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도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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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야의 스왈로우 랜도너
1. 개요
'''Randonneur'''
실제로는 "randonneur(헝도눼흐)"라는 불어 단어는 하이킹하는 사람이란 뜻이며, 란도너라는 별도의 자전거 유형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많은 유럽 자전거 메이커들(특히 푸조, 마지, 소마 등)이 종종 자기네 투어링 자전거의 제품명을 "란도너", "그랑 란도너", "스페샬 란도너" 등으로 지었기 때문에, 유럽에서는 투어링 자전거를 일반명사처럼 "란도너"로 부르는 경우가 많으며 일본도 그 영향을 받아 투어링 자전거를 흔히 란도너라 부른다. 즉 란도너는 투어링 자전거의 유럽/일본식 속칭인 셈. 영어권에서는 “랜도”(rando)라 줄여 부르는 경우가 많다.
장거리 여행용으로 사용하는 자전거에 대해서는 '''투어링 자전거''' 문서가 따로 있으니 그 쪽을 참조하도록 하고, 이 문서에서는 란도너스(브레베)라는 장거리 자전거 경기에 사용하는 자전거를 다룬다.
2. 랜도니어링
랜도니어링[1] 은 장거리 자전거 경기의 일종으로, 정해진 시간 내에 수백 킬로미터 내지 천 킬로미터 이상의 거리를 주파한다. 단, 투르 드 프랑스같은 레이스가 아니라 완주 자체를 승리로 보는 지구력 경기다. 때문에 경기 결과에 따라 1등 레이서를 뽑는 게 아니라 완주자들에게 완주 증명서를 수상하는 방식이 많다. 목적은 참가자 스스로의 기량을 가늠하거나 향상시키는 것, 또는 그냥 친구들과 함께, 또는 혼자서 완주하는 것 자체를 즐기기도 한다.
때문에 랜도니어링에 사용하는 자전거는 장거리 주행에 적합하면서도 주파성이 좋고 가벼운 종류가 선호된다. 이 점이 일반 투어링 자전거와 랜도니어링 자전거의 차이다. 일반 투어링 자전거는 많은 짐을 싣고 편안하게 장거리 여행을 즐기면서, 그 동안 일어날 수 있는 기술적 문제(자전거 고장, 파손 등)를 예방하거나 쉽게 대처하는 데 중점을 둔 자전거다. 때문에 투어링 자전거는 평균 주행 속도를 시속 5~10킬로미터 정도 희생하는 한이 있어도 파손 우려가 적고 수리가 용이한 튼튼한 프레임과 휠, 구동계를 선호한다. 반면 랜도니어링에서는 일정 시간 내로 일정 구간을 완주해야 하기 때문에, 빨리 달려 시간을 아낀 만큼 더 많이 휴식할 수 있다. 때문에 랜도니어링용 자전거는 신뢰성과 속도의 균형을 추구하는 편이며, 아예 속도에 몰빵하는 경우도 많다. 투어링과 달리 랜도니어링은 주최자가 있는 경기이기 때문에, 자전거가 완전히 고장나는 경우에도 위험하거나 난처하지는 않기 때문에 이런 모험을 할 수 있는 것이다(물론 완주는 포기해야겠지만).
그러나 일반적인 자전거 경기와 달리 랜도너는 선수의 자급자족 능력을 중시하기 때문에, 랜도니어링 중에는 지원차량 등으로부터 보급을 받지 못하게 되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때문에 아무리 짐을 줄여도 물과 영양공급용 식품만은 충분히 휴대해야 하며, 따라서 랜도니어링용 자전거를 아무리 경량 고속화하더라도 최소한의 화물 적재 능력은 반드시 요구된다.[2]
또한 랜도니어링은 투르 데 프랑스처럼 UCI같은 단체가 강제하는 규정이 없기 때문에, 선수가 원하는 대로 어떤 자전거든 사용할 수 있다. 세발자전거도 좋고 리컴번트도 허용된다.[3] 이처럼 다양한 자전거들의 주행을 보는 것도 랜도니어링의 재미.
3. 구성
3.1. 프레임과 휠
랜도니어링에 도전하는 이들이 적합한 차에 대해 조언을 구하면 항상 돌아오는 대답이 "자신에게 익숙한 차가 제일 좋다"다.
이는 사실이다. 평소 로드 레이서나 산악 자전거를 즐기던 사람이 랜도니어링 준비한다고 몸에 설은 새 차를 장만해 출전하는 것보다는, 평소 타던 차를 랜도니어링에 적합하게 손봐서 출전하는 쪽이 훨씬 낫다. 극단적인 경우지만 스트라이다로 출전해 완주한 사람도 있다!
그러나 그게 불가능한 경우도 있을 수 있으며(예를 들어 평소 타는 차가 초경량 타임 트라이얼 차라든지)[4] , 평소 차와는 별도로 장거리 여행용 자전거를 하나 새로 장만해서 랜도니어링에 도전하고 싶은 이도 있을 것이다. 그런 사람이라면 다음 내용을 고려해보면 자전거 구입/제작에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
랜도니어링에서는 기본적으로 하루에 7~12시간 정도를 자전거 위에서 보내야 하며, 적어도 시속 20킬로미터 내외의 평균 속도를 무리 없이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평균 속도임에 주목하자. 평지에서 순항하는 속도(크루징 스피드)를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업힐, 험지 통과 등의 속도를 모두 감안한 평균 속도가 20이다. 즉 포장된 평지 도로에서는 시속 30킬로미터 정도는 낼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거기에 구간이 길어질수록 차체의 신뢰성과 화물 적재 능력이 중요해진다. 200킬로미터 랜도니어링이라면 물병과 휴대용 비상식만으로 주파가 가능하지만, 1200킬로미터 랜도니어링이라면 갈아입을 옷들과 우비, 응급 수리장비, 응급 의료 키트[5] 등등 필요한 물건이 늘어난다. 이런 짐들을 자전거에 적재할 화물칸이 필요하므로, 패니어(pannier)를 장착할 수 있는 랙을 달 수 있는 자전거가 좋다. 이 때문에 흔히 크로몰리 프레임과 포크가 선호된다. 크로몰리 프레임/포크에는 대부분 랙을 장착할 수 있는 나사 구멍(아일릿)이 뚫려있기 때문이다.
패니어에 짐을 넣으면 무게중심이 낮아지기 때문에 안정감있는 주행이 가능하다. 허나 탄소섬유로 만든 자전거에는 랙을 달 수 없기 때문에, 이런 자전거를 위해 랙/패니어 대신 자전거의 핸들바, 프레임, 싯튜브에 고정하는 짐가방들이 개발되어 있다. 미국 Topeak, 독일 Ortlieb, 영국 Apidura 등의 제품들이 대표적이며, 비록 패니어에 비해 적재 용량은 좀 적고 주행시 무게중심이 높아지긴 하지만 프레임/포크와 랙의 무게만큼을 경량화할 수 있으므로 유리한 점도 있다.
"나는 그냥 배낭으로 하련다?"하는 근성족도 있는데, 랜도니어링 첫 도전이라면 가급적 배낭은 피하는 것이 좋다. 배낭은 무게중심이 매우 높은데다 코어 근육(척추기립근, 등배근 등의 몸통 근육)에 부하를 주는데, 코어는 상하지에 비해 단련이 어려운 근육이기 때문. 반면 이미 몇 번 랜도니어링 완주 경험이 있는 베테랑이라면 자신의 체력 수준을 스스로 잘 알고 있을 테니 알아서 하면 된다.
휠은 얘기가 좀 다른데, 평소 레이싱용 슬릭 타이어(및 휠셋)를 선호하는 로드 레이서들이나 단면이 주먹만한 타이어를 달고 다운힐을 즐기는 슈랄퍼들이더라도 랜도니어링에 도전할 때는 평소와 다른, 랜도니어링에 적합한 타이어로 교체하고 출전해야 할 수도 있다. (이를 위해 휠을 바꿔달아야 할 수도 있다.) 해당 랜도니어링의 코스가 어떻게 구성되어있는지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대부분의 랜도니어링은 구간에 도로와 험지가 섞여 있으며,[6] 타이어/휠의 범용성이 중요하다. 로드용 슬릭 타이어를 달고 있다면 그래블 구간에서 자전거가 휙휙 미끄러질 것이고, 굵게 파인 트레드를 가진 험지용 MTB 타이어가 달렸다면 도로 구간에서 속도가 잘 안 나올 것이다. 때문에 그 사이에 있는 타이어, 즉 트레드가 어느 정도는 파였지만 도로 주행에도 적합한 타이어가 권장된다. 투어링용(예를 들어 슈발베 마라톤)이나 사이클로크로스용(예를 들어 슈발베 G-1 올라운더)이 많이 이용되며 대부분 클린처를 이용한다. 튜뷸러는 타이어 파손시 교체에 시간이 너무 걸리는데다 예비 타이어가 무겁기 때문이다.
장시간 자전거를 타야 하므로 랜도니어링용 타이어는 편안한 주행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종류가 좋으며, 때문에 최소 28밀리미터짜리가 권장되며 35밀리미터는 되어야 한다는 이들도 많다. 고압 레이싱 타이어는 빠르게 완주하고 쉴 수 있는 로드 경기에는 최적이지만, 랜도니어링에서는 좀 낮은 공기압으로 달리며 신체에 전달되는 진동과 충격을 줄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게다가 짐이 많아지는 장거리 랜도니어링에서는 단면적이 적은 레이스 타이어는 (아무리 고압으로 팽창시키더라도) 하중으로 인해 변형되는 경향이 있으며, 이럴 경우 단면적이 큰 타이어보다 오히려 구름저항이 더 높아질 수 있다.
로드용 림 중에는 28밀리도 호환 안 되는 것들도 있으므로 전문 샵에서 호환성을 확인해야 한다. 초협폭 타이어 전용 레이싱 휠셋에 억지로 광폭 타이어를 장착하면 휠셋이 손상되고 주행중에 비드가 림에서 튀어나오는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휠의 직경은 어느 것이 랜도니어링에 더 적합하다거나 하지는 않으며, 적절한 폭의 타이어를 장착할 수만 있으면 앞서 말한 대로 평소 익숙한 휠이 제일 좋다.
3.2. 구동계
휠, 프레임과 마찬가지로 자신에게 익숙한 구동계가 좋지만, 평지 도로에서의 고속 주행이나 험로 등판력 중 하나에만 치중하는 세팅은 불리하다. 랜도니어링 코스는 대개 평지와 업힐/다운힐이 다양하게 혼합되도록 구성하기 때문에, 업힐시 가벼운 기어비도 필요하고 평지에서 가속이 붙으면 빨리 달리기도 해야 한다. 때문에 전통적으로는 투어링 자전거와 마찬가지로 체인링은 3단, 카세트는 9단 정도를 사용한다. 최근에는 체인링을 과감하게 1단으로 하고 카세트를 11단으로 구성하는 셋업을 이용하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는데, 어떤 기어비 셋업을 사용하든간에 평소에 자신이 익숙한 셋업이 아니라면 출전 전에 충분히 연습해서 몸에 익혀두는 것이 중요하다.
브레이크는 디스크 브레이크가 최적이다. 랜도니어링 차는 UCI 규정같은 것을 적용받지 않기 때문에 디스크 브레이크도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으며, 진흙길을 달리거나 도하, 우천시 디스크 브레이크는 림 브레이크에 비해 크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디스크 브레이크 중에서 택일하라면 고장나면 정비가 어려운 유압식보다는 기계식을 사용하는 편이 좋지만, 이미 유압식 디스크 브레이크가 달려 있다면 굳이 교체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요새 유압식 디스크 브레이크들은 신뢰성이 매우 높다(다만 출전 전에 정비를 철저히 받자). 참고로 유압식 디스크 브레이크로 랜도니어링에 침가하는 이들 중에는 만약을 위해 블리딩 킷, 즉 유압 시스템 내 기포를 제거하는 공구를 지참하는 이들도 많다.
림 브레이크 중에서는 흙받이와의 간섭이 없고 정비성이 좋은 켄틸레버 브레이크가 유리한데, 사실 V 브레이크도 전복시 손상 위험이 적다는 장점도 있으니 이미 V 브레이크가 장착되어 있다면 굳이 교체할 필요까지는 없을 듯. 장거리 랜도니어링이라면 캔틸레버건 V건 간에 예비 브레이크 패드를 준비해두는 것을 권한다.
4. 제조사
본 문서 개요에서 언급했듯 랜도니어링 전용 자전거란 것은 없으며, 다음 회사들은 투어링에 적합한 자전거를 만드는 대표적인 회사들이다(물론 이 외에도 많이 있다).
- Surly
- 마지(MASI)
- 아라야(Araya)
- 코가(Koga)
- 파나소닉
- 제이미스(Jamis)
- 트렉(Trek)
- 후지(Fuji)
- 살사(Salsa)
5. 관련 문서
[1] 우리 나라에서는 흔히 "란도너스"라 부르며, 브러벳 brevet(불어로는 브레베), 오댁스 audax 등 다양한 명칭이 있다.[2] 단, 랜도니어링 도중에 가게에서 식품 등을 구매하는 것은 대개 허용되기 때문에, 코스를 연구해서 보급 지점을 정해두고 이에 맞춰 식품을 휴대하는 방법으로 짐을 줄이는 선수들도 많다.[3] 다만 완전 인력 자전거만 허용되므로 전기 자전거는 안 된다.[4] 장착 가능한 타이어 폭이 너무 좁을 가능성이 높다.[5]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하루 10시간 넘게 며칠씩 자전거를 타면 반드시 몸에 어딘가 탈이 난다고 보면 된다. 진통제, 소독약, 반창고 등은 반드시 준비하자.[6] 예를 들어 PBP의 악명높은 까르푸 드 라브르(Carrefour de l'Arbre) 구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