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홍의 전설
1. 개요
한국 전래동화로 백일홍의 유래에 관련된 이야기다.
2. 줄거리
오랜 옛날, 바닷가 근처의 어촌 마을에서 머리 여럿 달린 거대한 이무기가 나타나 어부들을 잡아먹고 태풍을 일으켜 수많은 사람들을 죽이는 악행을 저질렀다. 그러자 사람들은 이무기를 달래기 위해 젊고 어여쁜 처녀를 이무기의 제물로 바쳤지만 이무기의 극성은 날로 심해졌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마을에 젊은 떠돌이 무사가 이무기에 대한 얘기를 듣고 마을 사람들을 돕기 위해 이무기를 처치하겠다고 공언했으며 이번에 제물로 뽑힌 처녀와 사랑에 빠졌다. 처녀는 무사의 용기에 반해 그를 도와주기로 결심했다.
무사는 마을 사람들에게 자신이 이무기를 처치하는데 성공하면 하얀 기를 올리고 자신이 이무기에게 죽게 되면 붉은 기를 올리겠다고 얘기한 뒤 이무기를 잡으러 배를 타고 떠났다.[1]
그 뒤 처녀는 일주일 간 낮밤이 새도록 열심히 기도를 올렸고 일주일 후에 무사가 돌아오는 배를 바라봤는데, 붉은 기가 걸려 있는 것을 보고는 무사가 죽은 줄 알고 상심해서 스스로 바다에 몸을 던졌다. 사실 무사는 이무기를 퇴치한 다음 흰 기를 걸었는데, 이무기의 목을 벨 때 피가 흰 기에 튀면서 붉게 물든 것이었다. 나중에 돌아온 무사는 마을 사람들이 전해 준 비보를 듣고 자신의 실수에 대해 후회한 다음 바닷속으로 몸을 던져 처녀의 뒤를 따랐다.
사람들은 이들의 안타까운 죽음에 눈물을 흘리면서 두 사람의 시신을 건져 근처 언덕의 양지바른 곳에 묻어주었다. 시간이 흘러 봄이 되자 두 연인이 잠든 무덤가에 작고 예쁜 붉은 꽃 한송이가 백일동안 피어 있었다. 촌장은 이 꽃을 쓰다듬으며 불쌍하게 죽은 연인의 사랑이 꽃으로 다시 태어나 100일 간 그들의 사랑을 밝혀주고 있다면서 그 꽃을 백일홍이라 불렀다.
3. 그 외
-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테세우스가 크레타에서 미노타우로스라는 괴물을 퇴치할 때 자신이 살아서 돌아오게 되면 배에 흰 돛을, 그렇지 않으면 검은 돛을 달기로 한 약속을 까먹고 검은 돛을 단 채로 고국 아테네로 돌아오는 바람에 아이게우스가 자결하는 사건처럼 깃발 색 때문에 오해해서 벌어지는 비극 모티브는 세계 여러 설화에서 등장하는 클리셰다. 대표적으로 트리스탄과 이졸데 역시 돛이야기가 나온다.
- 판본에 따라서 왕자나 남편으로 각색되는 경우가 있으며, 남자 주인공이 자결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어떤 판본에서는 이무기가 암수 한 쌍이 출몰, 남자 주인공이 수컷을 죽인 뒤 더 강한 암컷을 처치하기 위해 떠난 것으로 묘사되기도 한다.
- 다른 버전에서는 여인이 사람하는 남자를 100일 동안 기다리다가 상사병으로 요절한 후 백일홍으로 변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 실제 백일홍은 멕시코가 원산지인 꽃으로 알려져 있지만 한국에서는 이재위(李載威)의 <물보(物譜)>에 나오는 것으로 보아 정확한 도래경로는 알 수 없으나 1800년 이전부터 관상용으로 재배되었다는 걸 알 수 있다.
[1] 죽으면 어떻게 올리는 지 의문이 있던데 배에 다른 일행들과 함께 있었다는 얘기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