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모가 있던 학교

 


아파시 - 학교에서 있었던 무서운 이야기 1995년 특별판 추가디스크에 수록된 후쿠자와 레이코의 이야기. 후쿠자와가 자신같은 여자아이가 타입이냐고 물을 때 '꽤 타입일까'라고 대답하면 들을 수 있다. 후쿠자와는 사카가미가 보기보다 대담하다고 하며 좋은 기사를 쓸 수 있도록 최대한 무서운 이야기를 해 주겠다고 한다.
나루가미 학원 졸업생인 선배로부터 들은 이야기로, 과거 이 학교에 아사 직전 상태였던 흰 고양이가 흘러들어온 적이 있었다고 한다. 그냥 두고 볼 수 없어서 씻기고 밥을 먹이는 등 돌보는 사이 고양이는 학교에 종종 나타나게 되고 '모모'라는 이름이 붙게 되었다. 자연스럽게 고양이는 학교의 아이돌이 되어 학생들에게 사랑받게 되었다. 후쿠자와는 문득 자신의 집에서 기르던 검은 고양이 토미에 이야기를 꺼내며 그 애도 가끔 응석부릴 때 참 귀여웠는데 이제는 없다고 말하다가 도로 이야기를 되돌린다. 모모는 모두에게 보살핌받는 대신 고양이 특유의 치유력으로 학생들을 행복하게 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모모가 학교에서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 대다수 사람들은 학교를 떠나 다른 곳으로 간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런 식으로 납득하지 못하고 걱정하거나 쓸쓸해하는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특히 모모가 잘 따르던 치노 카나코라는 여학생은 모모에 대한 걱정을 억누를 수 없어서 학교 안을 탐색하거나 고양이 찾기 포스터를 붙이러 돌아다니기도 했다. 주위에서 좋은 주인을 찾았을 것이라는 등으로 설득하자 간신히 침착해져서 모모 찾기를 그만뒀다고 한다. 그러나 치노는 어느 날 학교 안에서 고양이 울음소리를 듣게 된다. 직감적으로 모모의 울음소리라고 느낀 치노는 모모를 부르며 일어선다. 치노 이외의 사람들은 소리가 들리지 않았는지 치노를 이상하게 쳐다봤지만 치노는 개의치 않고 소리를 따라갔다. 마침내 모모의 울음소리는 치노를 어떤 장소로 이끌었다. 후쿠자와는 사카가미에게 그 장소가 어디일 것 같냐고 묻는다.
1. 미술실(추억은 죽지 않는다)
2. 운동장(모모의 애정)
3. 교사 뒤편(후쿠자와의 꼬리)


1. 미술실(추억은 죽지 않는다)


치노가 소리를 쫓아 미술실에 뛰어들자 소리는 멈춰버렸다. 아무리 구석구석 찾아봐도 모모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 치노는 실망하지만 문득 모모의 그림을 그리다 말고 미술실에 방치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모모의 모습을 남겨두고 싶었는데 카메라를 싫어하는지 렌즈를 들이대기만 해도 황급히 도망쳤기 때문에 그림으로 남기기로 한 것이었다. 치노는 원래 그림에 소질이 있던 게 아니었기 때문에 상당히 고된 작업이었지만 아무래도 자기 힘으로 해내고 싶어서 미술부원 친구에게 조언을 듣거나 하는 등 상당히 진지하게 임하고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림을 완성하기도 전에 모모가 없어져버리자 기억을 더듬어서 그려봤자 신통치 않았고, 그리면 그릴수록 쓸쓸한 기분만 들어서 미술실에 내버려둔 것이었다. 치노는 오랜만에 스케치북을 잡았다. 그리면 그릴수록 생기 넘치는 모모의 이미지와 전혀 비슷하지 않다고 낙담하는 치노였지만, 기억은 시간이 지나면 더 희미해질 뿐이므로 지금 완성하지 않으면 영원히 미완성으로 남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 놓을 수 없었다. 미술실에서 울린 모모의 목소리는 그림의 완성을 바라고 있을지도 모른다며 치노는 항상 모모와 만났던 교사 뒤로 자리를 옮긴다.
교사 뒤에 당도하자 다시 고양이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설마 하며 시선을 돌리자 모모는 기다렸다는 듯한 자세로 거기 있었다. 치노는 모모를 꼭 껴안고 평소처럼 따뜻하고 부드럽다고 생각한다. 모모에게 정신없이 안부를 묻던 치노는 모모가 그림을 보며 야옹 하고 울자 모모 또한 그림을 완성하길 원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모는 평소와 달리 얌전히 모델 역을 했다. 치노는 모모의 협조와 재회한 기쁨으로 인해 평소 이상으로 집중해서 그림을 완성할 수 있었다. 치노가 '다 됐다'고 기쁘게 말하자 모모는 치노의 무릎 위에 올라타서 그림을 평가하듯 쳐다봤다. 어떠냐고 묻자 모모는 약간 불만스러운 목소리로 울었다. 하지만 치노가 수정하려고 하자 이번에는 항의하는 듯한 울음소리를 냈다.
치노는 모모의 울음소리가 약간 쓸쓸한 기색을 띠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모모가 없는 1주일간의 외로움을 떠올린다. 치노는 스케치북 한가운데에 덩그러니 그려진 모모가 쓸쓸해보인다고 생각하고, 자신을 포함해 모모를 잘 돌봐줬던 사람들을 차례차례 그려나갔다. 기념 사진처럼 완성된 그림을 보던 모모는 치노를 핥기 시작한다. 모모는 평소에 그런 식으로 개처럼 애정표현을 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치노는 놀라지만 기뻐하면서 모모와 장난치고 논다. 어느새 해질녘이 되어 치노는 '내일 또 보자'라며 모모와 작별한다. 하지만 모모는 더이상 나타나지 않았다.
후쿠자와는 사실 이 이야기를 해 준 선배가 치노의 친구이며, 치노가 모모와 재회하기 일주일 전에 죽은 모모가 발견되었다고 설명한다. 선배는 치노가 충격받을까봐 모모가 죽었다는 사실을 비밀에 부치고 있었는데 모모가 나타났다는 말을 듣자 매우 놀라서, 처음에는 치노가 이상해졌다고 생각했지만 완성된 그림을 보고 납득했다고 한다. 치노 또한 건강하게 지내고 있는데, 외로울 때면 그 그림을 보고 자연스럽게 '우리는 언제까지라도 함께다'라고 생각하게 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곁에 없더라도 추억은 없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후쿠자와도 토미에 또한 자신과 늘 함께라며, 별로 무섭지 않았겠지만 그만큼 다른 사람이 무서운 이야기를 해줄테니 괜찮지 않냐고 하면서 이야기를 끝낸다.

2. 운동장(모모의 애정)


고양이의 소리를 따라 운동장에 도달한 치노는 문득 울음소리가 자신의 발 밑에서 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치노는 모모가 살아있었으면 하는 허망한 기대를 갖고 모종삽을 가져와 열심히 땅을 팠다. 얼마쯤 팠을 때 모종삽에 모모의 잘린 목이 걸려 올라온다. 몸통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한다. 후쿠자와는 이누가미 등의 예를 들며 고양이에 대해서도 비슷한 주술이 있다고 말한다. 고양이의 목을 잘라 소원이 적힌 종이쪽지를 물린 뒤 고양이 머리가 묻힌 땅을 100명이 밟으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내용이었다. 치노는 평소에도 그런 주술에 대해 좋지 않게 생각했기 때문에 금세 사태의 전말을 짐작하고 고양이의 입을 벌렸다. 과연 고양이 입에는 종이쪽지가 물려 있었고, 쪽지에 적힌 소원은 '예뻐지고 싶다'였다고 한다.
후쿠자와는 어차피 어떤 소원이었어도 용서가 안 되지만 어이없지 않냐고 분개하며 그까짓 소원으로 고양이를 죽일 정도의 쓰레기가 얼굴만 예뻐져서 무슨 소용이겠냐고 일갈한다. 마찬가지로 황망해하던 치노는 문득 주술을 역이용해서 모모를 살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이 아이를 소생시켜주세요'라는 쪽지를 써서 입에 물린 뒤, 차마 차가운 땅에 그대로 묻을 수 없어서 종이백에 싸서 도로 묻어둔다. 아니나다를까 얼마 후 학교 근처에 다시 고양이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모모가 돌아왔다는 소문이 돌았지만 그림자만 보이거나 소리만 들리거나 하는 정도였고 치노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는 않았다. 치노는 안타까워했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후쿠자와는 이 이야기에 덧붙여 자신의 경험담을 이야기한다. 동물같은 형체가 보여서 살펴보니 종이봉투를 뒤집어쓴 고양이가 부스럭거리는 소리를 내고 있었다. 혹시 고양이가 종이봉투에 갇혀서 난처해하고 있는건가 싶었던 후쿠자와는 가까이 다가가봤다. 그런데 고양이는 종이봉투를 빼려고 발버둥치는 게 아니라 종이봉투 안에서 바스락대며 뭔가를 뜯어먹는듯한 동작을 하고 있었다. 게다가 먹고 있는 것이 인간의 팔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자 후쿠자와는 놀라서 곧바로 도망쳤다고 한다. 후쿠자와는 주문으로 살아난 모모는 고양이가 아닌 다른 존재가 된 것 같다, 그렇다면 모모는 치노에게 해를 끼치고 싶지 않아 일부러 피해다니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하며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3. 교사 뒤편(후쿠자와의 꼬리)


모모는 원래 교사 뒤가 마음에 들었는지 자주 나타났다고 한다. 치노가 모모를 부르자 모모의 울음소리는 더 커졌다. 게다가 괴로워하는듯한 소리였기 때문에 치노는 필사적으로 모모를 찾았다. 문득 치노는 나뭇가지에 걸린 파란 리본을 발견하는데 다름아닌 자신이 모모에게 매 준 리본이었다. 치노가 그 리본을 집는 순간 한층 높고 큰 울음소리가 울리다가 딱 그치고, 그 이상 울음소리는 들리지 않게 되었다.
며칠 후 교내에서 연속자살사건이 발생하게 된다. 불량이라고는 하지만 숨어서 담배 피우며 비행청소년 시늉을 하는 정도였던 무리 다섯 중 세 명이 잇달아 자살하게 된 것이다. 게다가 똑같이 교사 뒤 나무에 푸른 리본으로 목을 매달아 죽는 방식이었다. 남은 둘 중 제일 서열이 낮았던 학생은 고양이의 저주가 틀림없다며 두려워하는 반면 리더격은 어차피 인간의 소행이라며 겨우 고양이 때문에 이런 짓을 불사하는 자에 대해 분노한다. 멘탈붕괴해서 자신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며 나머지 멤버들을 비난하던 따까리를 보고 리더는 '이 놈을 미끼로 그 자식을 잡아낼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 그러던 중 문득 떠들어대던 학생이 갑자기 말을 멈추고 멍하니 허공을 쳐다보며 입을 반쯤 벌린 상태가 된다. 그러다가 고양이 울음소리가 길게 울리자 일어나 비틀비틀 걸어가기 시작하고 리더는 당황하면서도 범인을 알 수 있겠다는 생각에 쫓아간다. 중간에 졸개의 모습을 놓치게 되지만 교사 뒤에 있을 거라는 작감으로 가 보자 이미 따까리는 목을 매고 죽은 상태였고, 나무 앞에는 치노가 서 있었다. 치노와 같은 반이었던 리더는 놀라면서도 열받아서 치노를 부른다. 하지만 그쪽을 돌아본 치노의 입에서는 사람의 말이 아닌 고양이 울음소리가 나왔다. 고양이에게 보복당할 것을 직감한 리더는 오지 말라고 소리지르지만 아무 소용도 없었고 치노는 조용히 리더에게 다가갔다.
그렇게 나무에 걸린 시체는 다섯 구가 되었을 것 같지만 리더는 어째서인지 죽지 않고 다음날 평범하게 등교했다. 하지만 행동거지가 이상해졌다고 한다. 수업 중 아무리 주의를 받아도 끝없이 자거나 이따금 4족보행하거나 문득 고양이 귀나 꼬리가 나오거나 움직이는 물체에 반응하는 등 고양이처럼 행동한 것이었다. 모모는 리더를 죽이기 직전에 '치노의 몸을 계속 차지한 상태로 있는 것도 미안하고, 이 녀석의 몸을 빼앗아 인간으로 사는 게 더 즐거울 것 같다'고 판단한 것 같았다. 후쿠자와는 직접 모모에게 들었다고 주장하며 이 이야기를 해 준 '선배'도 다름아닌 모모였다고 말한다. 살해당할 때 너무 아파서 반드시 죽여버리겠다고 생각했다든지, 자신은 치노 일편단심이지만 봄이 되면 누구라도 상관없을 것 같은 기분이 되기 때문에 꽃가루 알레르기보다 발정기가 더 무섭다든지 하는 내용을 사람처럼 능숙한 말솜씨로 줄줄 풀어놨다고 한다.
사카가미가 믿지 않는 눈치를 보이자 후쿠자와는 한가지 더 이야기해주겠다고 하며 분위기가 돌변한다. 사실 지금 여기 있는 자신은 후쿠자와 레이코가 아니라 토미에이며, 후쿠자와는 고양이에게 양파를 먹이면 안 된다는 사실을 알고서 웃는 얼굴로 입에 양파를 밀어넣었다고 한다. 자신은 이틀동안 괴로워하며 죽어갔는데 후쿠자와는 가족들 앞에서 울며 자신의 묘를 만든 못된 여자아이였다며 진짜 좋은 아이가 되기 위해 후쿠자와의 몸을 뺏었다고 말한다. 의외로 자신과 같은 부류의 고양이들은 많고 그런 고양이들끼리 서로 알아보고 교류관계를 형성하게 된다며, 든든하긴 하지만 인간에게 괴롭힘당하는 고양이가 많다는 의미이므로 슬픈 일이라고 한다. 여기까지 말하던 후쿠자와는 갑자기 웃음을 터뜨리며 모모 이야기는 사실이지만 자신은 농담이었다고 말하고 '고양이에게 심한 짓을 하면 안 된다'는 결론을 내리며 이야기를 마친다. 하지만 사카가미는 후쿠자와의 등 뒤에서 꼬리 같은 게 흔들리는 것을 발견하고 당황하며 얼른 다음 사람에게로 바통을 넘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