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경본풀이

 

1. 개요
2. 줄거리


1. 개요


한국 신화의 하나.
세경본풀이라고도 한다. 제주도에 내려오는 전승으로 농사의 풍작을 기원하는 백중굿이나 마불림제, 요왕맞이굿 등에서 불리고 있다.

2. 줄거리


옛날 천하의 부자 김진국 대감과 자진국 부인이 살고 있었다. 이 부부에게는 나이 오십이 되어도 자식이 없어 항상 탄식을 하며 지냈다. 어느 날 절에서 나온 소사에게 사주를 보니 절에 시주를 하고, 백일 불공을 드리면 자식을 볼 것이라 했다. 부부는 백일을 정성껏 기도하였으나 시주가 백근이 되지 않아 아들이 아닌 어여쁜 딸아이를 얻게 되었다. 부부는 자청하여 낳은 자식이라 하여 이름을 '자청비[1]'라 짓고 고이고이 길렀다.
자청비가 15세가 되던 해에, 냇가로 빨래하러 갔다가 공부를 하러 내려온 옥황 문곡성의 아들 문도령을 만난다. 문도령을 사모하게 된 자청비는 남장을 하고 그를 따라 공부하러 길을 나선다. 두 사람은 한 방에서 같이 자고 같이 공부하며 지내게 되는데, 문도령은 점점 자청비를 여자일지도 모른다고 의심한다. 자청비가 은대야에 물을 가득 떠놓고 은저, 놋저를 걸쳐놓고 잠을 자자 문도령이 그 이유를 묻는다. 자청비는 은저, 놋저가 떨어지지 않으면 공부가 잘 된다고 말한다. 문도령은 자청비 만큼 공부를 잘 하고 싶어 자신도 그렇게 하고 자는데, 은저, 놋저가 떨어질까 불안하여 잠을 잘 수가 없었고, 공부가 잘 되지 않았다. 자청비는 잠을 잘 자니 점점 공부를 잘하게 되었다.
문도령은 자청비를 이기고 싶은 마음과, 자청비가 여자인 것을 밝히려는 마음으로 오줌 멀리 누기 시합을 하자고 제의한다. 자청비가 대 막대기를 바지 가랑이 사이에 넣고 힘을 주니 문도령의 두 배나 멀리 나가자 더 이상 의심하지 않았다.
삼 년이 지나 공부를 마친 문도령은 서수왕 따님아기와 혼인을 하기 위해 하늘로 돌아가게 되었다. 자청비는 돌아가는 길에 여자인 것을 고백하고 혼인을 약속한 후, 술 석 잔을 나누어먹고 첫날밤을 지낸다. 문도령은 박씨 한알과 얼레빗 반쪽을 남기고 떠난다.
자청비는 아무리 기다려도 문도령이 돌아오지 않자 자청비는 속이 탔다. 자청비가 문도령을 기다리는 줄 안 하인 정수남[2]이는 자청비를 골려 주기 위해 산에서 문도령을 보았다고 거짓말을 한다. 자청비는 정수남에게 문도령이 있는 곳으로 데려다 달라고 한다. 정수남이는 자청비를 데리고 산에 올라 고생만 시키고 문도령이 있는 곳을 말해주지 않았다. 밤이 이슥해지자 자청비는 그제서야 자신이 속았다는 것을 안다. 자청비는 정수남이 죽일지도 모른다 생각에 정수남이를 달래고, 밤을 지샐 움막 하나 지어달라고 한다. 기분이 좋아진 정수남이는 열심히 움막을 지었다. 여기저기 구멍이 난 움막을 보며 자청비는 바람이 든다 하며 구멍을 막으라 한다. 정수남이 다섯 구멍을 막으면 자청비는 두 구멍을 빼버리며 날을 지새운다. 그제야 속았다는 것을 안 정수남이 화를 내자 자청비는 무릎을 베고 누우라며 달랜다. 자청비의 무릎에서 정수남이 잠들자 자청비는 청미래덩굴을 그의 왼쪽 귀에서 오른쪽 귀로 찔러 살해한다.
집으로 돌아와 정수남을 살해한 사연을 말하자 부모는 크게 노하고 자청비를 내쫓는다.[3] 집을 나온 자청비는 남장을 하고는 서천꽃밭으로 가서 부엉이를 잡아주고는 꽃감관의 막내사위가 된다. 그리고 살 오를 꽃, 뼈 오를 꽃, 환생 꽃을 구한 후 과거를 보러간다고 하고는 정수남을 살려내 집으로 데려간다. 부모는 이를 보고는 계집아이가 사람을 죽었다 살렸다 한다고 크게 꾸짖으며 집에서 내쫒는다.
정처 없이 떠돌던 자청비는 베를 짜는 주모할미를 만나게 되고 그녀의 수양딸이 된다. 마침 주모할미는 문도령이 서수왕 따님아기에게 장가갈 때 입을 옷을 만들고 있었고, 자청비는 자신의 사연을 비단에 무늬로 짜 넣는다. 주모할미가 그 비단을 문도령에게 가지고 올라가자 이를 알아본 문도령이 자청비를 찾아온다. 자청비는 문도령에게 손가락을 내밀어보게 하고는 바늘로 찌르는데,[4] 이에 화가 난 문도령은 하늘로 돌아가버리고, 주모할미에게서도 쫓겨나게 된다.
자청비는 머리카락을 깎고 스님이 되어 정처 없이 떠돈다. 그러던 어느날, 자청비는 울고있는 선녀들을 만난다. 선녀들은 상사병이 난 문도령이 자청비와 함께 목욕했던 물이 먹고 싶다하여 구하러 내려왔으나 찾을 수 없다고 한다. 자청비는 자신이 찾아줄 테니 하늘로 데려가 달라고 하고는 물을 떠준 후 하늘로 올라가 문도령과 재회한다.
그러나 문도령의 어머니는 며느리감으로 서수왕 따님아기를 정해놓고 있었기에 둘은 시험을 치르게 되었다. 구덩이를 파고 숯을 채운 후 그 위에 칼을 세우고는 그 위를 지나가도록 했는데 자청비는 내려서다 뒤꿈치를 베여 피를 흘린다. 핏자국을 본 문도령의 아버지가 이유를 묻자, 여성은 한 달에 한 번 월경을 하기 때문이라고 대답하고는 무사히 시험을 통과하여 문도령과 혼인한다.
문도령에게 버림받은 서수왕 따님아기는 그 뒤 새가 되었다고 한다. 이 새가 들면 다정했던 부부가 갈라서게 되니, 사람들은 서수왕 따님아기를 대접하기 위해 잔치 때 신부가 상을 받으면 음식을 조금씩 떠서 상 밑에 놓아두는 풍습이 생기게 되었다.
자청비는 문도령과 행복하게 살다보니 서천꽃밭의 막내딸이 생각났다. 그래서 문도령을 서천꽃밭으로 보내며 양쪽을 오가며 보름씩 살아달라고 부탁한다. 하지만 서천꽃밭으로 간 문도령은 돌아오지 않았고 자청비는 그에게 편지를 보낸다. 편지를 받은 문도령이 돌아오니 두 사람은 행복하게 살게 되었는데, 이 모습을 시기한 자들이 문도령을 살해하게 된다. 자청비는 남편을 방에 눕혀두고는 서천꽃밭으로 가서 환생꽃을 따다가 문도령을 살려낸다.
그때 마침 옥황에 큰 사변이 나 "난을 진압하는 자에게 땅을 나눠주겠다."는 방이 붙는다. 자청비가 멸망꽃을 들고 나가 난을 진압하고 돌아오니 옥황의 천자는 자청비에게 부상으로 땅을 주지만 그녀는 사양하고 그 대신 오곡의 씨앗을 받아 7월 보름날 문도령과 인간 세상으로 내려온다. 이 날이 백중제(百衆齋)를 지내는 날이 되었다.
인간 세상에 내려와 보니 정수남이가 배가 고파 휘청거리며 걷고 있었다.(다른 풀이로는 정수남이 시체를 본 자청비가 환생꽃과 시체에 회초리 세 번 때려 정수남이를 부활시킨다고 한다) 자청비는 머슴 아홉에 소 아홉을 거느린 밭에 가서 점심을 얻어먹고 오라고 시킨다. 그러나 욕만 듣고 쫓겨나자 자청비는 그 밭에 대흉년이 들게 한다. 다시 한번 자청비는 늙은 부부가 쟁기도 없이 호미로 농사를 짓는 밭에 가서 점심을 먹고 오라고 한다. 늙은 부부는 정수남이를 정성껏 대접하니 그 밭은 대풍년이 되게 해 주었다.
자청비가 문도령과 함께 땅을 파고 씨를 뿌리고 보니 한 종류의 씨가 모자랐다. 그래서 자청비는 다시 하늘에 올라가 씨를 받아와 심으니 다른 곡식보다 파종이 한 달 늦었으나 같이 수확하게 되었다. 그 씨가 메밀 씨이다. 이때부터 문도령은 상세경, 자청비는 중세경이 되어 제주의 농신이 되었고, 정수남이는 목축을 담당하는 하세경이 되었다.[5]
출처 : 제주 사이버 삼다관
세경신이 되기 전부터 이미 자청비가 먼치킨임을 알 수 있는 신화. 근데 주인공은 자청비인데 왜 아무것도 안 한 문도령이 자청비의 위에 앉는지는 미스테리. 아마도 조선 후기로 구전되어 갈수록 유교적 사상관에 맞춰진 결과라고 생각된다. 유학자들의 입장에선 여성이 남성 위에 앉아있는 것 용납하지 못했을 거다.[6]

[1] 다만 한자표기는 그 자청이 아니다.[2] 이 정수남의 탄생도 사실 사연이 있다. 자청비의 부모가 자식을 점지해 달라고 불공을 드리러 가는 길에, 우연히 마주친 지나가던 스님 2가 그 절 부처님보다 자기 절 부처님이 더 영험하다고 해서 부모는 불공 드릴 절을 바꿨다. 그런 줄도 모르고 절에서 자청비의 부모를 기다리던 지나가던 스님 1은 그들이 절을 바꾼 것을 알고 화가 나서 자기 절 부처님에게 점지하려던 아들을 그 집 종에게 주라고 빌고, 그때부터 자청비 집의 종 정술데기(혹은 정수덕이)의 배가 불러오더니 자청비와 한 날 한 시에 정수남이 태어났다. [3] 판본에 따라서 부모님이 곡식을 한 나절 안에 골라내면 용서해 준다고 하여 자청비는 쉼없이 일했는데 한 알을 개미가 가져 가는 걸 보고 개미의 허리를 밟은 죄로 집에서 쫓겨나게 된다. 이 때 개미허리가 잘록해 졌다는 이야기가 있다.[4] 하늘에서 내려온 문도령이 자청비가 보고 싶어 대뜸 문을 열자 갑자기 들어온 손에 깜짝 놀라 찔렀다는 이야기도 있고, 얄미운 마음에 손 내밀라 하고 찔렀다는 이야기도 있다.[5] 여기서 일꾼들에게 주는 품삯인 '새경'의 유래가 되기도 했다.[6] 세경 신화를 아동용으로 풀어 쓴 어느 책에서는 아무것도 안 하는 문도령한테 상세경 자리를 주기가 뭐했는지 그 자리에 날씨를 담당하는 임무를 주었다. 나름 어울리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