셔터 속도
사진에서 노출값을 결정하는 세 가지 요소 중 하나.
1. 셔터 속도 = 셔터의 속도?
노출 시간을 셔터 속도라고 표현하게 되면서 생기는 오류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셔터 '속도' 는 셔터가 진짜 움직이는 속도나 셔터가 주행하는 시간의 길이가 아니라, 셔터가 열려 있어 빛이 필름이나 촬상소자에 직접 비추어지는 시간의 길이를 의미한다. 때문에 단위는 시간 단위로, s(초)를 사용한다.
예를 들어, 35mm 카메라의 상하주행식 포컬 플레인 셔터가 1/8000s의 속도로 작동한다고 생각해 볼 때 만약 셔터 '속도'동안 셔터막이 구동한다면 0.024x8000 = 192m/s, 즉 '''691.2km/h로 질주'''한다는 이야기가 되어 버리며 이런 속도를 가진 구조가 카메라 내에 있다면 몇 방 찍으면 카메라가 남아나지 않을 것이다.
2. 스탑 단위
셔터 속도를 스탑 단위로 나타내거나 계산할 때는 2배의 변화가 한 스탑으로 계산된다.
1/1000초부터 1초까지의 1스탑 단위의 셔터 속도는 다음과 같다.
1/1000 - 1/500 - 1/250 - 1/125 - 1/60 - 1/30 - 1/15 - 1/8 - 1/4 - 1/2 - 1
(단위: 초)
2000년대 이후로 출시되는 대부분의 고급 카메라는 셔터 속도를 직접 조절할 수 있고, 이 조작은 1/2스탑 혹은 1/3스탑 단위이며 사용자가 직접 두 단위를 선택할 수 있는 경우도 존재한다. 이외에도 야경, 특히 천체 사진은 굉장한 장노출을 필요로 하므로(별의 일주 사진은 몇 시간씩 걸린다), 셔터 스피드를 계속 늦추다 보면 BULB라는 게 나온다. 사용자가 셔터를 누른 후, 셔터를 뗄 때까지 셔터막이 열려 있게 되는 모드.[1]
3. 셔터 속도의 효과
셔터 속도를 조절하는 것은 단지 노출만을 조절하는 것이 아니라, '몇 초 동안 피사체가 어떻게 움직이는가'를 표현하는 효과가 있다. 때문에 노출을 길게 잡으면 피사체가 흐르는 듯이 보이고 배경은 당연히 정지하고 있으며, 이를 반대로 응용하여 카메라를 움직여 불규칙한 흐름을 나타낼 수도 있다. 흔히 차도를 찍은 야경 사진에서 보이는 불빛 궤적이나, 별이 원을 그리며 도는 궤적 사진이 좋은 예. 빠른 예는 스포츠 선수들을 순간포착한 사진이나 우유 광고에 흔히 쓰이는 크라운 모양의 물방울 사진을 생각하면 된다.
높은 셔속으로 인물을 찍는다면 흔히들 '순간포착' 이라고 부르는 웃긴 사진이 나오기도 한다. 사족으로 이 계열에서 굉장히 악명높은 사람이 있으니 그 이름은 한상균(기자).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해보면 그의 아름다운(?)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디지털 카메라에서는 노출 시간이 길어질수록 카메라가 열을 받아 사진에 열화노이즈가 나타나게 된다. 이 발열 현상이 단지 노이즈만 안겨주면 몰라도 CCD(디지털 카메라의 필름 역할. 즉 감광 센서.)의 수명까지 단축시킨다. 그래서 매우 긴 노출이 필요한 천체 사진가들은 한겨울에 촬영을 즐기며[2] , 특히 카메라 내부에 냉각개조까지 행한다. 사실 천체 사진이라는 게 그야말로 돈지랄이라 개조쯤은 대단한 것도 아닐 듯.
4. 셔터 속도에 따른 보조 기구의 사용
일반적인 포컬 플레인 셔터의 경우, DSLR에서는 1/250s 정도의 X-Sync 속도를 가진다고 이야기되는데 이것이 바로 포컬 플레인 셔터막이 본래 상하/좌우로 종단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다.[3] 최상위 기종들의 셔터는 1/250s 정도의 X-Sync 속도를 가지고 있다. 동조 속도 이상으로 찍을 경우 셔터 메커니즘이 좀 달라지는데, 이로 인해 스피드 라이트를 쓰기 힘들어진다. 자세한 것은 스트로브 및 포컬 플레인 셔터항목을 참고할 수 있다.
사물을 제대로 알아보고 분간할 수 있을 정도의 사진을 얻기 위해선 적절한 노출이 필요한데, 어두운 곳에서 사진을 찍게 된다면 당연히 긴 노출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사람인 이상 아주 떨림이 없을 수는 없으니 손떨림이 나타나게 된다.[4] 물론 조리개와 ISO 조절을 통해 어느 정도 보완할 수는 있지만 화질 등의 문제로 한계가 존재하며, 제조사마다 손떨림 보정 기능을 탑재하고 있으나 어디까지나 보조적인 수단일 뿐이다. 결국에는 보통 그보다 훨씬 느린 수준인 몇 초 단위에서, BULB까지의 사용은 흔한 일.
카메라의 화소가 점점 늘어나면서, 이전에는 사진에는 잡히지 않던 수준의 손떨림까지 픽셀 단위에서 드러나게 되면서 진동을 잡는 것이 점차 중요해지고 있다. 이를 위해 삼각대를 사용하는 것이 가장 보편적인 방법이지만, 삼각대가 있어도 BULB모드에서 셔터를 다시 누르는 그 과정에서 떨리기도 하므로, 셔터를 원격으로 누르기 위한 릴리즈 장치가 있다. 유/무선 두가지 타입이 있는데, 셔터 리모컨쯤으로 생각하면 편하다. 디지털 카메라에서는 전자식 셔터를 사용하면 셔터에 의한 진동이 전혀 생기지 않는다. 삼각대가 없다면 팔뚝을 몸에 붙인 안정적인 자세로 벽이나 기둥에 기대거나 앉아서 찍는 등, 주변의 지물을 활용하면 큰 흔들림 없이 찍을 수 있다.
[1] Time 셔터의 경우는 누른 후, 다시 누를 때까지 열려 있는 모드이다.[2] 사실 겨울이 공기가 맑은 편이라 야경이나 천체 사진 찍기에 가장 적합하기도 하다.[3] 특히 포컬 플레인 셔터에서 X-Sync 속도가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은 선막-후막으로 구성된 셔터의 구조상 이 속도 이상에서는 플래시의 동조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4] 개인차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사람이 자력만으로 떨림없는 사진을 얻을 수 있는 가장 느린 셔터속도는 1/125에서 1/80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