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스 저택의 괴사건
애거서 크리스티의 데뷔작이자 에르퀼 푸아로라는 캐릭터가 처음으로 등장하는 작품.
전선에서 부상병으로 송환된 아서 헤이스팅스. 친구의 집인 스타일드 저택에서 지내던 중에 친구 존 캐븐디시[1] 의 어머니인 잉글소프 노부인[2] 이 갑작스레 사망하게 된다. 역시나 전쟁으로 인해 영국으로 망명을 온 푸아로는 잉글소프 노부인의 도움을 받아 벨기에인들과 함께 지내고 있던 차였다. 우연히 우체국에서 조우한 오랜 친구인 헤이스팅스와의 만남으로 그는 스타일즈 저택의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사건에 뛰어들게 되는데..
푸아로는 사건 현장에서 흥미로운 사실을 여섯 가지 발견한다. 푸아로가 늘 강조하듯이 그는 절차와 방법을 이용하여 이 여섯 가지를 토대로 차근 차근 수사해 나가고 추리하여 사건의 얼개를 짠다. 헤이스팅스는 별것 아닌 것에 관심을 두는 푸아로가 노환으로 감이 완전히 없어졌다며 측은해 하지만 나중에 그것이 얼마나 중요한 단서였는지 몸소 깨닫게 되는데 이는 독자들도 마찬가지이다. 정확한 사실을 토대로 하여, 그가 잘하는 카드 집짓기 놀이처럼, 절차와 방법에 근거한 논리적 추리는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또한 그가 늘 강조하듯이 거짓말을 하는 사람은 탐정에게 의심받아야 마땅한데 여기서도 놀라운 관찰력과 기억력으로 사소한 거짓말을 가려내어 감히 에르퀼 푸아로를 속이려드는 용의자들에게 충격과 공포를 안겨주는 명탐정의 능력을 선사하여 감추고 싶었던 진실을 완연히 드러낸다. 그럼에도 푸아로는 마지막까지 범인과의 두뇌 싸움에서 곤욕을 치르는데 여기서 등장하는 것은 푸아로의 뮤즈이자 그의 영감의 원천, 헤이스팅스다. 뇌리를 번뜩이는 생각의 단초를 여기서도 헤이스팅스가 제공한다.
첫 작품이라고 하기에는 굉장히 능숙한 크리스티의 적절한 낚시와 반전 또한 일품이다.
범인은 노부인의 새남편이었다. 공범은 그 남편을 증오하는 척했던 노부인의 말동무. 사실 둘은 6촌 지간이자 연인 관계로 처음부터 노부인을 죽이고 재산을 빼앗으려고 했다.
독은 커피나 코코아가 아닌 강장제 병에 들어있었다. 노부인의 친구는 강장제에 들어있던 독 성분이 진정제와 섞이면 응고되어 침전된다는 성질을 이용 약병에 수면제를 넣고 약을 줄때마다 윗물만 주는 방식을 써서 마지막으로 남은 약을 먹을 때 독 성분이 강하게 작용하도록 조작했다. 이 때문에 노부인은 한번에 고농축의 독극성 물질을 마시게 된 것.
중반에 푸아로는 남편이 유죄를 받는 것을 막으려고 하는데 이는 당시 영국 법률상 한번 기소된 사람이 무죄가 되면 같은 죄로 다시 기소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만약 여기서 남편이 기소를 받았다 해도 증거가 불충분해 석방될 것이고 그러면 다시는 기소될 수 없고 살인죄를 받지 않게 된다.[3]
푸아로는 노부인의 친구를 교묘히 이용해 심리적 틈을 찾고 결정적인 증거를 찾아내서 사람들 앞에서 남편이 진범임을 밝힌다. 그리고 남편이 푸아로를 공격하려 했는데 살짝 피한다. 이런 위기를 푸아로는 시리즈 내내 자주 겪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