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일즈맨의 죽음

 

Death of a Salesman
1. 개요
2. 내용
3. 평가
4. 영화/드라마화


1. 개요


아서 밀러가 1949년 발표한 희곡. 1949년 2월 10일 초연되었다.
로만 부자(父子)의 갈등과 파국을 통해 현대 사회에서 자본주의의 부품으로 전락하며 소외당하는 개개인, 그리고 급격하게 변화하는 가치관에 적응하지 못하고 결국 붕괴로 치닫는 가정의 비극을 그려냈다. 또한 그 동안 미국이 내세웠던 아메리칸 드림이 얼마나 허상적인 것인지를 냉소적인 태도로 보여주고 있다. 러시아의 극작가 안톤 체호프의 '관리의 죽음'이라는 작품의 영향을 받았다고 보는 설도 있다.
그의 자서전에 나온 바에 따르면 이웃집 세일즈맨 아저씨가 자신의 아들이 승승장구할 거라면서 자랑 하는 모습을 보고 이야기를 구성하게 되었다고 한다.
극이 독특하게도 막에 따라 시점이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유연하게 과거 회상 장면과 현재 시점을 오간다. 또한 무대에도 벽이 존재하지 않아 과거와 현재의 공간을 자유로이 오간다. 대사에 따라 같은 집이 지금일 수도 있고 과거일 수도 있다. 이렇게 시점이 오가는 와중에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가 어떻게 망가지게 되는가가 극적으로 드러나게 된다. 아래의 시놉시스는 이해를 돕기 위해 극본의 순서를 따르지 않고 과거 시점의 내용과 현재 시점의 내용으로 나누어 서술하였다.

2. 내용


과거 시점. 회사 사장과 개인적인 친분을 나눌 정도로 성공한 세일즈맨 윌리 로만에게는 비프와 해피라는 두 아들이 있다. 비프는 훤칠하고 인기 많고 풋볼도 잘 하는 고등학생으로 특히 윌리는 비프에게 매우 큰 기대를 건다. 인기와 개성만 있으면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 윌리는 그의 가치관에 따라 비프가 성공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윌리는 비프에게 자신의 성공관에 따른 기대를 주입시켰고, 비프에게는 도벽 증세가 생기는 등 점점 어긋나기 시작한다. 그럼에도 윌리는 비프에 대한 훈육을 거의 방임하다시피 한다.
설상가상으로 비프는 수학 시험에서 낙제하면서 대학 진학까지 어려워지게 된다. 비프는 낙제하고 난 후 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윌리가 출장 나간 보스턴을 찾아가지만, 호텔에서 윌리와 내연녀가 바람을 피운 것을 알게 된다. 윌리는 비프에게 매달려 너무 외로워서 그랬던 것이라며 변명을 하지만, 큰 충격을 받은 비프는 대학 진학을 아예 포기하고, 두 사람의 관계는 회복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른다.
현재 시점(늦은 1940년대 )[1]. 인맥도 능력도 다 떨어진, 남은 것이라고는 할부금밖에 없는 윌리는 예순이라는 나이까지 세일즈맨 일을 하느라 만성적인 피로에 시달리고, 환각 증세까지 겪는 등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었다. 비프는 서른 넷임에도 변변한 직장을 구하지 못했으며, 해피는 문란하고 향락적인 생활에 빠져있었다.
비프는 오랜 방황 끝에 집으로 다시 돌아와 올리버 사장에게 찾아가 일자리를 구해오겠다고 호언장담하고 윌리도 이에 힘을 받아 자신을 다른 부서로 옮겨달라고 사장에게 말하기로 결심한다.
윌리는 하워드 사장에게 고된 외판원 일 대신 다른 부서로 이직을 요청하지만 '이제 쉬실 때가 되셨습니다'라는 말과 함께 오히려 하루 아침에 해고당하고 만다. 윌리는 그 동안 무시해왔던 이웃 찰리의 아들 버나드가 법관이 되어 성공한 것을 보고 성공의 비결을 묻는데, 버나드는 비프가 보스턴에 다녀오더니 풋볼도 때려치우고(버지니아 대학이라 적힌 풋볼 운동화를 불 속으로 던져 버렸다고) 그 모양이 되었다면서 윌리에게 비프와 보스턴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역으로 되묻는다. 결국 비프가 그렇게 된 것이 자신의 불륜 때문임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게 된 윌리는 고통을 겪는다. 한편 비프는 과거 자신이 일하던 회사의 사장 빌 올리버를 찾아가 사업을 도와달라고 하지만 올리버는 그를 기억하지 못했고 거절당한다. 게다가 도벽 증세로 인해 무의식적으로 올리버의 만년필을 훔쳐 달아나기까지 한다.
윌리는 여전히 비프가 자신을 존경하며 크게 성공하리라고 믿고 싶어했지만, 비프는 그런 윌리에게 아버지가 자신에게 헛된 기대를 불어넣어 자신의 인생을 망쳤고, 아버지나 자신이나 별 볼 일 없는 사람이라며 날선 말을 쏟아내고는 감정에 지쳐 울음을 터뜨린다. 윌리는 그런 비프에게 마지막으로 해줄 수 있는 것이라고는 보험금을 남겨주는 것 밖에 없다고 생각하고는, 일부러 차 사고를 내고 만다[2].
윌리의 장례식장에는 그의 가족과 찰리, 버나드만이 조촐하게 자리를 지킨다. 비프는 윌리가 잘못되었고 그가 꾸었던 꿈이 허황된 것이었다고 말하지만, 해피는 그런 형에게 아버지가 헛되이 죽지 않았다는 것을 입증하겠다고 말한다. 찰리와 해피는 가고, 린다는 이내 혼자서 무덤 앞에서 '당신의 보험금으로 마지막 빚을 다 갚아 드디어 자유로워졌는데 당신은 어디 있느냐'하고 오열하면서 막이 내린다.

3. 평가


이 극을 통해 아서 밀러는 전통적인 서구의 비극의 틀을 깨고 현대 비극의 가능성을 제시하였다고 평가받는다. 그리스 시대부터 내려오는 전통적인 비극에서 비극을 겪는 주인공은 고귀한 신분을 지녔거나 위대한 능력을 지닌 인물이고, 그 비극은 신과 같은 불가항력적인 힘으로 인해 초래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현대의 우리에게는 고귀한 신분도 존재하지 않고 신과 같은 거역할 수 없는 힘도 존재하지 않는다.
밀러는 이에, 보통 사람이 비극의 주인공이 된다는 사회비극론을 세워, 개인과 산업화된 현대 사회의 관계 속에서 개인이 겪는 좌절을 다루었다. 밀러의 비극 이론에서 고전 비극의 고귀한 신분을 지닌 주인공은 현대의 보통 사람으로 대체되며, 불가항력적인 힘 대신 극복될 수 있는 사회적 힘에 저항하는 주인공을 제시한다. 그래서 밀러의 극은 사회 비판적인 성격을 띠기도 하지만, 그러면서도 개개인의 의지를 통해 존엄성을 회복하고 세계를 보다 나은 방향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희망을 잃지 않는다[3].

4. 영화/드라마화


  • 1951년 영화: 라즐로 베네덱 감독
  • 1966년 CBS판: TV 영화. 알렉스 세갈 감독
  • 1966년 BBC판: TV 드라마. 앨런 쿡 감독
  • 1985년 영화: 폴커 슐렌도르프 감독[4]
  • 2000년: TV 영화. 커크 브라우닝 감독
[1] 극은 지친 윌리가 집으로 돌아오면서 시작된다.[2] 극 중에서는 효과음(차 엔진 소리)과 가족들의 비명으로 간접적으로 암시된다.[3] 현대비극 밀러의 사회비극론을 중심으로, 김성철, 영어영문학21 제23권 4호[4] 더스틴 호프먼존 말코비치가 캐스팅된 것으로 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