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브라함 평원 전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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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프랑스령 북미의 최후. 퀘벡인들을 비롯한 프랑스계 캐나다인들에겐 원쑤 적성국이 다스리는 식민지의 최대 다수 민족 공동체라는 기묘한 역사의 스타트를 끊은 사건이다.[1]
1759년 9월 13일 제임스 울프 장군이 이끄는 영국군과 루이 조제프 드 몽캄 장군이 이끄는 프랑스군이 퀘벡의 아브라함 평원에서 맞붙은 전투. '퀘벡 전투'라는 명칭으로도 불리는 이 전투는 영국군의 승리로 끝났으며, 영국은 이 전투의 승리를 발판삼아 북미 대륙의 패권을 확립한다. (그리고 이제 눈치볼 대상이라곤 주인님 하나만 남은 식민지인들은...)
2. 배경
1758년 6월 루이스버그 전투의 승리로 캐나다 프랑스 식민지의 중심지인 퀘벡을 공격하는 게 가능해진 영국군은 퀘벡을 향한 공세를 계획하기 시작했다. 루이스버그 전투 당시 부상을 입고 영국에서 휴식을 취했다가 1759년 2월 북미 대륙으로 돌아온 제임스 울프 장군은 세인트로렌스 강과 퀘벡 공략을 지휘하기 위해 몽크톤, 타운센드, 머레이 휘하의 3개 여단을 집결시켰다. 1759년 6월 첫째주, 울프의 군대는 세인트 로렌스 강을 따라 진군을 개시했다. 한편 프랑스군은 적이 서부의 온타리오 호와 남부의 챔플레인 호수 방면에서 쳐들어올 거라고 예상하고 있어서 세인트 로런스 강 하류 방비는 상대적으로 허술했다. 결국 울프의 영국군이 세인트 로렌스 강의 남쪽 강둑에 위치한 포인트 레비를 손쉽게 공략하고 포인트 레비에 포대를 설치해 퀘벡의 로어타운을 포격 사정거리에 두자, 식민지 프랑스군 총사령관 루이 조제프 드 몽캄은 즉시 퀘벡에 5개의 정규 프랑스 대대와 캐나다 민병대, 그리고 천 명의 인디언들을 집결시켰다.
6월 26일, 울프는 퀘벡의 지형을 살펴본 뒤 보포르 주변의 세인트 로렌스 강 북쪽 해안이 부대의 상륙을 위한 가장 유리한 장소라는 걸 확인했다. 하지만 몽캄이 그곳 고지에 강력한 방어 진지를 구축해둬서, 그는 그 대신 몽모랑시 폭포로부터 동북쪽으로 1.2km 떨어진 북쪽 해안에 상륙하기로 결정했다. 7월 9일 밤에 몽모랑시 해안에 상륙한 울프는 진지를 구축한 뒤 7월 31일 몽캄이 세운 몽모랑시 요새에 대한 공격을 시도했다.(보포르 전투) 그러나 울프는 500명에 달하는 사상자만 기록한 뒤 철수했다.
이렇듯 상황이 지지부진해지자 영국군의 사기는 떨어졌다. 게다가 8월에 전염병이 도는 바람에 많은 병사들이 질병에 걸려 고통받았고 울프도 한동안 병환으로 고생했다. 이에 울프는 이대로 내버려뒀다가는 군대가 와해될 거라고 판단해 확실한 전과를 거두기 위한 새로운 공세를 계획했다. 그는 퀘벡 동쪽 방면의 해안 요새들은 방비가 탄탄하므로 세인트 로렌스강 상류로 거슬러 올라가서 퀘벡의 서쪽 평원에 상륙한 뒤 퀘벡을 공략하기로 결심했다. 물론 적이 그의 의도를 간파하면 곤란했기 때문에, 그는 퀘벡 동쪽 해안 요새들에 대한 위장 공세도 별도로 시행하기로 했다. 그는 이 공세를 9월이 끝나기 전에 감행하기로 했다.
그러던 9월 12일, 울프는 루이 앙투안 드 부갱빌 장군의 휘하 부대에서 탈영한 두 명의 프랑스 병사들로부터 프랑스 보급선이 다음 썰물 때 세인트 로렌스 강을 따라 내려가 퀘벡 시에 물자를 공급하려 한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울프는 이를 호기로 여기고 자신이 먼저 세인트 로렌스 강을 따라 내려가서 프랑스 보급함을 가장한 채 랑세-오-포울롱에 상륙한 뒤 방심한 적을 습격하기로 결심했다. 그날 밤, 울프의 소함대는 강을 따라 랑세-오-포울롱으로 나아가면서 프랜치-인디언 전쟁의 승자를 가릴 전투의 막이 올랐다.
3. 양측의 전력
3.1. 영국군
- 총사령관: 제임스 울프
- 병력: 4,400명, 대포 1문
3.2. 프랑스군
- 총사령관: 루이 조제프 드 몽캄
- 병력: 5,000명, 대포 3문
4. 전투 경과
4.1. 영국군, 고지를 점령하다
9월 13일 새벽 2시, 영국군이 탑승한 보트들이 물살을 해치고 랑세-오-포울롱으로 향했다. 이때 부갱빌 장군의 보급함 파견 계획은 이미 취소된 상태였지만, 당시 고도를 따라 배치된 프랑스군 보초들은 이 소식을 듣지 못했다. 게다가 캐나다 민병대 대부분은 잠시 집으로 돌아가 수확을 하는 걸 허락받았기 때문에 영국군이 접근해왔을 때 해당 지역을 수비하는 병력은 40명에 불과했다. 영국군은 꼬박 2시간 동안 내려온 끝에 목적지에 가까워졌다. 이때 한 프랑스 보초병이 그들의 접근을 눈치채고 물었다.
제78 프레이저 하일랜드 연대의 장교가 대답했다."Qui vive?(누구냐?)"
"France!(프랑스!)"
"À quel régiment?(어느 연대 소속이냐?)"
보초병은 그 말을 듣고 그들이 식량을 가지고 왔다고 판단해 암호를 묻지 않고 보내줬다. 곧이어 선두의 보트들이 사모스 고지를 지나가고 있을 때 다른 보초가 그들에게 신원을 밝히라고 요구했다. 이에 제78 프레이저 하일랜드 연대의 장교는 프랑스어로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De la Reine.(왕비의 연대(Régiment de la Reine).)"
실제로 영국군 비정규 보병대가 멀지 않은 개울에 정박해 있었기 때문에, 보초는 그의 말에 현혹되어 보트들을 지나가게 했다. 이렇게 해서 무사히 랑세-오-포울롱에 도착한 영국군은 곧바로 공세를 개시했다. 얼마 안되는 프랑스 수비병들은 갑작스런 습격에 당황해 제대로 저항도 못해보고 뿔뿔이 흩어졌다. 그나마 사모스 고지에 설치된 포대에서 영국군을 향해 포격을 개시했지만, 곧 윌리엄 하우 대위가 이끄는 영국군 경보병들에 의해 공략되었다."보급용 보트다. 떠들지 마라. 영국인들이 우리를 발견할 것이다."
이후 4,400명의 영국군 병사들은 52m에 달하는 가파른 절벽을 기어올라가 9월 13일 아침에 고지를 장악하고 아브라함 평원에 교두보를 확보했다. 울프는 예상되는 적의 반격에 대비하기 위해 6개 대대를 세개의 대열로 편성하고 몽크톤과 머레이의 여단과 함께 최전선을 지휘했다. 또한 버턴 대위 휘하의 제48 보병대대는 예비 부대로서 위태로운 전선을 보위하는 역할을 맡겼고 윌리엄 하우가 이끄는 경보병대는 후방의 밀림을 장악하는 임무를 맡았으며, 제 3, 60대 로얄 아메리카 민명대는 상륙지점을 지키는 임무를 맡았다.
4.2. 몽캄의 반격
한편, 몽캄은 9월 12일 저녁 내내 퀘벡의 동쪽 해안에 설치된 요새들을 향한 영국 함대의 포격에 시달렸다. 그는 적의 상륙 위협을 저지하기 위해 요새를 순찰했다. 그러던 9월 13일 새벽, 그는 사모스 고지에서 영국군 보트를 향해 발포하는 소리를 들었다.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든 몽캄은 장교를 보내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를 알아내게 했다. 그리고 얼마 후, 그는 영국군에게 쫓겨 도망쳐 온 병사들로부터 영국군이 해안 서쪽 절벽을 넘어 아브라함 평원에 교두보를 확보했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접했다. 이에 그는 오전 6시 퀘벡 근방의 둔덕에 올라 서쪽을 살펴보고는 곧 영국군 병사들의 붉은 대열을 확인했다. 그는 황급히 병력을 소집해 이 영국인들을 아브라함 평원에서 몰아내려 했다. 하지만 영국군이 퀘벡 동쪽 해안에 포격을 계속 해온 탓에 많은 병사들이 적에게 묶여 있어서 몽캄이 당장 확보할 수 있는 병력은 5천 명에 불과했다.
이에 몽캄과 그의 수석 장교들은 전쟁 회의를 열었다. 장교들은 적을 몰아내기엔 병력이 부족하니 근방의 부갱빌 장군의 병력과 합세해 최대 8천 명 정도를 확보한 후 아브라함 평원을 탈환하자고 진언했다. 그러나 몽캄은 평원에 주둔한 영국군이 그 사이에 더욱 많은 병력과 물자를 보급받을 테니 지금 당장 공격하기로 결심했다. 오전 9시 30분, 아브라함 평원에 도착한 프랑스군 3개 척탄병들이 영국군 대열 중앙을 강타했다. 여기에 1500명의 캐나다 민병대와 인디언들도 영국군의 좌익과 우익을 동시에 공격했다. 하지만 이미 유리한 지형을 확보하고 있던 영국군은 전황을 시종일관 유리하게 이끌었다.
4.3. 울프의 최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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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프의 죽음. 벤쟈민 웨스트 작.
그러던 중 영국군 우익이 적의 맹공으로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는 걸 파악한 울프는 친히 그쪽으로 달려가 병사들을 격려했다. 이때 한 발의 총탄이 날아와 그의 손목을 산산조각 냈고, 뒤이어 또 한 발의 총탄이 사타구니에 박혔다. 그래도 울프는 고통을 참고 병사들을 지휘했으나 세번째 탄환이 폐를 관통하자 비틀거리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이에 주위 병사들이 그를 안고 후방으로 이송했다. 그는 주위 사람들에게 자신을 눕혀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장교들은 그를 눕혀준 뒤 의사가 필요하냐고 물었다. 그러자 울프는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 대답했다.
잠시 후 한 병사가 급히 달려와 외쳤다."필요 없다. 이제 다 끝났다."
이에 울프가 물었다."그들이 도망칩니다! 그들이 도망치는 걸 보십시오!"
병사가 대답했다."누가 도망치느냐?"
그러자 울프는 전령에게 버턴 중위에게 가서 제48 보병대를 세인트 찰스로 행군시켜 프랑스군이 다리로 도망치는 걸 막으라고 지시한 뒤 얼마 후 숨을 거두었다."적입니다, 장군! 그들은 사방으로 도망치고 있습니다!"
4.4. 몽캄의 최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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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몽캄은 패주하는 아군을 수습하기 위해 말을 몰고 전장을 돌아다녔다. 그러던 중 한 총탄이 그의 가슴을 꿰뚫었다. 이에 병사 2명이 말에서 떨어지려는 그를 부축한 후 성 루이 성문을 통과해 퀘벡 시로 들어갔다. 몽캄은 외과의사 아르누의 집에서 치료를 받았으나 회생 불가 파정을 받고 9월 14일 아침에 세상을 떠났다. 또한 몽캄의 부지휘관 에티엔-기욤 드 세네제네르도 치명상을 입고 곧 숨졌다. 프랑스군은 몽캄이 사망한 뒤 퀘벡으로 후퇴했다. 이후 총독 보드레이유는 잔여 병력을 수습해 퀘벡을 떠나 부겐빌 장군의 군대와 합세했다. 그리고 9월 18일, 퀘벡 주지사는 도시로 진군한 타운센드 장군의 영국군에게 항복했다. 이리하여 북미 프랑스 식민지의 핵심기지였던 퀘벡은 영국의 수중으로 들어갔다.
5. 결과
영국군은 이 전투에서 660명의 사상자를 기록했고 총사령관 제임스 울프가 전사했다. 반면 프랑스군은 총독 보드레이유의 보고에 따르면 640명의 사상자가 발생했고 영국의 공식 보고에 따르면 1,500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그리고 총사령관 루이 조제프 드 몰캄을 비롯한 여러 장교들이 전사했다.
아브라함 평원 전투 이후에도 프랑스군은 압도적인 군세로 밀어붙이는 영국군을 상대로 끈질기게 저항했고 생트푸아 전투에선 영국군을 대파하기도 했다. 그러나 퀘벡을 상실한 그들은 더이상 전황을 바꿀 여력이 없었고, 결국 1760년 9월 8일 몬트리올이 함락되면서 북미 식민지의 프랑스 세력은 사실상 와해된다.
[1] 상 캐나다, 즉 현대 온타리오 일대가 저 캐나다, 즉 현대 퀘벡 일대의 인구를 넘은건 19세기 후반의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