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딩 속의 밀실

 


일본나폴리탄 괴담. 스토리는 다음과 같다.

어느 부동산 중개업자가 시내의 한 빌딩을 중개받는다. 빌딩의 설계도면을 받아 방의 구조를 보는데, 이상하게 출입구가 없는 방이 하나 있는 것이다. 의아하게 여긴 업자는 직접 빌딩을 방문한다.

그런데 실제로 빌딩1층의 한가운데에 벽과 기둥이 가로막고 있는 공간이 있는 것을 보고 벽을 허문 뒤 들어가봤더니 다다미가 깔린 방이 있고, 한가운데에는 식탁과 '''김이 나는 밥 한 그릇'''이 놓여 있었다.

대충 이런 이야기. 출입구가 없어 사람이 드나들 수 없는 방인데 '''사람은 없고''' 방금 지은듯이 보이는 밥 한그릇만 있다는 것이 오싹함을 불러일으키는 괴담. 별다른 묘사는 없지만 오히려 다른 설명이 없어 더 무섭다. 어떻게 보면 패닉 룸이라고 볼 수 있다. (이토 준지의 미미의 괴담 후기에 작가가 비슷한 이야기를 언급한다.) 실제로 흰 밥 하나만 두고 벽으로 사방을 둘러싼 뒤 명상하는 면벽수행이 있다. 바리에이션으로 이게 왜 공포스러운지를 깨달은 사람은 심장마비로 죽는다는 이야기도 있다. 아직까지 이 도시전설이 해석이 모호하다는 것.
사실 사람이 들어갈 수 없는 곳에 사람이 드나든 흔적이 있다는 것 자체가 초자연적 현상을 암시하는 것이므로 (그것이 귀신이 되었든 차원이동 게이트가 되었든) 무서운 것도 당연한 일이다. 직접적으로 뭔가 출연하지 않고 아무도 없다는 것이 (마치 유령선처럼) 왜 이렇게 되었을까 하는 미스테리한 공포를 가져다주는 것이기도 하다. 혹은 뭔가 이상한 사람들의 비밀 의식장처럼 느껴지니 무서운 걸지도. [1] 나름 긍정적인 해설로는, 빌딩이 무사히 건축되고 번영되길 바랬던 건축사 등에서 일종의 기도나 제 비슷한 것을 드렸다는 설이 있다.
이어도(2번 항목)를 직접 봤다는 뱃사람들의 이야기가 이 괴담과 비슷하다. 초등학교 운동장만한 크기의 무인도가 바다 파도 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는데, 그 섬 한가운데에는 웬 사당이 떡하니 있고, 사당 안에는 마찬가지로 김이 나는 밥 한 그릇이 놓여 있더라는 얘기. 목격자가 놀란 나머지 그 섬에서 허겁지겁 뛰쳐나간 후, 나중에 다시 용기를 내어 섬을 찾아가려 했지만 도저히 찾을 수 없었더라는 뒷이야기가 붙기도 한다.

[1] 실제로 과거 반공 성향이 섞인 아동용 스릴러 동화(?)로 나온 '흰 매미'라는 작품이 있었는데, 뭔가 KKK단이나 일본 전통극에서 쓰는 흰 가면을 쓰고 지하실로 들어가는 사람들이 나온다(...) 알고보니 지하실에 북한과 연결되는 땅굴이 있었다는 충격적 사실! 듣보잡 작품인데다가 국가자료 공동목록시스템에서 검색해도 국립중앙도서관에도 없고 전국에 두 군데 도서관에서만 소장중인 초 레어 작품이지만 나름대로 재밌으니 관심있는 사람은 능력껏 봐 보자. 부산과 군포시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