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새벽의 연화)
[image]
새벽의 연화의 등장인물. 성우는 아카기 스스무.
연화의 아버지이자 고화국의 선왕(하늘의 부족 10대). 조카 수원에 의해 살해당했다. 선하고 온화한 분위기의 왕으로, 극도로 전쟁을 반대하며 화친 정책을 펼쳤다. 무용(武勇) 시합도 비룡성에서의 무술 대회 외에는 거의 없었으며, 딸인 연화에게도 무기를 잡을 수 없게 했다. 그로 인해 주변국과의 관계에서 국토를 할양[1] 하거나 공물을 바치는 등 늘 저자세로 나오는 관계로 고화국 내에서는 재정 악화를 초래하는 등, 평판이 좋지 않았던 모양이다. 전란을 회피하는 겁쟁이 왕으로 인식되었던 모양이지만 딸의 위기를 보고 제 손으로 칼날을 잡는 등, 마냥 회피하는 왕은 아니었던 것 같기도 하다.
연화를 매우 아낀다는 점과 다툼을 싫어하는 평화주의라는 점 위주로 묘사되었다. 그러나 극초반 수원의 반란에 의해 사망하는 바람에 꽤 오랜 기간 본인의 행적은 거의 드러나지 않았다. 다만 선대 주남왕의 시대에 비해 국토가 많이 줄고, 빈부격차가 심화되었다는 등 인품은 몰라도 '''무능'''하다는 것은 지속적으로 강조되었다.[2]
일단 어느 정도 무례한 행동에도 웃으며 대하는 등 인품은 훌륭한 편이지만, 어째서인지 수원에 대해서만큼은 굉장히 날카롭고 무미건조한 반응을 보인다.[3] 특히 과거 수원에게 '네가 발을 들여도 되는 곳이 아니다'라며, 비룡왕의 사당에 들어온 수원을 매우 호되게 꾸짖은 일도 있었다.
과거의 일은 현재와 크게 다를 것 없는 온화하고 비룡왕을 신봉하는 신앙심 깊은 사람이었다.[4] 형인 유헌과 비교를 많이 당해서 과소평가 당했지만, 훗날 유헌의 아내가 되는 연희는 상냥하신 분이라고 옹호했다. 유헌 역시 일을 동생으로서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었다.
그때의 인연으로 연희가 유헌과 약혼하면서 왕가로 들어오자 금세 친분이 깊어졌다. 그러던 어느날 연희에게 카시라는 견습 무녀와 함께 신전에 가보라고 추천했고 연희도 이를 받아들여 신전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대신관은 신통력을 통해 연희의 혈통이 비룡왕의 후예라는 걸 깨닫고 일 역시 그 사실을 알게된다. 일과 대신관은 단순한 호의로 연희에게 호기심을 보였지만, 안 그래도 신관을 싫어했던 유헌은 연희의 비밀을 이용하려고 했다고 오해한다. 일은 일대로 유헌이 비룡왕 혈통을 독점하려 했다고 오해하는 바람에 분노한 유헌에게 주먹으로 맞기까지 했다. 이로 인해 그동안 나쁘지 않던 형제 사이는 파탄나고 만다. 이후 유헌의 명령에 의해 대대로 신관 학살극이 벌어졌는데, 일은 이때 간신히 살아남았던 카시를 거둬 정체를 숨긴다.
이를 통해 일은 카시와 부부 사이로 발전했고 아버지인 주남왕에게는 카시의 정체를 밝히며 앞으로 비룡왕의 화신인 자녀가 태어날 것을 예견했다. 대외적으로는 카시가 평민 여자고 얼굴에 큰 화상을 입어서 사람들과의 교류를 꺼린다는 이유로 칩거하다시피했기에 유헌의 의심을 사지는 않았다. 이 때문에 신관 탄압을 주도한 형 유헌의 가족이자 과거 친분이 깊었던 연희와 그녀의 아들 수원이 카시와 연화에게 다가올 일이 있으면 차갑게 거리를 두었다. 하지만 연희가 유전병으로 쓰러지자 잘못을 깨닫고 사과하러 찾아왔다.
유헌은 수많은 활약으로 명성은 더 커져서 차기 왕위계승자로 여겨지고 있었으나, 주남왕은 승하하기 '''이틀 전''' 갑자기 마지막 명령으로 일을 계승자로 선언하고 일이 왕위에 오르게 된다. 유헌 역시 처음에는 이를 이해하지 못했으나 점차 '''"내가 바라는건 왕위가 아니라 내 사람들을 지키는 것"''' 이라며 마음을 정리하는 데 성공했다. 오히려 유헌은 일의 대관식에서 문덕만이 호응해주고 다른 귀족들은 침묵하자 화를 내면서 새 왕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분개할 정도였다.
일과 유헌의 사이가 어느정도 호전될 기미가 보이던 어느날, 유헌의 아내였던 연희가 일의 아내 카시를 초대했을 때 마차가 괴한의 습격을 받아 카시가 살해당하는 일이 발생한다. 사랑하는 아내의 죽음에 피폐해져버린 일은 이것이 형의 음모일거라 확신하고, 유헌과 함께 말을 타며 절벽가로 가서 형에게 카시의 정체를 알았냐고 묻는다. 유헌이 잠깐 뜸을 들이며 이를 부정하자 거짓말을 한다는 걸 눈치채고[5] '''직접 칼을 휘둘러''' 유헌의 등을 찌른다. 유헌은 '''평범한 견습 무녀였으면 모른 척 했을 것'''이라고 변명한다.[6] 하지만 그동안 형의 강압적인 면에 매번 휘둘렸던 일은 지긋지긋해하고 카시는 비룡왕을 낳은 위대한 어머니라고 울분을 터뜨린다. 반면 나라의 운명은 신의 손에 맡기는 것보다는 인간의 손으로 일궈나가야 한다는 사상을 지니고 있었던 유헌은 아버지도 일도 그 여자에게 속고있다며 '''"일이 왕으로서 제대로 통치한다면 목숨이든 뭐든 바쳐서 충성을 맹세하겠다!"'''고 일갈하지만, 비룡왕 신앙을 신봉하던 일은 결국 유헌과 같이 걸을 수 없다며 '''절벽 아래로 형을 떠밀어 죽인다.''' 그리고 이 모든 장면을 숨어있던 계숙이 보고 있었지만, 이전 전장에서 다리를 다쳤던 탓에 나서서 막아낼 수 없었다.
결국 일과 유헌의 갈등은 단순히 선악으로 나뉘었다기보다는 서로의 가치관이 너무나 달랐기에 발생했고, 끝내 두 사람에게 비극을 불러오고 말았다.
이 사실은 추후 아버지의 갑작스런 사망에 의문을 품은 수원이 직접 유헌의 묘를 파헤쳐 조사하면서 진상이 드러난다. 그리고 유헌의 의지를 받들고 있던 수원은 진상을 들은 어머니 연희에게 왕으로서의 마음가짐을 보인다. [7]
수원의 회상에서 일은 사실 '''수원이 반역할 때 깨어있는 상태로 맞이했고, 이미 반란을 예상하고 담담하게 죽음을 맞이했다'''[8] 는 것이 밝혀졌다. 그리고 자신에게 칼을 빼드는 수원에게 자신을 죽여도 수원은 결코 비룡왕이 될 수 없다면서, 마침 문으로 다가오는 연화의 기척을 느끼고 진정한 비룡왕이 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니까 연화가 비룡왕의 환생이라는 사실도 이미 다 알고 있던 것이다.
진실을 알고 나서 1화를 다시 보면 작가가 처음부터 복선이 많아서 이미 다 정해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애초에 일은 죽을 때 '''정면에서 서서 칼을 맞았다.''' 다시 말해 '''일은 그때 깨어나 있었으며, 수원이 자신을 죽이려는 것도 보고 있었는데 도망치지도 저항하지도 않고 칼을 맞았다는 것'''이다. 더구나 바로 문 앞에 연화가 와 있었는데, 연화는 안에서 나는 어떤 소리도 듣지 못했다. 수원이 칼을 찌르는 것을 보고도 '''밖에 도움을 청하기는 커녕 비명조차 지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애초에 반란이 일어날 것을 다 예상하고 죽을 준비가 이미 다 되어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일은 카시에게 '''훗날 자신이 수원에게 살해당하는''' 미래를 전해들었다. 하지만 연희가 자신의 입장에서 유헌의 일들을 수기로 남겨 일에게 전해주며 '우리 아이들을 위해 평화의 길을 찾아달라'고 부탁했고, 일 역시 연희에게 자책하지 말라며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였다. 사실상 자신은 진짜 왕을 위한 징검다리 역할로 충분하다고.[9]
작중에서 일 왕이 학이 싫다면서 몇 번이나 거절해도 어떻게든 연화의 곁에 있도록 종용했었던 것도 자신이 수원에게 죽음을 당하게 되고 나서 찾아올 절망에서 연화를 구해줄 수 있는 사람이 학 말고는 없었기 때문에 그랬었던 것이라고 한다.[10]
평화를 사랑하는 만큼 온화하며 딸을 비롯해 주변 사람들에게 따뜻하게 대한다. 딸에게 해주고 싶은 건 다하거나[11] 아랫사람인 학이 다소 무례하게 대해도 웃으며 넘어가는 등 대인배였다. 폭력을 싫어하는 면과 이런 온화한 모습 때문에 겁쟁이 호구처럼 얕보였지만 일의 진가를 알고있던 사람들은 그를 깊이 따랐다.
다만 일도 인간인지라 자신의 아내 카시에게 해가 될 수 있었던 연희와 수원에게 폭언을 날리며 차갑게 대한 적이 있다. 하지만 이때 일을 욕할 수만도 없는게, 당시의 상황은 카시의 정체가 드러나면 바로 사형당할 수도 있는 위기였기에[12] 신경이 날카로워진 것도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연희가 병들어 쓰러지자 병문안을 찾아와서 순수하게 호의로 다가왔던 그녀에게 차갑게 대한 걸 사과했다.
훗날 자신을 죽이게 될 사람이 수원임을 알면서도 수원에게 단 한 번도 살수를 보내거나 하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하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수원은 자신이 그토록 사랑했던 카시를 죽인 원수 유헌의 유일한 아들이었던 만큼, 연좌제로 증오해도 이상하지 않았을 상황이었는데도 그러지 않았다. 일단 작중에서 일 왕이 직접적으로 수원의 육체에 해를 가했었다는 식의 묘사는 없었다. 물론, 수원이 비룡왕에 관심을 보일 것 같을 때면 단호한 얼굴로 관심을 절대로 가져서는 안 된단 식으로 말했다는 식의 묘사는 있었지만, 과거의 일을 생각하면 이 정도는 당연히 나올 수밖에 없는 반응이었다. 무엇보다 비룡왕은 자신의 딸 연화와 관련되어있고, 자신은 수원에게 죽을 운명이니만큼 연화의 아버지로서 그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땅의 부족 장군 근태가 (수원이 모반을 일으키지 않았더라면) 자기가 모반을 일으킬 수도 있었다고 말하는 점이나, 연화가 국가 전반을 돌아보며 실망한 점, 그리고 수원이 큰 마찰 없이 왕위로 바로 올라갈 수 있었던 점으로 미루어 볼 때 진실을 알고 있던 장군들의 지지를 얻지 못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오죽했으면, 연화가 내전이 발발하자 수원의 찬탈 동기를 납득[14] 하기도 한다. 친딸이 보기에도 일이 통치한 고화국은 막장이었다.[15] 일은 갈등과 대립을 싫어한 나머지 외부에서는 적국의 무리한 공물 요구와 영토 할양을 수용하였고 내부에서는 부족장과 지방 영주들이 백성들을 착취하는 것을 묵인하는 등 누가 보아도 문제가 있었다.[16]
사실 일 왕 자신도 스스로가 왕에 걸맞지 않는 인물이라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아예 왕위를 넘길 생각도 갖고 있었던 것처럼 보였으나, 유헌의 잔혹함[17] 만큼은 안 된다고 생각했고 그렇기에 왕의 자리를 지켰다고 한다.
왕으로서의 실격감이란 것은 분명하지만, '''반란이 일어나서 죽게 될 것'''이란 운명이 결정된 상황 속에서 통치를 하는 것이었으니 여러모로 일 왕의 입장에서도 미칠 노릇이었을 것이다. 더불어 유헌을 믿고 따르던 중심 세력[18][19] 이 그대로 수원에게 흡수되었던 터라서 사실상 일 왕이 할 수 있는 것이 과연 얼마나 되었을까도 의심스러운 상황. 그런 상황에서 그래도 자신의 딸만이라도 지키겠다면서 믿을 수 있는 인물과 세력을 남겨뒀단 점에서는 아버지로서는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고 볼 수 있을 듯.
1. 개요
새벽의 연화의 등장인물. 성우는 아카기 스스무.
연화의 아버지이자 고화국의 선왕(하늘의 부족 10대). 조카 수원에 의해 살해당했다. 선하고 온화한 분위기의 왕으로, 극도로 전쟁을 반대하며 화친 정책을 펼쳤다. 무용(武勇) 시합도 비룡성에서의 무술 대회 외에는 거의 없었으며, 딸인 연화에게도 무기를 잡을 수 없게 했다. 그로 인해 주변국과의 관계에서 국토를 할양[1] 하거나 공물을 바치는 등 늘 저자세로 나오는 관계로 고화국 내에서는 재정 악화를 초래하는 등, 평판이 좋지 않았던 모양이다. 전란을 회피하는 겁쟁이 왕으로 인식되었던 모양이지만 딸의 위기를 보고 제 손으로 칼날을 잡는 등, 마냥 회피하는 왕은 아니었던 것 같기도 하다.
2. 작중 행적
연화를 매우 아낀다는 점과 다툼을 싫어하는 평화주의라는 점 위주로 묘사되었다. 그러나 극초반 수원의 반란에 의해 사망하는 바람에 꽤 오랜 기간 본인의 행적은 거의 드러나지 않았다. 다만 선대 주남왕의 시대에 비해 국토가 많이 줄고, 빈부격차가 심화되었다는 등 인품은 몰라도 '''무능'''하다는 것은 지속적으로 강조되었다.[2]
일단 어느 정도 무례한 행동에도 웃으며 대하는 등 인품은 훌륭한 편이지만, 어째서인지 수원에 대해서만큼은 굉장히 날카롭고 무미건조한 반응을 보인다.[3] 특히 과거 수원에게 '네가 발을 들여도 되는 곳이 아니다'라며, 비룡왕의 사당에 들어온 수원을 매우 호되게 꾸짖은 일도 있었다.
2.1. 과거
과거의 일은 현재와 크게 다를 것 없는 온화하고 비룡왕을 신봉하는 신앙심 깊은 사람이었다.[4] 형인 유헌과 비교를 많이 당해서 과소평가 당했지만, 훗날 유헌의 아내가 되는 연희는 상냥하신 분이라고 옹호했다. 유헌 역시 일을 동생으로서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었다.
그때의 인연으로 연희가 유헌과 약혼하면서 왕가로 들어오자 금세 친분이 깊어졌다. 그러던 어느날 연희에게 카시라는 견습 무녀와 함께 신전에 가보라고 추천했고 연희도 이를 받아들여 신전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대신관은 신통력을 통해 연희의 혈통이 비룡왕의 후예라는 걸 깨닫고 일 역시 그 사실을 알게된다. 일과 대신관은 단순한 호의로 연희에게 호기심을 보였지만, 안 그래도 신관을 싫어했던 유헌은 연희의 비밀을 이용하려고 했다고 오해한다. 일은 일대로 유헌이 비룡왕 혈통을 독점하려 했다고 오해하는 바람에 분노한 유헌에게 주먹으로 맞기까지 했다. 이로 인해 그동안 나쁘지 않던 형제 사이는 파탄나고 만다. 이후 유헌의 명령에 의해 대대로 신관 학살극이 벌어졌는데, 일은 이때 간신히 살아남았던 카시를 거둬 정체를 숨긴다.
이를 통해 일은 카시와 부부 사이로 발전했고 아버지인 주남왕에게는 카시의 정체를 밝히며 앞으로 비룡왕의 화신인 자녀가 태어날 것을 예견했다. 대외적으로는 카시가 평민 여자고 얼굴에 큰 화상을 입어서 사람들과의 교류를 꺼린다는 이유로 칩거하다시피했기에 유헌의 의심을 사지는 않았다. 이 때문에 신관 탄압을 주도한 형 유헌의 가족이자 과거 친분이 깊었던 연희와 그녀의 아들 수원이 카시와 연화에게 다가올 일이 있으면 차갑게 거리를 두었다. 하지만 연희가 유전병으로 쓰러지자 잘못을 깨닫고 사과하러 찾아왔다.
유헌은 수많은 활약으로 명성은 더 커져서 차기 왕위계승자로 여겨지고 있었으나, 주남왕은 승하하기 '''이틀 전''' 갑자기 마지막 명령으로 일을 계승자로 선언하고 일이 왕위에 오르게 된다. 유헌 역시 처음에는 이를 이해하지 못했으나 점차 '''"내가 바라는건 왕위가 아니라 내 사람들을 지키는 것"''' 이라며 마음을 정리하는 데 성공했다. 오히려 유헌은 일의 대관식에서 문덕만이 호응해주고 다른 귀족들은 침묵하자 화를 내면서 새 왕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분개할 정도였다.
일과 유헌의 사이가 어느정도 호전될 기미가 보이던 어느날, 유헌의 아내였던 연희가 일의 아내 카시를 초대했을 때 마차가 괴한의 습격을 받아 카시가 살해당하는 일이 발생한다. 사랑하는 아내의 죽음에 피폐해져버린 일은 이것이 형의 음모일거라 확신하고, 유헌과 함께 말을 타며 절벽가로 가서 형에게 카시의 정체를 알았냐고 묻는다. 유헌이 잠깐 뜸을 들이며 이를 부정하자 거짓말을 한다는 걸 눈치채고[5] '''직접 칼을 휘둘러''' 유헌의 등을 찌른다. 유헌은 '''평범한 견습 무녀였으면 모른 척 했을 것'''이라고 변명한다.[6] 하지만 그동안 형의 강압적인 면에 매번 휘둘렸던 일은 지긋지긋해하고 카시는 비룡왕을 낳은 위대한 어머니라고 울분을 터뜨린다. 반면 나라의 운명은 신의 손에 맡기는 것보다는 인간의 손으로 일궈나가야 한다는 사상을 지니고 있었던 유헌은 아버지도 일도 그 여자에게 속고있다며 '''"일이 왕으로서 제대로 통치한다면 목숨이든 뭐든 바쳐서 충성을 맹세하겠다!"'''고 일갈하지만, 비룡왕 신앙을 신봉하던 일은 결국 유헌과 같이 걸을 수 없다며 '''절벽 아래로 형을 떠밀어 죽인다.''' 그리고 이 모든 장면을 숨어있던 계숙이 보고 있었지만, 이전 전장에서 다리를 다쳤던 탓에 나서서 막아낼 수 없었다.
결국 일과 유헌의 갈등은 단순히 선악으로 나뉘었다기보다는 서로의 가치관이 너무나 달랐기에 발생했고, 끝내 두 사람에게 비극을 불러오고 말았다.
이 사실은 추후 아버지의 갑작스런 사망에 의문을 품은 수원이 직접 유헌의 묘를 파헤쳐 조사하면서 진상이 드러난다. 그리고 유헌의 의지를 받들고 있던 수원은 진상을 들은 어머니 연희에게 왕으로서의 마음가짐을 보인다. [7]
2.2. 죽음의 진실
수원의 회상에서 일은 사실 '''수원이 반역할 때 깨어있는 상태로 맞이했고, 이미 반란을 예상하고 담담하게 죽음을 맞이했다'''[8] 는 것이 밝혀졌다. 그리고 자신에게 칼을 빼드는 수원에게 자신을 죽여도 수원은 결코 비룡왕이 될 수 없다면서, 마침 문으로 다가오는 연화의 기척을 느끼고 진정한 비룡왕이 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니까 연화가 비룡왕의 환생이라는 사실도 이미 다 알고 있던 것이다.
진실을 알고 나서 1화를 다시 보면 작가가 처음부터 복선이 많아서 이미 다 정해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애초에 일은 죽을 때 '''정면에서 서서 칼을 맞았다.''' 다시 말해 '''일은 그때 깨어나 있었으며, 수원이 자신을 죽이려는 것도 보고 있었는데 도망치지도 저항하지도 않고 칼을 맞았다는 것'''이다. 더구나 바로 문 앞에 연화가 와 있었는데, 연화는 안에서 나는 어떤 소리도 듣지 못했다. 수원이 칼을 찌르는 것을 보고도 '''밖에 도움을 청하기는 커녕 비명조차 지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애초에 반란이 일어날 것을 다 예상하고 죽을 준비가 이미 다 되어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일은 카시에게 '''훗날 자신이 수원에게 살해당하는''' 미래를 전해들었다. 하지만 연희가 자신의 입장에서 유헌의 일들을 수기로 남겨 일에게 전해주며 '우리 아이들을 위해 평화의 길을 찾아달라'고 부탁했고, 일 역시 연희에게 자책하지 말라며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였다. 사실상 자신은 진짜 왕을 위한 징검다리 역할로 충분하다고.[9]
작중에서 일 왕이 학이 싫다면서 몇 번이나 거절해도 어떻게든 연화의 곁에 있도록 종용했었던 것도 자신이 수원에게 죽음을 당하게 되고 나서 찾아올 절망에서 연화를 구해줄 수 있는 사람이 학 말고는 없었기 때문에 그랬었던 것이라고 한다.[10]
3. 평가
3.1. 인품
형인 유헌은 호전적인 성향 때문에 문제가 있었던 반면, 일은 까일 거리가 없는 휼륭한 인품을 지녔다. 평화를 사랑하고 폭력을 싫어하는데, 대다수의 사람들은 이런 일을 겁쟁이라고 욕하지만 위의 학의 대사처럼 과거 강 태준의 칼을 손으로 잡으며 막은 뒤, 피 흘리는 손을 등 뒤로 감춘 것을 보면 절대로 겁쟁이가 아니다.'''이 왕은 겁쟁이가 아니야.'''
학
평화를 사랑하는 만큼 온화하며 딸을 비롯해 주변 사람들에게 따뜻하게 대한다. 딸에게 해주고 싶은 건 다하거나[11] 아랫사람인 학이 다소 무례하게 대해도 웃으며 넘어가는 등 대인배였다. 폭력을 싫어하는 면과 이런 온화한 모습 때문에 겁쟁이 호구처럼 얕보였지만 일의 진가를 알고있던 사람들은 그를 깊이 따랐다.
다만 일도 인간인지라 자신의 아내 카시에게 해가 될 수 있었던 연희와 수원에게 폭언을 날리며 차갑게 대한 적이 있다. 하지만 이때 일을 욕할 수만도 없는게, 당시의 상황은 카시의 정체가 드러나면 바로 사형당할 수도 있는 위기였기에[12] 신경이 날카로워진 것도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연희가 병들어 쓰러지자 병문안을 찾아와서 순수하게 호의로 다가왔던 그녀에게 차갑게 대한 걸 사과했다.
훗날 자신을 죽이게 될 사람이 수원임을 알면서도 수원에게 단 한 번도 살수를 보내거나 하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하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수원은 자신이 그토록 사랑했던 카시를 죽인 원수 유헌의 유일한 아들이었던 만큼, 연좌제로 증오해도 이상하지 않았을 상황이었는데도 그러지 않았다. 일단 작중에서 일 왕이 직접적으로 수원의 육체에 해를 가했었다는 식의 묘사는 없었다. 물론, 수원이 비룡왕에 관심을 보일 것 같을 때면 단호한 얼굴로 관심을 절대로 가져서는 안 된단 식으로 말했다는 식의 묘사는 있었지만, 과거의 일을 생각하면 이 정도는 당연히 나올 수밖에 없는 반응이었다. 무엇보다 비룡왕은 자신의 딸 연화와 관련되어있고, 자신은 수원에게 죽을 운명이니만큼 연화의 아버지로서 그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3.2. 정치적인 면
한사람의 인간으로서는 어떨지 모르나 왕으로서는 실격감이었다. 폭력을 싫어해서 무기에 대한 제한이나 일종의 축제인 무술대회에 제한을 크게 거는 등 결과적으로는 국력을 낮추게 만든 원인이었고, 주변 사람들에 대한 신뢰를 잃게 만들었다.'''전왕인 '일 왕'은 우리에게 나쁜 왕이었어.'''
5권의 노인[13]
땅의 부족 장군 근태가 (수원이 모반을 일으키지 않았더라면) 자기가 모반을 일으킬 수도 있었다고 말하는 점이나, 연화가 국가 전반을 돌아보며 실망한 점, 그리고 수원이 큰 마찰 없이 왕위로 바로 올라갈 수 있었던 점으로 미루어 볼 때 진실을 알고 있던 장군들의 지지를 얻지 못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오죽했으면, 연화가 내전이 발발하자 수원의 찬탈 동기를 납득[14] 하기도 한다. 친딸이 보기에도 일이 통치한 고화국은 막장이었다.[15] 일은 갈등과 대립을 싫어한 나머지 외부에서는 적국의 무리한 공물 요구와 영토 할양을 수용하였고 내부에서는 부족장과 지방 영주들이 백성들을 착취하는 것을 묵인하는 등 누가 보아도 문제가 있었다.[16]
사실 일 왕 자신도 스스로가 왕에 걸맞지 않는 인물이라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아예 왕위를 넘길 생각도 갖고 있었던 것처럼 보였으나, 유헌의 잔혹함[17] 만큼은 안 된다고 생각했고 그렇기에 왕의 자리를 지켰다고 한다.
왕으로서의 실격감이란 것은 분명하지만, '''반란이 일어나서 죽게 될 것'''이란 운명이 결정된 상황 속에서 통치를 하는 것이었으니 여러모로 일 왕의 입장에서도 미칠 노릇이었을 것이다. 더불어 유헌을 믿고 따르던 중심 세력[18][19] 이 그대로 수원에게 흡수되었던 터라서 사실상 일 왕이 할 수 있는 것이 과연 얼마나 되었을까도 의심스러운 상황. 그런 상황에서 그래도 자신의 딸만이라도 지키겠다면서 믿을 수 있는 인물과 세력을 남겨뒀단 점에서는 아버지로서는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고 볼 수 있을 듯.
[1] 계 제국의 금주(金州)도 주남왕 시대엔 고화국의 영토였으나, 일 왕 시대에 계 제국의 영토가 되었다. 하지만 주남왕 이전에는 또 계 제국의 땅이었다고 하니 조금 애매한 부분.[2] 주로 연화나 학 등 일에게 호의적인 인물들의 입장에서 주로 묘사되면서 마냥 유약한 인물은 아니었다는 묘사는 있지만, 그럼에도 백성들이 고통받았다는 것을 부정하지도 않았다.[3] 단순히 연화가 사촌관계인 수원을 좋아하는 것때문은 아니다. 현실에서는 근대까지도 4촌까지의 혼인은 드물지 않은 편이었고, 작중에서도 일을 제외한 인원들은 수원과 연화의 결합을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4] 날마다 신전에 기도를 올렸다고 하는데, 나름 신앙심 깊다고 나온 아버지인 주남왕조차 달에 한번만 기도하러 나온다고 한다.[5] 형제라서 이 정도 버릇은 알고있다고 한다. 과거 연희의 혈통에 거짓말을 했을 때도 눈치챘다.[6] 영어쪽 불법번역에서는 '''평범한 견습 무녀라서 내버려뒀다'''라고 번역해놨고 이것을 중역하여 국내에 알려졌다. 하지만 원문은 ただの見習い巫女なら見逃してやった이므로 영어 번역은 오역이다. 죽이지 않았다는 주장이 아니라 그럴 만한 이유가 있어서 죽였다는 식의 자백에 가까운 대사.[7] 이때 수원의 모습에서 두려움을 느낀 연희는 훗날 일어날 비극을 막기 위해서 일 왕에게 수기를 보내지만, 일 왕은 더 이상의 비극을 막고자 수원에게 살해당할 운명을 받아들인다.[8] 가장 무서운 게 자신의 죽음이 다가온단 것을 그 누구보다도 가장 잘 알고 있으면서도, 딸인 연화나 오랫동안 자신의 곁을 지킨 학 같은 주변 사람들에게 조금의 이상함도 보이지 않았단 것에서 '''무서울 정도의 정신력 또는 담대함의 소유자'''라고 볼 수 있다.[9] 스스로도 왕의 그릇이 아님은 알고 있었지만 카시를 너무나 사랑했기 때문에 카시를 죽인 유헌만은 왕으로 둘 수 없었다고 한다.[10] 이때 학은 연화가 수원을 좋아하고 있다는 걸 알기 때문에 연화와 거리를 두려고 했었던 건데, 일 왕은 반대로 수원 때문에 학을 연화의 곁에 두려고 했었던 것이니.... 참으로 아이러니하다.[11] 사실 이건 앞으로 딸에게 기다리고 있을 가혹한 운명을 알고 있기 때문에 그랬었던 것으로 보인다. 사랑하는 여인 사이에서 낳은 하나뿐인 딸이니만큼 사랑스럽기도 했을 거고.[12] 카시는 신관 출신의 견습 무녀였는데 당시의 고화국은 신관이라면 무조건 사형에 처할 정도로 살벌한 신관 탄압을 하고 있었다. 게다가 이러한 신관 탄압을 주도한 사람이 다른아닌 일의 친형 유헌이였으니, 그의 가족들인 연희와 수원까지 경계하는 게 당연했다. 더군다나 유헌의 과거 항목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신관 탄압에 원인을 제공한 게 바로 연희였다.[13] 이 노인이 살던 마을은 연이은 외세의 침략과 무거운 세금으로 몰락했고 노인 혼자서 마을을 지키다가 배고픔을 이기지 못하고 연화의 품에서 죽는다.[14] 아집에 사로잡혀 왕좌를 갈망하는 강 수진과, 그의 휘하에서 같은 고화국 백성들끼리 싸우기를 강요 받는 불의 부족 병사들을 보고 모두를 통솔할 강력한 지도자가 필요하다는 현실을 받아들이며, 그때 시야에 수원이 들어오자 '''그래서 당신은 왕이 되었구나.'''하고 납득하는 장면이 나온다. 다만 납득했을 뿐, 수원을 용서한 것이 아니다.[15] 고대 국가 특성상 왕권 강화는 국력의 상승으로 이어졌으므로 이러한 왕의 통치방식이 시대에 적절치 못했다고 볼 수 있다. 당장 삼국시대에 각 나라의 전성기의 왕권이 어땠는지 생각해보자. 그런 상황에서 뜻을 합쳐야 할 타 부족 장군들과 등을 돌린 일 왕은 인품 좋은 사람이라고 할 수는 있어도 훌륭한 왕이라고 하기는 힘들다. 인품과 통치력이 모두 뛰어나다면 더할나위 없지만 역사적으로 인품이 그저 그렇더라도 나라를 성공적으로 통치한 인물들은 많다.[16] 물의 부족장 안 준기는 아예 "선왕 일의 시절 이 땅(물의 부족령)은 버려져 있었다"는 말을 한다.[17] 현재 작품에서 가장 통치를 잘하고 있는 인물로 손꼽히는 수원 같은 경우는 싸울 때는 그 누구보다도 단호하지만 싸움이 끝나고 나서는 그 누구보다도 아량을 베푼다.[18] 실제로 수원에게 붙은 것뿐만이 아니라 유헌을 좋게 보던 대다수들도 일 왕에게서 마음이 떠나갔다고 보는 것이 맞다. 실제로 근태만 해도 그랬고.[19] 유헌을 따르던 세력들만 해도 엄청나단 묘사가 있었던 것을 생각하면 일 왕이 정말로 자기 식의 통치를 하려면 유헌을 따르던 세력부터 바로잡아야 하는데, 그게 현실적으로 가능했을지도 의문이다. 일단 사룡들과도 대등하게 싸우는 학조차도 승리를 장담 못하는 휴리부터 시작해서 죄다 유헌의 세력이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