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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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주기율표 13족에 속하는 준금속원소로서 1807년 영국의 험프리 데이비가 붕산을 전기분해하여 홑원소물질로서 처음으로 추출했다. 기호는 B. 붕소는 붕사에서 얻어진 붕산을 분리해서 생긴 원소이다. 검은색 고체로 아주 단단하며 단일원소 중에서는 다이아몬드 다음으로 단단하다. 순수한 붕소는 별로 이용되지 않지만, 화합물은 주변에서 자주 활용된다.
최외각전자가 단 3개라 모든 오비탈이 공유결합을 형성해도 오비탈이 하나가 남기 때문에 물리화학적으로도 특이한 성질을 갖는다. 대표적으로 결합각이 정확히 120도의 정삼각형인 BH3 라던가...[1]
더욱 놀라운 점은, 붕소의 동소체 중 표준상태에서 가장 안정한 상태는 α-rhombohedral 상인데, 이녀석의 구조가 심히 아스트랄하다는 점이다. 이 때 붕소는 총 열두개의 붕소 원자가 꼭지점마다 위치한 정이십면체 모양의 '붕소 분자' B12가 규칙적으로 배열되어있는데, 이는 '''각 붕소 원자가 이웃한 다섯개의 붕소 원자와 공유결합을 하고있는 셈'''이다. 원자 크기가 작은 2주기 원소에서는 이 자체로도 놀라운 일인데, 상기했다시피 각 붕소 원자의 최외각전자는 세 개뿐이므로, 각 결합은 단순 산수로 계산해 볼 경우 0.6중결합이 된다. 이는 '''옥텟 규칙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셈이니''', 공유결합에 대한 고전적인 관점으로는 붕소의 이러한 행태를 해석하기가 매우 곤란하다.[2][3] 이렇듯 홑원소 상태의 붕소는 옥텟 규칙을 만족하지 못하는데, 어쨌든 붕소도 옥텟 규칙을 만족시키면 조금 더 좋아하므로 이를 다른 원소와 결합하여 해결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이는 붕소화합물에서 홑원소 상태의 순도 높은 붕소를 분리해내는 것을 어렵게 만드는 주요한 원인이라 할 수 있다.
2. 용도
파이렉스 글래스라는 내화유리는 산화붕소가 포함되어 있다. 보통의 유리는 열팽창률이 크기 때문에 열을 받으면 유리가 깨지기 쉽게 된다. 하지만 유리에 산화붕소를 첨가하면 열팽창률이 낮아져 깨지기 어렵게 되고 내구성이 늘어난다. 그 밖에, 탄소와의 화합물인 탄화붕소는 단단함을 살려서 합금의 첨가제로 사용되며, 수소와의 화합물인 보란은 원자량에 비해 열량이 높은 편이라 로켓의 연료로 사용된다. 또한 제철 분야에서는 철과의 합금인 페로붕소로서 탈산제 등으로 이용된다.
붕산은 살균력이 있어서 바셀린과 비슷한 용도로 쓰이는 붕산 연고라는 것도 있다.[4] 또 곤충류는 붕소를 배설하지 못해 독이 되는데 포유류에게는 독성이 없으므로 붕산은 바퀴벌레나 개미등의 곤충을 퇴치하는 살충제로도 활용되고 있다. 자세한 용법은 붕산 문서 참조.
원자력 분야에서도 붕소는 여러가지 용도를 가진다. 자연상태에서는 20%의 붕소-10과 80%의 붕소-11의 두 동위원소로 산출된다. 이 중 붕소-10은 중성자 흡수능력이 크기 때문에 원자로 안의 중성자흡수 제어봉의 주재료로 사용된다. 또, 붕소를 첨가한 합금도 열중성자의 차폐재로서 이용된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나 체르노빌 원전 사고에서도 사고 후 핵분열을 억제하기위해 노심에 붕산을 대량 투입하였다. 이처럼 붕소는 화합물로서 여러가지 다양한 용도가 있어서 생활에 빼놓을 수 없는 친근한 원소인 것이다.
비정질 붕소의 단체를 섬유상으로 뽑은 보론 파이버(보론 필라멘트)는 탄소보다 가벼우면서도 강성과 탄성이 매우 높다. 그래서 테이프 형태로 만들거나 복합재료수지의 강성재료로 쓰여 테니스 라켓, 골프채나 낚시대 등 각종 스포츠 용구나 고강성 기계재료로 널리 쓰인다.
붕소와 탄소의 화합물인 보론카바이드(B4C) 나 질화붕소(BN)의 결정은 다이어몬드 못지않게 엄청나게 강하고 높은 열과 마찰에도 타거나 마모되지 않기 때문에 강한 기계적 재료로 널리 쓰인다. 가는 가루는 연마재로 많이 쓰이고 절삭공구의 끝에 안티몬 등을 접착제로 보론카바이드의 굵은 가루를 붙여쓰기도 하고 탱크 무장이나 방탄복의 방호재료로도 쓰일 정도로 강하다. 다른 복합재료의 강도과 내마모성을 책임지는 성분으로도 널리 쓰인다. 이론적으로 질화붕소는 다이아몬드의 강도를 넘는다고 한다. 경도의 경우는 다이아몬드보다는 조금 떨어지지만, 다이아몬드에 비해 열에 매우 강하다는 장점이 있다.
붕소와 수소화합물인 보레인류를 함유한 제트유는 일반 제트유보다 에너지가 훨씬 높은 Zip 연료로 XB-70 발키리 같은 초음속 폭격기나 로켓의 연료로 쓰이기도 했다.
여담으로 탄화붕소 가루를 엔진에 넣으면 탄화붕소가 피스톤을 전부 회복불능으로 갈아버리기 때문에 엔진이 한 방에 죽어버린다. 설탕보다도 더더욱 확실하게 조진다. 때문에 비밀요원들이 사용하기도 한 물질이다.
[1] 사실 이 정도는 유기화학에서 '''탄소 양이온'''의 형태로 신물나게 볼 수 있다.[2] 옥텟 규칙에 심히 어긋나는 또 하나의 예시로는 각종 관련 서적에서 자주 등장하는 B2H6(다이보레인)가 있다. 이 분자의 구조는 양쪽에 BH2가 있고 중간에 두 개의 수소가 위아래에서 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붕소가 4개의 수소와 연결되어있어 최외각 전자를 어떻게 분배해도 모자라다. 심지어 가운데 수소까지도 다리 역할 하느라 결합이 2개(...)가 되어버린다.[3] 물론 현대 화학에는 분자오비탈이라는, 이를 설명해줄 수 있는 좋은 개념이 있다.[4] 코가 헐어서 이비인후과 가면 면봉으로 찍어서 바르라고 주는 그거. 연식이 오래된 의사선생님이 계신 병원에서는 포비돈이나 알콜 대신에 붕산용액을 소독제로 볼수 있는 경우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