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거서 크리스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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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영국의 소설가, 극작가.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한 20세기 초반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세계 추리 소설을 상징하는 최고의 전설'''[3] 이자 미스 마플과 에르퀼 푸아로의 창조자다. 막대한 판매량[4] 과 독창적인 서술 기법[5] 으로 후대에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한 인물이며 그녀의 소설은 현재에도 세계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읽는 고전의 반열에 올랐다.
2. 생애
2.1. 어린 시절
크리스티는 1890년 9월 15일 영국 남서부 토키에서 미국에서 건너온 미국인 사업가 프레드릭 밀러와 영국 귀족이었던 어머니 클라라 보머의 중상류층 집안에서 태어났다. 태어날 때의 이름은 애거사 메리 클라리사 밀러(Agatha Mary Clarissa Miller). 그녀가 75세 때 쓴 자서전에 “내 인생에서 가장 큰 행운은 행복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는 것”이라고 기록한 것처럼 울창한 숲과 넓은 정원이 있는 애쉬필드 저택에서 유머가 풍부한 아버지, 사고방식이 독특한 어머니, 그리고 11살 위의 언니 마가렛, 10살 위의 오빠 몬티와 함께 행복한 유년 시절을 보냈다. 어머니는 유별난 성격으로 가족 모두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주었으나 집안은 화목했고 크리스티 역시 어머니를 존경했다.
아버지는 수완이 신통찮은 사업가였지만 선대의 유산으로 비교적 풍족하게 생활했다. 그러나 투자 실패로 가정 형편이 흔들리고 건강까지 나빠지자 온 가족을 데리고 남프랑스로 간다. 크리스티는 그곳에 머무르는 동안 프랑스어를 배우고 귀국 후에는 피아노를 비롯한 음악 공부에 열중한다. 책읽기도 즐겼는데 고전은 물론 언니가 읽던 셜록 홈스(셜록 홈즈) 시리즈 등을 접하면서 서서히 수수께끼 풀이의 재미에 빠져들기 시작한다. 한편, 재정 상태가 좋지 않아 동분서주하던 아버지는 추운 날씨에 심리적 부담까지 겹쳐 크리스티가 11살이던 1901년 급성 폐렴으로 세상을 떠난다. 이로 인해 가정 형편이 악화되지만 다행히 친절한 재산관리인과 이듬해 결혼한 언니 남편의 원조로 그녀는 애착을 가졌던 애쉬필드의 저택에서 계속 살 수 있었다.
절약하는 생활 속에서도 음악이나 독서에 대한 관심은 대단했다. 그녀는 어린 시절 월터 스콧[6] , 존 밀턴, 알렉상드르 뒤마, 제인 오스틴, 코난 도일의 책을 읽었다. 10대 초반에는 시와 단편소설을 잡지에 투고하기 시작했으며 15세 때부터는 처음으로 학교생활을 경험한다. 그리고 그해 겨울, 음악가를 목표로 프랑스 파리의 기숙학교로 유학을 떠난다. 일류 성악가들에게 사사했으나 귀국 후 뉴욕 메트로폴리탄 극장 관계자에게서 '오페라에 나서기에는 역량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자 꿈을 접는다. 훗날 그녀는 이렇게 회상했다.
그녀는 10대까지 사교육을 받았고 파리의 여러 학원에서 공부했다. 기분 전환과 어머니의 요양차 이집트 카이로 여행을 다녀온 그녀는 인생 목표에 전환점을 맞는다. 그곳에서 소재를 얻어 쓴 습작 소설을 이웃의 유명 작가 이든 필포츠에게 보여줬더니 호의적인 평가를 받은 것이다. 그리고 이듬해 가스통 르루의 노란 방의 수수께끼를 읽고 언니와 추리소설 창작과 관련해 논쟁을 벌인 것이 작가를 목표로 하는 계기가 되었다.“제 꿈은 오페라에서 노래를 부르는 것이었지요. 그러나 넓은 연주장을 메우기에는 목소리는 너무 작았답니다. 게다가 관중 앞에 서는 순간부터 내 모든 재능을 움츠러들게 하는 수줍음을 좀처럼 극복할 수 없었어요.”
2.2. 작가 데뷔
1912년 22살이 된 크리스티는 한 댄스파티에서 영국육군항공대 입대를 지원한 장교 아치볼드 크리스티(Archibald Christie)와 만난다. 그녀에게는 이미 레지 루시라는 약혼자가 있었으나 입대를 앞둔 아치볼드의 열렬한 구애에 약혼을 파기하고 새로운 남자와의 결혼을 원한다. 그러나 두 사람의 경제 사정을 걱정한 어머니는 결혼을 말렸다. 그로부터 2년 후인 1914년, 제1차 세계 대전이 발발한다. 아치볼드는 프랑스에 참전하고 크리스티는 육군 병원의 자원봉사 간호사로 약국에 근무한다. 그해 크리스마스 이브, 두 사람은 마침내 결혼하는데 크리스티의 어머니는 두 사람이 집에 도착할 때까지 결혼 사실을 알지 못했다.
크리스티는 글쓰기가 취미였고 작품을 잡지 등에 투고하기도 했지만 처음에는 직업 작가가 되려는 확실한 의지는 없었다.[7] 프랑스로 떠나는 남편을 배웅하고 병원 약국으로 돌아온 크리스티는 언니 매지와 추리소설 쓰는 일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눴다. 언니가 “내가 결과를 예측 못 하는 소설을 너는 쓸 수 없을 거야”라고 장담하자 크리스티는 '독약을 사용하는 추리소설'을 3주간 구상한 끝에 에르퀼 푸아로(에르큘 푸아로, Hercule Poirot)라는 탐정이 등장하는 스타일스 저택의 괴사건을 탈고한다. 그러나 무명작가의 작품이 쉽게 출간될 리 만무했다. 런던의 여러 출판사에서 계속 거절당하고 약 4년의 세월이 흐른 뒤 보들리 헤드 출판사의 편집장 존 레인의 눈에 띄어 계약할 수 있었다. 크리스티는 두 번째 작품을 쓰면서도 데뷔작이 책으로 출간될 수 있을지 의구심을 가졌을 정도였으며, 출간 후에는 2천 부를 판매했으나 계약서 규정(2,500부 판매까지는 인세를 받지 못하게 되어 있었다)에 따라 당시 그녀가 번 돈은 26파운드에 불과했다. 그러나 다음 작품인 비밀 결사(1922), 뒤를 이은 골프장 살인사건(1923)이 호평을 받으면서 미스터리 작가로서 입지를 다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1926년 걸작 애크로이드 살인사건을 발표한다. 이제 고전의 자리에 올라가 있는 이 작품의 결말을 놓고 당대는 물론 지금까지 논쟁거리가 되고 있다.
2.3. 행방불명
그 무렵, 딸 로절린드를 키우며 행복하게 살던 그녀에게 불행이 찾아온다. 애거서 크리스티는 1926년 12월 돌연 실종된다. 버크셔 주 서닝데일에 거주했던 시기이다. 그녀는 가족들에게 "잠시 드라이브를 하고 오겠다"라는 말을 남기고 자신의 자가용으로 집을 떠났는데, 그녀의 차는 서리 주 뉴렌즈 코너의 석회 채굴 광산에서 발견되었고 크리스티는 남편이 업무상으로 만나던 여성의 이름으로 자택에서 400여km 떨어진 헤러게이트 호텔에 묵고 있었다. 헤러게이트 호텔에서 발견됐을 당시 그녀는 자신에 대한 거의 모든 사실을 기억하지 못했으며, 호텔에 도착하기 전 백화점에서 고가의 쇼핑을 하고, 신문에 '''남아공화국에서 온 닐[8] 가족들은 연락주세요''' 라는 기묘한 광고를 싣었다. 정신과 의사들은 크리스티가 돌아가신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 남편에 대한 의처증 등으로 신경쇠약과 배회증을 앓고 있었다고 진단했다.
애거서 크리스티는 어떠한 인터뷰에서도 절대 이것을 입에 올리지 않았다. 그리고 '실종 사건과 관련된 질문을 던지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서만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래서 남편이 바람을 피웠다든지[9] , 이 사건을 계기로 발돋움하여 인기 추리 소설 작가가 되었기 때문에 홍보를 위해 사건을 저질렀다는 음모론[10] , 부분적 기억상실의 희생자라는 설, 범죄 관련설 등 수많은 뒷 이야기들이 있다. 이 일화는 훗날 더스틴 호프먼 주연으로 영화로 만들어졌고 닥터 후 시즌4에서도 이를 배경으로 한 에피소드가 나온다.(시즌 4 7화 <The Unicorn and The Wasp>) 한국에서는 이 실종 사건을 소재로 한 뮤지컬이 올라오기도 했다. 아가사(뮤지컬) 항목 참조. 크리스티가 실종된 당시 그녀의 행방을 셜록 홈즈 시리즈의 작가인 아서 코난 도일이 추리하기도 하였다. 그녀의 차가 남겨진 곳이 기차역 근처라는 것을 보고, 그녀가 기차를 탔을거라고 추리해서 그녀가 내린 역을 유추해낸다. 3일 후 경찰은 애거서 크리스티를 그 역 근처의 마을에서 발견했다고. 또한 신비한 TV 서프라이즈에서도 이 실종 사건에 대해 다루기도 했으며, "그리고 제인 마플이 죽었다(원제: Christietown : a Cece Caruso mystery)"라는 소설에서는 아예 사건의 중심 주제가 된다. 신비한 TV에서는 크리스티 본인이 어머니의 죽음과 남편의 바람으로 분노하여 직접 행방불명을 연출하고 기억상실증을 흉내낸 거라 봤지만 모호하게 결론내렸다. 해당 방송분
이 사건의 원인에 대해 속 시원하게 밝혀진 사실은 아직까지 없으나 스트레스에 의한 기억 상실증이라는 진단이 우세하다. 이후 부부 사이는 회복되지 않았으며 결국 이혼으로 이어졌다.
2.4. 이후 활동
크리스티가 고고학에 흥미를 갖게 된 것은 1928년 바그다드 여행 이후였다. 그때 자신의 열성팬이었던 발굴 대장 고고학의 권위자 레너드 울리 경의 아내 캐서린을 알게 되었고, 그녀의 초대로 다시 메소포타미아에 왔을 때, 젊은 고고학자 맥스 맬로원(Max Mallowan)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크리스티가 귀국할 때 맬로원에게 동행하라고 '명령'한 사람이 바로 캐서린이었다. 두 사람은 이 귀국길 열차 안에서 사랑을 싹틔운다. 크리스티와 맬로원의 나이 차이는 14살. 40세이던 크리스티는 결혼증명서에 37세로 기록하고 26세였던 맬로원은 31세로 기록해 서류상으로는 6살 차이로 줄여놓았다. 두 사람은 매년 발굴여행 때 함께 했으며,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오리엔트 특급 살인(1934), 메소포타미아의 살인(1936), 나일강의 죽음(1937) 등을 썼다. 결혼 생활은 크리스티가 세상을 떠나기까지 46년간 지속되었다. 답례라고는 할 수 없겠지만, 크리스티는 ‘중매’를 서 준 캐서린을 작품 속에 등장시켰다. 크리스티와 말로완은 결혼 후 첼시에 살았고, 처음에는 크레스웰 플레이스에서 살았고, 나중에는 셰필드 테라스에서 살았다. 문앞의 파란색 명패가 표시되어 있다. 1934년에 그들은 월링포드 근처의 햄릿인 윈터브룩에 있는 윈터브룩 하우스를 샀다. 이곳은 그들의 여생 동안 그들의 본거지가 되었고 크리스티가 글을 많이 썼던 곳이었다. 이 집에도 푸른색 명판이 걸려 있다. 크리스티는 월링포드에 알려졌음에도 불구하고 조용한 삶을 살았다; 1951년부터 1976년까지 그녀는 지역 아마추어 극단의 회장으로 일했다.
참고로 그녀의 남편 맬로윈은 1968년에 기사 작위를 받았다. 그와 크리스티는 각각 그들 자신의 업적으로 기사 작위를 수여받은 부부이기도 하다.
추리소설가로 확고한 자리를 잡고 있던 크리스티는 왕성한 활동을 한다. 또 메리 웨스트매콧(Mary Westmacott)이라는 필명으로 로맨스 소설도 쓰기 시작한다. 1930년부터 '크라임 클럽'이라는 추리소설 총서를 간행하기 시작한 콜린즈 출판사에서는 유명 추리작가인 존 로드, 필립 맥도널드 등과 함께 크리스티를 대표 작가로 내세웠는데, 그 첫 번째로 나온 장편이 '할머니 탐정' 마플 양(미스 마플, Miss Marple)이 등장하는 <목사관의 살인>이었다. 이때 또 한명의 여성 추리작가 도러시 세이어스(도로시 세이어스, Dorothy Sayers)는 골란츠 출판사의 대표 작가로 크리스티와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는데, 그녀가 학문을 위해 창작에서 손을 떼자 영국 추리문학계는 사실상 크리스티의 독무대가 되었다. 당시 크라임 클럽에서는 '크리스마스에는 크리스티를'이라는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웠으며, 크리스티는 매년 5~6월 사이에 작품 집필을 마친 다음 여름휴가를 떠나곤 했다.
1943년에는 푸아로와 마플 양, 두 명탐정이 마지막으로 등장하는 작품이 될 커튼, 잠자는 살인을 집필해 그녀가 세상을 떠난 후 출간하기로 계약을 맺는다. 1955년 미국 미스테리 작가협회의 최고상인 그랜드 마스터 상을 최초로 수상했으며 1956년 3등급 대영제국 훈장(CBE)을 받았다(관보링크) 1967년 여성 최초로 영국 추리협회 회장이 되었으며, 1971년에는 문학에 대한 공로로 2등급 훈장(DBE)으로 승급되어 데임(Dame)[11] 애거서가 되었다(관보링크). 우리말로 해석하면 애거서 크리스티 여사.[12]
아무튼 굉장한 인물인 셈이다. 여성으로 태어나 자신의 분야에서 막대한 성공을 거둬 최고의 지위에 오르며 부와 명예를 모두 얻은 인물 중 한 명이다. 영국 추리소설 작가 중 코난 도일과 유이하게 기사 작위를 받았다. 코난 도일은 1902년에 기사 작위를 받았는데 사실 도일은 보어전쟁에 군의관으로 잠시 참전한 뒤 영국 정부를 옹호하는 글들을 지속적으로 언론에 기고하고 나중에 단행본으로 출간한 것과 같은 외부적인 요인이 서훈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지만,[13] 크리스티는 추리 소설 작가로서의 공훈만으로 인정받았다고 볼 수 있다.
2.5. 사망
애거서 크리스티는 1976년 1월 12일 윈터브룩에 위치한 집에서 평화롭게 세상을 떠났다. 향년 85세.
그녀는 그녀의 고향인 콜시의 성 마리아 성당 교회 마당에 묻혔다. 간단한 장례식에는 약 20개의 신문사와 많은 TV 기자들이 참석했으며 일부는 남미같은 먼 곳에서 크리스티의 장례식을 취재하러 오기도 했다. 30개의 화환들이 크리스티의 무덤을 장식했는데, 그 중에는 그녀의 오랜 연극 <쥐덫>의 출연진 중 한 명이 있었고, 울버스크로프트 대형 인쇄 책 출판업자들이 "많은 수의 감사하는 독자들을 대신해서" 보낸 화환도 있었다. 그녀의 남편 말로완은 1978년 사망해 크리스티 옆에 묻혔다.
3. 평가
애거서 크리스티는 추리 소설을 대표하는 최고의 작가로 평가받는다.
2013년, 그녀는 전문 소설가인 추리 작가 협회 회원 6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최고의 추리 소설 작가 1위"로 뽑히기도 했다. 협회에서 후보를 엄선해서 투표했는데 애거서 크리스티가 1위로 뽑혔다. 이외의 후보로는 코난 도일, 레이먼드 챈들러, 조르주 심농, 레지날드 힐, 대실 해밋, 도로시 L. 세이어스, 엘모어 레너드, P. D. 제임스, 루스 렌델이 있었다. 또 그녀의 소설 애크로이드 살인사건이 "최고의 추리 소설 1위"로 뽑히기도 했다.## 가디언지는 그녀를 천재라고 평했다.# 2015년에는 애거서 크리스티 탄생 125주년을 맞아 현대 추리소설 작가 25명과 출판사 한 곳이 크리스티의 작품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많은 작가들은 다른 추리 작가들보다 먼저, 영어나 모국어로 크리스티의 소설을 읽었고, 여전히 모두가 그녀를 "추리의 여왕"이자 추리 작가들이 사용하는 플롯 반전의 창조자로 보았다. 모든 사람들이 크리스티의 미스터리 중 하나 또는 그 이상의 호감을 가지고 있었고 그녀의 책이 그녀의 첫 소설이 출판된 지 거의 100년이 지난 후에도 여전히 좋다는 것을 밝혔다. 즉, 그녀의 추리 소설들이 현대 대중 문학의 고전에 반열에 올랐다는 것이다.#
크리스티 전기작가 길시언 질은 "크리스티의 글은 이야기의 첨예함, 직설성, 서술 속도, 보편적인 매력을 지니고 있으며, 크리스티의 소설이 성공하는 것은 아마도 어른과 아이들에게는 현대 동화처럼 될 것이다."라고 평하기도 했다.
3.1. 단평
질문: 그녀의 작품이 왜 여전히 인기 있을까요?
'''답: 왜냐하면 애거서 크리스티가 가장 놀라운 캐릭터들을 만들어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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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티만이 최고일 뿐이다. 그녀의 글은 장소의 감각이 너무 강하고, 그녀는 그녀의 인물들을 정말 잘 알고 있으며, 그것들은 너무나 아름답게 짜여진 이야기들이다. 그녀는 진정한 작가였고, 모든 작가들이 그러하듯이 위험을 감수하고 형식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 앨리슨 조셉 (추리작가협회 회장)#
'''나는 우리가 그녀의 책들이 시대를 초월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중략) 여전히 애거서 크리스티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다. 나는 그녀의 책들을 많이 읽었다. 탐정 소설의 황금시대부터 도로시 세이어스나 존 딕슨 카 같은 훌륭한 작가들이 많이 있다. 하지만 크리스티의 캐릭터에 대한 사랑 때문에 나는 항상 크리스티로 돌아온다. 그녀의 책은 언제나 기발한 퍼즐 박스지만 결코 기발한 퍼즐 박스만은 아니다. 그녀가 모든 등장인물들에게 다가가는 재미와 사랑스러움이 있다.'''
'''추리 소설은 하나의 장르로서 왜 사람들이 나쁜 짓을 하는지 우리 자신에게 설명하려는 확장된 시도다. 크리스티는 처음부터 사람들이 때로 그냥 하는 경우도 있고, 어쩌면 "왜"를 알아내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고려사항이 아니라는 것을 받아들였다. 우리는 전통적인 범죄 소설을 읽는다. 왜냐하면 질서의 회복이 매우 만족스럽기 때문이다. 애거서 크리스티는 그러한 공식화를 개발한 첫 번째 작가가 아닐 수도 있지만, 그녀는 그것을 완성시켰고, 100년이 지난 지금, 논쟁의 여지 없이, 그 누구도 그녀보다 더 잘하지 못했다.'''
― 조셉 파인더 (미국 스릴러, 추리 작가)#
4. 특징
애거서 크리스티가 쓴 소설의 훌륭함은 그 많은 책이 다 각각의 의미로 재미있다는 것이다. 거의 매년 책을 내면서 다작을 했는데 이 정도로 수작과 명작을 많이 썼다는게 놀라울 정도다. 영국의 시인 소피 한나는 애거서 크리스티만큼 즐겁고 재미있는 추리 소설을 많이 쓴 사람은 없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또 애거서 크리스티 소설의 미덕 중 하나는 스타일이다. 그녀의 소설의 특징 중 하나로는 고전적 퍼즐 미스터리가 주를 이루는 우아한 세계가 주는 편안함이 있다. 뒷골목에서 벌어지는 강간, 강도, 그리고 대규모 학살을 가능케 할 대량 살인 무기와 테러는 여기 등장하지 않는다. 1~2차 세계대전을 다 경험한 작가이고 소설 속에도 종종 전쟁에 대한 언급이 있지만, 인간 본성의 악마를 끄집어내기 위해 굳이 잔인한 설정을 끌어들이지 않는다. 주로 살인 사건을 해결하는 내용이지만 그보다 훨씬 가벼운 일상적인 범죄 사건을 탐색하는 일도 있다. 마치 미스 마플이 추리할 때처럼, 독자는 안락의자에 앉아서 등장인물한 사람 한 사람의 인간적 면면을 살피며 누가 범행을 저질렀을지 느긋하게 탐색해가는것이 재미다. 그리고 미스터리는 마지막에 말끔하게 풀려나가고 범인은 밝혀진다. 사회적 요인에 의한 악의 탄생보다는 개인의 치정에 의한 범죄가 많이 등장하는 홈드라마의 인상도 없지 않지만 그래서 더 사실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소설에 사랑이 자주 들어가는 편으로, 특히 할리퀸과 새터스웨이트 씨 콤비가 나오는 단편들에는 추리 소설에 사랑 이야기를 아주 잘 섞어 놓았다. 작품 전반에 사랑이 안 들어간 작품이 드물 지경이다. 주요 등장인물들 중에 처음부터 부부나 연인인 사람들이 포함되어 있는 경우도 많고, 그렇지 않더라도 작품이 진행되면서 꼭 사랑에 빠지는 커플이 한두 쌍씩은 나온다. 특히 잘 모르던 남녀나 그때까지는 단순히 친구였던 남녀가 주역이 되어 같이 사건 해결에 뛰어들게 되면 거진 다 결혼에 골인한다고 봐도 된다. 심지어 토미와 터펜스 시리즈는 토미와 터펜스 커플의 '만나서 친구 됨 → 잠깐 헤어짐 → 재회해서 다시 친구먹음 → 애인 → 신혼부부&임신 → 나이 들고 은퇴한 노부부'라는 모든 단계를 다 보여줬다. 메리 웨스트마컷이란 필명으로 아예 로맨스 소설을 쓰기도 했다.[15] 그 밖에도 호러 단편 소설도 썼다.[16]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나 오리엔트 특급살인, 애크로이드 살인사건 등 충격적인 결말을 만드는 데는 전문가다. 또 그녀의 작품에서 가장 눈에 띄는 장점은 단연 재미있고 실제적인 캐릭터들. 크리스티가 창조한 유명한 캐릭터로는 에르퀼 푸아로와 제인 마플이 있다. 그 외 작가 자신의 분신인 아리아드네 올리버나 위에서 언급한 토미와 터펜스 커플도 잘 알려져 있다. 주요 등장인물들만 그런 게 아니고, 조연들의 성격이나 행동도 흥미롭게 잘 짠다. 몇 십 년에 걸쳐 작품을 내면서 변화하는 시대상도 충실히 반영하는 편이다. 예를 들어 그녀의 초기 작품에는 '섹스'라는 단어를 직접 언급하지 않고, 섹스 어필이란 단어를 쓸 때조차 거기에 헉 하고 놀라면서 태클을 거는 인물들이 등장하였다. 그러나 나중에는 너나 할 것 없이 아주 거리낌없이 섹스 타령을 한다. 후기작에서 푸아로나 헤이스팅스가 입에 달고 사는 말도 '옛날엔 영국이 이렇지 않았는데 지금은 왜 이런가.' 덧붙여 변화한 젊은이들의 대한 묘사도 가차없다.
본인의 출신 계급이 반영되었는지 작품의 주요 무대는 기본적으로 상류 사회이며, 마찬가지로 상류층 인물들이 주로 등장인물이 된다.[17] 가장 흔하게 보이는 것은 모든 등장인물들이 귀족과 그 주변 인물이거나, 아니면 성실하고 건강하고 긍정적인, 그야말로 '존경할 만한' 노동 계급의 인물들이 상류 사회와 엮이는 사례. 다만 귀족 계급의 허례허식이나, 귀족이라면 무턱대고 우러러보는 사람들을 은근히 풍자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서민층을 직접적으로 다룬 것은 1952년에 발표한 작품인 '맥긴티 부인의 죽음'에 가서야 이루어졌다.
또한 정치적으로도 보수적이기 때문에, 작품 내에서 노동당은 물론이요 혁명이나 하다못해 대규모 시위도 대부분 부정적으로 묘사된다. 백성들이 들고일어나는 바람에 죽을 고비를 넘기고 간신히 탈출한 외국의 왕족들이 등장하는 작품도 많고, 노동당이 공산당 첩자의 손에 놀아나거나 대중 시위는 영국을 혼란스럽게 만들려는 어느 세력에 의해 조종되는 것처럼 이야기되기도 한다. 이러한 애거서 크리스티의 경향은 특히 5, 60년대 이후에 더 심해지고 70년대에 절정에 이르는데, 그 세대의 혁명적 움직임을 그냥 아무거나 때려 부수고 싶어서 자행하는, 말 그대로 폭력을 위한 폭력이라고 깐 적이 있다. 이게 가장 잘 드러난 작품은 아마도 프랑크푸르트행 승객일 듯. 작품 내용도 그렇지만 아예 서문에서부터 작가가 대놓고 이 문제를 언급했다. 젊은이들의 히피 문화와 특히 약물 복용 문제도 몇 번이고 되풀이하여 부정적으로 묘사되고, 심지어 에르퀼 푸아로 등의 입을 통해 비틀즈에 대해서도 박한 평가를 내린 적이 있다. 충동적이고 개방적이며 막 나가던 불안한 젊은이(특히 어린 아가씨)가 건실하고 어른스러운 짝을 만나 안정된 시민으로서의 삶을 꾸리게 되는 것이 작가의 작품에 자주 나타나는 클리셰.
독자에 따라 드라마, 재미있는 이야기, 소설로서의 플롯, 반전 등 문학적인 면에서는 셜록 홈즈 시리즈보다 낫다는 의견도 많다. 서서히 긴장감을 고조시키도록 극적인 요소를 배치하는 솜씨가 뛰어나다. 긴장감이 지나치게 팽팽해지면 이를 완화해 줄 유머러스한 장면도 잘 집어넣는다. 그러나 무엇보다 홈즈 시리즈와 대비되는 특성은 바로 상대적으로 더 섬세한 심리 묘사에 있다. 쉽게 말해 홈즈 시리즈에는 범죄를 일으키거나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행하는 등장인물들의 '행위'에 최우선으로 초점이 맞춰진다면, 크리스티의 작품들은 등장인물들의 심리적인 동기나 정서 상태, 감정적 반응 등에도 무게를 두는 편이다. 특히 친숙하다고 생각했던 사람들 간에 서서히 불안과 공포, 불신이 퍼져나가는 모습이나 가족들 간에 있기 마련인 미묘한 삐걱거림을 묘사하는 솜씨는 가히 일품. 작가가 자신이 있다고 느낀 것인지 가족 내에서 일어나는 비극이 주 소재가 되는 경우가 많고, 그 정도는 아니라도 불편한 가정사가 표면으로 드러나는 작품들이 거의 대부분이다. 또한 범인의 심리묘사뿐 아니라 범행과 아무 관련이 없는, 지나가는 조연들의 심리나 상황도 현실감 있게 묘사한다. 추리소설의 범주를 떠나 휴먼 드라마로서도 일품. '''추리 작가 이전에 필력이 뛰어난 탁월한 이야기꾼이다.'''
작품들의 패턴 역시 몇몇 클리셰를 제외하면 비교적 여러 가지이다. 예를 들어 에르퀼 푸아로가 등장하는 작품들만 해도 패턴이 단일화되어 있지 않아 그가 단독으로 탐정 역을 맡는 작품이 있고, 아서 헤이스팅스와 함께 하는 작품이 있고[18] , 추리 소설가인 아리아드네 올리버 등 다른 사람과 함께 하는 작품이 있다. 또 경찰과 협력하는 작품이 있는 반면 협력하지 않는 작품도 있다.
크리스티가 자주 사용한 클리셰 중 하나는 금발에 사랑스러운 데다가 매우 부자인 아내와 (대개 흑발이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은) 정열적이고 격렬하며 강한 성품의 여자 사이에 낀 남성. 단편인 관리인 사건과 장편 끝없는 밤, 나일강의 죽음 등에서 아주 잘 써먹었다. 각주는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으니 이 작품들을 보지 않은 위키러는 보지 말 것.[스포일러] 상술했듯 모든 사건이 끝나고 난 이후에 살아남은 남녀끼리 눈이 맞는 클리셰도 심심찮게 써먹는다. 남자가 어떤 여자를 좋아하는 것처럼 나오지만, 사실 자기 스스로도 자기 마음을 헷갈린 것이고 진심으로 좋아하는 여자는 따로 있는 경우도 많다.
반 다인 등의 퍼즐러성향 추리소설 작가나 독자층으로부터는 '트릭을 위한 트릭' 성향이 짙고 반칙이라고 비판을 받기도 했다. 대표적인 것이 애크로이드 살인사건과 끝없는 밤인데, 물론 독자의 몰입도를 작품 내내 최고조로 유지하다가 뒤통수를 화끈하게 때리는 맛은 발군이지만 읽어보면 (퍼즐러 입장에서) 왜 반칙 소리를 듣는지 알게 된다. 물론 퍼즐러 입장에서나 반칙 소리를 듣지 이후 애크로이드 살인사건이 추리소설 장르 전체에 미친 영향력을 생각하면 굉장한 걸작이다. 추리소설은 퍼즐러만 있는게 아니다.
반칙이라고 욕을 먹은 작품 중 그 외에도 구성이 어설프거나 무리수를 던진 사례가 눈에 들어오기도 한다. 다작을 한 작가들이 그렇듯 걸작이라고 부르기에 모자람이 없는 작품들과 그저 그런 작품들이 뒤섞여 있다고 보면 된다.
4.1. 작문 스타일
상상 속의 친구들과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면서 애거서 크리스티는 어린 시절에 남다른 상상력을 키웠다. 어머니의 뜻에 반하여[20] 그녀는 독서를 스스로 했고, 파리의 학원에 보내질 때까지 열 다섯 살이나 열여섯 살까지 정식 교육을 거의 받지 않았거나 아예 받지 못했다. 크리스티는 11살 때 현지 런던 신문에 게재된 시로 작가에 데뷔했지만 작가가 되고 싶은 야망이 없다고 늘 말했다. 독감에 걸려 침대에 누워 있는 자신을 발견한 어머니는 자신이 그토록 즐겨 하는 이야기를 적으라고 권했다. 그리하여 평생의 열정이 시작되었다. 10대 후반까지 그녀는 <시평>에 여러 편의 시를 발표했고 많은 단편 소설을 썼다. 그러나 나중에 그녀의 빛나는 경력에 불을 붙일 탐정 소설을 쓰는 것은 그녀의 여동생의 충고 덕분이었다.'''내가 길을 걷거나 모자 가게를 구경할 때, 그런 이상한 순간에 플롯이 내게 다가온다. 갑자기 훌륭한 생각이 머리속에 떠오른다.'''[19]
애거서 크리스티는 군신사, 영주, 숙녀, 견습생, 과부, 의사 등 자신이 알고 있는 세계와 지인의 가족 모임에 대한 글을 썼다. 그녀는 타고난 관찰자였고 마을 정치, 지역 라이벌 그리고 가족의 질투에 대한 그녀의 묘사는 종종 고통스러울 정도로 정확하다. 매튜 프리차드는 그녀를 "얘기보다 더 많이 듣고, 보이는 것보다 더 많이 본 사람"이라고 묘사했다. 가장 일상적인 사건들과 일상적인 관찰들이 새로운 줄거리에 대한 생각을 촉발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녀의 두 번째 책 "비밀의 적수"는 다방에서 우연히 들은 대화에서 비롯되었다: "두 사람이 근처 테이블에서 제인 피쉬라고 불리는 누군가에 대해 토론하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내 생각에 그것은 이야기를 시작하는 좋은 시작이 될 것 같았다. 찻집에서 우연히 들린 이름. 특이한 이름이었다. 그래서 그것을 들은 사람은 누구나 그것을 기억할 수 있었다. 제인 피쉬 같은 이름, 아니 어쩌면 제인 핀이 더 나을지도 몰라." 그리고 어떻게 이런 생각들이 소설로 바뀌었을까? 그녀는 수십 권의 수첩에 끝없는 메모를 하면서, 그녀에 관한 이상하고 독특한 생각들과 잠재적인 줄거리와 등장인물들을 적어놓았다. "나는 보통 약 6권의 노트를 손에 쥐고 있고, 나를 강타한 아이디어들, 또는 독약이나 마약, 또는 내가 신문에서 읽었던 기발한 작은 사기들을 메모하곤 했다." 그녀는 실제로 글을 쓰기 시작하기 전에 책 한 권에 대한 모든 줄거리 세부사항과 단서를 머릿속이나 수첩에 적어넣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그녀의 사위 앤서니 힉스는 "당신은 그녀의 글을 본 적이 없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녀는 다른 작가들처럼 결코 자신을 닫지 않았다.
손자 매튜 프리차드는 "그 후 그녀는 자신의 이야기를 바쓰카포네라는 기계에 지시하곤 했고, 그 다음엔 비서 한 명이 이것을 타이프로 타이프로 쳐서 할머니가 손으로 고쳐주곤 했다"고 설명했다. 내 생각엔, 전쟁 전, 그리고 딕타폰이 발명되기 전에, 그녀는 아마 그 이야기들을 길게 썼을 겁니다. 그리고 누군가 그것들을 타이핑하곤 했겠죠. 그녀는 그다지 기계적인 사람이 아니었고, 아주 자연스럽게 글을 썼고, 아주 빨리 썼어요. 내 생각에 1950년대에는 책 한 권이 출판사에 보내지기 전에 몇 달만 쓰고 한 달만 수정하면 될 것 같다. 책을 쓰는 모든 과정이 끝나고 나서 그녀는 가끔 저녁식사 후에 한 번에 한두 장씩 우리에게 이야기를 읽어주곤 했어요. 나는 우리가 그 단계에서 그녀의 실험용 돼지처럼 사용되었다고 생각합다; 일반 대중들의 반응이 어떨지 알아보기 위해서. 물론 우리 가족과는 별개로 이곳에는 보통 다른 손님들이 몇 명 더 와 있었고 반응은 매우 달랐어요. 오직 어머니만이 살인자가 누구인지 항상 알고 있었고, 나머지 우리들은 때로는 성공했고 때로는 그렇지 못했죠. 할아버지는 이런 이야기들이 읽히는 대부분의 시간 동안 잠에 빠져 계셨지만, 나머지 우리들은 대개 매우 주의깊었어요. 사랑스런 가족 행사였다가 두어 달 후에는 서점에서 이런 이야기들을 볼 수 있었죠."
그녀의 이야기를 돋보이게 만든 것은 물론 등장인물들이었다. 그녀는 어느 계층의 독자들이나 공감할 수 있는 인상적이고 위엄 있는 캐릭터를 창조했다. 그녀의 가장 기억에 남고 인기 있는 캐릭터인 에르큘 포와로와 미스 마플은 주류적 매력으로 '상류사회' 캐릭터를 발전시킨 뛰어난 예다. 애거서 크리스티는 정기적으로 주위 사람들을 연구함으로써 "창의적인 영감"을 찾았지만, 그녀가 선택한 장르인 살인 미스터리는 때때로 허구적인 환경에 현실을 넣기가 어렵기 때문에 그녀의 글쓰기를 방해했다. 예를 들어, 그녀는 때때로 그들이 상상할 수 없는 일을 하기 위해 무고한 사람들의 속성을 사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살인처럼, 그리고 이것은 종종 작가들의 차단을 야기시켰다. 이 장애를 극복하기 위해, 그녀는 처음부터 많은 캐릭터들을 개발했다. 그녀는 공공장소에서 보고 만난 낯선 사람들의 신체적 외모를 주목하곤 했고, 그런 다음 그녀의 미스터리에 대해 친근한 캐릭터를 개발하기 위해 그들의 유사성과 버릇을 사용하곤 했다. 또 애거서는 시대적 주제와 섬세한 스토리 전개, 창조적 플롯 구조, 심리학을 결합하는 데 능했다. 이것은 그녀의 소설 "커튼"과 그녀의 눈부신 피날레에서 분명히 나타난다. 그녀가 죽기 훨씬 전에 쓰여지고 그녀가 죽은 후에야 출판될 지시와 함께 은행 금고에 넣어진 커튼은 그녀의 재능을 최대한 활용하는 걸작이다.
애거서의 많은 소설에서 공통적인 실마리가 되는 것은 심리적인 투쟁을 전개하고 한 무대를 넘나드는 듯한 시사적인 언급과 찬란한 인물들을 사용하는 것이었다. 마치 청중 속에 앉아 눈앞에 펼쳐지는 가장 우아한 연극을 보는 듯한 그녀의 이야기들이 그렇게 느껴졌다. 그녀의 작품을 직접 원작으로 한 영화와 TV 쇼들이 뻔뻔하고 킥킥거리면서도 상대적이고 절박한 캐릭터를 연기하는 훌륭한 배우들로 가득 찼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또 애거서는 글 쓰기의 침체를 피하기 위해 한 번에 한 권 이상의 책을 쓰는 습관을 길렀다. 영국의 부유한 중상류층 가정에 의해 길러졌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언어는 모든 독자들이 이해하고 즐길 수 있는 작문 스타일을 사용하면서 항상 단순했다. 비록 스타일은 단순하지만, 그녀의 흥미로운 줄거리와 하위 플롯들은 이야기가 끝나기 전에 독자들에게 "누가 그랬는지"를 알아내라고 도전했다. 애거서 교묘히 자료를 페이싱하여 독자들이 드라마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꾸준하거나 느린 속도로 이야기를 헤쳐나갈 수 있게 했다. 그녀는 긴장감을 고조시킬 뿐만 아니라 이야기의 페이스를 변화시키는 기술인 대화에 크게 의존했다. 그녀의 작품의 시작은 서술에 강하며, 이는 등장인물들 간의 대화와 상호작용이 이어짐에 따라 점차적으로 낮아진다. 짧은 문장과 날카로운 대화로, 그녀는 독자들에게 항상 매혹적인 결론을 강요한다.
또 애거서 살인 사건 자체에서 나온 자신의 범죄 이야기를 계획하는 것을 선호했다. 첫째로, 그녀는 살인, 살인자, 그리고 목적을 계획할 것이다. 둘째로, 그녀는 다양한 용의자들과 그들의 의도를 고려했다. 셋째, 그녀는 독자들을 다른 방향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잠재적인 단서와 기분 전환 전술을 고안할 것이다. 그녀는 그것이 플롯을 억누를 수 있기 때문에 지나친 오해의 단서들을 포함시키는 것을 자제했다. 애거서 독자들의 생각과 감정을 조작하고 독자들이 주요 미스터리를 푸는 것을 더 어렵게 만들기 위해 복잡한 속임수로 그녀의 미스터리를 고안했다. 그녀는 종종 자신의 범죄 소설들 중 많은 부분에 동일한 이야기 전개 공식을 사용했는데, 주인공인 형사나 사설 탐정이 살인 사건을 발견하거나 살인 사건과 관련이 있는 과거 친구가 주인공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주인공은 모든 용의자에게 질문하고, 범행 장소를 조사하고, 각 단서를 조심스레 적어내게 된다. 독자들은 그 단서를 면밀히 조사하고 스스로 미스터리를 풀려고 노력한다. 독자들이 단서를 쌓고 누가 살인을 저질렀을지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애거서는 주요 용의자 한 명 또는 몇 명을 살해해, 독자들은 살인자의 신원에 대해 잘못 알고 있다는 충격과 혼란을 겪게 한다. 결국 주인공은 나머지 용의자들을 모두 한 곳에 모아놓고 범인을 질책하면서 도중에 수많은 미연관 비밀을 폭로하고, 보통 20~30페이지에 이른다. 그녀는 날카로운 구조와 오늘날에도 여전히 신선함을 느낄 수 있는 심리적인 특징을 능란하게 결합한, 똑똑하고 재능 있는 작가였다.
4.2. 스포일러
그리고 크리스티의 작품을 읽을 때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는데, 크리스티는 자기 작품 내에서 예전 사건의 범인을 직접 스포일러하는 어이없는 경우가 있다.[21] 극단적으로는 한 번에 네 가지나 되는 이전 사건의 진범의 이름을 푸아로가 되뇌이는 작품[22] 도 있는데 해당 작품을 읽지 않은 사람으로서는 기가 막힐 노릇이다. 이런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기 때문에 '''전집을 읽으려면 출간한 순서대로 읽는 편이 좋다.'''[23] 이렇게 된 것은 사실 후기로 가면 크리스티의 소설이 거의 매년 성탄절 시기를 즈음하여 출판되면서 크리스티의 신작을 매년 사서 읽는 경우가 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당시 크리스티의 입장에서는 신작을 읽는 독자들의 상당수가 그 앞의 연도의 작품을 읽었다고 보고 쓰게 되는 것이다. 즉, 옛날 추리소설이다보니 그런 점을 간과한 것.
4.3. 정착시킨 클리셰
애거서가 개발, 정착시킨 클리셰가 꽤 된다.
- 살인사건이 벌어지고 비밀을 감추고 있는 용의자가 여러 명 등장하여, 그들의 비밀이 밝혀지며 반전이 드러나는 전개는 크리스티가 개발, 발전, 유행시킨 클리셰들이다.
- 코지 미스터리(Cozy Mystery) 장르의 토대를 세운 것으로도 유명하다. 평화로운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폭력이 적고 범행이 자세히 묘사되지 않으며, 모든 등장인물들은 서로 어느 정도 안면이 있는 친밀한 관계에, 전문적인 수사관이 아닌 보통 사람이 수사를 쫓는 코지 미스터리의 특징들은 크리스티 작품에서 완성되었다.
- 서술 트릭의 대중화에도 큰 공헌을 했다.
-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가장 유명하고 영향력 있는 것은 사건 관계자들을 모두 불러 모은 뒤 진상을 밝히는 장면. 사람들이 소년탐정 김전일이나 명탐정 코난 등으로 익히 알게 된 클리셰를 처음으로 사용하고 유행시킨 장본인인 셈이다.[24] 이것을 푸아로 피날레라고 한다.
5. 창조한 인물들
5.1. 푸아로 시리즈
5.2. 마플 양 시리즈
마플 양 시리즈의 세계관은 푸아로 시리즈의 아리아드네 올리버가 창조한 소설 속의 세계라는 설이 있다. 즉 작중작, 소설 속의 소설. 그러나 이에 대한 근거는 오직 작중에서 아리아드네 올리버가 "서재의 시체"[26] 라는 소설을 썼고 4년 후에 크리스티도 같은 제목의 책을 썼다는 건데, 두 작품이 제목만 같은 건지 내용도 같은 건지 알 수가 없으니 크리스티가 정말 작중작 세계관을 의도했는지 알 수 없다. 오히려 움직이는 손가락에서 나온 목사 부부가 올리버 부인이 나오는 창백한 말에 다시 등장하는 걸 보면 같은 세계관이라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왜 푸아로와 마플이 같이 사건을 해결하는 이야기가 없냐는 질문에 크리스티는 "푸아로 같은 고집쟁이는 마플에게 가르침을 받고 싶지 않을 것이다"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다만 줄리안 시몬즈는, 푸른 열차의 비밀의 여주인공이 세인트 메어리 미드 마을 출신임을 들어, 푸아로가 그곳을 방문했을 가능성을 들고 있다. 참고로 위에서 나온 서재의 시체에서 추리 소설을 좋아하는 한 아이가 있는데, 그 아이가 싸인을 받은 추리 작가 중에 반다인, '''애거서 크리스티'''가 있다.
- 제인 마플
- 렌 클레멘트
- 헤이독
5.3. 토미& 터펜스 부부 시리즈
작중 유일하게 커플로 나오는 탐정의 이야기. 남주인공 토미는 예비역 군인 출신이고, 터펜스는 전시 소집된 간호사 출신.[27] 배경이 1차 세계대전 직후에 시작해서 1970년대까지 간다. 거기에 따라 마지막 작품에서는 딸내미가 손주들을 데리고 찾아오는 수준의 나이가 되어버린다. 토미가 정보국에서 일하는 탓에 스파이와 관련되는 일이 많다. 시작인 '비밀결사'부터는 물론이고, 단편집인 '부부탐정'에서는 스파이와 무관한 사건도 많지만, 가장 주가 되는 사건은 스파이 문제고, 애초에 이 단편집의 시작 자체가 정보국의 의뢰로 스파이와 관련된 탐정사무소를 운영하는 것이다. 다만 '엄지손가락의 아픔'은 스파이와는 무관한 조직범죄를 다루고 있다.
- 비밀결사(The Secret Adversary, 1922. 첫 사건)
- 부부탐정(단편 - 원제는 Partners in Crime)[28]
- N 또는 M(N or M?)
- 엄지손가락의 아픔(By the Pricking of My Thumbs)
- 운명의 문(Postern of Fate. 애거서 크리스티가 쓴 마지막 장편 - '커튼'의 경우 예전에 썼던 것을 나중에 발표한 것이다. 최후로 집필한 장편은 이 작품이다.)
5.4. 기타
- 배틀 총경: 배틀 총경도 배틀 총경 시리즈라 할 만한 작품이 있다. 대표적으로 '0시를 향하여', '침니스의 비밀', '세븐 다이얼스 미스터리' 등.
- 할리퀸: 단편집 '신비의 사나이 할리 퀸'의 주인공. 아래의 새터스웨이트와 콤비를 이루며 소위 홈즈 역이기는 한데...[29]
- 새터스웨이트: 할리 퀸 시리즈의 등장인물로 추리 소설 속의 왓슨 역중 가장 독특한 왓슨 역이란 평을 듣고 있다. 상류 계급의 신사로 관찰하는 것이 특기다.
- 파커 파인: 단편집 '파커 파인 사건집'의 주인공. 해당 작품에 수록된 12개의 단편과 다른 단편집에 실린 '폴렌사 만의 사건'과 '레가타 미스터리'에 등장한다. 신문 광고란에 '행복하십니까? 그렇지 않다면 파커 파인씨와 상의하십시오. 리치몬드 거리 17번지'라는 짧은 광고를 싣고 찾아오는 사람들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일종의 해결사로서, 생활형 범죄 전문가이자 통계 전문가인 덩치 큰 중년 남성이다. 기본적으로 곤란에 빠지거나 고민이 있는 사람들의 문제를 기상천외한 방식으로 해결해주는 에피소드가 많지만, 가끔 범죄를 해결하기도 한다. 비서 레몬 양, 소설가 아리아드네 올리버, 잘생긴 전직 제비 클로드 루트렐, 변장에 뛰어난 미녀 마들렌 드 사라 등의 조력자들과 함께 일한다.
- 레몬 양: 푸아로의 유능한 비서로 외모도 성격도 마치 기계같은 여인. 주로 푸아로 시리즈에 나오지만 파커 파인의 비서로 등장한 적도 있다. 정황상 푸아로 비서가 되기 전인 듯.
- 레이스 대령
- 베라 로사코프 백작부인: 전 시리즈에 걸쳐 푸아로와 로맨스가 있었던 유일한 여자. 풍만하고 정열적인 타입의 여인이며 범죄성향이 좀 많다. '빅 포'와 2편의 단편에 등장한다.
- 로빈슨 씨: 국적, 나이, 직업이 모두 정체불명인 인물로 단지 최고의 정보통으로만 알려져 있다. 외모는 '노랗고 뚱뚱하다'라는 묘사가 자주 나온다. 푸아로의 '비둘기 속의 고양이', 미스 마플이 등장하는 '버트램 호텔에서', 토미&터펜스가 나오는 '운명의 문', 레귤러 탐정이 없는 '프랑크푸르트행 승객'에 등장하며 사실상 작품 간 크로스오버의 폭이 가장 넓은 인물이다.
- 데스파드 대령과 로다: 푸아로가 나오는 '구름 속의 살인'의 등장인물인데 비레귤러 작품인 '창백한 말'에서도 등장한다.
6. 작품 목록
6.1. 추리 소설
애거서 크리스티는 총 66편의 추리 장편 소설과 14편의 추리 단편집을 썼다. ★표는 크리스티가 직접 선정한 본인의 10대 작품이다.[30]
해문판과 황금가지판의 제목이 서로 다른 경우가 있는데, 앞의 제목이 황금가지판이고 뒤의 제목이 해문판이다. 애거서 크리스티 재단이 정리한 크리스티 전집 정리본도 참고.#
6.1.1. 국내 번역
그녀의 모든 작품이 국내에서 번역됐다. 서양권 작가들 중 이 정도로 방대한 양의 작품들이 전부 번역된 작가들은 거의 없다.
국내에서는 1970년대에 동서문화사에서 대표작 몇몇을 번역해서 처음으로 소개되었으며(이것도 역시 해적판) 완결된 전집은, 1980년대 말에 해문출판사를 통해서 전집 80권(문고판 기준)이 발행되었으나, 해적판이었다. 그런데 오히려 이 문고판 전집이 대박나면서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들을 일반인들이 많이 읽게 되었다. 당시 자유추리문고에서도 크리스티 전집을 냈고, 일부는 해문판보다 더 나았다.[35] 그러던 것을 2002년경, 민음사의 출판계열사인 황금가지에서 정식 라이선스 발매를 하게 되었다. 황금가지판은 전권이 양장이라 뽀대가 나지만, 아쉽게도 번역 퀄리티는 작품마다 편차가 크다. 헤이스팅스가 푸아로에게 존댓말과 반말을 번갈아 말하거나.
이후 해문도 정식 라이선스를 얻었긴 했지만 이쪽은 일종의 '보상판'이라고 한다. '''사실 출판 전부터 정식계약으로 나오는 건 황금가지가 유일하다.'''
그러나 65권 이후로는 재단과의 분쟁 때문에 2년 가까이 책이 나오지 못했다. 황금가지는 이 정식판에 대해 상당히 의욕적으로 시작했다. 책을 보면 책 머릿말에 애거서 크리스티의 외손자인 '매튜 프리처드'가 정식 한국어판 발매에 부치는 글이 매 권마다 삽입되어있고, 책 등에는 까마귀 그림과 친필 서명을 넣고, 띠지에도 항상 정식발매는 황금가지뿐이라는 문구를 꼭 넣으면서 정식발매를 상당히 강조하고, 자랑스럽게 여겨서 이를 엄청나게 홍보해왔다. 그런데 미완이 될 경우에는 황금가지로서는 상당한 비용적 타격과 이미지상으로도 마이너스가 될 뻔 했으나... 다행히 2012년 10월 재단과의 분쟁이 해결되어 무사히 출간 재개되었고 2015년에 총 79권으로 완간되었다. 단편집 수록 구성이 해문과 다른 탓에 유작집인 "빛이 있는 동안"을 포함하고도 총수가 1권 적다.
전자책의 경우 황금가지는 권당 7,000원으로[36] 2015년 12월에 79권 전권 발매된 상태이며, 해문출판사는 발매되지 않았다. 원래는 해문도 전자책 출간을 위한 변환 작업중이라고 하였으나 모종의 이유로 중단되었다.
윗부분에도 서술되어 있지만 크리스티의 소설 중에는 다른 작품의 스포일러가 들어있다. 예를 들어 '''벙어리 목격자는 절대 구름속의 죽음, 애크로이드 살인사건, 푸른 열차의 비밀(블루 트레인의 미스터리), 스타일스 저택의 괴사건(스타일스 저택의 죽음)을 읽기 전에 읽으면 안 된다!''' 탐정이 직접 스포일러를 해준다. 푸아로가 마지막으로 등장하는 '''커튼의 경우에도 전집이나 푸아로 시리즈를 전부 읽을 생각이면 꼭 마지막에 읽도록 한다.''' 황금가지판에는 커튼이 총 79권 중 무려 13권에 배치되어 있다.
황금가지판 전집엔 아쉽게도 '아서 카마이클 경의 모험'과 '스페인 궤짝의 비밀' 단편 2개가 누락되었다. 전자는 해문판 '죽음의 사냥개'에 수록되어있으며 후자는 해문판 '크리스마스 푸딩의 모험'에 수록되어있다. 해문판 전집에는 황금가지판 '뮤스 가의 거울'에 수록된 단편 '미궁에 빠진 절도'가 빠져 있는데, 이 단편의 경우엔 '패배한 개'에 수록된 단편 '잠수함의 설계도'와 고유명사만 다르고 거의 같은 내용이라 누락이라기보단 정리한 것에 가깝다(애거서 크리스티의 단편은 워낙 많은데다 국적별로 출간한 출판사도 워낙 많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손자 매튜 프리처드는 황금가지 전집에 대해 글을 쓰기도 했다. 이 글은 모든 전집에 실려있다.
나는 한국에서 우리 할머니의 작품을 정식으로 출간한다는 소식을 듣고 무척 기뻤다. 할머니가 1920년부터 1970년 무렵까지 오랜 세월에 걸쳐 집필한 작품들은 21세기인 지금 읽어도 신선하고 재미있다. 등장인물들이 워낙 자연스러워서 요즘 사람들과 다를 바 없고 이들이 등장하는 상황과 장소가 전 세계 사람들의 애정과 향수를 자극하기 때문이다. 한국 독자들은 이번에 새로 나온 정식 한국어 판을 통해 그 동안 접하지 못했던 애거서 크리스티의 일부 작품들을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덕분에 한국에 새로운 세대의 애거서 크리스티 팬들이 탄생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면 가슴이 벅차다. 애거서 크리스티는 대표적인 두 명의 주인공으로 기억되는 작가이다. 14권의 작품에 등장하는 마플 양은 영국의 작은 시골 마을에서 평온한 나날을 보내며 뜨개질과 수다로 소일하는 미혼의 할머니이지만, 놀라운 기억력과 날카로운 두뇌 회전으로 주변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을 해결한다. 그리고 마플 양과 상반되는 성격을 지닌 에르퀼 푸아로는 자신만만하고 콧수염을 포함한 자신의 외모와 벨기에라는 국적에 대한 자부심이 상당하다. 그는 이집트와 이라크(할머니가 재혼한 남편과 함께 여행했던 곳이다.)를 비롯한 세계 각지에서 수수께끼를 해결하며 『오리엔트 특급 살인(Murder On The Orient Express)』, 『나일 강의 죽음(Death On The Nile)』, 『애크로이드 살인 사건(The Murder Of Roger Ackroyd)』 등 애거서 크리스티의 여러 대표작에 모습을 드러낸다. 황금가지의 대담하고 참신한 표지와 전반적인 디자인 덕분에 작품의 성격이 잘 살아난 것 같아 기쁘다. 또한 한국 독자들이 할머니의 원작이 지닌 참된 묘미를 느낄 수 있도록 충실한 번역을 위해 애써 준 점도 높이 사고 싶다. 할머니의 작품이 20세기의 그 어떤 작가들보다 많이 팔리고 있는 이유는 나이와 국적에 상관없이 읽을 수 있는 재미와 감동을 갖추었기 때문이다. 모쪼록 한국 독자들도 황금가지에서 선보이는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을 즐겁게 감상하기를 바란다.
매튜 프리차드
애거서 크리스티의 손자
애거서 크리스티 재단 이사장
6.2. 메리 웨스트매콧
1930년부터 1956년까지 '메리 웨스트매콧(Mary Westmacot)'이란 필명으로 6편의 장편 소설을 발표했다. 추리 소설 독자들을 혼동시키지 않기 위해 필명을 썼고 본인의 뜻에 따라 50년 가까이 비밀에 부쳐졌다. "애거서 크리스티가 연애 소설을 쓰기도 했다"라고 알려져 있으나 연애 소설이라기 보다는 반전과 서스펜스가 살아있는 심리 소설에 가깝다. 전연령이 읽어도 무방하나 설정이나 인물의 묘사를 감안하자면 주부 대상의 심리 소설로 분류할 수 있다. 2014년 1월부터 2015년 5월까지 1년 4개월 동안에 포레 출판사에서 '애거서 크리스티 스페셜 컬렉션'이라는 명칭으로 6권이 모두 번역 출간됐다.
이 작품들 중 두 번째 봄은 애거서 크리스티 실종 사건에 대해서 작가가 자전적으로 돌아보는 소설이라는 추측이 있다. 추측일뿐이고 살아 생전 작가가 이 사건을 언급하지 않았기 때문에 진실은 알 수 없다.
6권 모두 공경희가 번역했다. 여담이지만 책들의 표지가 굉장히 예쁘다.
6.3. 희곡
7. 여담
- 그녀를 대표하는 별명으로는 죽음의 공작부인(Duchess of Death), 추리의 여왕(Queen of Crime), 미스터리의 여왕(Queen of Mystery)이 있다.
- 그녀의 이름을 딴 가톨릭 특전이 있다. 트리엔트 미사의 유지를 위해 영국의 가톨릭 저명인사들은 교황에게 전통 미사를 유지해 달라는 청원서를 냈다. 시큰둥한 반응으로 청원서를 읽어 내려가던 바오로 6세 교황은 서명자 중에 애거서 크리스티의 이름을 발견하고, "아, 애거서 크리스티!"라고 갑자기 외치더니 특전을 허가하는 교서에 서명을 했다고 한다. 이건 그가 그녀의 추리소설의 광팬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1971년 잉글랜드와 웨일스 지역의 가톨릭 교구에서 트리엔트 미사가 예외적으로 실시될 수 있도록 특별히 내려진 이 특전을 애거서 크리스티 특전(特典)[46] 이라고 한다. 애거서 크리스티는 독실한 성공회 신자였지만 트리엔트 미사의 예외적인 예술 문화 유산에 주목했고, 많은 비가톨릭 유명인사들도 이 청원의 서명했다.[47] 성공회 주교들도 서명했다.
- 약리학 교수 마이클 C. 제레인트는 "그녀의 소설 절반 이상에서, 비록 항상 가해자가 완전히 만족하는 것은 아니지만, 한 명 이상의 피해자가 중독되어 있다"고 언급했다.
- 애거서 크리스티 재단을 운영한 그녀의 손자 매슈 프리처드에 따르면, 그녀는 새로운 형태의 미디어를 사용하여 팬들에게 새로운 방식으로 다가갈 수 있도록 돕는 것에 매우 열심이었다고 한다.
- 크리스티는 개를 사랑했다. 키운 개들은 대개는 일종의 테리어였다. 그녀의 첫 번째 개는 조지 워싱턴이라고 불렸지만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밥이라는 이름으로 '덤 위트니스'에 출연한 피터라는 짧은 머리 테리어였다. 그녀는 이 개에 대해 이렇게 쓰기도 했다.: "친애하는 피터, 가장 충실한 벗과 가장 소중한 동반자"
- 크리스티 작품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작가는 윌리엄 셰익스피어다.
- 이 분야의 또다른 전설인 코난 도일과 함께 자주 언급된다. 애거서 크리스티가 집필한 작품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코난 도일의 셜록 홈즈 시리즈와 비교되며, 비교 우위를 논하는 얘기도 자주 오가는 관계다. 양쪽 다 팬층도 두터운 데다 워낙 개성도 뚜렷한 작품들이라서 그런 듯. 작품의 완성도는 크리스티의 작품이 도일의 홈즈 시리즈보다 더 높다고 보는 게 추리 소설 팬덤의 중론이다. 크리스티도 셜록 홈즈의 패스티시를 제법 썼다. 푸아로가 나오는 단편물을 보면 아예 대놓고 홈즈 패러디와 오마주가 나온다. 애초에 푸아로와 헤이스팅스의 관계도 홈즈와 왓슨의 관계에서 유래된 탐정들의 파트너라는 클리셰를 활용한 것이다. 작품 속에서 대놓고 자신은 셜록 홈즈와 다르다고 이름을 들먹이는 게 푸아로의 입버릇이기도 하다.[48] 그러나 위에서 언급된 것처럼 이러한 경향은 크리스티의 작품 활동이 진행되면서 현저하게 줄어드는 편. 예컨대 푸아로-헤이스팅스 콤비가 다 등장하는 작품은 의외로 그리 많지 않다. 사실 푸아로가 등장하는 두 번째 장편인 골프장 살인 사건에서 벌써 헤이스팅스가 결혼을 하여 아르헨티나로 이민을 가 버렸기 때문에 아무때나 등장을 시킬 수는 없었을 거다. 크리스티 본인은 셜록 홈즈 시리즈의 대단한 팬으로, 추리 소설을 쓰게 된 주된 동기 중 하나가 홈즈 시리즈였다고 한다.
- 2015년 9월, 그녀의 125번째 생일을 기념하기 위해, 크리스티 소설 인기투표를 했는데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가 작가의 소유지가 후원하는 투표에서 "세계에서 가장 좋아하는 크리스티"로 선정되었다.
- 첫 남편의 남동생 캠벨 크리스티도 작가였다.
- 그녀의 책들은 셜록 홈즈 시리즈와 함께 한번도 절판된 적이 없는 추리 소설이다. 전세계 서점의 규모가 줄어도 크리스티의 책은 빠지는 법이 거의 없다. 전 세계 공항 소설 코너에 그녀의 소설이 즐비하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 고고학자 맥스 맬로윈과 재혼했기 때문에 애가사 크리스티는 고고학에 대한 관심을 스스로 발전시켰다. 그녀는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발굴에 참여했고 고고학적 복원과 도자기 재건과 같은 작업에서 약간의 훈련을 받았다.
- 10대 후반에 그녀는 클래식 음악가가 되기 위해 공부했지만 너무 긴장해서 공연을 할 수 없었다. 그녀는 클래식 음악 애호가였는데 가장 좋아한 작품은 리하르트 바그너의 오페라다. 가장 좋아하는 작곡가는 엘가, 바그너, 시벨리우스였다. 또 록 음악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 종교는 성공회였다. 크리스티는 평생 '조용히 독실하게 교회에 다녔다. 잉글랜드 국교회 교인이었으며, 정기적으로 교회에 다녔으며, 어머니의 '그리스도의 모조품'을 머리맡에 간직하고 있었다. 이혼 후 그녀는 영성체를 중단했다.
- 그녀는 영화관이나 라디오와 텔레비전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그녀는 "군중, 시끄러운 소리, 문법, 영화관 등을 싫어한다. 나는 술맛을 싫어하고 담배를 좋아하지 않는다. 나는 태양, 바다, 꽃, 여행, 이상한 음식, 스포츠, 콘서트, 극장, 피아노, 그리고 십자수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녀의 개인적인 즐거움은 정원 가꾸기와 원예로 지역 상을 받은 것이기도 했다. 또 그녀는 다양한 집을 위한 가구 구입이을 하기도 했다.
- 크리스티는 서핑을 좋아했다. 전남편인 아치와 함께 크리스티는 1922년 남아프리카를 시작으로 호놀룰루에서 여행을 떠났다. 각각의 단계에서, 이 커플은 서프보드를 타는 능력이 점점 더 향상되었다; 몇몇 역사학자들은 그들이 심지어 서서 타는 법을 배운 최초의 영국 서퍼였을지도 모른다고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