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지육림
1. 개요
술로 된 연못과 고기로 된 숲.
은나라 말기, 은나라 주왕이 자신이 애지중지했던 궁녀인 달기의 요청에 따라 만든 '''초호화 음주가무 패키지 세트'''. 오늘날에는 차마 직접적으로 말하기 힘든 잔치를 벌일 경우 이를 순화하는 단어로 자주 인용된다.
삼국지 덕후들에게는 동탁으로 인해 잘 알려진 고사성어로, 이를 차용한 코에이 삼국지 게임들에서는 동탁이 주지육림이라는 단어를 입에 달고 산다.
2. 상세
『사기』 은본기 원문에 '以酒為池,縣肉為林,使男女裸相逐其閒,為長夜之飲'라고 되어 있으며, 해석하면 '술로써 연못을 삼고(만들고), 고기를 매달아 숲을 삼고(만들고), 남녀로 하여금 벗고 그 사이에서 서로 쫓게 했으며, 밤새 술을 마셨다.'라고 되어 있다. 즉, 연못 가득 술을 채워넣고 나뭇가지마다 고기를 걸어두어 아무 데서나 먹고 마실 수 있도록 했고, 발가벗은 남녀들이 숲속을 뛰어다니며 서로 섹스하고 놀게 했다는 뜻이다.
주지육림을 열기 위해서는 들어가는 비용이 장난 아닐 것이다. 주지육림을 현실적으로 해석하는 경우, 연못 위에 술이 든 잔과 안주를 띄워놓고, 나무에는 음식이 담긴 통이나 쟁반을 걸어놨다고 해석하곤 하는데, 초호화 뷔페나 다름없다. 이런 식의 초호화 뷔페를 한 번 연다고 해도 비용이 어마어마한데, 며칠동안 계속해서 유지했다면 더 말할 것도 없다.
당연히 가뜩이나 힘든 백성들에게 세금을 왕창 긁어냈으니 결국 주지육림과 더불어서 주왕과 달기의 실정 때문에 반란이 일어나면서 이들은 끔살당하는 건 물론 은나라도 멸망하는 결과를 불러왔다.[1]
다만, 주왕(제신) 문서를 보면 현대에 들어서는 이것이 상술한 막장 음주가무가 아니라 성대한 제물을 바치는 제사를 지냈던 것을 후대에서 은을 멸망시키고 세워진 주나라 이후부터 왜곡했다고 보는 의견도 있다.[2][3]
[1] 주왕은 자신이 죽을 위기에 처하자 일부러 건물에 불을 질러 자살했고 달기는 어떻게든 아부하면서 살아보려고 했으나 결국 숙청당했다는 내용도 있다.[2] 역사속에서 승리한 왕조는 자신들의 반란을 정당화하기 위해 혁명이란 말을 사용하고 선대 왕조에서 행한 일들을 막장질로 바꿔서 선대 왕조의 만행으로 인해 하늘이 노해 우리를 보냈다고 선포하였다. 한국에서도 후백제의 창건자 견훤이 신라 경애왕을 죽일 때도 마찬가지이다. 이 경우엔 경애왕이 나라의 무사와 안녕을 기원하는 제사를 드렸다는 설이 있다고 한다.[3] 다만 반드시 그렇다고 할 수도 없는게 워낙 은나라 시절에는 괴악한 풍습이 많았기 때문. 대표적으로 인신공양, 식인, 순장 등 유학자들이 들으면 질색을 하는 것들이 대부분 은나라에서 나온 것이다. 공자부터가 이런 지워지지 않는 은나라의 야만적인 풍습을 없애려고 노력했다. 공자기 주공 단을 성인으로 보았던 것, 그리고 은나라 이전 시대인 요순시대를 찬양한 것도 마찬가지 맥락이고 기자를 먼 한반도에서까지 성인으로 모시고 문명의 시조라고 여겼던 것도 다 이런 이유가 있었다. 그러나 고대의 종교 행사 중에는 현대의 관점으로 보면 그야말로 막장 파티인 것이 한둘이 아니기에 막장 음주가무와 제사 의식 둘 다 맞을 가능성도 있다. 어쨌거나 좀더 확실한 증거와 사료가 나오기 전까지는 알 수 없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