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드리

 



'''Ard Rí na hÉireann''' '''/ High King of Éirinn'''
에린(아일랜드) 전역을 지배했다고 여겨지는 역사와 전설상의 군주들.
아일랜드 신화에서는 기원전 1934년 피르 볼그가 에린에 도래하면서 그 왕 슬라이너 막 델라가 최초의 아르드리가 되었다고 한다. 물론 이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실존인물임이 분명한 최초의 아르드리는 보수적으로 잡으면 846년 즉위한 말 세크날 막 말러 루어나드, 넉넉잡아도 4세기 후반의 니얼 노이기얼러흐다.
잉글랜드의 침공을 받기 전 아일랜드는 중국의 춘추시대, 한국의 원삼국시대 같은 봉건부족사회였다. 인구 10,000명 정도의 '''투어허'''(tuatha)라는 소왕국들이 무수히 많았고, 그 투어허들은 큰 왕국인 '''쿠어거'''(Cuaighe)들에 속했다. 쿠어거들의 왕은 '''리'''(Rí)였고, 아일랜드 섬 전체의 왕이 '리'들보다 높은 왕으로서 '''아르드리'''(Ard = High)라고 했다.
아르드리의 왕위는 따로 있는 것이 아니었고, 가장 강성한 쿠어거의 리가 아르드리를 겸했다. 아르드리가 침대에서 편히 죽으면(...) 아들이나 형제가 아르드리 왕위 및 쿠어거 리 왕위를 물려받았지만, 리들은 자신의 쿠어거가 국력이 좀 모였다 싶으면 군사를 일으켜 아르드리 왕위에 도전했다. '''즉 아르드리란 중국 춘추시대의 패자 같은 개념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새 아르드리가 가장 먼저 해야하는 일은 자신을 패자로 인정하지 않는 쿠어거를 조지는 일이었다. 조지는 데 성공하면 권력이 적어도 자기 치세에는 반석 위에 놓이지만 실패하면 왕권이 안드로메다로 날아가고, 운이 나쁘면 자기 목숨까지(...) 날아갈 수도 있었다.[1] 그리고 즉위 직후에는 권력을 다졌다 하더라도 아르드리가 노쇠해지면 다른 쿠어거들은 물론이고 후계자가 될 수 있는 일족들 중에서도 반란자들이 고개를 들기 시작해서 거의 필연적으로 정권이 붕괴한다. 이러니 아르드리의 왕권은 강화될 수가 없었다.
그래도 5세기쯤 되면 코나크타(지금의 코노트 지방)의 이 넬 씨족[2]이 아르드리 왕위를 거의 독점하게 된다. 하지만 아르드리들은 쿠어거 리들을 간접통치하는 것 이상의 권력을 가지지는 못했다. 미데 출신의 플란 너 시나너[3]나 무운 출신의 브리안 보루마 같은 아르드리들은 아일랜드를 중앙집권적 왕국으로 통일시키려고 시도했으나 모두 번번히 실패했다. 이런 상황에서 잉글랜드의 침공을 받으면서 아르드리 왕위는 1198년을 마지막으로 단절된다.
아르드리를 번역한 '''지고왕'''이라는 단어는 판타지 라이브러리 제2권 "켈트 북구의 신들"에서 유래되었다. 아르드리라는 개념이 처음 소개될 시절에는 저 엉터리 책이 켈트 문화에 관한 거의 유일한 대중적 자료였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1] 옆동네 스코틀랜드의 돈카드 1세도 이런 이유로 모레이 백작 막 베하드를 공격했다가 전사하고, 막 베하드에게 왕위를 빼앗겼다. 막 베하드는 다름아닌 맥베스의 모델이다.[2] 니얼(= 넬) 노이기얼러흐의 후손이어서 이 넬이다.[3] 토탈 워 사가: 브리타니아의 왕좌에 등장하는 그 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