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실패
1. 개요
시장실패로 인한 시장의 비효율성의 제거를 위해 정부가 개입하였을 경우 본 목적을 달성치 못하고 시장의 비효율성이 유지되거나, 오히려 비효율성이 증대되는 현상을 정부실패라 한다.
과거 전 세계 경제를 암울하게 만들었던 대공황 이후 케인즈의 유효수요이론에 기반한 정부의 적극적 시장 개입[1] 이 정부의 당연한 역할처럼 여겨졌으며, 실제로 당시 침체되었던 경기를 부양하는 데 효과가 있음이 드러나 여러 국가에서도 앞다투어 정부가 대규모 재정 및 통화 정책을 수행하게 되었다. 따라서 이를 수행해야 하는 정부 입장에서는 점점 더 큰 행정적 권능과 더 많은 인력을 요구하게 되었고, 이러한 흐름에 따라 큰 정부는 시대의 흐름에 알맞은 바람직한 정부의 형태로 여겨졌다.
그러나 1970년대 두 차례에 걸친 석유 파동이라는 악재에 의해 '과연 큰 정부만이 시장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올바른 해답인가'라는 의문이 발생하였고,[2] 이에 따라 여러 학자들의 연구에 의해 정부의 적극적 개입 역시 시장의 비효율성을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없을 뿐더러, 오히려 독립적으로 비효율성을 늘리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2. 원인
정부실패의 대표적 원인을 시장실패의 원인과 연계하여 생각해보면 다음과 같다.
1. 정보의 비대칭 문제
정부가 개별 민간 주체에 비해 많은 정보를 가질 수 있음은 사실이나, 정부 역시 시장의 완전한 정보를 갖거나 혹은 불완전하거나 미비한 정보에 대해 완비된 보험을 마련할 수 없기 때문에 정보의 비대칭으로 인한 문제를 완전히 해결할 수 없으며, 차선의 원리[3] 에 의해 단순히 정보가 더 보강되었다 하더라도 완전 정보 상태가 아니라면 정부의 개입과 방임 둘 중 어떤 상태가 더 우월한 상태인지 섣불리 판단할 수 없게 된다.
2. 공공재 생산의 문제
시장실패 항목에 따르면 시장의 원리에 공공재 생산 여부를 맡기는 경우 비배제성과 비경합성으로 인한 가격 책정 문제 및 무임승차 문제로 인해 충분한 양의 공공재가 생산되지 않거나, 혹은 아예 생산되지 않기도 한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따라서 정부가 공공재 생산에 직접 개입해(직접 세출을 통해 SOC 건설을 하는 등)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그렇다면 과연 정부가 '바람직한 공공재 생산량'이 얼마인지 명확히 알 수 있느냐에 대한 이슈가 발생한다. 시장의 효율성이란 곧 모든 시장 참여자의 전체 효용이 극대화되는 상태이므로, 정부는 모든 시장 참여자에게 공공재에 대한 공정한 가치를 묻는 등의 방식으로 가장 적정한 수준의 공공재량을 선택하여야 한다. 이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선호의 집계(예를 들면 투표)가 필요한데, 케네스 애로우(Kenneth Arrow)는 자신의 대표적 저작이자 그에게 노벨상을 안겨준 'Social Choice and Individual Values'에서 바람직한 사회 선호의 집계 조건 4가지[4] 를 밝힌 후 4가지의 조건을 모두 만족하는 바람직한 사회 선호 집계 체계는 '''없다'''는 것을 증명하였다. 또한 선호 집계의 당사자 간 일종의 '''투표거래'''를 통해 적정 수준이 왜곡될 수 있는 등 여러 문제가 있기 때문에 결론적으로 정부 역시도 가장 효율적인 공공재 생산량을 정확히 알 수 없다는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또한 현실적으로 보자면 생산 과정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갖게 되는데, 일반적으로 관료 집단은 사회 내 유능한 인재를 뽑긴 하지만 이들이 사회 전 분야에 걸쳐 전문가가 되기란 불가능하기 때문에 실제로 민간 전문가가 직접 생산하는 것보다 더 비효율적으로 공공재를 생산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런 문제에 대한 방책으로 정부는 BTL(Build transfer Lease), BTO(Build transfer Operate) 등을 이용해 민간 전문가로 하여금 공공재를 생산하도록 유도하지만, 민간 전문가-정부 간 정보 비대칭의 발생으로 인해 과다한 이익 보전 비용을 지불하는 등 역선택이나 도덕적 해이를 발생시킬 수 있으므로 이 역시 시장 비효율성을 증대시킬 수 있는 문제가 있다.
3. 독점 기업의 국유화에서 발생하는 문제
자연 독점이 발생할 수 있을 만한 산업[5] 들은 별도의 통제가 없는 경우 경쟁 단계에서 비용 문제때문에 하나의 기업만이 살아남을 가능성이 매우 높고,[6] 이 경우 독점 시장의 일반적 모형에 따라 독점 기업은 상품의 가격을 경쟁 상태보다 높게 설정하고 생산량은 경쟁 상태보다 낮게 하는 것이 최대 이윤을 가져다 주기 때문에 결국 시장 전체로는 비효율적인 상태에 놓인다. 따라서 가격과 생산량을 시장 전체에 효율적인 만큼 조절하기 위해서 정부는 이러한 산업에 대해 기업을 직접 설립하여 해결하고자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국 전력공사 등이 일반적인 예이다. 정부는 이러한 공기업에서 제공하는 상품에 대해 적절한 가격을 산출한 후, 이 가격을 매겨 충분한 양만큼 시장에 공급한다.
그러나 공기업의 형태 혹은 정부 직접 공급 형태를 취하여 이러한 재화와 서비스를 공급하는 경우 기본적으로 경쟁 체제가 아닐 뿐 아니라 국가의 세금으로 운영되어 망할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방만한 운영을 할 가능성이 높고, 이런 경우 결국 세금을 낭비하는 결과를 낳게 되어 시장 비효율을 초래한다.[7] 마지막으로 초기 투자 비용이 매우 크기 때문에 재화의 한계비용으로 가격을 설정하고자 하여도 이러면 장기적으로 이윤이 0이므로 초기 투자 비용을 회수하는 것이 불가능해지고, 따라서 이를 메우기 위해선 필연적으로 조세 부과가 필요할 수밖에 없다. 만약 이를 피하기 위해 재화의 가격을 평균 비용에 맞춘다 하더라도[8] 경쟁 시장에서의 효율적인 가격인 한계비용보다 가격이 높아진다. 따라서 어떤 쪽이든 결국 시장에 비효율을 발생시키게 된다.
4. 관료 포획
한마디로 민간이 관료를 매수해서 오히려 정부를 조종한다는 이론이다. 정부실패에서 위에는 그냥 비효율로 실패한거라면 이건 말 그대로 고의적인 실패 유도다. 결국 정부는 신이 아니라 국민에 의해 선출된 공무원과 직업 공무원들로 이루어진 집단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가 오히려 특정 이익집단에 논리에 포획되어 특정 이익집단을 위해 일 할 수 있다는 이론이다. 관료제의 문제만 꼽기도 하지만 현실적으로 선출직 공무원들이 문제다라고 보시는 분들도 꽤 계신다. 당장 막말로 선출된 공무원들은 이미 특정세력을 이미 지지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최근 들어 논란이 되고 있는 탈원전과 태양광 이슈만 보더라도 이미 정부에서 특정세력을 지지할 경우 오히려 시장을 무너뜨리는 정부실패가 가중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1] 예를 들면 루즈벨트 시기 미국 정부의 테네시 강 유역 대규모 토목공사 등[2] 석유는 대표적인 원자재로 기능하는 천연자원이므로 석유 가격의 급등은 곧 생산 비용의 상승이라는 결과로 이어지게 되며, 이는 총수요-총공급 모델에서 총공급곡선을 변동시키는 원인이 된다. 총공급곡선이 상방으로 이동한 경우 산출량을 유지하기 위해 총수요를 조정(대표적으로 정부의 재정 및 통화 정책)하게 되면 물가가 급격하게 변동하게 되며, 만약 이를 우려해 총수요 조정 폭을 조정한다 하더라도 결국 이전의 산출량으로는 돌아갈 수 없다. 즉 시장의 급격한 변동에 정부가 완전히 대처하는 건 일반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다.[3] 효율성을 달성하기 위한 여러 조건을 모두 만족하지 않는 경우, 불만족하는 조건의 개수에 따라 우열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원리. 쉽게 이야기하면 A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1,2,3이라는 3가지 조건이 필요할 때, 1,2,3 모두를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면 단순히 1을 만족하지 않은 경우와 1,2를 모두 만족하지 않은 경우를 단순 우열 비교할 수 없다는 것. 대표적인 예로 독점시장에 가격 혹은 수량 제한을 가하는 경우 오히려 시장 균형 가격과 생산량에 근접하는 결과를 보이는 것이 있는데, 이는 효율성 조건 중 하나인 '완전 경쟁'의 조건 하나만 깼을 때보다, '완전 경쟁'도 깨면서 동시에 '가격의 신축적 조정'이라는 조건까지 같이 깨는 경우가 더 시장 효율성을 담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4] 이후 5가지로 직접 수정하였다.[5] 초기 투자 비용이 무척 높으나 생산에 따른 한계 비용 자체는 매우 낮은 산업. 예를 들면 발전, 철도, 통신 등[6] 가장 큰 초기 투자 비용을 하나의 기업이 모두 감수하면서 상품을 생산하는 것이 여러 기업이 초기 투자 비용을 나누어 내고 서로 상품을 생산하는 것보다 평균 비용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규모의 경제 참조[7] 재정학 내 조세 관련 연구들에 따르면 어떠한 형태든 조세 부과는 단기적으로든 장기적으로든 시장 왜곡을 발생시킨다. 심지어 가장 왜곡이 적은 형태인 인두세의 경우도 장기적으로 보면 자연적인 인구 증가율 자체를 낮추므로 결국 시장의 왜곡을 발생시킨다.[8] 평균비용 * 생산량 = 전체 비용이므로 재화의 가격을 평균비용에 맞추면 투자했던 모든 비용을 회수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