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정어
Elvish
1. 개요
단어 자체는 요정이 사용하는 언어를 총칭한다. 그러나 보통 요정어라고 하면, '''J.R.R. 톨킨'''이 만든 인공어 중 요정들이 사용한 것으로 설정된 언어들을 뜻한다. 완성도가 높고 활용이 많이 되어 잘 알려진''' 퀘냐와 신다린이 대표적'''이나, 그 이외에도 종류가 더 많이 있다.
2. 창작 배경
톨킨과 실마릴리온 항목에서도 설명하고 있듯이, 톨킨은 항상 자신만의 언어를 만들고 싶어했다. 톨킨은 자신이 글자를 쓸 수 있을 무렵부터 인공어를 만드는 욕망이 있었다고 말했다.[1] 그의 유년기 인공어는 단편적이고 엉성한 구조를 가졌지만, 그의 언어적인 (천부적) 감각이 다듬어지고, 고등학교 시절을 지나면서 언어학적 지식이 방대해져가면서,[2] 그의 인공어의 퀄리티도 굉장해져 갔다.
사실 톨킨의 '인공어'는 개발이 시간상으로 먼저이고, 이후에 그 언어를 사용하는 화자가 덧입혀졌기 때문에, 초창기 언어를 이야기할 때 이것을 '요정어'라고 불러야하는가가 애매하다. 그러나 상당히 초기부터 요정어라는 단어가 적합한 경우가 있는데, 그것이 퀘냐이다. 지금의 퀘냐를 이루는 기본적인 어휘와 어법 체계는 상당히 초기부터 정립되어 있었는데, 이는 <실마릴리온>이 막 구상되기 시작할 무렵 퀘냐로 된 짧은 시[3] 를 여자친구[4] 에게 바쳤다. 그 때가 1914년 쯤으로 지금의 가운데땅 역사가 구상된 건 아니지만, 톨킨 스스로 그 언어를 "우스꽝스러운 요정어"라고 말했다. 이미 그의 머리 속에는 "요정"이 살아가는 세상에 대한 구상이 있었던 듯하다.
후에 그가 언어를 전문적으로 다루게 되면서, 자신의 인공어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것에 큰 열망을 가지게 된다. 톨킨은 언어의 생명은 그 언어를 사용하는 화자와 그 너머의 어떤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게 바로 그 화자들이 겪거나 남긴 역사와 신화였다. 즉, 언어란 문법과 어휘의 짜집기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시간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하면서 분파를 이루고 분열되고 다시 합쳐지고 영향을 서로 주고받는, 살아 움직이는 무엇인가였다. 그래서 그는 자신이 구상하는 언어들을 사용하고 발전시켜 나갔을 세계와 그 세계 속의 민족들의 역사를 구체적으로 그려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이 가장 많이 발달시킨 인공어를 사용할 민족으로 '첫째 자손' 혹은 퀜디를 지목했다. 그는 요정을, 인간에게 언어를 가르치고 문화를 정립시켜준 뒤 지금은 사라져 버린 가상의 민족으로 설정했다.
그렇게 해서 톨킨의 인공어와 <실마릴리온> 간의 복잡한 상호작용이 시작됐다. 톨킨의 인공어는 단어가 많은 것이나 문법이 첨예하게 발달한 것이 크게 의미있는 것이 아니다. '''인공어를 개발하는 데 있어 톨킨이 가장 신중을 기했던 것은 그 언어의 역사였다'''. 어떤 어원이 어떻게 발달하여 어떤 언어에 어떤 식으로 정착하고, 그것이 어떻게 상호작용을 해왔는지를 역사 속에 녹여내는 것이 그의 가장 큰 즐거움이었다. '''그래서 톨킨의 언어는 딱 하나의 방식이 정해진 게 아니라 어떤 시대상의 언어냐에 따라 표현법이나 발음, 문법이 달라져있다.''' [5]
그렇기 때문에 톨킨의 인공어를 공부하려면 단순히 문법이나 어휘만 이해해서는 안 되며, <실마릴리온>으로 대표되는 톨킨의 레전더리움을 이해해야 한다. 예컨대 같은 신다린이라도 시대에 따라, 또 사용했던 국가마다 방언도 존재하기 때문에 어휘, 발음법이 조금씩 달라진다.
또한 톨킨의 요정어는 그의 세계관에서 궁극적으로 인간들이 사용한 언어들의 기원이 되는 언어이다. 그래서 요정어는 의도적으로 인도-유럽어와 직간접적인 연결고리를 공유하고 있으며,[6] 어떤 경우에는 실제로 그 관계가 모호한 실제 언어들 사이의 공통분모를 갖는 언어를 구축해 놓았다. 따라서 톨킨의 요정어는 단순히 새로운 언어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그가 지금까지 공부해 온 고대 및 중세 인도-유럽어에 대한 견해와 지식이 간접적으로 총동원된 산물인 셈이다. 이 점 때문에 오늘날까지 많은 언어학자들이 신기해하거나 관심을 갖기도 한다.
결과적으로 톨킨의 언어는 (1) 문법과 어휘가 고정되지 않고 역사적 흐름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모습이며 (2) 원시-퀜디어에서 시작하여 퀘냐-신다린-아바린 등의 분열을 겪어, 인간어[7] 로 연결된 후 인도-유럽어로 발달하여 지금의 언어로 이어지는 설정을 담아내고 있다. 학자로서 인도-유럽어의 애매하고 밝혀내기 난해한 부분을 그만의 독특한 상상력으로 매꿔나간 셈이다.
3. 설정과 대략적 역사
요정어는 그 시작점이 쿠이비에넨에서 탄생한 단일 부족 상태의 요정들이 사용한 "원시요정어(Primitive Quendian)"에서 시작된다. 이후 요정들의 분파 형성에 따라 차츰 언어가 나뉘게 되는데, 가장 먼저 분리된 게 아바린(Avarin)이다. 이 언어는 비록 자세한 것은 알려져 있지 않으나, 설정상으로 인간들의 초창기 언어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인간의 언어가 요정어와 매우 닮은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8]
아바린과 분리된 나머지 원시어가 공통엘다르어(Common Eldarin)인데, 이 공통엘다르어를 사용하던 민족이 분열되면서[9] 공통텔레리어와 퀘냐로 분리된다. 공통텔레리어는 당연하게도 텔레리 민족들이 사용하던 언어였고, 퀘냐는 바냐르와 놀도르가 사용하던 언어였다. 바냐르와 놀도르는 텔레리어가 일종의 퀘냐 방언이라고 여기기도 했으나, 보수적인 텔레리는 전혀 다르다고 생각했으며, 실제로도 상당한 차이를 보였던 것으로 생각된다. 퀘냐는 후에 바냐르어와 놀도르어로 구분되어 있는데, 이는 그저 사용 민족이 다르기 때문이며, 둘은 상당히 닮아있는 방언 관계였던 것으로 보인다. 바냐르어는 알려진 게 거의 전무한데, 이는 가운데땅에 놀도르들만이 와서, 놀도르식 퀘냐만이 전파되어 기록됐기 때문이다.[10]
텔레리어는 사실 아만(Aman)에서 가장 많은 화자층을 구축한 언어이지만 사실 퀘냐에 가려져 잘 알려져있지 않다. 다만, 텔레리 중에서 끝내 가운데땅에 남은 민족이 있었다. 엘웨(Elwe 혹은 싱골)라는 지도자를 따라 가운데땅에 남은 텔레리들이 그들이다. 그들은 회색요정이라고 불렸고, 그들이 사용하는 언어는 아만의 텔레리어와 멀어지면서 고대-회색요정어(Old-Sindarin)가 된다. 이것이 신다린의 시작점이다.
한편 공용엘다르어 중에서는 잘 알려져 있지는 않으나, 퀘냐도 신다린도 아닌 분파도 존재한다. 이들의 화자는 난도린(Nandor)이며, 공통난도르어를 구축하며, 이은 (후에) 옷시리안드의 초록요정이나 실반요정들의 언어 등으로 분파를 이루게 된다.
이후 가운데땅의 복잡한 역사에 따라 여러 언어가 갈라지고 묶여지게 된다. 예컨대 놀도르가 가운데땅으로 재진입하면서 퀘냐와 고대의 신다린이 다시금 상호작용하게 되는데, '고어'로서 보수적으로 발달한 퀘냐와 달리[11] 신다린은 문화권에 따라 그 영향 정도가 달라져 여러 분파가 만들어지게 된다. 특기할 사항은 도리아스는 신다린의 심장을 이루고 있었고 폐쇄적인 정책 때문에 가장 고대-신다린으로서의 성격을 오랫동안 유지해왔다는 것이다.
제 1시대가 벨레리안드의 왕국들이 하나씩 붕괴되면서 요정들의 언어는 다시 뭉쳐지게 된다. 이 때 다양한 방언을 구축했던 신다린은 그 지역적 특색을 잃고 점점 뭉뚱그려지게 되는데, 이것이 가장 많은 연구가 되고 있는 고전적 신다린(Classical Sindarin)이다. 바로 이 신다린이 영화에서 사용된 신다린의 버전이다.[12]
[1] 거의 태어나자마자 수준이다.(...)[2] 고등학교 때부터 구사할 수 있었던 언어의 숫자가 비범했다.[3] 에아렌델의 항해[4] 이디스 톨킨. 이름을 보면 알 수 있듯이 그의 아내가 되었다.[5] 톨킨의 요정어를 공부할 때 그 난이도가 급증하는 주 원인이다.[6] <실마릴리온>의 주무대가 되는 가운데땅은 오늘날의 유럽권이다.[7] 서부공용어, 누메노르어, 로한어 등[8] 훗날 펠레군드가 인간의 언어를 재빨리 익힐 수 있었던 것은 이 때문이다.[9] 톨에렛세아에 의해 물리적으로 분리되면서[10] 라는게 설정이다.[11] 그렇다고 해서 퀘냐가 그대로 있었던 건 아니고, 천천히 변화를 해왔다.[12] 왜냐하면 영화의 언어 감수를 해준 데이비드 살로가 이 고전 신다린을 열심히 연구해댔기 때문이다. 물론 살로의 신다린은 놀도린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아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