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항마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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西遊降魔篇
1. 개요
2013년 제작된 주성치의 열 번째 연출작이자 첫 번째 서유기 관련 연출작.
그가 주연한 서유기-월광보합, 서유기-선리기연과는 내용면에서 연관이 없으나 해당 작품들에서 몇몇 곡들을 차용하였다.
2. 줄거리
아직 머리를 깎지 않은 예비 불제자 현장은 요괴를 올바로 볼 수 있는 능력[1] 을 가지고 퇴마 활동을 한다. 하지만 그 퇴마의 수단이란 것이 스승에게서 받은 '''동요 300수'''란 책에 있는 동요를 불러서 교화하는 것... 당연히 잘 될리가 없어 오히려 동요를 듣고 빡친 사오정에게 두들겨 맞았다. 이 떄 나타난 것이 전문 퇴마사인 단소저(서기 분)이다.
현장에게 첫눈에 반한 단소저는 현장을 도와주면서 대놓고 애정표현을 하나, 그저 불제자로서 사람들을 구하는데만 관심이 있는 현장은 요지부동이다. 아무튼 둘은 함께 저팔계와 싸우는데 저팔계를 제압하기엔 힘이 부족하여 도망친다. 이에 현장의 스승[2] 은 현장에게 500년 전 오지산에 봉인된 손오공을 찾아가라 알려준다. 오지산에 가던 현장은 중간에 다시 단소저와 마주치나, 자신의 애정[3] 을 받아주지 않는 모습에 분노한 단소저는 '동요 300수'를 현장의 눈앞에서 찢어버린다.
여하튼 현장은 오지산에 도착하여 손오공을 만나고, 또 뒤를 따라온 단소저의 도움[4][5] 으로 저팔계를 손오공의 동굴로 유인하여 손오공이 저팔계를 간단히 제압한다.
하지만 불제자인 현장은 끝까지 자신의 진심을 숨긴채 단소저의 구애를 매몰차게 거절했고[6] 단소저는 다시 떠난다. 손오공이 봉인된 동굴 위에서 달을 쳐다보며 공허한 마음을 달래던 현장은 동굴 입구의 연꽃때문에 오랫동안 달을 보지 못했다는 손오공의 말에 연꽃을 꺾어주는데...
사실 손오공 봉인의 매개체는 동굴안에 있던 부적[7] 같은 것이 아니라, 바로 그 연꽃이었다! 봉인이 풀림으로써 순식간에 연꽃밭이 모두 불바다가 되어 아연실색하는 현장과 방금 전까지 현장의 고민을 들어주는 서글서글한 모습을 보여주더니 봉인이 풀리자마자 불길 속에서 "드디어 속였다!!"라며 사악한 본색을 드러내는 손오공의 모습이 압권. 결국 손오공은 봉인이 풀려 탈출하는데, 이 때 나오는 음악은 중국의 혁명 가극 <소도회(小刀會)>의 서곡(Dagger Group Prelude, 小刀會序曲)이다. 이 음악은 황비홍이나 용문객잔 같은 여러 중국 영화에서 등장한 바 있다. 특히 전작인 선리기연에서 각성한 손오공이 구름 속에서 등장할 때 이 음악을 사용하여, 전작부터 봐온 팬들은 감회가 새로울 수 있는 장면이다.[8]
손오공이 풀려났어도 부처님은 여전히 존재하신다고 말하는 현장. 이 말에 화가 난 손오공은 사자후로 현장에게 피를 토할 정도의 내상을 입히고 머리카락을 생으로 한웅큼 씩 손으로 잡아 모조리 뽑아버린다. 이 때 손오공을 노리고 온 다른 난다 긴다 하는 퇴마사들이 덤벼들었지만가볍게 살해해버리고[10] , 마지막으로 끝까지 부처에 대한 믿음을 버리지 않는 현장을 죽이려는 순간 단소저가 돌아와 현장을 지키기 위해 손오공에게 덤비나 단 세 합에 사지가 꺾이고 머리를 강타당해 팽개쳐진다. 그때 놀라서 달려와 자신을 끌어안은 현장에게 단소저가 피를 토하며 힘겹게 속삭인 말 한마디.
그제서야 자신의 마음을 깨달은 현장은 처음 본 순간부터 사랑했다고 진심을 고백하지만 단소저는 곧 숨을 거둔다.[11] 현장은 오열하며 단소저가 그토록 원했던 입맞춤을 해주지만 손오공은 그 단소저의 시신마저 빼앗아 가루로 만들어버리며 현장을 조롱한다.이래도 날 사랑하지 않나요?...
그런데 다음 순간 손오공이 다시 현장을 쳐다봤을 때 방금 전까지 오열하던 너덜너덜한 현장은 간데없고 모든 것을 해탈한 표정으로 황금빛으로 빛나는 현장이 있었다. 그리고 현장의 앞에는 단소저가 갈갈이 찢어놓았다가 어찌저찌 조각을 붙여 돌려주려 했던 동요 3백수가 놓여졌는데[12] , 그 제목은 다름아닌 '''<대일여래진경>'''이었다. [13] 계속 현장을 조롱하다 갑자기 각성한 현장을 보고 놀란 손오공은 현장을 죽이려 달려들지만, 현장이 대일여래진경을 읊자 손오공의 공격이 모조리 막히더니 산만한 돌부처가 일어난다. 돌부처는 손오공에게 간단히 부서졌지만 그 동안 우주공간에 부처의 진신이 소환되었고 그 오만한 제천대성 손오공도 진지하게 힘을 끌어모아 거대 고릴라로 변신했으나[14] 그래봤자 진신 부처의 손톱에 낀 때만도 못한 존재라[15] 허무하게 제압당한다.'''내가 자네 정인을 처참하게 죽여 없애는데 자네의 부처님은 무얼 하느냔 말야. 그래도 부처가 있다고 할 텐가?'''
그렇게 요기를 정화당한 손오공은 작은 인간의 모습이 되었고, 현장은 손오공의 머리에 단소저의 고리를 씌워준다. 사악한 요괴이자 정인의 원수인 자신마저 아껴주는 삼장에게 감화된 손오공은 진심으로 참회하고 현장의 제자가 된다. 그리고 현장은 정식으로 삼장이 되어 앞서 교화에 성공한 사오정, 저팔계와 함께 서역으로 떠나면서 끝난다.
3. 흥행
중국에선 흥행에 성공하여 개봉 15일이라는 가장 빠른 속도로 10억 위안의 수익을 얻는 등 흥행에 성공하였다. 국내에는 2015년 <서유기, 모험의 시작>이라는 제목으로 개봉하였으나 흥행에는 실패하였다.[16][17]
4. 여담
- 주성치, 오맹달, 주인, 막문위 등 서유쌍기의 배우들은 전혀 등장하지 않고 내용 또한 전혀 연관이 없지만, 서유쌍기의 노래와 음악들이 다시 등장하고 현장과 손오공, 저팔계, 사오정에 대한 파격적인 재해석이 이루어져 나름대로 볼만하다.
- '부모와 떨어져서 위기에 빠진 어린아이를 주인공이 영웅적으로 구한다.'는 할리우드의 사골 클리셰가 이 영화 초반부에서 처참하게 박살난다. 애당초 꼼짝도 못할 정도로 손발이 묶였으니 구하지 못할 수밖에.. 사오정이 요괴의 형상으로 물가의 마을에서 난동을 부릴 때, 다리에 매달려 있는 여자아이를 아이 엄마 앞에서 물고 사라진다![18] 그 이후의 갓난아기는 현장이 구했지만.
- 주성치 영화답지않은 잔인한 연출들이 몇몇 있다. 상기한 작품 초반에 아버지가 사오정에게 물려서 죽는 장면에서는 마치 수중발레를 하듯이 수면을 따라 움직이다가 물에 빨려들어가면서 피가 강에 흘러넘치며, 저팔계의 식당에서는 돼지고기로 위장된 사람고기가 줄줄이 전시돼 기괴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마지막에 봉인이 풀린 손오공이 퇴마사들과 현장을 상대하는 장면도 코믹한 분위기이긴 하지만 뼈가 보이거나 잡아뜯긴 상처가 보일 정도. 이런 고어한 연출은 저 당시 손오공, 사오정, 저팔계들이 본능에 따라 움직이는 요괴라는 것을 인상적으로 보여주기 위함이라는 평가도 있다. 사실 재창작이 거듭되면서 세 요괴의 이미지가 많이 순화되었지만, 원작 서유기에서 묘사되는 삼장법사에게 감화되기 이전의 세 요괴의 악행은 상상을 초월하게 잔인한 것이었다.
- 이 영화에서 저팔계와 사오정은 원작처럼 하계로 추방당한 신들이 아니다. 둘 다 평범한 인간이 억울하게 살해당하면서 요괴가 되었다고 나온다. 사오정은 물에 빠진 아이를 구했으나 되려 아이 부모에게 유괴범으로 몰려 살해되었고 저팔계는 외모는 추악하나 아내를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했던 남편이었지만 외간남자와 불륜에 빠진 아내에게 살해되었다.
- 삼장법사가 세 요괴를 제자로 삼아 여행을 떠나게 되는 장면에서 굉장히 뜬금없게도 일본의 고전 하드보일드 형사드라마인 G맨'75의 오프닝이 흐른다. 삼장 일행 4명이 나란히 서서 카메라를 향해 걸어오고, 한명씩 얼굴이 클로즈업되는 연출 등 대놓고 패러디. 비장한 분위기와 BGM이 묘하게 어울려서 모르면 그냥 넘어갈 수 있지만, G맨을 아는 일본인들은 뿜을 수 밖에 없는 개그 씬이다. 주성치가 이 곡을 엔딩에 사용한 이유는 단순히 "G맨의 팬이라서"라고 한다(..)
[1] 저팔계전을 보면 평범한 사람에게는 화려한 식당으로 보이는 환영이 현장의 눈에는 학살의 현장 그대로 보인다.[2] 거위 다리를 무전취식하는 막장으로 보이나, 현장이 어떤 요괴들을 만나고 어떤 일을 겪을지 전부 예측하고 있는 나름 비범한 인물이다.[3] 자신의 부하들과 자작극을 벌이면서까지 현장의 마음을 사려고 했다.[4] 달밤에 노래와 춤으로 저팔계를 손오공이 봉인된 동굴까지 꼬셔온다. 그리고 이 노래와 춤에 정신을 빼앗긴 현장은 자신이 단소저를 사랑하게 됐음을 깨닫는다.[5] 이때 서기가 부른 노래는 다름아닌 전작의 엔딩곡이었던 노관정의 '''일생소애'''의 리메이크 버전이다.[6] 단소저가 자신의 가보이자 퇴마병기인 영험한 팔찌를 반지처럼 만들어 사랑의 증표로 현장의 손가락에 녹여붙여버리자 현장은 아예 손가락을 잘라버리려 했다. 결국 단소저가 그냥 빼주고 떠났다.[7] 처음 현장이 찾아왔을 때, 저팔계 같은 요괴를 쓰러뜨릴때 쓰는 천계의 물건이라며 속였지만 현장은 이를 눈치채서 들어주지 않았고 현장의 고지식함에 분노한 손오공은 동굴을 탈출하다가 봉인에 제압당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는데, 이것이 모두 블러핑이었다.[8] 여담이지만 이 <소도회> 라는 무용극은 1959년에 처음 공연되었고, 1961년에 영화로도 제작되었다. 이 가극에 출연한 서교(舒巧) 라는 무용가는 최승희가 한국전쟁 당시 중국에 머물 때 중앙희극학원에 개설한 최승희 무용연구소에서 가르친 제자였다.[9] 엔딩장면에서 손오공이 여전히 어깨에 여의봉을 걸치고 있는 모습이나, 여의봉을 소환할 때의 손의 위치를 볼 때 진짜 여의봉이 아니라 머리카락을 뽑아 만든 것으로 보인다.[10] 이 작품의 손오공은 실제 원숭이처럼 140 cm도 안 되어 보이는 작은 키라, 세 퇴마사는 손오공을 깔보고 덤볐다가 봉변을 당했다. 동물 권법을 쓰는 퇴마사는 간단히 원숭이의 힘으로 제압하여 죽이고, 기형적으로 왜소한 오른발을 거대화해 밟아 공격하는 천산각은 큰 발의 가운데를 주먹으로 뚫어 리타이어시키고, 검사 공허공자의 연속 비도술과 합체 칼에는 '''여의봉이 박살나고[9] 약간 밀렸으나''', 갑옷이 무적인지라 칼은 박살나고 이 셋을 사자후로 죄다 먼지로 만들어 버린다.[11] 여기서 전작의 명대사에 화답하는 듯한 대화를 하는데, 현장은 천년, 만년이라도 사랑하겠다고 했지만 단소저는 만년은 너무 길다며, 지금 이 순간만이라도 사랑해 달라고 한다. 죽어가는 사람의 마지막 말이기에 애처로운 장면.[12] 글을 모르는 단소저는 글자들을 아무렇게나 붙여놨다.[13] 찢어버린 동요집을 아무렇게나 다시 붙였는데 불경이 된 것이다. 무한한 세월 동안 원숭이가 타자기를 두드리면, 셰익스피어 급의 작품을 완성시킨다는 말이 생각나는 부분이지만 동시에 능력적으로 완전하지 못한 현장이 이 일을 겪으며 전부터 해오던 칠정에 휘둘리지 않고 특히 애정을 멀리하던 수양이 단소저로 인해 철저히 망가지는 것을 뜻하며 동시에 그로 인해 재구성을 함으로써 완전히 각성하는 것을 단적으로 드러낸 은유로서의 역할을 한다. 이는 주성치의 전작 쿵푸허슬에서도 주인공이 완전히 사지가 으스러졌을 때 문자 그대로 환골탈태하는 모습을 보여준다.[14] 드래곤볼의 사이언인이 초사이언 형태로 변신한 원숭이 형태와 똑같다.[15] 캡콤의 액션 게임 아수라의 분노의 장면과 똑같아서 표절 논란이 일었다.[16] 이미 개봉 전에 토렌트로 유포되어 볼 사람은 다 봤을지도 (...) [17] 정식 개봉판은 광동어가 아니라 보통화 더빙판이었다. 광동어와 보통화 더빙을 구분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후반부 대일여래진경이 등장하자 손오공이 "여래!" 하고 외치며 덤벼드는 장면을 보면 된다. 전자음이 섞인 듯하면서 "우라이~"로 들리면 광동어, 그냥 포효하듯이 "여라이~"로 들리면 보통화 더빙이다.[18] 심지어 그 여자아이는 영화 시작 때 어부인 아버지가 물에서 장난을 치다가 사오정에게 끔살당하는 걸 본 아이였다. 게다가 엄마까지 분노에 미쳐서 사오정을 잡으려고 물에 뛰어들고... 그렇게 일가족이 몰살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