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클레이브

 

1. 개요
2. 생명과학에서의 오토클레이브
3. 의료에서의 오토클레이브
4. 산업에서의 오토클레이브
5. 기타
5.1. 요리용(?)

고온고압처리기, Autoclave

1. 개요


고온고압을 요구하는 산업에 사용하거나 혹은 멸균을 위하여 사용하는 압력솥과 흡사한 장치. 고온고압이 필요한 여러 산업에서 필수적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특히 의학, 생물학, 생물학 파생 학문을 전부 통틀어서 생명과학 분야에서는 평생을 함께하게 되는 물건이기도 하다. 기본 원리는 물을 끓여 만든 수증기로 고온고압을 생성하는 것으로, 압력솥과 동일하다. 다만 산업/과학/의학용 오토클레이브는 철저한 고온고압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실제로는 훨씬 복잡한 설계가 되어 있다. 공기를 빼고 수증기만 차있어야 고온고압이 생성된다.

2. 생명과학에서의 오토클레이브


고압 고온멸균의 대명사이자 생물학의 필수 장치. 의학을 포함, 생물학과 조금이라도 연이 있는 학문을 한다면 반드시 오토클레이브를 만나게 된다. 이는 오토클레이브를 쓰지 않으면 얻기 힘든 121도 이상 1기압(15 psi) 이상의 환경을 만들 수 있어야 확실한 멸균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미생물을 다루는 실험실에서는, 실험 도구들이 뭐만 하면 '''오염'''된 것으로 간주해 툭하면 오토클레이브 행이다.
오토클레이브 기계가 아무리 거대하고 비싸다 한들 사용을 잘못 하거나 재수가 없으면 멸균 조건을 달성하지 못하기 때문에, 반드시 오토클레이브 확인용 테이프를 붙인 상태로 오토클레이브 한다. 이 테이프는 지정된 온도를 넘겨야만 까맣게 변하는데, 까맣게 변하지 않았다면 멸균되지 않은 것으로 간주하고 다시 오토클레이브해야 한다. 더 심각하게 다뤄야 하는 고도의 멸균이 필요한 사례의 경우, 고온고압에 저항성이 있는 진균류를 이용하여, 배양했을 때 이놈들이 살았는지 죽었는지를 확인하여 멸균 여부를 판단하기도 한다.
다만 감염성 프리온 같은 매우 특수한 경우에는 131도 이상 2기압 이상의 초고온 초고압을 가하며 물 대신 강염기 고농도 수용액을 쓰는데, 어지간한 미생물들은 흔적도 없이 개박살나고 심하면 장비까지 고장날 정도의 혹독한 환경이건만 프리온은 버티는 경우가 있다. 그러다 보니 그냥 소독 불가 취급. 그냥 생물 재해로 취급해 폐기한다.

3. 의료에서의 오토클레이브


알다시피 의료장비는 반드시 멸균 상태여야 한다. 그리고 멸균을 하려면 무얼 해야 한다? '''오토클레이브 해야 한다.''' 물론 종이나 고온고압에 약한 물품은 오토클레이브가 불가능하므로, 다른 방법으로 소독해야 한다. 당연하지만 실제로는 대체로 그런 삽질을 하느니 '''새로 하나 사는 게 더 싸게 먹히므로''' (...) 대부분 일회용을 쓴다.
그리고 주사기와 같이 고도의 정밀성을 요구하는 일회용 물품들은 오토클레이브해도 '''절대로 재사용할 수 없다.''' 내구도가 워낙 약해서 한 번 쓰고 나면 구조가 변형되기 때문이다. 겉보기에는 멀쩡해보여도 확대해보면 끝이 뭉개져있는 경우가 많다. 저런 걸 혈관에 처박으면? 혈관 박살내기 좋고 상당히 아프다. 한 번 정도는 재사용한다고 해도 당장 혈관이 박살나지는 않는다. 다만 재활용 사례가 많은 인슐린 주사를 보면 재활용하면 할수록 오염 위험이 커지며 주사 시의 통증도 심해진다고 한다. 무엇보다 의료 현장에서 주사기를 재사용하는 것은 감염의 위험이 높으며, 불법이라 병원에서 한 번 사용한 주사기를 또 쓰는 경우는 절대 없다.
크로이펠츠-야콥병 환자 같이 감염성 프리온에 의한 병을 가진 환자를 진료하는 경우에는 진료/치료에 쓰인 모든 장비를 폐기해야 하며, 상술했듯이 오토클레이브 해도 소용없다. 프리온 항목에 있듯 프리온은 정말 미칠 듯이 안정해서 더럽게 안 부서진다. 위에 이미 설명했듯이, 131도 2기압 이상에 강염기 처리를 해야 하는데, 그런 처리를 거치고도 버틸 의료장비가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다(...).

4. 산업에서의 오토클레이브


화학산업에서 가황 처리 혹은 수열합성을 하는 용도로 쓰이거나, 자재산업에서 복합재를 제조하는 용도로 쓰인다. 예를 들어 자동차항공기용의 탄소섬유 재질 부품을 제작할 때 탄소섬유와 형상 유지용 고분자를 배합한 뒤 굳힐 때도 오토클레이브를 사용한다. 이 외에도 각종 산업에서 고온 및 고압 처리가 필요할 때 요긴하게 쓰인다. 산업용 오토클레이브는 일반 오토클레이브와 많이 다르게 생겼는데, 보통 길쭉한 모습을 하고 있다. 또한 산업용 오토클레이브는 범용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용도에 따라 다르게 제작된다.
그 외에는 제약 회사에서 많이 사용하는 편. 제약 회사에서의 오토클레이브는 관리가 굉장히 까다로운데, 사용 전 GMP에 따라 효과와 성능 등 여러 가지가 검증(validate)되어야 한다. 멸균 조건의 기준은 각 회사별로 상이하나, 보통 오토클레이브의 표준 환경인 121도 이상 103kPa(1기압, 15psi)로 30분간 멸균을 진행한다. "Product"에 직접 접촉하는 아이템에 적용되며, 미생물, 바이러스, 박테리아 등을 제거 함으로써 제품의 오염을 방지하는 데 의의가 있다. 또한 생명과학 및 의료분야와 마찬가지로, 제약 산업에서도 생물학적 유해 폐기물은 폐기 전 오토클레이브 처리한다.

5. 기타


오토클레이브로 처리가 되지 않는 것으로 프리온 말고도 몇몇 고균들이 있다. 이 세균들은 프리온 처리하듯이 막장스럽게 처리하지 않는 이상 안 죽는다. 그러나, 병원균으로 작용하는 고균은 아직까지 발견된 바가 없어, 딱히 중요하게 다루지는 않는다.... 만, 생물학 실험에서는 고균에게 배지가 오염될 수 있으므로 좀 더 강력하게 세팅해서 멸균할 필요가 있을 수도 있다. 보통 고온에 버티는 고균은 저온에서는 사멸하므로 신경 안 쓰지만, 같은 고균류를 다룬다면 고온성 고균도 멸균할 필요성이 있다.

5.1. 요리용(?)


가끔 오토클레이브로 요리(?!)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실제로 모 병원에서 오토클레이브로 계란을 삶아먹었다가 걸려서 난리가 나기도 했다. (...) 다만, 이런다고 딱히 심각한 문제가 생기지는 않는다. 어차피 막말로 말하면 압력솥이기 때문에... 다만, 실험실이라면 수많은 미생물이 명을 달리했을 곳이며, 병원이라면 환자의 체액에 오염된 물건들이 들어가는 곳인 오토클레이브에 계란을 익히는 건 좀... 비위 상 좋지가 않은 일이다. 그리고 매우 당연하게도 '''의료/연구 윤리 위반 행위다.'''[1]
워낙에 튼튼한 물건이라 고작 계란 삶는다고 고장 나지는 않는다. 그러나 본 목적이 아닌 다른 목적으로 오토클레이브를 쓴 게 들통나면 그 즉시 제품에 붙은 품질보증이 증발한다. 즉 자체 결함으로 고장 나도 '''"그러게 왜 그걸로 계란을 삶으십니까?"''' 하고 보증을 안 해준다(...).
그래도 근본은 압력솥이기 때문에 요리에 사용하는 것이 가능은 하다.[2] 병원/제약회사/공장/실험실용 오토클레이브로 요리하다가 처맞지 말고(...), 안 쓰는 소형 오토클레이브가 있다면 요리용으로 써먹을 수'''도''' 있다. 물론 상당한 고출력 장비이므로 전기 규격을 잘 확인 해야한다. 일반용/가정용 전기 설비에 고전압/고전류 기기를 연결하면 고주파로 난장판이 벌여지게 된다. 일반적인 실험실 사이즈의 오토클레이브만 해도 220V 2,000W~3,000W 수준은 된다 이 정도면 엔간한 멀티탭 보증 범위를 훨씬 넘어서는 부하인데, 일반적인 가정에서 저런 출력을 감당하는 것은 보통 불가능하다. 물론, 작정하고 설비를 준비하면 못할 거야 없지만...

  • 간장게장은 숙성 중에 주기적으로 간장을 따로 끓여서 처리하는데, 이는 간장과 게를 먹을거리로 삼아 미생물이 증식하기 때문에 살균함과 동시에, 낮아진 간장의 염도를 수복시키기 위함이다. 냄비에 대충 끓이지 않고 오토클레이브로 펄펄 끓여주면 굉장히 좋다. 비단 간장게장뿐만 아니라 중간에 살균을 해야 할 때 오토클레이브를 유용하게 쓸 수 있다. 물론 가정에 오토클레이브가 있을리 만무하니 그냥 압력솥으로 대체하도록 하자.[3]
  • 일단 압력솥...이긴 하니, 여러가지 것들을 쪄먹는 용도로 쓸 수 있다.
  • 위 항목에 적힌 대로 계란을 삶을 수 있다. (...)
  • 병조림을 할 수 있다...정도가 아니라 아예 그 방면으로 특화된 기계이다. 멸균밀폐 포장의 주적인 혐기성 세균들을 처리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으로, 그 지긋지긋한 보틀리누스 균을 처단하기 위한 핵심적인 수단이다.
  • 물론 실제로 했다가는 윤리 조항 위반으로 선배+랩장+교수한테 육두문자가 섞인 잔소리는 기본이요, 직장이면 인사위원회가 열리고 징계 먹고 월급 까이고, 재수 없으면 국회에까지 본인 이름이 올라가고 시도한 사람의 회사 사장이 증인으로 출석당하는 일이 생길 수도 있으니 제발 하지 말자. [4]
  • 요리라기는 좀 미묘한 사례로, 일반생물학 실험용 골격표본을 제작하기 위해 닭을 삶는데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물론 이 경우 살을 발라내고 뼈를 조립할 학생들에게 먹지 말라고 고지하기는 한다. 그래도 먹는 경우가....? 쥐를 이용하면 당연히 아무도 안 먹는다 (......)

[1] 진지하게 다뤄야하는 장비'''님'''들을 막 다루는 것은 당연히 그 어디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짓거리다. 게다가 이런 짓거리로 인해 사람들에게 불쾌감을 준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윤리적이지 못하다.[2] 드니 파팽(Denis Papin)이 고안한 '디아제스퇴르(Diagesteur)'가 괜히 압력솥'''과''' 오토클레이브의 공통 조상으로 간주되는게 아니다.[3] 멸균은 불가능해도 대충 살균하는 정도로는 그냥 압력솥으로도 충분하다.[4] 반쯤은 장난스럽게 써놓았지만, 연구/의료용 기구로 요리를 해먹었다는 게 워낙 충격적인(...) 짓거리라 엄청난 비난을 받기 딱 좋다. 만약 그 해 국정감사에서 별다른 사고 거리가 없다면 진짜 저런 일로 불려 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