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애
1. 개요
令愛. 따님의 한자어 표현.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윗사람의 딸을 높여 부르는 표현이라고 설명한다.
한자어에서 영(令)을 사람을 가리키는 말에 붙인다면 주로 상대방의 일가친척을 높여 부르는 의미로 사용한다. 가장 자주 볼 수 있는 표현으로 영부인(令夫人)이나 영감(令監)이 있고, 아들을 높여 부르는 영식(令息), 여동생을 영매(令妹), 누나를 영자(令姉), 형을 영형(令兄)이라고 하는 등 온갖 호칭에 두루 사용된다. 애(愛) 또한 고전 한문에서 '남의 딸을 높여 부르는 말'로 쓰인다. 높임말에 높임말을 합쳤으니, 영애는 남의 딸을 정말로 정중하게 부르는 말.
같은 의미로 쓰이는 영양(令嬢)이란 단어도 있지만 한자 자체의 의미는 약간 다르다. 양(嬢)이란 한자가 '젊은 여자'를 가리키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국 영애든 영양이든 모두 상대방의 딸을 높여 부르는 말로 쓰인다는 점은 매한가지.
2010년대 들어 영애가 영식과 함께 양판소 등에서 '''귀족의 자식을 가리키는 보통명사'''로 잘못 사용되곤 한다. 일본 웹소설의 엉터리 단어 사용이 국내에까지 영향을 끼친 사례이다.
만약 '귀족의 자식을 가리키는 보통명사'로 사용하고자 한다면, '도령'이나 '아가씨'가 원래 미혼 양반가 자식을 높여 부르는 말이었으니 차라리 더 합당할 것이다. 또한 지체 높은 집안의 아들을 가리키는 공자(公子)란 말을 여성화시켜 공녀(公女)라 칭해도 괜찮을 것이다.[1] 본디 '제후의 자식'을 가리키는 공자(公子)가 '지체 높은 집안의 아들'을 가리키는 말이 되었으니, '제후의 딸'을 가리키는 공녀(公女)를 '지체 높은 집안의 딸'을 가리키는 말로 써도 전혀 이상할 게 없기 때문이다.
2. 창작물에서의 영애
일상에선 쓰이지 않아 차별성이 있고 어감 자체도 고급스럽기 때문인지 귀족의 딸을 영애라고 쓰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널리 쓰이는 것과는 달리 한국에서 귀족의 딸을 영애라는 호칭으로 따로 부른 경우는 존재하지 않는다. 개요에서 언급했듯 한국에서 ''''영애'는 '따님'과 동의어'''이며, 따라서 창작물에서 영애를 Lady의 번역어나 아가씨의 대체어로 쓰는 건 왜곡된 쓰임새이다.
의미상 ''''영애'는 어디까지나 '따님'이 사용될 자리에 대신 들어가는 용도로만 사용'''될 수 있다. 예를 들어보자.
A, B의 대사는 영애가 들어갈 자리에 따님을 넣어도 어색하지 않으므로 옳은 용례이다. 하지만 C의 대사는 영애를 따님으로 치환하면 '''마리아 따님'''이 되어버리므로 굉장히 어색한 잘못된 용례이다. 양판소 등에서 흔히 사용하는 용법이지만 사실 말이 안 되는 표현인 것이다.A: 여기 계신 분은 캠벨 가문의 '''영애'''이신 마리아 님이십니다.
B: 하하, 캠벨 가문의 '''영애'''를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C: 마리아 '''영애'''는 소문 이상으로 아름다우시군요.
그나마 C처럼 제3자가 그런 식으로 표현한다면 억지로 이해할 여지라도 있지만, 본인이 스스로를 소개하면서 "나는 마리아 영애입니다."라고 하면 완전히 코미디가 되어 버린다. 제3자가 부를 때도 마리아라는 이름의 귀족 아가씨를 높여 부르고 싶다면 '마리아 양', '마리아 아가씨' 등으로 불러야 하며, 백보 양보해서 '○○ 영애'라는 표현을 쓴다고 하면 ○○에는 이름(퍼스트네임)이 들어가면 절대로 안되고, 성(패밀리네임)을 써야만 그나마 받아들일 여지가 있을 것이다.
공작영애 같은 표현도 틀린 용례다. 올바른 표현은 공작가의 영애가 되어야 한다. 굳이 따지자면 공작영애는 '공작(개인)의 따님'이라는 뜻이니 '공작 가문의 따님'과는 다르다고 주장할 수는 있겠고 실제로 일본어에서는 그렇게 쓰고 있다. 그러나 일본어에선 영애가 누군가의 따님이라는 뜻 말고도 양갓집 규수라는 뜻도 있으니 사용 가능한 용법일 뿐, 한국어의 영애에는 그런 의미가 없다.
문법상의 문제를 제외해도, 중세 유럽엔 양판소의 영애와 1대1로 대응되는 호칭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나마 '레이디'라는 호칭이 비슷하지만, 역시 영애와는 용법 자체가 다르다. 레이디는 딸 말고도 부인, 어머니, 심지어 여성 본인이 작위 소유자[2] 인 경우에도 쓰이는, 여성 귀족 전부를 일컫는 호칭이다. 일반적으로 양판소에서 영애로 표현되는 대상은 전부 귀족가의 미혼 여식만을 가리키므로, 레이디를 영애로 번역하는 건 큰 오류이다.
유사 사례로, 양판소에서 귀족의 딸을 영애라 부른다면 귀족의 아들은 '''영식'''이라 부르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영식 역시, 영어로 대응되는 용어 자체가 아예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창작물에서 줄기차게 귀족 남성을 영식이라고 불러대는 건, 애초에 영애라는 표현이 한국보다 훨씬 흔하게 쓰이던 일본에서 커티시 타이틀을 모르는 라노벨 양판소 작가들이 미혼에 미성년인 귀족남성을 뭐라고 표현할지 고심하다 편한대로 영애의 남성형인 영식을 갖다붙이기 시작한 게 그대로 한국에 들어온 탓이다.
결국 이런 현상은 소설가가 되자가 만악의 근원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이 사이트가 생기기 전의 한국 양판소는 수많은 문제점을 보여주긴 했지만 적어도 미혼의 귀족남녀 퍼스트네임 뒤에 용법도 안맞는 영애, 영식을 막 갖다붙이지는 않았다. '영애'가 널리 퍼지기 전에는 그냥 '레이디 ○○'로 지칭했던 편.
정작 출처인 일본에선 영애라는 표현이 라노벨에서 하도 남발되어 지식 있는 사람들에게 지적을 많이 당한 결과 최근 들어 줄어가는 추세인데, 한국에선 로판이나 판타지 무협 등의 웹소설을 중심으로 형편없는 한국어를 구사하는 아마추어 작가들이 늘어나면서 오용 사례가 늘어나고만 있는 실정이다. 기본적인 용법이나 고증 공부조차 하지 않고 로판은 쓰고싶어 하니, 보고 있자면 답답할 지경이다.
결론은, 귀족 자제를 부르는 호칭으로써 '영애'나 '영식'을 사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레이디'가 '영애'와 완벽히 대응하는 것은 아니지만, 뭘 해도 'ㅇㅇ 영애'라고 부르는 것보단 '레이디 ㅇㅇ', 혹은 'ㅇㅇ 양'라고 부르는 것이 적절하다.
국립국어원의 정의 상 귀족 여성 자녀들을 영애라 부르는 것은 적절치 않지만, 웹소설 등 다수의 창작물에서는 영애라는 표현을 자주 쓴다. 이에 비해 레이디는 보통으로, 공녀는 낮은 빈도로 쓰인다.
3. 기타
- 나무위키 문서 중에 있는 악역 영애물도 엄밀하게 보면 틀린 표현이다. 다만 악역 영애물은 이미 일본의 특정 장르명으로 고착된 수준에 이르렀기에 일반명사 취급해서 그대로 번역해 쓰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