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키야키(테이스티 사가)
1.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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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스티 사가의 등장 식신. 모티브는 스키야키.늘 화려하게 꾸미고 다니는 청년. 대외적으로는 선량한 모습이라 사람들은 그 감언이설에 훌쩍 넘어간다. 하지만 실제로는 지배욕이 강하고 개인 프라이버시를 매우 중시하는 식신이다.
2. 초기 정보
3. 스킬[2]
4. 평가
5. 대사
6. 배경 이야기
6.1. 1장. 발길이 머무는 곳
"신이 사는 곳"으로 알려진 지역에 늙지 않는 소녀가 산다는 소문이 퍼졌다.
그 소문을 들은 요코를 따라 난 소문의 장소 롤 떠났다.
의원 가문 출신인 요코는 의술이 그리 뛰어난 것은 아니지만 아픈 사람을 보면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었다.
그 소문도 환자를 치료하러 길에 나섰다가 듣게 됐다고 했다.
신이 사는 곳을 찾기 위한 우리의 여정은 그렇게 시작됐다.
요코는 마스터의 딸로 난 「부탁」을 받고 동행하게 됐다.
어릴 때 아버지를 잃은 까닭에 어린 요코는 온갖 핑계를 대고 내 곁에 머물려고 했다.
그 시절의 요코는 지금과 달리 언제나 환한 미소를 지으며 날 동경 어린 눈으로 바라봤다.
그녀를 놀리는 시간조차 이제는 아련한 추억이 되었지만 내게는 지금의 거리가 적당하다.
「예전에는 영약인가 뭔가를 찾겠다고 난리를 치더니, 이제는 엉터리 소문만 듣고서 무작정 집을 나서다니... 참, 배짱도 좋지...」
누가 들어도 비꼬는 기색이 역력했다.
「이봐, 요코. 대체 뭘 할 셈이야?」
「스키야키, 너랑은 상관없잖아.」
역시 아직도 애라니깐... 뾰로통한 요코의 대답에 다시 한번 똑같은 결론에 도달했다.
「좋아~ 그런데 말이지 그렇게 계속 씩씩거리며 걸어가다가는 녀석이 다치게 될걸.」
내 말에 요코가 발걸음을 멈춘 채 얼어붙은 듯 꼼짝도 하지 않았다.
「야옹 」
이 길은 근처 마을에 사는 사람이 우리에게 알려준 곳이다.
낙신의 공격을 받아 이 근처에서는 사람의 흔적을 거의 찾을 수 없다고 했다.
그런 곳에 새끼 고양이의 울음소리라니...
요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마을을 떠나기 전 마을 사람이 건네준 어포를 새끼고양이에게 먹이기 시작했다.
「데리고 가지 않는 거야?」
요코의 행동이 선뜻 이해되지 않았다. 어릴 때의 요코는 작은 동물만 보면 기뻐서 어쩔 줄 모르던 소녀였다.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내 앞에서 환한 미소를 짓지 않는다.
언제부터 이렇게 된 걸까?
요코는 더 이상 내게 「좋아한다」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지 않는다.
새끼고양이는 고맙다는 듯 요코의 발치에 제 몸을 비녔지만, 그녀의 발걸음을 끝내 잡지는 못했다.
요코는 다정한 손길은커녕 따뜻한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몇 걸음 채 가지 못해 요코가 내게 등을 돌린 채 입을 열었다.
「끝까지 책임질 수 없다면 어설픈 동정은 오히려 독이야.」
그 말에 가슴 한쪽이 먹먹해졌다. 보기 드물게 그녀의 말에서 웃음기가 느껴졌다. 하지만 그것은 나를 향한 비웃음일 뿐이었다.
「예전에 네가 자주 했던 말 아니던가?」
6.2. 2장. 눈길이 닿는 곳
이곳 단풍숲은 요코의 집에 있는 정원만큼 크진 않지만, 차분한 녹색이 붉게 물드는 것을 볼 때마다 지나간 추억이 절로 떠오른다.
요코의 예전 집에서 봤던 풍경과 무척 비슷하다.
우리가 이곳에 터를 잡은 건, 단풍 말고도 다른 이유가 하나 더 있다.
오래전부터 이곳은 온천으로 유명했다.
그 이야기를 들은 요코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이곳을 선택했다.
제 일처럼 발 벗고 나선 마을 사람들의 도움으로 나와 요코는 이곳에서 머물 곳을 얻었다.
그 이후, 이곳은 마을 사람들에게는 의관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요코에게 진료를 받으러 온 사람들은 종종 먹을 것을 가져다주었다.
그 덕분에 요코가 온종일 약초를 손질하거나 방에 틀어박혀 의술을 연구하는 일에 매달려도 먹고 사는 데는 크게 지장이 없었다.
하지만 요코가 내게 뭔가를 숨기고 있다는 사실을 이미 눈치채고 있었다.
그렇게 천천히, 나 역시도 요코를 마주하는 게 점점 어려워진다.
마스터가 내 곁을 떠난 것처럼 요코가 내게서 점점 멀어진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모든 것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간다는 기분에 나는 초조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스키야키, 요코 오늘 집에 있나요?」
갑작스러운 목소리에 문뜩 정신이 들었다.
내게 말을 건 상대는 최근 이곳을 종종 찾아오는 소녀다. 요코와 꽤 친하게 지내는 것 같다.
소녀는 이곳에 올 때마다 늘 커다란 바구니를 가지고 왔다.
「응, 집에 있을 거야.」
난 평소처럼 웃으며 입을 열었다.
「제가 가서 찾아볼게요.」
소녀가 환한 미소를 지으며 재빨리 집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멀어져 가는 뒷모습을 보며 요코와 잘 지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 이틀... 그렇게 시간은 흘러갔다.
언제나 약초 냄새가 은은하게 풍기던 요코의 방 안에서 열은 악취가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요코에게 어떻게 된 일인지 묻어봤지만, 신약을 달이고 있으니 방해하지 말라는 차가운 대답을 들었을 뿐이다.
요코와 달리 약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나라고 해도, 날마다 진해지는 악취에 불안한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내 예감은 얼마 뒤 사실로 판명났다.
그날, 누군가가 대문을 쾅 하고 요란하게 열어젖혔다.
「요, 요코... 우리 딸 좀 살려다오!」
다급한 표정의 남자였다.
「평범한 열병인 줄 알았는데 3일이 지나도록 차도가 없더니 얼굴에 이런 게 났지 뭡니까!」
남자는 울먹거리는 목소리로 내게 도와달라고 했다.
그래서 난 방에 있던 요코에게 잠시 나와보라고 했다.
남자를 따라 우리는 예전에 살았던 그 마을로 함께 돌아갔다.
허름한 침대 위에 얼굴 가득 반점과 물집이 난 소녀가 조용히 누워있었다.
한눈에 봐도 끔찍한 모습이었지만 왠지 모르게 낯이 익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녀를 자세히 보고 나서야 날마다 요코를 찾아오던 소녀라는 걸 깨달았다.
그 순간, 내 옆에 있던 요코가 크게 동요하는 게 느껴졌다.
아~ 또 이런 더러운 기분이라니...
마스터도, 요코도 모두 내 손이 닿지 않는 곳에서 위기에 처하고 말았다.
점점 창백해지는 요코의 얼굴을 보며 무력한 자신에 대한 분노가 가슴 속 깊은 데서 울컥 하고 터져 나왔다.
대체... 어떻게 된 거지?
이러한 의문을 품은 채, 난 요코와 함께 소녀의 아버지를 따라 그들의 집으로 향했다.
「왜... 왜 이렇게 된 거야?」
진료를 마친 요코가 조그닿게 속삭이더니, 가쁜 숨을 몰아쉬는 소녀를 넋 나간 표정으로 내려다봤다.
그 순간, 원가가 떠오른 듯 갑자기 긴장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지난 며칠 동안 만난 사람이 있었나요?」
「밖에 나갔다가 돌아올 때면 딸 아이는 제 어미와 함께 붙어 지냈지.」
요코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남자는 당황한 눈치였다.
「어머니라는 사람은 지금 어딨죠?」
「머리가 아프다면서 잠을 자고 있는데... 앗! 서, 설마...」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은 이것이 알 수 없는 재앙의 시작임을 직감했다...
「스키야키, 방에 가서 서랍에 든 상자를 가져다줘.」
말을 마친 요코가 남자와 함께 다른 방으로 달려갔다.
싫다는 내 대답을 결코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듯 요코의 눈빛과 목소리에서 단호함이 느껴졌다.
예전의 마스터가 혼자서 모든 짐을 젊어지려고 했던 것처럼...
그래서 나도 망설이지 않았다.
요코의 방 안으로 들어가자, 사방에서 나는 이상한 향기에 번뜩하고 정신이 들었다...
방문을 열자, 뭔가가 변하기 시작했다.
머릿속에서는 요코의 표정이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이때의 내게는 아무런 선택권도 주어지지 않았다.
6.3. 3장. 마음이 향하는 곳
소박한 방안은 은은한 약초 냄새로 가득했다. 약을 다루는 의원의 방이니 지극히 자연스러운 광경일 것이다.
하지만 문을 열고 들어간 방 안의 모습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엉망이었다. 심지어 처음 본 물건들이 잔뜩 쌓여 있었다.
「찍찍--」
방구석에서 나는 이상한 소리에 자세히 살펴보니 쥐 몇 마리가 우리에 갇혀 있는 게 보였다.
방 안에 왜 쥐가 있는 거지?
명문가 출신인 요코는 어둠 속에서 살아가는 더러운 생물을 한 번도 만진 적 없었다.
그 순간, 소녀가 요코를 찾아올 때마다 늘 가지고 왔던 바구니가 생각났다.
아~ 이렇게 된 일이었군...
탁자 위에는 각종 약초와 약병이 널브러져 있었고, 절구에서 절반 정도 갈리고 남은 시커먼 약 찌꺼기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서 요코가 저 약물을 만드느라 방 안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무엇보다도 활짝 펼쳐져 있는 서책이 마음에 걸렸다.
요코가 어릴 때부터 보던 의술서와는 전혀 달라 보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책에 적혀 있는 물건들이 전부 나무 탁자 위에 마구잡이로 꺼내져 있었다.
이번에는 쥐가 들어있는 우리로 시선을 옮겼다. 자세히 보니 우리 구석에는 갉아 먹힌 죽은 쥐가 보였다.
그 모습에 깜짝 놀란 나는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도무지 종을 잡을 수 없었다.
요코가 왜 이런 약을 만든 거지? 소녀의 증세와는 또 무슨 상관인 거지?
단순한 추측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였기에,
마스터가 말한 대로 서랍에 든 상자를 일단 꺼내서 가져다줬다.
그것이 지금의 내가 해야 하는 일이었다.
나는 소녀의 아버지와 자리를 떠나지 못한 채 문밖에 계속 서 있었다.
소녀의 어머니도 전영된 듯 줄곧 고열에 시달리고 있었다.
다행히 일찍 발견한 덕분에 병세가 그리 심하지는 않았지만...
오랜 기다림 끝에 요코가 마침내 방 밖으로 나왔다.
「당분간 두 사람을 방 밖으로 내보내지 마세요. 그리고 한 번 썼던 물건은 이걸로 깨끗하게 닦도록 하세요...」
내가 가져온 상자를 연 요코가 누르죽죽한 물약을 한 움큼 쥐고는 소녀의 아버지에게 건넸다.
「이게 워냐?」
「소독약이에요, 증세를 가라앉히는 데 도움이 될 거예요.」
「고, 고맙다. 요코!」
약병을 받은 남자가 요코를 향해 연신 고개를 숙였다.
일은 아직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요코의 하지만 표정이 내게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숙소로 돌아간 뒤에도 나는 마음에 담고 있던 질문을 차마 입 밖으로 꺼내지 못했다.
「무슨 일이 생긴 건지 왜 묻지 않아?」
「너 의원이잖아? 의원이 아픈 사람을 치료하는 거야 당연한 거 아냐? 그보다는 수상한 약물에 대해 물어봐야 할 것 같은데...」
「의서에 적혀 있는 대로 내가 만든 거야.」
「그게 다는 아닌 것 같은데...」
「넌 왜 언제나 내게 거짓말하는 거야?」
「거짓말?」
「그걸 묻고 싶은 게 아니잖아, 내 말이 틀려?」
요코는 사춘기라도 된 건지 나와 말다툼하는 횟수가 부쩍 늘었다.
하지만 지금처럼 내게 대든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요코는 또다시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이튼날 아침, 요코는 어제의 수상한 약물을 진료 가방에 가득 담았다.
한마디도 하지 않은 채 내 옆을 쌩하며 지나갔다.
「어디 가려는 거야?」
「마을.」
「어제 약물을 소녀의 아버지한테 잔뜩 건네지 않았어?」
「 콜록, 콜록.. 그러니까 이건... 마을에 있는 다른 사람들한테 줄 거야.」
「너 감기 걸렸냐?」
「아무것도 아니야, 약을 만들다가 사레가 들린 것뿐이야.」
「뭐?」
내 이야기가 끝나기도 전에 요코가 약병을 열자, 코를 찌르는 듯한 지독한 냄새가 퍼지기 시작했다.
「흑사병이야, 그 아이는 내 방에 있던 쥐한테 물려서 그렇게 된 거야.」
「흑사병?!」
병의 원인을 알진 못하지만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순식간에 주변 사람을 감염시킬 수 있다는 건 잘 알고 있다.
머뭇거리지 않고 요코를 따라 함께 마을로 향했다.
마을이 크지 않은 데다, 사람들 모두 요코를 진심으로 따랐기에 더 이상 병은 확산되지 않았다.
그후 며칠 동안 요코는 흑사병 증세가 있는 사람들을 치료하는 데 매달렸다.
물약에서 흘러나온 악취로 가득한 방 안에서 난 요코의 일을 거들고 있었다.
예전보다 훨씬 바빠 보이는 요코를 보고 있자니, 가업을 잊기 위해 동분서주했던 누군가의 그림자가 눈앞에서 아른거렸다.
「난 엄마가 아니야.」
요코의 목소리가 귓가에서 전해졌다.
「당연한 이야기를 하고 그래, 넌 요코잖아.」
「지금 네 눈빛... 어머니를 보던 눈빛이었어.」
「......」
「콜록... 나도 알아. 왜냐면 그 동안 나도 널 바라봤으니까.」
요코는 약초를 담가둔 세슷대야를 든 채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쨍그랑 」
세숫대야가 바닥에 떨어지더니 뒤이어 뭔가가 풀썩하고 쓰러졌다.
무슨 상황인지 파악하기도 전에 바닥에 쓰러져 있는 요코가 보였다.
6.4. 4장. 모든 것이 너였다
살던 곳으로 돌아가서 요코를 침대에 눕혔다. 사람들은 요코를 뛰어난 의원이라고 입을 모아 칭찬했지만 정작 그런 그녀가 쓰러졌을 때는 누구도 도와주지 못했다.
「콜록, 콜록...」
얼마 지나지 않아 침대에 누워있던 요코가 정신을 차렸다.
「정신이 들어?」
안도의 한숨도 잠시, 요코의 기침이 점점 심해졌다.
「너.. 설마...」
「콜록... 의원인 내가 이렇게 멍청하다니.. 콜록, 콜록...」
기침이 점점 심해지더니 요코가 결국 피를 토하고 말았다.
「어떡하지...」
「설마 잊은 거야? 우리 가문에 유전병이 있다는 걸... 아버지도 그 때문에 돌아가셨지. 뛰어난 의술을 지녔더라도 아무리 착한 일을 하고, 그 병을 치료할 수는 없어.」
요코는 입가에 맺힌 핏자국을 닦으며 말을 이었다.
「콜록... 결국 나도 아버지처럼 죽게 되겠지.」
「그걸 언제 안 거야?」
「어머니와 나누던 대화를 우연히 엿들었어. 치료할 방법이 정말 없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지만...」
「네 이름이 왜 요코인지 알아?」
「'요나'라는 어머니 이름을 딴 거 아니야? 어머니처럼 자라라고... 콜록, 너도 그렇잖아. 날 어머니라고 생각해서 내 곁에 머물렀던 거 아냐? 콜록... 그래서 날 돌봐준 거잖아.」
「요코는 새로운 나는 잎이라는 뜻이야. 네가 태어났을 때부터 마스터는 네가 건강하게 자라기를 바랬거든.」
「어머니가 날 사랑했다는 건 나도 알아. 콜록... 하지만 잎은 한 번 나면 언젠가는 시들기 마련이야. 나도 결국 시들게 되겠지...」
탁해진 목소리로 말하는 요코의 눈가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죽고 싶지 않아, 무서워... 마, 콜록, 콜록... 마을에 흑사병을 전염시켰지만... 결국 내 병을 치료하지는 못했어, 콜록, 콜록...」
요코의 울음소리는 한동안 계속 이어졌다. 그녀도 마스터처럼 쭉 참기만 했던 거다.
난 또다시 방관하는 쪽을 선택했다. 모든 것을 알면서도 그녀를 위해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왜냐면 그건 운명이었다. 아무리 애써도 바꿀 수 없다는 걸 알기에 나는 포기하는 쪽을 선택했다.
그러면서 요코를 잘 보살펴 주겠다고 마스터 에게 약속한 거다.
「이제 곧 가을이로구나, 우리 같이 단풍놀이 가자...」
불타오를 듯 새빨간 단풍을 요코와 마스터는 무척 좋아했다.
하지만 마스터가 단풍 속에서 숨을 거둔 그 날 이후, 요코가 단풍을 보러 가는 일은 거의 없었다.
요코가 이곳에 자리를 잡은 것도 그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시간이 갈수록 요코의 병세는 점점 악화되기 시작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그저 그 옆을 지키는 것뿐이었다.
그날, 요코의 지시에 따라 모든 연구 자료와 흑사병에 걸린 쥐들을 전부 태워버렸다.
그 중에는 병을 치료할 방도를 찾을 수 있다고 요코가 확신했던 서책도 들어 있었다.
검은뱀 두 마리가 얽혀 있는 책의 표지를 보자 왠지 모를 불안감이 엄습했다.
그래서 요코에게 누가 책을 줬냐고 물었다.
하지만 그녀는 만족스러운 답변을 들려주지 않았다.
떠돌이 상인으로부터 다른 나라에서 힘들게 구한 신비의 의서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요코는 살 수 있는 방법을 계속 찾았던 거다. 인어나 신령님에 관한 전설 모두 근거 없는 소문이었지만,
요코는 이 책에 자신의 마지막 희망을 걸었다.
하지만 결국 그녀의 희망은 끝내 이뤄지지 않았다.
요코와 함께 보낸 마지막 날,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사방이 붉은 단풍잎으로 붉게 물들었다.
어릴 때로 돌아간 것처럼 요코는 절절하면서도 아쉬움이 묻어나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스키야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묻고 싶은 게 있어. 솔직히 대답해 줘야 해.」
「뭔데? 말해봐...」
「날 좋아해? 무슨 뜻인지 알 거라고 생각해.」
「...으음, 당연히... 좋아하지...」
내 입가에 저절로 미소가 피어났다.
마지막 순간까지 난 그녀에게 솔직하지 못했다.
「...거짓말쟁이...」
환한 미소와 달리 요코의 눈가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다.
「하지만... 고마워...」
만족스러운 답을 얻은 듯, 요코가 눈을 감자 눈가에 맺힌 눈물이 또르륵 흘러내렸다.
그리고 요코는 다시는 눈을 뜨지 못했다.
난 요코를 그녀의 어머니가 가장 좋아하던 단풍나무 숲에 묻었다.
텅 빈 집을 바라보고 있자니,
마음에 커다란 구멍이 생긴 것 같았다.
「야옹 -」
고양이 울음소리가 점점 가까이 들린다 싶더니
내 눈앞에 갑자기 모습을 드러냈다.
익숙한 모습에 기억을 더듬어 보니, 이곳에 막 왔을 때 요코에게 몸을 비비며 밥을 달라던 녀석이었다.
어린 새끼였던 녀석이 이렇게 컸을 줄이야...
「우리를 따라오지 않아서 다행이다. 나와 관련된 건 모두 사라지거든...」
「모두 사라진다고? 그래서 너도 사라질 건가, 요루처럼...」
차갑지만 맑은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푸른색 하오리를 입은 청년이 온몸이 새카만 검은 고양이를 품에 안은 채 나타났다.
「사라지지 않잖아, 적어도 지금은 말이야.」
왠지 모르겠지만 마음속의 공허함을 감추고 싶었다.
「여기 사는 거야?」
「응, 진짜 주인은 이미 없지만.」
부채를 펼친 채 나도 모르게 질문을 던졌다.
「넌? 여기에는 왜 온 거지?」
「그녀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그녀?」
「응,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존재.」
「후후, 그런 쓸데없는 약속은 처량할 뿐이라고.」
나도 모르게 웃음을 지으며 이야기했다.
「그러는 넌 왜 또 울상이야?」
그의 목소리에서는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 처음 보는 사람이 내게 그런 말을 하리라고는 한 번도 생각하지 못했다.
「여기가 좋아, 단풍이 잘 보이거든. 넌 어때?」
눈앞의 남자는 품 안의 고양이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마치 고양이에게 생각을 묻는 것처럼...
그러더니 나를 향해 몸을 돌린 채 입을 열었다.
「여기 이름이 뭐야?」
「방금 네가 부르지 않았던가, 단풍관이라고...」
석양처럼 붉게 물든 단풍을 바라보며 대꾸했다.
왠지 모르게 이곳을 떠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곳에 남는 것도 내 나름의 선택이라고 할까?
누군가에게 구속 받고 싶어서 외로운 법이다.
하지만 내가 그 말을 한 건 한참 후의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