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애명월도
1. 개요
대만의 무협 소설가 고룡의 무협 소설. 1974년 출간되었고 서서히 인기를 끌면서 1980년대에는 국내에도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물론 그 시절 출판계가 그렇듯 라이센스 따위는 없는 불법출간. 어쨌거나 고룡의 많은 작품 중에서 국내에 널리 알려진 몇 안 되는 작품이다.
제목은 작가의 대표작 중 하나인 유성, 호접, 검(流星 · 蝴蝶 · 劍)처럼 작품의 중심적인 상징인 천애, 명월, 도(天涯 · 明月 · 刀)를 나열한 것이다. 기회가 닿는다면 두 작품을 비교해보는 것도 재미있다.
2. 줄거리
전작인 변성랑자(邊城浪子)를 거치면서 인생이 너덜너덜해진 주인공 부홍설(傅紅雪)은 희대의 겉멋충, 장미검객 연남비(燕南飛)와 엮이게 되면서 다시금 강호의 파랑에 휩쓸리게 된다. 부홍설도 따지고 보면 무협계 올-블랙 패션의 선구자였으니, 유유상종이라 할 만하다.
원래 비무에서 패한 연남비를 죽이려던 부홍설은 본인의 중2병 힙스터 기질 때문인지 1년의 버킷리스트 타임을 주는가 하면, 그 기한이 끝났음에도 연남비를 계속 살려두고, 심지어 연남비를 노리고 찾아오는 암살자들을 처리해주기까지 하는데... 그러다보니 왠지 무림 제일의 대공자로 이름이 높은 공자우(公子羽)의 음험한 비밀을 캐내게 된다.
3. 등장인물
- 부홍설(傅紅雪)
이번에는 주인공 포지션. 전작인 변성랑자에서 실질적인 궂은 일은 혼자서 다 했음에도 혈통빨에서 밀려 진 주인공 포지션을 엽개에게 빼앗기는 굴욕을 맛보았다. 이번에도 방랑자적인 캐릭터 입지는 여전하지만 다행히도 극의 중심이라는 위치를 방어하는데 성공한다. 전작 변성랑자에서 부홍설의 사연을 요약하면 부홍설은 억울하게 살해당한 무림맹주 백천우[1] 와 마교 성녀 화백봉 사이의 아들로 부친의 복수를 위해 만마당과 맞서싸우는데 사실 부홍설은 백천우와 화백봉 사이의 친자가 아닌데다 백천우의 아들도 아닌 완전히 타인이었다. 근처 농가의 아들인데 화백봉이 자기가 낳은 부홍설은 바로 엽개로 그가 백천우와 화백봉 사이의 아들인 진짜 부홍설인데 남편의 복수는 해야하고 아들 손에 피묻히기 싫어서 근처 농가의 부부를 죽이고 갓 낳은 아기를 데리고 와서 부홍설로 키운 것이었다. 엽개는 남편과 친분이 있던 소리비도 이심환에게 보내 그의 무공을 배우게 하였는데 이심환의 무공도 무공이지만 자유분방한 성격을 본받아 자유롭게 살라는 친어머니로서의 배려였던 것이다. 변성랑자에서 계속해서 엽개가 부홍설에게 부딪히면서 복수를 멈추게 하면서도 본인이 만마당에 뛰어드는 이유는 자기가 해야할 복수를 전혀 타인인 부홍설이 하는 고통을 벗어나게 해주고 싶었던 반전이었다. 결국 변성랑자 결말에 부홍설이 만마당을 쓰러뜨리고 맹주의 자리에 오르게되나 화백봉이 나타나 은밀히 지친 부홍설을 죽이려하는 것을 막은 엽개가 화백봉이 자기 친모이며 그가 부홍설의 친 부모를 죽이고 그를 부홍설로 키워 복수의 도구로 이용했음을 밝히자 무림인들이 화백봉을 질타하고 화백봉은 다 너를 위해서라고 변명하지만 엽개가 당신과는 부모의 연을 끊겠다고 떠나버리고 화백봉은 자기 자식을 위해 전혀 관계없는 사람들을 죽이고 그 아들을 빼앗아 복수의 도구로 이용해서 아들에게 맹주자리를 줄려고 했는데 그 아들인 엽개에게 관계끊고 살자고 통보받고 화백봉은 미쳐서 자살해버리고 부홍설은 자기가 백천우의 아들이라 믿고 복수만 줄창했는데 알고보니 타인이라는 진실을 듣고 망연자실한 채로 어디론가 떠나버리는게 변성랑자의 결말이라 천애명월도에서는 그나마 그 대우가 낫다.
- 연남비(燕南飛)
위키니트들을 연상시키는 부홍설의 이미지[2] 가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들을 위해 준비된 비주얼계 주연 캐릭터. 남쪽으로 날아가는 제비라는 이름에서부터 알 수 있듯 겉멋 그 자체인 캐릭터이다. 등장부터 화려하게 중대단위 시종들을 데리고 나타나더니, 청소 한 번 시키고 뜬금포로 해고 통지를 날리는 무책임한 면모를 보여준다. 왜 암살자들이 끊이지 않는지 짐작이 되는 부분.
- 명월심(明月心)
입구에서 명월심을 찾아주세요. 착착 달라붙는 예명을 가진 에이스 기녀. 본연의 미색도 뛰어나지만 강호의 사정에 해박하고 온갖 정보를 능수능란하게 취급한다. 모종의 이유로 부홍설과 연남비의 기존 체제 뒤엎기를 지원하는데... 부홍설은 명월심과의 만남 이후 마찬가지로 기녀였던 첫사랑을 떠올리고 괴로워하며 연남비의 모험에 적극적으로 가담한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기녀를 스토킹하는 살인기계 이야기가 되지만 그 부분은 아무쪼록 신경쓰지 않도록 하자.
- 공자우(公子羽)
인적사항이 베일에 싸여있는 강호 제일의 대공자. 항상 가면을 쓰고 다니는 오페라의 유령 포지션을 맡으며 극의 긴장감을 바짝바짝 조여준다. 모든 것을 다 가졌지만 살인기계 부홍설만은 가지지 못한 불우한 사나이. 그 덕분에 나름대로 고충이 심각한 듯.
- 그 밖에, 내용이 내용이다보니 흑수(黑手) 등 고룡의 다른 작품에서도 등장하는 여러 암살자들이 찬조출연한다. 작가 고룡이 돌려 쓰는 이름이 몇 개나 있는지 찾아보도록 하자.
4. 평가
강렬한 시각적 이미지와 추리소설같은 짜임새, 홍콩 느와르물이 떠오르는 캐릭터 간의 끈끈한 유대관계 등 고룡 소설의 매력이 잘 드러나는 작품. 특히 작품 내에서 확고한 분위기를 가진 극단적인 캐릭터성이 돋보인다. 하지만 출간 직후에는 뜨뜻미지근한 반응 탓에 작가의 속을 썩였다고.
고룡 세계에서는 같은 주인공이 시리즈 내에서 연달아 주연하는 일이 드문데, 그 와중 당당하게 두 작품의 주연으로 출연한 부홍설이 돋보인다. 그것도 전작에서 확실하게 망해버린 인생을 후속작에서 확실하게 애프터 케어를 받았으니, 여러모로 작가의 총애를 받는 듯.
5. 기타
- 동시대를 풍미한 무협 작가들의 작품 대다수가 그렇듯, 2012년에 중국 후난위성텔레비전에서 드라마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 중국 텐센트에서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한 게임이 출시되어, 2018년에 넥슨에서 한국 서비스를 시작했다. 한국 서비스를 위해 해당 소설을 무료 배포 예정. 또한 삽화를 추가 예정인데, 삽화는 고수(웹툰)를 그린 팀 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