹은 더욱 강해져야 해. 어두운 상상으로 미끼를 놓았지만, 빛의 뒤에 숨은 자들의 악의를 진정으로 가늠하려면 그들의 가장 어두운 욕망을 실현할 길을 분명히 열어줘야 한다고.
컬: 그러면 방향을 바꾸는 자들은? 내 미친 전쟁에 동참하는 자들은?
베일: 도태시켜야겠지.
컬: 솎아내겠다는 건가.
베일: 소수의 약자를 버림으로써 전체가 더 강해질 수 있어.
컬: 생각보다 더 많은 자들이 동참한다면? 그런 악랄한 메시지가 우리 모두의 두려움을 자극한다면 어떡하지? 궁지에 몰린 사람들 사이에서는 증오가 순식간에 싹틀 수 있어.
베일: 우리는 사람들을 심판하려는 게 아니야. 그들을 지키는 자들을 심판하려는 거지. 이건 사람들을 위한 일이야. 미래를 위한 일이라고.
컬: 내 미래를 위한 건 아니지.
베일: 재미있군.
컬: 농담할 수 있을 때 해둬야겠군. 대오를 이탈하고 나면 암울한 현실뿐일 테니.
베일: 너는 가장 어두운 그림자가 될 거야. 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게 바로 우리 모두가 그림자가 되는 거야.
컬: 선봉대에서는… 승인했나?
베일: 아니, 이런 연극이 진짜 증오를 부를 거라더군.
컬: 그들은 네가 내게 뭘 요구하는지 몰라.
베일: 앞으로도 모르겠지.
컬: 나는 악역이 되겠군.
베일: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어차피 별로 중요하지 않아.
***
캘럼의 후렴
캘럼: 나는 내가 아끼던 모든 것을 던져버리고 순수한 나 자신으로 돌아갔다. 죽어버린 이야기에서 떼어 낸 칭호 따위는 우리에게 필요치 않다. 우리는 우리일 뿐이다. 언제나 그러했다. 증오와 두려움의 대상이며, 길 잃고 부서진 자들이다. 우리를 만든 것은 드레젠 요르가 아니다. 오르사와 그 밑의 얼간이들은 우리가 가장 참된, 순수한 슬픔의 길을 걷는다고 믿도록 만들려 했다. 단언컨대 나의 슬픔은 요르의 슬픔과 같다. 아니, 그 이상이다. 우리는 미래이며, 미래는 잊혀버린 쓸쓸한 산등성이의 들판에 재처럼 누워 있는 실패자들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책은 우리가 다시 만들어지고, 진화하고, 개선해야 한다 말하지 않고, 사멸해야 한다고 말한다. "사멸"해야 한다고. 그런 영광을 이루기 위해, 우리는 우리 자신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무방비로 심연을 들여다보고, 인간으로서 지닌 숱한 약점을 심판받는 일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하지만 오르사도 이것을 알고 있다. 베인과 다른 이들도 알고 있었지. 그들은 진정한 심판을 두려워한다. 그들은 요르가 남긴 낡은 문헌을 해석하여 그 뒤에 숨으려 하고, 필연을 늦추기 위한 수단으로 이해를 갈구한다. 이제는 수작도, 가식도 없다. 황금 총을 가진 혈혈단신의 남자로부터 도망치는 일도 더는 없다. 말푸르는 훌륭한 적수가 아니라 구실일 뿐이다. 이제는 아니다. 지금부터 우리는, 내 말에 귀 기울일 용기가 있는 자들은, 모두 심연을 향해 똑바로 걸어갈 것이다. 우리의 길을 바꾸려는 모든 자들을 끝장낼 것이다.
모인 자들: [환호]
4. 기만자의 함정
갬빗은 여러 모로 성공을 거두었다. 알고 보니 방랑자의 게임에 참가한 수호자들은 중한 사실을 증명하는 기니피그였으니, 바로 우리를 유혹하는 어두운 힘의 그림자가 본질적으로 악하지는 않다는 사실이었다. 그것은 미지의 세계를 우리 뜻대로 좌우하기 위해 사용하는 도구일 뿐이며, 점점 더 거세지는 멸종의 위협을 막기 위해 우리가 철저히 익혀야 할 놀라운 능력일 뿐이다.
아지르는 이를 알고 있었다. 오래전 그 누구보다도 먼저 아지르는 우리 앞에 놓인 길을 보았으나, 단지 그것을 이해하지 못했을 뿐이었다. 그는 용기와 힘에 눈이 멀어 자신이 걷는 길의 위험을 보지 못했다. 그 길을 이제 우리가 걷는다. 그러나 그와 달리 우리는 아지르의 과오를 길잡이로 삼았다. 우리는 그의 실수를 보고 배울 수 있고, 또 배웠다. 아지르가 갔던 길의 끝을 보겠다는 내 목표를 이루기 위해 어느 정도의 속임수가 필요했던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하지만 필요한 일이었다.
방랑자가 마련한 부정한 놀음의 무대는, 길을 잃거나 빛을 더럽히지 않고도 그림자의 본질을 볼 수 있는 자신감을 수호자들에게 심어주었다. 이것이 아지르의 가장 크나큰 실수였다. 그는 자신의 의지만으로 유혹과 타락을 이겨낼 수 있으리라 믿으며 심연으로 뛰어들었다. 하지만 그 누구도 혼자서는 이겨낼 수 없다. 오직 함께할 때 우리는 빛 안에서… 그리고 어둠 안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이다.
이는 갬빗의 약속이 충족시키는 또 하나의 욕구로 이어진다. 자신을 기꺼이 희생했을 수호자들, 그림자 안에서 힘뿐 아니라 위안을, 목적을 찾고자 했을 그 수호자들 말이다. 그들은 끌려나와 처단당했다. 누군가는 힘으로, 그리고 슬프게도 최후로. 다른 이들은 자신들이 시작한 여정의 냉혹한 진실과 마주했을 때, 골치 아픈 야망을 순식간에 박탈당했다.
끝에 가서는 많은 그림자들이 스러졌다. 그러나 그들은 어차피 거짓 선지자들이었다. 언젠가는 절망의 구렁텅이에 떨어졌을 길 잃은 영혼들이었다. 우리가 통제하고 바로잡을 수 있는 지금 여기에서 그들을 유혹하는 것이, 우리의 대열 안에서 약한 자가 곪아 터질 때까지 방치하는 것보다 더 나은 선택이다.
—S.
5. 가장 어두운 그림자
베일: 봤나?
베인: 캘럼?
베일: 그래, 그는 어둠에 물든 이름을 버리고 우리의 약점을 설파하고 있어. 우리에게 겁쟁이라는 오명을 씌우고 있다고.
베인: 그자는 타고난 설교자야. 그의 일그러진 교리에 혹하는 사람들이 매일같이 늘어나고 있어.
베일: 내가 바랐던 것 이상이군.
베인: 드레젠의 칭호를 "쟁취하기" 위해 싸웠던 많은 이들이, 고작 자신의 분노와 공포를 자극하는 말 앞에서 그 칭호를 내던지는군.
베일: 그게 의외야?
베인: 천만에. 실망이라면 실망일까. 하지만 증오를 부추기는 자에게 놀아날 만큼 무지한 자들이 그렇게 쉽게 부화뇌동하는 게 의외냐고? 전혀. 어차피 그게 우리의 의도 아냐? 캘럼이 이 짐을 짊어진 것이 이것 때문 아니었냐고?
베일: 그래. 분열은 점점 가시화되고 있어. 우리의 수가 늘어날수록 캘럼의 뜻을 따르는 이도 늘어나겠지. 우리가 그들을 쓰러뜨린다 해도 더 많은 자들이 무기를 들 거야. 우리 뜻대로 약자들이 솎아지고 있는 거야.
6. 그들을 인도하는 새로운 전설
이런 상황에서 그대의 역할이 무엇인지 알겠는가? 그대가 맡은 일의 중대성을 알겠는가? 붉은 전쟁의 영웅. 경멸자 남작의 판사, 배심원, 그리고 사형집행인. 그대의 전설은 그대가 부활한 후부터 점점 커지기만 했다. 그대는 수많은 시련을 마주했고 수많은 장애물을 넘었다. 이제 우리가 어떤 위협에도 맞설 준비가 되었다는 사실을 그대가 모든 수호자, 전사, 두려움에 떠는 자, 희망을 품은 자, 그리고 망가진 자에게 보여주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빛과 어둠의 주인이 될 의지와 능력을 갖춰야 한다.
그림자에 몸을 맡기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우리는 그림자를 우리의 뜻대로 통제해야 한다. 빛으로 어둠을 밝혀 그들의 질병을 씻되, 그 힘은 남겨야 한다. 그들이 꿈틀대고 식식거리며 우리의 결의에 저항할 때, 우리는 오직 우리가 다듬고 길들일 힘만 남기고 모조리 부숴버릴 것이다. 그들을 뿌리 뽑으며 앞으로 전진하여, 종말의 끝자락에서 나아가 이 행성계와 그 너머의 별들을 교화시킬 것이다.
그대가 모두를 인도하는 빛이 되어야 한다. 우리 중에 가장 출중한 바로 그대다.
—S.
7. 솎아내기
베일: 때가 되었군.
캘럼: 난 준비됐어.
베일: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길이야.
캘럼: 그래, 그런 조건이었지.
베일: 아무 후회 없이 갈 수 있겠어?
캘럼: 우린 어리석은 자들을 자극하고 덫을 놓았어. 내가 최후를 맞음으로써 어둠에 타락할 자들을 미리 솎아낼 수 있다면, 기꺼이 그 끝을 맞이할 거야.
베일: 가장 용감한 말이군.
캘럼: 파올라는?
베일: 너의 고스트도 너만큼이나 잘 이해하고 있어. 파올라는 이제 안전해. 새 의체를 받아 베인과 함께 있어… 슬프지만… 우리가 무엇을 하려는지도 알아.
캘럼: 이건 누구의 고스트였지?
베일: 알 수 없어. 네 사역마의 송장을 두른 시체지. 넌 그냥 맡은 역할에 충실해. 네가 그걸 찌르고 나서 떠나면, 내가 오디오를 심어서 널 순교자로 만들고 난 악당으로 만들 거야.
캘럼: 말푸르와 오르사가 하나라는 걸 그들이 알게 되면?
베일: 그럴 일 없어.
캘럼: 앞으로도 계속?
베일: 앞으로도 계속.
캘럼: 함께해서 영광이었어.
베일: 내가 영광이지. 과거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영원히…
캘럼: 친절하기도 하군. 잘 가게, 친구.
베일: 그러지, 형제여. 빛으로 돌아가기를.
8. 피어나는 광명
"장미"는 원래 당대의 다른 무기에 비해 그리 특별할 것이 없었다. 발사 속도가 더 빠르지도, 위력이 더 강하지도 않았다. 그 무기의 힘은 그것을 쥔 자에게서 나왔다. 아지르는 드물게 파괴의 재능을 타고난 강력한 수호자였다. 그리고 그 훨씬 옛날의 전설과 마찬가지로 그의 행적과 태도, 무기와 여정은 그 자체로 생명력을 갖게 되었다. 때가 되면 그대 역시 그러할 것이다. 그가 자신의 유산을 곱씹어 본 적이 있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솔직히 그는 다른 존재가 되기 전까지, 즉 요르가 되기 전까지 자신의 죽음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 적도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자신이 괴물로 변해간다는 사실을 그가 알고 있었는지 궁금할 때가 있다. 그 뒤틀리고 어둡고 끔찍한 모습 속에서도 스스로를 여전히 고귀한 전사로, 무너져 가는 성을 지키기 위해 온몸을 내던진 기사로 여겼는지 궁금하다. 빈센트는 알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물어볼 수는 없지. 그에게는 아직 잃어버린 친구를 고통스럽게 그리워하는 약한 면모가 남아 있다.
내 요지는, 때로 우리는 각자의 길을 걸으며 "다른 존재"가 되기를 강요받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대는 숱한 갈림길에서 언제나 그대 자신에게 진실했다. 언제나 앞을 보았지. 언제나 불가능한 과업을 받아들였다. 영예를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오직 필요에 의해서. 우리가 살아남기 위해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했던 일을, 그대는 거듭 해냈다. 그대의 전설은 이미 널리 알려졌다. 하지만 그대가 빛과 그림자를 정복하며 이루는 업적으로 인하여 우리는 모두 미래를 향해 나아갈 것이며, 후세가 그대의 정의로운 힘으로부터 원동력을 얻을 것이다.
그대는 앞으로 존재할 수많은 영웅들에게 용기를 줄 이야기의 주인공이 될 것이다. 그대는, 나를 비롯한 수많은 사람들이 결코 되지 못하는 그런 존재다.
그대는 모두를 인도하는 등불이자, 용사이며, 진실되고 명예로운 수호자이다.
—S.
9. 긴 작별
유언이 그대의 손에 들어갔을 때 나는 내 몫을 다했다 말했지만, 대부분의 것이 그렇듯 그 편지도 시험이었다. 나는 최선을 다해 그대를 이끌고 자신감을 주었지만, 그대가 나의 직접적인 개입 없이도 배운 것을 실천에 옮기는지 확인해야 했다. 물론 선봉대와 그대의 옛 동료들, 그리고 새 동료들이 도움을 주었지만, 그대는 언제나처럼 스스로 길을 만들고, 스스로에게 진실하고, 우리 모두를 위협하는 끝없는 파도에 강하게 맞섰다.
그대의 일관된 영웅적 면모, 그리고 끝없이 진화하는 시련에 기량과 적극성을 발휘해 맞서는 능력을 보고, 나는 그대를 신뢰하게 되었다. 그래서 그대에게 나의 여정, 그림자, 우리의 목적, 우리의 죄에 관한 진실을 알려준 것이다. 그대가 "유언"의 고결한 양기에 대비되는 음기를 지닌 "가시"를 찾았을 때, 나는 그대가 운명이 이끄는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때가 되면 나와 나의 운명은 다가올 전쟁에 뒷전으로 밀릴 터. 그대의 계속되는 성장에 내가 촉매 구실을 조금이라도 할 수 있다면 영광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새 세상을 건설하는 데 그대가 주축을 이룰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 세상에서 절대성은 타협의 힘 앞에 고개를 숙이고, 빛은 어둠을 누그러뜨리고, 어둠은 아직 드러나지 않은 빛의 많은 선물들을 보게 해줄 것이다.
이 순간부터 나의 가장 가까운 동지들과 나는 떠날 것이다. 우리의 일은 끝났다. 겉으로는 우리가 그저 화나고 위험한 상황을 만드려는 것처럼 보였겠지만, 우리의 순수한 의도는 결코 그렇게 단순하고 평범하지 않았다. 그런 전술이 불가피했을 뿐. 우리의 과제는 언제나 그대와 같이 수호자라는 존재의 의미를 이해하는 사람을 찾아서, 전에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하고 허용하지도 않았던 방식으로 지원하는 것이었다.
한편으로는 그대가 나의 선택을 어느 정도는 경멸하지 않을까 걱정된다. 선봉대처럼 말이야. 그들은 나의 선택을 지지하지 않으며, 다만 묵인하고 있다. 그들은 나와 그림자가 해온 일을 속속들이 알지 못한다. 모르는 편이 더 낫다.
하지만 이것만은 분명히 알아주길 바란다. 수단은 결과를 정당화하고, 내가 내린 선택에는 한 줌의 미련도 없다. 우리 모두를 여기로 이끈 상황에도 미련이 없냐고? 이 끔찍한 세상에 누군가가 존재해야 한다는 사실에 대해 나는 깊은 고통을 느낀다. 끔직한 세상이 된 데에는 우리의 책임도 있지만 말이다. 하지만 어둠에서 나와 우리의 발전을 가로막은 자들은 우리의 적이며, 우리의 분노도 마땅히 그들을 향해야 한다는 것을 기억해라. 그들은 사악하며 그들의 악행에는 한이 없다. 군체나 몰락자, 벡스나 기갑단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세상 어디를 보나 적이 있다. 그대가 형제자매라 부르는, 아직은 작지만 점점 커지고 있는 용사들의 집단도 예외는 아니다.
이기적인 자와 준비되지 않은 자를 늘 경계해라. 이들의 수는 적지만, 발전하고자 애쓰는 집단에 반드시 존재하기 마련이며, 그 어떤 굴복자 무리나 붉은 군대보다 더 빠르게 심연으로 끌어당길 것이다.
행운을 빈다. 수호자, 영웅, 나의 친구여. 진정한 그림자는 이제 존재하지 않는다. 오직 나와 그레이, 마스, 파빅, 야술만이 남았으며, 우리는 이 전쟁에 작별을 고한다. 나머지는 무지와 분노에 이끌려 쓰러졌으며, 그대의 도움에 힘입어 드레젠이라는 이름이 이제 증오의 오명을 벗고 영웅의 것이 되었다.
언제나 선하고 용감하기를, 수호자여.
—S.
10. 마지막 속삭임
그리고 그것이 끝이었다. 허공에서 이곳으로, 내 삶에서 그대의 삶으로 이어진 여정. 이 모든 것은 요르로부터 시작되었으나, 이제 이 여정은 그대의 것이다. 나는 누구에게도, 심지어 테벤에게도 이걸 말하지 않았다. 내가 속삭임을 처음 들은 것은 요르의 글을 찾은 요르의 배 안에서가 아니었다. 그의 길을 따라 가시의 더럽혀진 복제품을 되살렸을 때도 아니었다. 첫 속삭임을 들은 것은 계곡에서, 그의 시체 옆에 서 있을 때였다. 태양에 달궈진 탄약을 축 처진 채 움직이지 않는 그의 몸에 두 차례 박아 넣기 직전, 증오와 악의로 가득찬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 그 후 그 말은 매일 밤낮으로 내게 들렸다. 간단하고 나직한 말이었다. 바로…
"아무것도 끝나지 않는다."
나는 오랫동안 그것이 위협이라고 생각했다. 그날 만족하지 못한 죽음의 신이 언제나처럼 우리가 아는 모든 사람, 모든 것을 덮치리라는 심연의 약속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게 사실이라면, 죽음이 두려움의 존재이며, 자연의 법칙은 우리의 적이라는 말이 된다. 그 후로 몇 년, 몇십 년 후 다시 생각해 보았다. 요르에 대해, 그리고 무엇보다도 아지르에 대해 생각했다. 그리고 진실이 아니라 하더라도 내게는 진실일 수 있는 깨달음에 이르렀다. 바로…
그 말은 심연이 한 말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그것들은 벌레의 속삭임이나 악랄한 약속이 아니었고, 위협도 아니었다. 그것은 아지르가 내게 보내는 경고였다. 하나의 싸움은 끝났으나 궁극의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하나의 여정은 끝났으나 앞으로 더 많은 여정이 있을 것이라고 내게 경고하는 것이었다.
그대도 마찬가지다. 요르, 나, 그림자, 가시, 유언… 그대가 쓰는 전설에서 우리는 모두 각주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사람들 대부분이 기억하지 못하는 부차적 존재가 될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다른 누가 등장하여 그대 역시 주인공 자리를 내어줄 것이다. 이것이 우리의 목적이며, 우리의 책무다. 우리의 노력을 계승할 이에게 영감을 주는 것. 그러니 이제 가라. 이 장은 끝났으나 지금을 기억해라. 그리고 항상 기억해라…
아무것도 끝나지 않음을.
—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