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과 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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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
1. 개요
동화 작가 이금이가 쓴 첫번째 청소년 소설 작품. 이 책 이후 '주머니 속의 고래', '벼랑', '소희의 방' 등 여러 청소년 소설 작품들을 쓰고 있다.
2. 내용
아동 성폭력 문제를 깊이 있게 다룬 성장소설.
새 학년 첫날, 광희여자중학교 2학년 '이유진'은 반에서 자신의 동명이인을 만난다. 같은 이름을 가진 그 아이와 유진은 유치원 동창이었다. 성과 이름까지 똑같아 두 아이를 구분하기 어려워하는 담임 선생님과 반 친구들에게 유진은 유치원 시절에 썼던 방식을 제안한다. 바로 서로 키 차이가 난다는 점을 이용해 한 명은 '큰유진', 다른 한 명을 '작은유진'으로 부르기로 한 것이다.
모든 수업이 끝나고 큰유진은 작은유진에게 다가가 인사를 건넨다. 하지만 작은유진은 큰유진을 전혀 기억하지 못 한다. 더군다나 큰유진을 마치 오늘 처음 본 사람처럼 대한다. 큰유진이 자신과 작은유진의 유치원 시절에 대해서 아무리 설명해도 작은유진은 외국말을 듣는다는듯한 얼굴로 일관했다. 그러자 큰유진의 절친인 작가 지망생 '윤소라'는 유치원 시절의 작은유진과 현재의 작은 유진은 다른 사람, 즉 각기 다른 곳으로 입양된 쌍둥이라는 소설을 지어냈다. 엉뚱한 상상을 벌이는것도 잠시, 작은유진이 불쾌하다며 화를내자 소라는 다른사람을 착각했다며 그만하라고 뜯어말렸다. 하지만 큰유진은 이에 굴하지 않고 소라에게도 말안한 '사건' 이야기까지 입에 올리고 말았다.
유치원 시절, 원장은 여자아이들을 성추행하는 파렴치한 행위를 저질렀다. 그 무렵 세 살배기 동생에게 부모님의 사랑을 빼앗겼다고 생각한 큰유진도 원장의 마수에 너무도 쉽게 걸려들었다. 원장에게 성추행을 당한 작은유진이 인형 목을 조르고 다리를 잘라버리는 괴상한 행각을 펼치면서 그의 범행이 들통났다. 두 유진을 포함해 여자아이들은 경찰에 불려가 원장이 '놀이'라는 이름으로 자신들을 어떻게 추행했는지 말해야 했고, 원장은 체포되었다. 뿐만 아니라 이 사건이 신문에 보도되어 기자들까지 유치원과 가정으로 들이닥쳤고, 피해 아이들의 부모는 추가적으로 곤혹을 치렀다.
큰유진은 자신이 살면서 부모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았던 순간이 그때라고 이야기할 만큼 부모의 극진한 사랑으로 무사히 아픔을 잊고 상처를 극복해나갔다. 하지만 작은유진은 아이의 안위보다 자신들의 품위를 더 우선하는 가족들에 의해 강제로 기억을 상실하게 된다. 강압적으로 기억이 지워진 것이다.[1] 큰유진을 만나며 모든 과거를 기억해낸 작은유진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방황하던 작은유진은 정신을 차리고 난 뒤, 자신을 억압한 가족들에게 복수할 심산으로 일탈하기 시작한다. 여름 방학에 영어연수 대신 학원을 계속 다니라며 아빠가 주신 돈으로 댄스학원에 등록해 춤을 배웠고,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술과 담배를 배웠다.[2] 그러던 어느 날, 쇼핑몰에서 춤을 추는 작은유진을 엄마의 친구가 목격해 모든 사실은 들통난다. 이로 인해 작은유진은 아빠한테 뺨을 맞고, 엄마의 비난을 들으며 강제유학을 통보받는다.
큰유진 또한 성추행에 이은 또다른 시련이 찾아왔다. 이름때문에 전교 1등이라고 거짓말하고 다닌 자신을 이해해주고 함께 데이트를 하던 남자친구 건우가 돌연 이별을 통보한 것이다. 이전 성추행 사건이 있었을 때 큰유진과 작은유진을 도와 주며 방송에도 출현했던 아동전문가인 건우 엄마가 '그런 경험'이 있는 아이는 문제가 있다며 건우에게 이별을 종용했기 때문이다. 또 '그런 경험'이 있는 아이는 문제가 있다는 건우의 말을 듣고는 충격을 받아 오열했다. 성추행 피해자인 딸아이가 문제있는 아이 취급당했다는걸 알게된 큰유진의 엄마는 단단히 분노한다. 그래서 건우 엄마에게 한소리 하기위해 휴대폰을 집어들었고 큰유진이 하지 말라고 말리면서 모녀는 싸움을 벌인다. 결국 전화는 하지 않는다.[3] 큰유진과 작은유진 모두 어린 시절의 상처를 되풀이해서 겪고있는 것이다.
한편, 부모님의 감시 하에 가만히 집에 틀어박혀 있던 작은유진은 엄마가 부재한 틈을 타 재빨리 큰유진에게 전화해 도움을 요청한다. 이를 들은 큰유진은 소라와 함께 꾀를 내어 작은유진이 집밖으로 나오도록 한다.[4] 작은유진이 밖으로 나오는걸 확인한 두 사람은 재빨리 택시를 타고 도망쳐 집에서 멀어진다. 이후 마땅히 할 일이 없는 셋은 큰유진에게 엄마가 준 학원비로 여기저기를 다니며 신나게 놀았다. 큰유진과 소라와 어울리는 사이, 어느새 작은유진은 별 것도 아닌 일에도 웃음이 터지고 수학여행 때만 해도 그렇게 모욕적일수가 없었던 '왕재수'라는 단어를 친근히 느끼는 자신을 발견하며 조금씩 변해간다.
종일 돌아다니던 세 사람은 수중에 있던 돈이 모두 바닥났다. 큰유진과 소라는 이대로 들어가면 먼지 나도록 혼날지도 모른다며 걱정했고 작은유진이라고 다를 것은 없었다. 소라는 아예 "잠수를 타겠다"며 휴대폰의 전원마저 꺼버렸다. 이후 작은유진의 "바다가 보고싶다"는 말에 모두는 동의하며 바다가 보이는 정동진으로 기차여행을 떠난다. 기차 안에서 소라가 잠에 든 사이, 큰유진은 작은유진에게 건우와의 이별에 대해 고백하고, 작은유진은 자신의 일처럼 분노하고 공감해준다. 이러한 작은유진에게서 큰유진은 위안과 동질감을 얻는다. 시간이 지나 세 명은 역에 내려 바다로 갔다. 그러던 와중, 컵라면을 사먹으려는데 남아있던 돈을 잃어버렸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은 셋은 절망한다. 다행히 소라에게 조금 남은 돈으로 라면값은 무사히 냈지만, 돈이 없는 이상 세 아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결국 소라는 자신의 언니 보라에게 데리러 오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낸다. 하지만 어떻게 알았는지 그 소식을 듣고 소라네 가족, 큰유진의 가족, 그리고 작은유진의 엄마까지 모두가 정동진으로 달려온다.
다른 가족들이 쫓고 쫓기는 추격전을 펼치고, 때리고, 서로를 안으며 눈물바다가 된 모습에 비해 작은유진과 작은유진의 엄마 사이에는 거리가 있었다. 여전히 서로에게 다가가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이다. 차를 타고 가다, 작은 유진은 그때 도대체 왜 그랬냐며 엄마에게 크게 화를 낸다. 작은유진과 작은유진의 엄마는 차를 타고 가다 멈춰 산낙지를 먹고, "너를 임신했을 때 이게 얼마나 먹고싶던지"라고 작은 유진의 엄마는 말한다. 작은유진은 엄마의 모습을 보며 안타까움과 불쌍함을 느낀다. 이후 작은유진 모녀는 호텔에서 숙박하게 되고, 작은유진이 모든 것을 알게 되었다는 사실을 안 작은유진의 엄마는 술에 취해 울면서 딸아이에게 사과한다. 엄마가 잠에 들자, 작은 유진은 엄마에게 이불을 덮어주고 생각에 빠지는 것으로 이야기는 마무리된다.
[1] 작은유진의 엄마가 아이의 몸을 때수건으로 세게 밀면서 '넌 아무일 없다'고 무섭게 소리치는 장면이 나온다.[2] 처음 담배를 피운 것은 수학여행 때. 같은 방의 아이들에 의해 강제로 피우게 되고, 이후 작은유진은 힘들다고 생각할 때마다 고통을 잊기 위해 충동적으로 담배를 찾는다.[3] 나중에 가출소동때문에 오게된 정동진에서 말하기를 결국 건우네 집에 찾아가 한바탕 욕을 퍼부었다고 한다. 건우 엄마가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는 묘사되지 않았다.[4] 소라가 공중전화로 작은유진의 엄마에게 전화해 학원선생님 흉내를 내며, 연수를 다녀오는 동안 밀린 프린트물을 전해줘야 한다는 식으로 아이를 밖으로 나오도록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