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증기 응축현상
Vapor Condensation
1. 개요
수증기는 본래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어떠한 이유로 이것이 응축되면 액체 상태로 액화된다. 물론 보통은 흐르는 물이 아니라 구름이나 안개 형태의 작은 물방울 입자가 되어 공기 중에 떠있게 된다. 이것이 발생하는 원인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온도나 압력의 변화 탓이 크다.
2. 원리
다른 물질도 마찬가지지만 공기는 온도, 압력, 부피가 서로 밀접한 관계를 이루고 있다. 만약 어떠한 공기가 주변에서 열을 빼앗기거나 열을 공급하지 않는 상태에서 갑자기 부피가 늘어나면 단열팽창으로 압력이 떨어지며 온도도 떨어진다. 이렇게 갑자기 떨어진 온도로 인해 대기중의 수증기가 물로 응축되는 이슬점 역시 내려간다. 그 결과 대기중의 눈에 보이지 않던 수증기는 미세한 물방울 입자가 되어 구름이나 안개 형태로 보이게 된다.
3. 팽창파와 충격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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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엔젤스 소속 F/A-18 주변에 생긴 깔대기 모양 구름.
이것은 흔히 소닉붐으로 잘못 알려진 현상이다. 전투기 같은 고속 항공기 주변에 도넛, 더 정확히는 깔대기 모양의 구름이 생기는 현상. 흔히 소닉붐이란 용어와 함께 음속 돌파라는 용어 때문에 이 구름을 전투기가 뚫고 지나가는 현상으로 알기 쉽지만, 실제로는 비행중인 전투기 옆구리에 구름이 계속 생기는 현상이다.
이것의 발생원인은 당연히 소닉붐이 아니라[1] 팽창파와 충격파 때문이다.
팽창파, 혹은 팽창 충격파는 초음속 흐름에서 생기는 현상으로 어떠한 이유로 공기 흐름이 갑자기 빨라지면 그 경계면에 넓은 부채꼴 모양으로 일종의 약한 충격파가 생긴다. 이 팽창파를 지난 공기는 압력이 급격히 떨어지며 밀도와 온도 또한 떨어진다.
충격파, 혹은 압축 충격파는 초음속 흐름에서 생기는 현상으로 어떠한 이유로 공기 흐름이 갑자기 느려지면 그 경계면에서 매우 얇은 막처럼 음파들이 겹친 부분을 말한다. 이곳을 지난 공기는 압력이 급격히 높아지며 밀도와 온도 역시 올라간다.
물체가 비행하면 항공기의 형태를 따라 흐르던 공기는 속도가 주변 공기보다 더 빠르게, 혹은 더 느리게 흐르게된다. 대표적인 것이 양력을 만드는 날개로, 날개 위를 흐르는 공기는 구심력등에 의해 압력이 낮아지며 속도는 급격히 올라간다.
그렇기에 항공기가 천음속,[2] 으로 비행하면 항공 주변에서는 비행속도 보다 느린 아음속(마하 0.8 미만)에서 초음속(마하 1.0 이상)의 공기흐름이 생기는 복잡한 상황이 연출된다.
이때 공기가 가속되는 부분은 음속을 넘어서 위에 언급한 팽창파가 발생한다. 팽창파가 발생하고 나면 온도는 급격히 떨어지며, 주변 대기가 섭씨 15도임에도 팽창파를 지난 공기는 온도가 영하로 떨어지기까지 한다. 그렇기에 수증기는 순식간에 응축하여 물방울 입자가 된다. 이것이 바로 흔히 소닉붐이라고 잘못 설명하는 깔대기 모양의 수증기 응축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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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F/A-18의 사진을 확대한 모습. 보통의 사진으로는 충격파와 팽창파를 확인하기 어려워서 특별한 촬영기법을 쓰고는 하는데, 위 사진은 운좋게도 충격/팽창파가 어디에 생겼는지 알 수 있다.[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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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현상을 전산유체해석으로 해석한 모습. NASA가 위 현상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함께(이것 말고 다른 이유로 생기는 수증기 응축현상들까지 모두) 해석한 예제 그림. 팽창파와 충격파의 위치를 알 수 있다.[4]
이 깔대기 모양의 구름은 항공기 허리 뒷 부근에서 마치 칼로 잘려나간 것처럼 급격히 수직으로 잘린 형태다. 이 부분은 바로 충격파가 생긴 곳이다. 초음속으로 가속되었던 공기흐름이 다시 느려지면서 음속 이하로 떨어지면서 충격파가 생긴 것. 충격파를 지난 공기흐름은 위에 언급한바와 같이 온도가 다시 올라간다. 그래서 영하로 떨어졌던 공기온도는 다시 주변 온도와 비슷한 수준까지 올라온다. 그런데 이 과정이 충격파를 경계로 급격하게 발생하다 보니 칼로 잘린 것처럼 수직으로 잘린 깔대기 모양 구름이 생기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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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라이트닝 전투기가 마하 0.98로 비행중인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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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조건에 대해서 풍동실험을 한 모습.
위, 아래 사진을 비교해 보면 충격파와 팽창파의 생성위치와 구름의 위치 관계를 잘 알 수 있다. 일반적으로 날개가 있는 허리부근 이외에도 캐노피처럼 급격히 공기흐름이 굽어흐르게 되는 부근에서도 팽창파 및 충격파가 잘 발생한다..[5][6]
이상의 설명에서 알 수 있듯, 사실 저 구름이 생기는 속도는 음속돌파 순간이 아니라 음속 미만의 속도다. 만약 마하 1 이상의 속도가 되면 충격파가 항공기 머리부근에서 부터 생기다보니 공기가 떨어지기도 전에 먼저 올라가고 만다. 즉 이 구름이 생겼다는 것은 음속 미만의 속도이므로 소닉붐 역시 발생하지 않는다. [7]
참고로 에어쇼에서 전투기들이 위의 구름이 생성되기 쉽도록 일부러 활주로 위를 마하 0.8~0.9 정도의 속도로 비행하는 '고속통과(High speed fly by)' 기동을 종종한다. 초음속으로 비행이 불가능한데, 일단 성능적으로 공기밀도가 높은 지면 가까이에서 초음속 비행을 하는 것은 엔진과 기체에 부담이 많이가고[8] 더불어 진짜로 소닉붐을 일으켜서 소음공해를 유발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육지 상공에서는 초음속 비행을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물론 에어쇼에서도 금지.[9]
4. 소용돌이 흐름
소용돌이치는 흐름은 그 회전 중심으로 갈 수록 압력이 급격히 떨어진다. 그렇기에 당연히 온도 또한 낮아지며 이로인하여 수증기 응축현상이 생기곤 한다. 민간 항공기보다는 전투기가 급기동할 때 잘 보이며, 주로 스트레이크와 날개 끝에서 생긴다.
스트레이크는 애당초 소용돌이 흐름을 만들어서 주날개 위의 양력을 추가로 만드는 용도로 만든 것이며 급기동시 소용돌이 흐름이 크게 증가하므로 그 압력감소=온도감소 효과도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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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기의 날개 끝 역시 날개 위아래의 압력차이 탓에 날개 아래의 공기흐름이 위로 말려 올라가며 강력한 소용돌이를 만든다. [10] 항공기가 급기동을 할 수록 더 많은 양력을 만들게 되고, 그러면 날개 위아래 압력 차이는 더 커져서 더 급격한 소용돌이를 만들게 되므로 마찬가지로 온도가 떨어지며 수증기 응축현상이 발생. 그런데 곡예비행기들의 경우, 바로 이 날개 끝에 연막발생기를 달아서 잘 모르는 사람이 보면 이게 연막인지 수증기 응축인지 구분이 어렵긴 하다. 대체로 수증기 응축현상으로 인해 생기는 날개 끝의 흰 구름은 아래처럼 굵기가 가늘다.
또한 프로펠러나 헬리콥터의 로터 끝에서도 종종 생긴다.
이 외에도 항공기 주변에 의도적으로 소용돌이 흐름을 만드는 곳 주변에서 수증기 응축현상이 생긴다.
드물게 지상에서 작동 중인 엔진 주변에서 생기기도 한다. 엔진으로 공기가 빨려들어갈 때 온전히 빨려들어가지 않고 소용돌이 흐름을 만들며 빨려들어가다 보니 생기는 일.
5. 양력
항공기가 양력을 만들면 날개 위의 압력은 급격히 떨어지며, 이로인해 날개 위쪽의 H2O 기체 분자의 끓는점이 내려가 응축현상이 생긴다. 이 경우에는 대체로 날개위 전체를 덮는 응축현상이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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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여객기들이 만들어내는 다양한 수증기 응축현상들 및 볼텍스 현상.
만약 전투기가 천음속 영역에서 급기동을 하다보면 위의 두가지가 합쳐져서 항공기 주변에 복잡다양한 수증기 응축현상이 펼쳐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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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응용
수증기 응축현상이 발생한다는 것은 무슨 이유가 되었건 그 부분이 급격히 온도가 낮아졌다는 의미다. 맨 눈으로 공기의 흐름을 보기는 대체로 어렵지만, 이 현상을 이용하면 간접적으로나마 공기흐름의 어느 부분이 지금 온도(혹은 압력)가 낮아졌는지를 알 수 있다. 그래서 공기흐름에 관련된 실험을 할 때 수증기가 잘 생기도록 일부러 앞부분에서 미세하게 물이나 수증기를 살포하기도 한다. 연기를 이용한 흐름의 경우 격렬한 소용돌이 흐름 탓에 연기가 금방 흐트러져서 그 흐름을 알기가 되려 어려운 반면, 이 경우엔 핀포인트로 어느 부분의 압력이 급격히 떨어졌는지만 알 수 있어서 소용돌이 흐름과 관련된 연구시엔 도움이 된다.
문제는 수증기 응축 그 자체로 인하여 공기가 일반 공기가 아니라 물이 섞인 공기가 되어 흐름의 성질이 미묘하게 바뀔 수 있다.
초음속 풍동의 경우에는 의도치 않은 수증기 응축현상이 생겨버리면 시야를 가리거나 하므로, 고속 터빈 등에서는 갑자기 특성이 바뀌는 등의 문제 때문에 이 수증기 응축현상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연구를 하기도 한다.
[1] 소닉붐은 초음속에 의해 큰 '''굉음'''이 생기는 현상이다. 구름이 생기는 현상이나 충격파 자체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다.[2] 본래는 마하 0.8~1.2 정도의 구간을 말하지만 여기선 음속 미만인 마하 0.8~1.0 사이[3] 밀도가 급격히 차이가 생기는 부분은 아지랑이처럼 빛이 굴절되다 보니 배경이 굴절되어 보여서 알 수 있는 것.[4] 사실 잉여롭지 않더라도 흐름을 관찰해야 하는 풍동에서 저런 현상이 생기면 실험관찰을 방해하므로 이러한 수증기 응축현상을 연구하기도 한다. 더불어 수증기가 응축되면 공기의 특성이 약간 달라지므로 터빈이나 압축기의 성능이 미묘하게 바뀌게되므로 이때문에 위와 같은 수증기 응축현상이 생기는지를 연구하기도 하긴 한다.[5] 팽창파와 달리 충격파는 마하 1.0 전후에서는 경사진 형태로 나타나지 않는다. 위 F/A-18이나 라이트닝 사진의 경사진 부분이 팽창파가 아니라 충격파이려면 비행속도가 마하 1.5 이상은 되어야 하는데 지면 근처에서 전투기들은 그렇게 빠른 속도로 날기도 어렵고 사람이 사는 지역에서 그렇게 비행하는 건 불법이기도 하다.[6] 수직으로 생기는 충격파가 항공기 표면 근처에서는 약간 뒤로 경사가 져있는데, 이는 항공기 표면 근처를 흐르다가 표면마찰로 인해 속도가 느려진 영역인 경계층(Boundary layer)와 충격파가 상호 간섭을 일으켜서 수직으로 생겨야 할 충격파가 뒤로 약간 굽어진 것이다.[7] 소닉붐은 충격파에 의해 생기므로 위의 상황에서도 생길 수 있다고 할 수 있으나, 속도가 느려서 충격파의 강도 역시 약하다. 즉 압력변화의 폭이 크지 않다보니 큰 폭음을 유발하는 소닉붐이 생기기 어렵다.[8] 일반적인 전투기의 최대속도가 마하 2.0 전후인데 이것은 높은 고도에서 낼 수 있는 속도이며, 지면 근처에서는 마하 1.2면 높은 축이다.[9] 사람이 살지 않는 육지에서 십 수 km 떨어진 먼 바다에서는 가능하지만...거기서 에어쇼를 하는 방법은 배를 타고 나가는 것 뿐. 뭐 미 해군은 가끔 그런 행사도 하긴 하지만. 허나 이 경우에도 위에 언급한 저고도에서 초음속 비행의 어려움 때문에 실제로는 초음속 비행은 잘 안한다.[10] 이를 익단와류, 혹은 wing tip vortex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