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가 와서 피리를 분다
'''悪魔が来りて笛を吹く'''
요코미조 세이시의 추리 소설. 탐정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 중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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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현금을 탈취하기 위해 12명을 청산가리로 살해한 '제국은행 사건'을 모티브로 삼아 집필한 요코미조 세이시의 대표작이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실제 사건, 전후의 혼란과 귀족 계급의 몰락 등 당대 사회상을 절묘하게 반영해 주로 고루한 인습이 낳은 범죄를 그렸던 기존의 작품들과는 다른 맛을 선사한다.
혼징 살인사건에 이어 밀실살인 요소를 도입했고 여기에 초현실적이고 미스테리적인 분위기까지 자아냈다. 하지만 국내에 소개된 긴다이치 시리즈 중 상당히 큰 막장성을 자랑하며 막장의 수위도 우리나라의 막장 드라마는 저리가라 할 정도니, 이쪽에 내성이 없는 분이라면 다소 읽기 괴로울 듯. 다만 이야기의 개연성을 지키는 한도내에서 막장을 보여주니, 끝까지 읽어보면 사건의 진실에 놀라게 된다.
본작에선 긴다이치가 매우 열악한 상황에서 분투하기에 계속되는 살인을 막지 못하는 게 그나마 이해가 되게 표현했다. 증거가 오는 게 인편으로 며칠이 걸리는 상황이니(...)
2. 작중에 등장하는 가상의 플루트 독주곡
시공사에서 제공되는 연주곡 '악마가 와서 피리를 분다'. 드라마판 '악마가 와서 피리를 분다'도 있지만 이 곡과는 음이 다르다. (사실 더 유명한 것은 드라마판 버전이다.) 본래 존재하는 곡이 아니며, 작중 히데스키 자작이 작곡한 것으로 설정되어 있는 가상의 독주곡이다. 영상화되면서 서로 다른 멜로디로 두 번 작곡했다. 작중에서는 '도플러의 '헝가리 전원환상곡'과 닮은 데가 있으며, 철저히 냉혹함과 비통함으로 가득 차 있다. 후반부의 크레센도 부분은 어둔 밤하늘을 배회하는 유령의 원념과 저주에 가득 찬 절규를 듣는 것 같다'고 묘사되어 있다.
사실 플루트 독주곡이니 제목도 '악마가 와서 플루트를 분다'가 되어야겠지만 일본어 원제나 한국어판이나 피리(笛, 피리 적)란 표현을 사용한다.[1] 플루트보다는 '피리'가 긴다이치 시리즈의 으스스한 괴기물 분위기에 맞아서 선택한 듯 하며 '피리'라는 단어는 목관악기 전체를 총칭하는 용어이기도 하므로 틀린 표현은 아니다. 작중에서 아예 유래를 설명하고 있는데, 기노시타 모쿠타로(木下杢太郎)의 시 <유리도매상(琉璃問屋)>의 한 구절 '소경이 와서 피리를 분다'에서 가져온 것이라고 한다.
3. 등장인물
- 탐정
- 히데스케의 딸인 미네코의 의뢰를 받고 츠바키 저택을 방문한다.
- 츠바키 가문
- 츠바키 히데스케
- 43세. 플루트 연주자이며 자작. 천은당 사건이 있은지 며칠 후 자살했다.
- 츠바키 아키코
- 40세. 히데스케의 처. 풍만한 몸매에 마치 이치마츠 인형 같은 외모의 소유자로 도저히 40세로는 안 보이는 동안이라고 한다. 아이처럼 제멋대로이고 유치한 성품이라 미네코가 어머니에 대해 수치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 츠바키 미네코
- 19세. 히데스케의 무남독녀. 어머니 아키코와는 정반대로, 똑부러진 아가씨지만 빈말로라도 미인이라 하긴 힘든 인물이라고 한다. 긴다이치 코스케에게 의뢰를 맡긴 인물이다.
- 시노
- 62~3세. 아키코의 유모.
- 미시마 도타로
- 23~4세. 히데스케의 옛 친구 아들.
- 다네
- 23~4세. 하녀.
- 메가 주스케
- 52~3세. 아키코의 주치의. 기름지고 색욕이 강한 인상의 소유자로, 주변인들로부터 두꺼비 선인이란 별명으로 불린다.[스포일러]
- 신구 가문
- 신구 도시히코
- 43세. 아키코의 오빠. 자작.
- 신구 하나코
- 40세. 도시히코의 처.
- 신구 가즈히코
- 21세. 도시히코의 외아들.
- 다마무시 가문
- 다마무시 기미마루
- 70세 전후. 도시히코와 아키코의 외외종조부, 백작.
- 기쿠에
- 23~4세. 다마무시 백작의 첩.
- 그외
- 도도로키
- 도쿄 경시청 경부.
- 데가와
- 도쿄 경시청 형사.
4. 동명의 드라마
SMAP의 멤버 이나가키 고로가 주연한 단편 드라마가 2007년에 제작되었다. 원작을 '''매우 축약+수정'''하였으며 피해자도 줄어들고, 등장인물 한명은 사라지고, 트릭도 달라지는 등 원작과는 다른 모습을 보인다.
5. 스포일러
※핵심 부분만 서술했으니 자세한 내용은 원작 소설을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범인은 미시마 도타로였다. 그의 본명은 카와무라 하루오이며 '''신구 도시히코와 아키코 남매의 근친상간에 의해 태어난 사생아'''다. 즉, 츠바키 히데스케와 아키코의 딸인 미네코와 도시히코의 아들 가즈히코와는 피가 이어진 형제사이가 된다. '악마가 와서 피리를 분다'라는 문구는, 츠바키 히데츠키의 결정적인 단서를 의미한다. 그가 만든 마지막 기묘한 플루트 송은, '''손가락이 일부 없는 카와무라 하루오도 연주할 수 있는''' 특정 음계가 빠진 노래였다.
천은당 사건 때 츠바키 히데스케를 밀고한 것도 하루오. 다만 나중에 밝혀진 하루오의 유서에 따르면 충동적으로 한 일인 듯하다. 천은당 사건의 실제 범인은 이오 도요사부로란 인물인데, 츠바키 히데스케와 많이 닮았으며 하루오와 아는 사이다. 하루오는 천은당 사건이 이오 도요사부로의 짓임을 눈치챘고 이를 이용해 그를 협박하여 그를 자신의 동료로 삼는다. 이후 이오는 하루오의 지시에 따라 츠바키 히데스케로 변장해 츠바키 가문 사람들에게 모습을 드러내곤 하였고, 위에서 말한대로 츠바키 자작과 많이 닮은 탓에 여러 사람들을 혼란에 빠뜨렸다. 작중 시점에서는 이미 하루오에게 살해당했다.
하루오가 남매의 근친상간[2] 으로 태어나자 다마무시 백작이 일을 숨기고 자기 집에서 일하는 정원사에게 친자식인 척해서 키우게 했다. 그런데 하필이면 둘의 근친상간 현장을 정원사의 딸 고마가 목격했고 그녀의 입을 막고자 도시히코는 그녀를 강간한다. 그 후 그 저택을 떠난 고마는 딸 사요코를 낳았는데 그 사이에 정원사가 돈을 대가로 하루오를 자식으로 키우게 된다.[3] 그리고 시간이 흘러 그가 정원사의 친자식이 아니라는 것만 알고 있었던 하루오 본인과 사요코는 서로 남남이라고 생각해서 연심을 품게 되었다. 우연히 하루오의 신체 특징[4] 을 본 고마는 아버지를 찾아가 집요하게 추궁한 끝에 그의 정체를 알고 이후부터 하루오를 꺼리게 된다.
하지만 사요코가 독립하면서 둘은 예전보다 더 자주 만나게 되어 결국 육체 관계를 맺게 되고 하루오가 전쟁에서 돌아오면 결혼하기로 약속한다. 딸이 하루오의 아이를 임신하게 되자, 둘의 사이를 알고 경악한 고마는 하루오의 정체를 사요코에게 털어놓는다. 하루오와 자신이 이복남매간이라는 진실을 알게 된 사요코는 자살해버린다. 자신이 군대에 갔다온 사이에 일어난 이 일들을 고마를 추궁해서 알게 된 하루오는 이런 죄업(남매간 근친상간)을 2대 연속으로 일어나게 만든 자신의 부모에게 복수하기로 결심하고 츠바키가에 접근했던 것이다. 그는 결국 자신의 부모와 다마무시 백작을 살해하고 본인은 츠바키 자작의 플루트에 넣어 두었던 독으로 자살한다.
위의 사실을 하루오가 남긴 유서를 통해 알게된 모두는 큰 충격을 받게 된다. 하지만 미네코는 충격에 빠진 사촌오빠 가즈히코에게 '''원래 딸은 아버지를, 아들은 어머니를 많이 닮는다. 다행히도 자신에겐 훌륭한 아버지가, 가즈히코에겐 훌륭한 어머니가 계시다'''며 위로하고 자신들이 살던 저택을 팔고 새출발할 것을 다짐한다.
[1] 일본어로 フルート로 쓴다.[스포일러] 사실 아키코와는 거의 사실혼에 가까운 관계로, 이번 일이 없었다면 조만간 정식으로 교제를 밝히려고 했다는 게 드러난다.[2] 상당히 오래, 작중 현재까지 지속되었던 듯하다. 서술이 약간 애매하지만, 집이 비게 되자 도시히코가 아키코 방에서 나오는 보습을 보았고 이에 더욱 도시히코에 대한 혐오감이 올라왔다는 범인의 진술에 따르면 맞는 것으로 보인다.[3] 사건이 사건이니만큼 지속적으로 돈을 뜯어낸 것으로 보인다. 아예 '''자신에게는 황금이 열리는 나무가 있다'''고 말하고 다닐 정도였으니.[4] 어깨에 불꽃 모양의 반점이 있다. 술을 마시거나 땀을 흘리면 선명해진다는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