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독의 지하실

 


아파시 - 학교에서 있었던 무서운 이야기 1995년 특별판에 수록된 에피소드. 다음 4개의 이야기에서 이야기꾼들이 기분 상해 할 특정 선택지를 고르면 들을 수 있다.
6번째 화자의 이야기가 마친 후 7명째는 끝내 나타나지 않는다. 방 안에 갑갑한 정적이 흐르는 가운데 갑자기 히노가 부실에 들어온다. 사카가미는 히노가 오늘 올 수 없다고 한 것을 기억해내고, 히노는 사실 6명밖에 부르지 않았던 것 같다며 나머지 이야기 하나는 자신이 해주겠다고 한다.
히노가 할 이야기는 충독에 대한 이야기이다. 충독이란, 여러 마리의 동물을 상자 등의 밀폐 공간에 집어넣고 땅 속에 묻어 동족상잔의 끝에 살아 남은 한 마리를 이용하는 것인데, 보통 상자에 넣는 동물의 종류는 전갈, 뱀, 도마뱀, 두꺼비, 지네, 거미 등이 일반적이다. 공통점이라고 하면 모두 독이 있는 생물들로, 제각기 독이 있는 개체끼리 싸워 가장 독이 강한 하나만 남게 된다. 그리고 그렇게 필사적으로 살아남은 한 마리는 사람을 저주하기에 안성맞춤의 생물로 탄생하게 된다. 하지만 사실 독이 없는 동물로도 충독은 가능한 것 같은데 이 경우는 살해당하는 것이나 먹히는 것에 원한을 품고 독을 쌓게 되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나루카미 학원에도 이런 충독을 실험해보고 싶은 충동을 가지고 있던 한 남학생이 있었다. 그 남학생의 이름은 키미즈카. 키미즈카는 삶이 평화롭고 유복했기 때문에 굳이 누군가를 저주하기 위해 충독을 실험하고자 했던 것은 아니고, 다만 충독을 만드는 과정에 매력과 호기심을 느끼게 되었다.
키미즈카는 어릴 때부터 쇠약해진 사마귀가 개미의 큰 떼에게 습격당한다거나 거미줄에 걸린 나비가 거미에게 먹히는 모습을 관찰하는 등, 자신보다 약한 동물을 보는 것을 좋아했다. 키미즈카가 충독을 알게 되었을 때 그는, 동족상잔을 할 때마다 독이나 원한이 승리자의 체내에 축적되어, 최종적으로는 증오의 덩어리와 같은 생물이 완성한다 라고 하는 결과에 잔혹한 아름다움이라는 미학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긴 세월 그런 생각을 해 오던 결과 자신의 손으로 충독을 만들어 싶다고 하는 욕구에 결국 이길 수 없게 되었다.
충독은 대상이 되는 생물을 손에 넣을 수 있으면 그렇게 만들기 힘든 주술이 아니다. 그러나 키미즈카는 벌레나 개구리 등을 모으는 동안에, 문득 그것이 시시하다고 하는 것을 깨달았다. 우선 상자를 땅 속에 묻어 결과를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동족상잔의 과정을 본인의 눈으로 보지 못하는 것이 불만이었다. 게다가 기껏 충독의 생물을 탄생시켜도 곤충이나 양서류의 독성이나 원한 등은 시시하게 느껴졌다. 전갈이나 뱀과 같이 좀 더 독이 강한 생물을 모으지 않는 것은 그 독이나 저주의 힘의 박력이 부족했고, 키미즈카는 어차피 그럴 바엔 좀 더 고도로 복잡한 감정을 가진 생물로 충독의 실험을 실행해 그 자초지종을 이 눈으로 보고 싶다는 생각에 잡혔다. 그리고 그런 실험에 적합한 것은 단 하나, 인간밖에 없다.
키미즈카는 이 실험을 단 한 번 밖에 할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2년에 걸쳐 신중하게 준비했다. 그가 주목한 곳은 인적이 드문 구교사였는데, 이 곳은 기분 나쁜 분위기를 하고 있어 아무도 오지 않는데다가 학교 소속이기 때문에 경찰이나 부랑자가 올 위험도 없었다. 키미즈카는 예비 조사를 하다가 충독의 실험을 하기에 안성맞춤인 지하실을 발견한다. 그리고 3학년이 된 키미즈카는 여름방학 직전, 구교사에 일곱 명의 학생을 불러냈다. 멤버는 이 자리의 구성 인원과 같이, 다섯 명의 남자 학생과 두 명의 여학생이었다. 키미즈카 때문에 서로 같은 장소에 모여 그 전까진 다들 얼굴조차 몰랐던 그들에게는 무서운 이야기를 좋아한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그리고 키미즈카는 그런 무서운 이야기를 하는데 딱 맞는 장소가 있다고 권하고, 무리들은 구교사로 향했다. 그리고 키미즈카는 그들을 지하실로 안내한다. 전원이 지하실로 들어간 것을 확인한 키미즈카는 문을 닫아 열쇠를 잠그고, 일행들은 자신이 갇혔다는 것을 순간 인지하지 못하지만 열쇠로 문을 잠근 것을 알고 당황하기 시작한다. 일제히 비명을 지르거나, 문을 두드리거나 하는 짓을 한 그들은 그 지하실이 완전한 밀폐 장소라는 것을 깨닫는다. 침묵이 찾아오고, 그들은 방 안을 둘러보기 시작한다. 방의 네 귀퉁이에는 전구가 희미하게 켜져 있었고, 공기는 왠지 통하고 있었다. 그리고 방의 구석에는 골판지 상자가 놓여있었다. 그들이 그 상자를 열어보면 그 안에는 7명이 나눠 가지면 3일 정도 버틸 수 있을 법한 물과, 부엌칼, 나이프, 석궁, 밧줄, 아이스 픽, 톱, 못, 쇠파이프, 독이 든 병, 낫, 커터칼, 너클, 죽도 등 온갖 무기가 들어있었다. 일행은 그 무기들을 보고 입을 다문다.
그 때 한 남학생이 일어서, 자신은 이런 곳에 있기 싫다며 가는 못을 집어들고 문 앞에 가서 자물쇠 따기를 시도했다. 그 때 갑자기 히스테릭한 비명을 지르며 남학생은 계단에서 굴러 떨어지고, 일행들이 그 곳에 달려갔을 때 그 남학생의 목은 비정상적인 방향으로 비틀린 채 죽어 있었다. 모두들 토하거나 비명을 지르거나 망연자실하게 서 있거나 울며, 자신들 앞에 다가온 현실을 인지하게 된다. 그리고 그 혼란을 잠재우듯 방 천장의 구석에 있던 스피커에서 키미즈카의 목소리가 나온다. 키미즈카는 열쇠 구멍에 전류가 흐르고 있긴 하지만, 그 남학생은 운이 없는 것 같다며 쓰게 웃는다. 그리고 키미즈카는 모두에게 자신의 충독에 대한 실험을 알려주며 한 명이 되기 전까지 문을 열 생각이 없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각자 알아서 잘 죽여보라고 한다. 모두들 항의하지만 키미즈카의 반응이 없고, 일행들은 초조해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조용해진 뒤, 누군가가 왜 하필 우리들이냐고 질문한다. 키미즈카는 그 정도는 알려주겠다며, 충독은 독이나 원한 등 부정적인 에너지를 서로 죽이는 것에 의해 증폭, 흡수시켜 하나에 모으는 것으로 완성되기 때문에 같은 인간이라도 강한 독성을 가지는 사람이 좋을 것이라서 그들을 선택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키미즈카는 그들이 각자 도둑질을 한 사람, 컨닝한 사람, 거짓말이 습관적인 사람, 부모를 속인 사람, 친구를 배신한 사람, 폭력으로 상대에게 중증을 입힌 사람, 애인을 죽음으로 몰아간 사람 등 범죄자라는 공통점이 있다고 알려준다. 일행들은 현실도 현실이지만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서로가 떳떳치 못한 범죄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 말을 마지막으로, 마이크의 전원은 꺼졌다.
키미즈카는 여섯 명을 감시하기 위해 지하실 위의 교실에 기재를 들여놓고 있었다. 사용하는 기재는 교탁의 그림자에 잘 숨기고 배선도 교묘하게 기왓장과 돌로 숨겨놨으므로, 심야의 순찰이 회중전등으로 비춰보고 지나가는 것 정도로는 발견되지 않는다. 마이크를 끈 뒤에도 키미즈카는 흥미롭게 모니터를 지켜보고 있었다. 최초의 동요로부터 회복한 여섯 명은 이 상황에서 벗어나는 방법에 대해 서로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들의 짐은 키미즈카가 그들을 구교사로 데려올 때 능숙하게 속여서 위의 교실에 놓고 갔었다. 지금의 여섯 명의 수중에는 도움이 될 것 같은 도구가 아무 것도 없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것은 몇 가지밖에 없었다. 그런데도 그들은 단념하지 않고 문에 전력으로 부딪치거나, 벽을 두드리거나 환풍구의 구멍을 통해 큰 소리로 도움을 요구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하실의 문은 두껍고 튼튼했고 콘크리트의 벽은 두꺼워 그들을 외부로부터 완전히 격리하고 있었다. 환풍구를 향해 소리를 질러봐도 외부에 소리가 나가지는 않았다. 그들은 필사적인 일이었어도 키미즈카에 있어서는 모든 것이 예상대로의 일이었다. 그렇게 키미즈카는 그들의 전투가 없는 최초의 감시를 하는 동안은 하품이 나올 만큼 지루했다. 이윽고 자신들의 무력함을 깨달은 여섯 명은 관점을 바꾸어 여기서의 생활 방법에 대한 검토를 시작했다. 시일이 경과하면 누군가가 찾으러 와 줄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들은 그렇게 되기 전까지 체력이나 기력을 최대한 아끼기 위해 가능한 스트레스를 덜 받은 환경을 만들기로 한다. 우선 일행들은 물을 6등분 해서 각자 나눠가졌다. 한 명이 죽었기 때문에 할당은 증가했지만, 오히려 복잡한 기분이었다. 그리고 방의 영역을 8등분 해서, 여섯 칸은 각자를 위한 공간, 하나는 화장실, 남은 하나는 무기고 겸 최초로 죽은 학생의 시체안치소로 정했다. 방이라고 해도 부엌칼로 마루에 경계선을 새겼을 뿐이었다.
각각의 「방」에 들어 간 각자는 이제 아무 말도 없이 무릎을 움켜 쥐었고 앉아 있었다. 긴 침묵의 끝에 누군가가, 우리가 죽기 바란다면 생명을 연장할 만한 것을 줄 필요가 없는데 왜 물을 준 것이냐고 중얼거리고 동시에 여섯 명은 희미하게 키미즈카의 마음을 눈치챈다. 어중간하게 남겨진 희망은 좋은 추진력이 되고, 만약 물이 생겨 3일 정도 살아남을 수 있다면 그 이후부터는 타인을 죽여서라도 4일 째까지 살고 싶어하게 될 것이다. 모니터를 바라보는 키미즈카 역시 속고 속이고, 뺏기고 빼앗기며 불신을 쌓아가고 추악하게 싸우면 된다고 중얼거렸다.
키미즈카는 최초의 통신으로, 여섯 명에게 키미즈카가 쭉 그들을 감시하고 있다는 기분을 느끼게 했지만 그것은 과장이었다. 며칠이 걸릴지 모르는 동족상잔의 드라마를 계속 보고 있기엔 키미즈카에겐 일상이 있었기 때문에 그는 자리를 비울 때는 녹화 버튼을 눌러놓고 구교사를 빠져나가 귀가했다. 그리고 공복에 괴로워하는 여섯 명에 대한 생각은 하지 않은 채 상냥한 모친이 만들어 준 오므라이스를 먹으며 행복을 누린다. 게다가 여섯 명의 부모에게 전화를 걸어, 그들이 귀가하지 않는 이유를 꾸며내는 일도 잊지 않았다. 키미즈카는 통화 상으로 가둔 본인이나, 동아리 선배, 담임 등으로 위장해서 「동아리 일로 며칠 묵는다」라든가, 「친구의 집에 머물다가 간다」라든가 등의 적당한 이유로 둘러댔다. 조금만 실수해도 들켜 버릴 위태로운 거짓말이었으나 키미즈카는 적어도 며칠의 시간을 벌 정도만 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2년 동안 충독의 실험에 사용할 인물들의 환경을 철저히 조사하고 있던 키미즈카의 예측대로 완벽하게 외부로부터 그들을 구조의 여지 없이 격리하는 것을 성공했다. 키미즈카의 충독의 상자가 완벽하게 완성된 것은 바로 이 때라고 할 수 있다.
다음 날, 키미즈카는 서둘러 구교사로 향했다. 그들은 의외로 빙 둘러앉아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밝은 어조로 한 여학생이 일상의 만담을 말하고 나머지의 다섯 명도 즐거운 듯이 듣고 있다. 큰 웃음소리를 내며 북돋우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그 모습은, 연기를 하고 있는것 같이 어딘가 부자연스럽다. 키미즈카는 눈물겨운 노력이라고 생각하며 모니터의 앞에서 턱을 괴고 형편을 지켜보았다. 모두 옷도 머리카락도 지저분하고, 웃는 얼굴이지만 끌어 매달고 있지만, 눈 아래에는 검푸른 기미가 절망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실내의 모습도 바뀌었는데, 무기를 넣어 둔 골판지가 「화장실」이라고 결정된 방의 구석에 있었다. 골판지 안에 들어가 있던 무기는,「시체안치소」라고 정한 또 다른 방 구석에 있었다. 그들은 그 골판지를 화장실 용으로 사용하기로 한 듯 했다. 죽어버린 학생의 시체도 이 더위에 썩기 시작하고 있을 것이다.
키미즈카는 모니터 너머 진흙과 배변 냄새와 시체 냄새가 섞인 공기에서 제 정신을 유지하려고 필사적으로 웃고 있는 그들의 정신 상태를 파악할 수 있었다. 키미즈카는, 당분간 그런 실내의 연극을 보고 있다가 이윽고 어디에선가 꺼내 온 라디오 카세트를 마이크의 앞에다 대고 켰다. 거기로부터 흘러나온 것은 당시 아이돌이 노래하는 대중가요였다. 그 노래는 포기하지 말고 얼굴을 들라는 내용의 가사를 가진 응원가였다.
큰 음량으로 울려퍼지는 그 응원가가 덥고 무섭고 불쾌한 환경에서 억지로 귀에 쑤셔 박힌다. 어디까지 뒤틀리면 그런 짓궂음을 생각해 내는 것일진 몰라도 여섯 명은 갑자기 울려 퍼지는 발랄한 아이돌 노래를 무시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그것도 이윽고 한계에 다다랐고, 방금 전까지 즐거운 듯이 만담을 하고 있던 한 여학생이 귀를 막고 울면서 절규하기 시작했다. 그것을 계기로 다른 사람들도 소리지르기 시작해 실내는 광란으로 휩싸였다. 그러나 여섯 명의 절규는 큰 소리의 응원가 때문에 들리지 않았다. 귀를 막고 몸을 웅크려도 흐려진 가성이 고막에 닿는다.
키미즈카는 그들의 비명이 들리지도 않았고 들렸다고 해도 그 비뚤어진 배려를 그만 두려고 하지 않았겠지만 어쨌든 그는 노래를 들으며 눈물을 흘렸다. 아이돌 노래의 가사처럼 그가 단념하지 않았던 꿈이 실현되었기 때문이다. 키미즈카가 눈물을 닦고 다시 모니터를 보면, 한 사람의 모습이 이상했다. 모두들 귀를 막고 있는 가운데, 어느 남학생이 갑자기 마루 위에서 경련하고 있었다. 눈이 뒤집어 진 채 힘겹게 입을 뻐끔거리고 있었다.
주변이 그 경련을 눈치채는 것에는 조금 시간이 걸렸다. 그들이 그 남학생을 향해 달려오자, 그는 필사적으로 자신의 바지 주머니에 있는 약을 먹여 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그의 작은 목소리는 큰 소리의 아이돌 노래에 싹 지워져 그만큼의 내용을 전하는 데도 긴 시간이 걸렸다. 내용이 전달되자 가까이에 있던 여학생이 그의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그러나 여학생은 약이 없다고 소리치고, 그 말이 남학생의 마지막 희망을 끊는다. 그는 물끄러미 여학생의 얼굴을 응시하고, 이윽고 전신이 활처럼 휜 채 굳어져 갔다.
이변을 알아차린 다섯 명은 당황해서 땀을 닦아 주거나 신체를 흔들거나 입가에 물을 넣어 주거나 하는 등 그를 간호했다. 카메라에 대고 약을 돌려주라고 고함치는 사람도 있었지만, 키미즈카는 대답하는 대신 더 큰 소리의 응원가를 틀어주었다. 발작을 일으킨 남학생이 숨을 거두기까지는 의외로 시간이 걸렸다. 거친 숨을 쉬며 눈꺼풀을 반쯤 연 눈은 흰자위만 보여 실룩거렸고, 힘 없게 뻗어있는 다리가 때때로 강하게 경련했다. 간병하고 있던 여학생들의 눈물도 이윽고 그쳤다.
그 상태로 1시간 정도가 경과하자 숨가쁜 호흡이 간신히 조용하게 되었다고 생각했지만 그것은 무리하게 호흡할 수가 없을 정도로 신체 능력이 약해졌다고 하는 것이었다. 심장이 몸을 찢으려는 듯이, 가슴이 위로 몇 차례 솟아올라 거기에 따라 사지가 경련하고 다시 마루에 누웠을 때는 호흡도 경련도 멈춰 있었다. 바쁜 호흡음이나 날뛰는 소리를 들어 익숙해져 있던 일행들은, 마지막 경련에 이은 침묵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고 멍청한 얼굴로 사망자를 지켜 보았다. 그들은 한동안 땀을 닦고 몸을 흔들며 호소하는 등 똑같이 간병하고 있었지만 이윽고, 현실을 받아들일 이성과 용기가 있는 사람이 살그머니 가슴에 귀를 대었다. 그렇게 해서 나머지는 다섯 명이 되었다.
남겨진 다섯 명은 절망에 지쳐 입을 열 기력조차 없는 것 같았다. 방 안에는 배고프다거나 집에 가고 싶다며 흐느껴 우는 사람도 있었다. 그 분위기는 금방 모두에게 퍼져 지하실을 지배했다. 마루 위에 엎어진 채로 울고 있는 사람을 위로하려고 누군가 어깨에 손을 대도, 손대지 말아달라고 힘 없게 상대의 손을 떼 내어 거절한다. 그 마음에 싹튼 거절은 이윽고 경계심과 위기감이 되어, 자기 방위 본능과 결합하고 다른 사람에게 향하는 강한 독으로 자랄 것이다. 동시에 조금 지친 키미즈카는 그 즈음 되어 집에 돌아가기로 한다. 그리고 상냥한 모친이 만들어 준 고야체풀을 전부 먹는다. 자기 전에, 오늘 일행들에게 틀어준 아이돌 가요를 몇 번이나 반복해 듣고 또 조금 울었다. 그리고 내일도 반드시 또 새로운 사망자가 나와 있다고 확신한다.
다음 날, 키미즈카가 또 구교사의 교실에 출근했을 때는 무려 두 명의 사망자가 생겼다. 남학생과 여학생이 각각 하나씩이었다. 두 시체는 사망한 그 상태 그대로 널려있었다. 천장을 보며 누워있는 채로 죽은 남학생은 가슴에 박힌 부엌칼이 사망원인으로 보였다. 여학생도 역시 눈을 뒤집어 뜨고 경직되어 있었다. 그녀가 죽기 직전에 떨어뜨린 듯 한 패트병에 물이 흐르는 것을 보아 아마 중독사다. 상자에 들어가 있던 무기 중 하나였던「독이 든 병」은 청산가리 등이 섞인 독약으로써 패트병 겉면에 알기도 쉽게 매직으로「독」이라고 써져 있다. 누군가가 그 「독」이라는 글자가 농담처럼 보이고 있는 만큼 사실은 독은 아닌 것인지도 모른다고 자신의 죄책감을 속이면서 타인을 상대로 실험해, 독이 진짜인지 아닌지를 지켜보았던 것일 수도 있다.
남겨진 세 사람은 남학생 두 명과 여학생 한 명으로, 그들은 아무 말 없이 생존자와 시체들을 번갈아 보고 있었고 그 분위기에는 이 때까지 읽을 수 없던 살의가 담겨있어 키미즈카를 기쁘게 했다. 여학생이 누가 죽인 거냐고 묻자, 두 남학생들은 살아남은 여학생이 비명 소리를 질러서 그 소리에 깼더니 두 사람이 죽어있다고 대답한다. 세 명 모두 이젠 절망을 받아들이고 있다. 모두 약해진 그들에게는 이제 다가오는 공포를, 고함치거나 다가서거나 하는 화려한 동작으로 변환하는 것조차 할 수 없다. 닳아버린 이성은 살인을 한 범인을 밝히는 것보다 자신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게 된다. 피로, 악취, 공복, 의념, 시체가 함께 하며, 시계가 없는 이 밀실의 정적 속에서 천천히 살의가 자라고 있는 것이다. 눈을 빛내는 채 침묵을 지키고 있는 세 명을 바라보며 키미즈카는 흥분을 억제할 수 없었다. 카메라의 영상은 녹화되어 있기 때문에 누가 살인을 한 것인지 확인하는 것은 쉽지만 그것은 후일의 즐거운 기대로 두기로 하며 무슨 일이 생겼고 누가 살인을 했고, 어떻게 죽였는가 등은 모든 것이 끝나고 나서 되돌아 보기로 한다.
그리고 사실 키미즈카가 테이프를 돌려 볼 여유도 없이 모니터에선 변화가 일어났다. 한 남학생이 이제 슬슬 시작하자며 벽에 등을 기대고 한 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위협적인 분위기로 말했다. 다른 두 사람 중 여학생은 일어서서 벽에 등을 기대고 상대를 경계했고 나머지 남학생은 무릎을 움켜 쥔 채 움직이지 않았다. 두 사람이 죽으면 한 명은 자유이기 때문에 빨리 결정하자고 하는 남학생의 손은 어느 새 가져왔는지 너클을 쥐고 있었다. 남학생은 너희가 무기를 선택할 때까지는 기다려주겠다고 말한다. 벽에 기대 선 여학생은 그 결투의 제안을 승낙하고 나머지 두 사람의 시선은 웅크리고 앉은 남학생에게 모여든다. 그의 대답은 간결했다. 간결하게 싫다고 말하는 그에게 너클을 낀 남학생이 달려들자, 웅크리고 있던 남학생은 시선을 맞출려고도 하지 않고 자신은 충독을 이룰려고 하는 키미즈카의 소원을 이루어 주는 것이 무엇보다도 싫기 때문에 살인을 하지 않겠다고 말한다.
너클을 낀 남학생이 멱살을 잡고 위협하자, 그는 우리를 이런 꼴에 만든 키미즈카에게 협력하고 싶냐며, 자신은 프라이드라는 것이 있으니까 도저히 그런 일에 협력할 수 없다고 하고 웃는다. 너클을 낀 남학생은 미쳤다고 중얼거리고, 멱살을 잡힌 남학생은 멍한 눈으로 증오라든가 원한이라든가 독이라든가 자신의 감정, 자신의 독은 누구에게도 먹일 수 없는 자신의 것이라고 중얼거린다. 그러나 곧 너클을 낀 남학생은 그렇게 포기해버리면 처리하는 게 빠르다고 그를 죽이려고 한다. 상대에게 증오를 가지거나 하지 않고 스스로의 광기 안에 죽는 것은 아깝지만,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것을 볼 수 있다는 기대로 키미즈카는 설렌다.
그런데 너클을 낀 남학생이 막 그를 때리려고 할 때, 갑자기 등 뒤에서 여학생의 비명이 들려온다. 여학생은 시체안치소에 있는 두 시체를 가리켰는데 거기에는 쥐들이 시체를 갉아먹고 있었다. 너클을 낀 남학생은 미친 남학생의 멱살을 놓고 시체안치소로 가서 쥐를 쫓아낸다. 한 번 쇠약해진 너클을 낀 남학생의 결의는 쥐를 쫓아버리고 나자 다시 생겨나지 않아서 결국 미친 남학생을 죽이는 것을 포기했기 때문에 키미즈카를 크게 실망시켰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 같이 입을 다물고 무릎을 움켜 쥔 미친 남학생과 갉아 먹힌 시체를 보지 않기 위해 구부리고 있는 여학생, 그리고, 오늘 생긴 2개의 시체를 시체안치소에 넣는 너클을 낀 남학생.
키미즈카는 충독의 의식도 드디어 마지막이기 때문에 결정적인 순간을 놓치지 않기 위해 구교사에 머물기로 했다. 한 번 집에 돌아가서 상냥한 모친이 만든 햄버거를 먹고 친히 싸준 야식의 샌드위치를 가져간 채, 키미즈카는 밤의 구교사로 돌아왔다. 한 눈을 판 틈에 무엇인가가 일어난 것은 없고, 세 명은 각각의 방에서 얕은 잠을 자고 있는 것 같았다. 키미즈카는 밤의 순찰에게 모니터의 불빛을 들키지 않기 위해 잠깐 꺼둔다. 그리고 새벽 2시가 되었을 무렵, 여학생의 비명이 들려 키미즈카는 졸고 있던 눈을 뜨고 모니터를 켠다. 화면을 보면, 예의 미친 남학생이 엎어져 있고 다른 두 명이 그의 옆에 있었다. 신체를 흔들어도 반응이 없고, 여학생은 광인의 시체 옆에 구르는 패트병을 손에 들었다.
두 사람은 남학생이 독을 마셔 자살한 것이라 판단하고, 여학생은 패트병에 커터로 새겨진, 유서 같은 것을 찾아내서 읽었다. 새기기 어려운 한자를 포기했는지, 히라가나가 빼곡하게 자신은 위기 때문에 왜곡된 마음을 가지는 것만큼 무서운 것이 없다고 적혀있었다. 두 사람은 장황할 정도로 그의 죽음을 확인하고 이윽고 그것을 받아들였다. 여학생은 엎어진 채 얼굴을 가리고 울고 너클을 낀 남학생도 시체의 어깨에 이마를 대고 오열했다. 광인의 죽음이 정말로 자살인가는 비디오를 되감아서 확인하지 않으면 모른다. 모두들 제정신을 잃고 있으니까 누군가 독을 감추게 하는 일도, 패트병에 유서의 세공을 베푸는 일도 간단했을 것이다. 하지만 키미즈카는 기분이 안 좋았다. 남은 2명은 서로 살기를 띄우고 있어야 하는 것인데, 광인의 자살은 그런 두 명의 미움 만나는 기력마저도, 빼앗아 버린 것 같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죽은 남학생의 시체를 정리한 뒤 두 명은 방의 구석에 들어앉아 멍하니 앉아있었다. 지금까지 사람이 죽는 결정적인 순간을 계속 놓쳐 온 키미즈카는 이즈음 생생한 살인을 목격하고 싶었다. 남은 두 사람의 체력도 한계일 것이고, 방치하면 살인을 하기 전에 쇠약사 할 가능성도 있다. 빨리 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에 다양하게 생각한 결과, 키미즈카는 심플한 해결법을 찾아냈다. 그는 스피커를 켜고 지금 환풍구를 막았기 때문에 공기가 차단되기 전에 결판을 내라고 말하고 스피커를 끈다. 키미즈카가 한 말은 거짓말이지만 냉정한 판단력을 잃고 있는 이 두 명이라면 허세만으로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한계까지 온 피로로 두 사람은 환풍구를 조사할 생각도 못 하고, 키미즈카라면 분명히 할지도 모른다는 살의에 휩싸일 것이다.
그리고 키미즈카의 그 계산은 맞았다. 우선 너클을 낀 남학생이 휘청거리는 다리로 귀찮은 듯이 어떻게 할 거냐고 물으며 일어섰다. 여학생은 아무 말 없이 벽에 매달려 어떻게든 일어서서 위태롭게 발 밑에 떨어진 커터칼을 주웠다. 키미즈카는 겨우 한 마디로 증오가 되살아나다니 역시 인간은 단순하다고 생각하며 이번에야말로 살인을 보겠다는 흥분을 가지고 모니터를 주시했다. 그러며 어느 쪽이 이길까 예상해보는데 사실 체격도 좋고 싸움에 익숙한 듯한 남학생이 이길 가능성이 컸다. 하지만 잡고 있는 것이 칼이고, 그 눈빛의 야만스러움이 연약한 여성이라고는 할 수 없는 여학생이 이길 수도 있다.
그런 것들을 생각하는 도중에 갑자기 모니터의 화면이 나갔다. 깜깜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되자 키미즈카는 놀라서 모니터의 측면을 두드리고 전원이나 배선을 확인했다. 조사하고 있는 중에도 헤드폰에서는 비명이나 소리가 들려 와서 사태를 볼 수 없는 것에 초조해 했다. 결국 원인은 알지 못하고 혼란에 떨리면서 걸어 다니는 동안에 키미즈카는 지하실의 유일한 전구의 코드를 쥐가 갉아 먹어서 끊어졌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키미즈카는 소리로라도 실내의 정황을 파악하기 위해 헤드폰을 강하게 귀에 꽉 눌렀다.
바로 조금 전까지 싸우는 소리가 들려 온 실내는 조용했지만 희미하게 들리는 것이 있었다. 남자의 소리인지 여자의 소리인지 알 수 없었지만 그 호흡음은 제정신인 인간의 숨결이 아니었다. 그리고 키미즈카는 마침내 충독을 완성했다고 확신했다. 키미즈카는 곧바로 지하실로 향하려다가 단념하고 문득 지금까지 녹화하고 있던 비디오의 존재를 생각해 냈다. 단번에 두 사람의 사망자가 나와 있던 어제 방과 후, 키미즈카는 굳이 누가 죽였는지 확인하지 않았다. 누군가가 몰래 행한 살의나 원한을 쌓고 지금의 결과까지 이어져 왔는지에 대해 알지 못하고 상자의 뚜껑을 열어 보는 것에는 흥미가 없었다. 그러나 키미즈카는 갑자기 지금까지의 경과를 확인하는 것이 갑자기 중요하게 생각되었다. 호기심도 있었지만 빛이 끊어진 그 지하실의 어둠에서 충독과 대면하는 공포에 잠깐 당황스러움을 느꼈다. 히노는 사카가미에게 키미즈카가 어떻게 했을 것 같냐고 묻는다.
1. 비디오를 확인했다(숨바꼭질)
2. 바로 지하실로 향했다
2.1. 남학생(충독의 지하실)
2.2. 여학생
2.2.1. 돈을 벌려고 했다(초승달)
2.2.2. 다른 사람을 저주하는데 쓴다(충독의 저주)
2.3. 모르겠다(선배의 정체)


1. 비디오를 확인했다(숨바꼭질)


키미즈카는 두근거리는 마음을 누르고 비디오를 되감아보기로 했다. 깜깜한 모니터의 입력 단자에 비디오를 잇고 녹화한 테이프를 세팅해서 대충 어느 정도 되감아보았다. 재생하면 살해당한 두 명이 아직 살아 있는 시간대였으므로, 그대로 상태를 보면서 빨리 감기 하기로 했다.
영상을 지켜보고 있던 키미즈카는 화면의 곳곳에 반투명의 붉은 아메바같은 것이 색상에 혼란을 일으켜 영상에 있는 것을 보고 이상하게 여긴다. 그래서 일단 빨리 감기를 멈추고 일반 재생을 해서 확인해 보았지만, 특히 의심스러운 곳은 없다. 화질은 난폭하지만 색상에 혼란도 없고 분명하게 녹화되어 있다. 키미즈카는 이상하게 생각했지만 지금은 빨리 어제 두 명을 죽인 범인을 확인한 뒤 충독을 마중하러 가고 싶었다. 재차 빨리 감기를 하면, 또 붉은 모양이 화면의 여러 군데에 점멸했지만 이제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지하실의 시간이 빨리 감기로 흘러 간다. 그러나 이윽고 각자가 마루에 누워 잠을 자거나 때때로 누군가를 배반하는 이외에는 눈에 띈 변화가 일어나지 않게 되었다. 아마 이후에 누군가가 일어나 남학생을 부엌칼로 찔러 죽였을 것이라고 키미즈카는 생각한다. 그 때 영상에 변화가 일어난다. 영상에 비쳐 감색으로 있던 붉은 반점이 서서히 커지고 점멸의 간격도 좁아져서 점차 윤곽이 분명히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여기저기에 흩어진 붉은 세포가 모여 형태를 취한 듯이 보이는 붉은 덩어리는 화면 내를 빠른 스피드로 부유하다가 어느 시점에서 딱 정지했다. 한 남학생의 머리 맡이었다.
키미즈카는 숨을 삼켰다. 그 남학생은 후에 부엌칼에 찔려 죽은 채로 발견된 남학생이었기 때문이다. 자세히 보면 붉은 덩어리는 전체적으로 붉게 더러워진 어린 여자 아이처럼 생겼다. 얼굴을 보면 눈은 떠진 것처럼 뻥 뚫렸고 해골을 생각하게 하는 구멍으로부터 피눈물이 떨어지고 있었다. 빨리 감기 중에는 음성이 재생되지 않을 것인데, 마치 배속으로 재생되고 있는 것 같은 날카롭고 부자연스러운 소리가 키미즈카의 헤드폰에 울려서 그를 오싹하게 만들었다.
똑바로 선 여자 아이는 전신을 기울여 부엌칼을 쥐고 남학생의 가슴에 박는다. 배속의 세계 중에서 그 공격은 순식간의 낙하였다. 남학생도 재빠르게 움찔거리더니 금방 움직이지 못하게 되었다. 부엌칼을 꽂은 여자 아이의 모습은 곧 흩어지고 또 화면 안에 조금씩 날리는 붉은 빛이 나타났다. 키미즈카가 거기서 영상을 일시정지했을 때 그의 이마에는 땀이 맺혀 있었다. 여기에는 무언가 봐선 안 되는 것이 비쳐 있다. 하지만 그 앞을 보는 유혹을 이기지 못한 키미즈카는 다시 재생 버튼을 눌러, 배속으로 영상을 재생했다.
다음에 그 붉은 덩어리가 나타난 것은 독사한 여학생의 옆이었다.
「찾았다─」
여학생의 근처에 다가붙듯이 누운 여자 아이는 양 손으로 여학생의 코와 입을 막아버린다. 푹 자고 있던 여학생은 처음에는 호흡이 괴로워서 몸을 흔들 뿐이었지만 이윽고 눈을 뜨고 나서는 완전하게 패닉에 빠지는 것 같았다. 필사적으로 호흡하려고 하며 크게 입을 연 채로 몇 번이나 호흡하려고 하는 그 모습에서는 호흡하는 법을 잊은 듯이 당황스러움과 초조가 보였다. 손으로 코나 입을 막고 있는 원인을 찾지만 여자 아이의 반투명의 손바닥을 관통해서 자신의 피부를 어루만지는 꼴이 되어 버린다. 이윽고 여학생이 눈을 뒤집고 허약한 경련을 반복하게 되어도 여자 아이는 웃으면서 끝까지 숨을 계속 막았다. 보고 있는 키미즈카가 가슴이 답답할 정도로 굉장한 단말마였다.
키미즈카는 망연히 보고 있다가 제 정신을 차리고 빨리 감기를 멈추었다. 화면이 정지한 순간에 나타나고 있던 붉은 빛은, 정지했을 때에는 존재할 수 없는 것인지 사라져 없어졌다. 키미즈카는 지금 보았던, 믿을 수 있는 두 같은 장면을 일반 재생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아무것도 나타나지 않았다. 자고 있는 남학생의 가슴에 갑자기 공중으로부터 부엌칼이 내려와 절명한 것처럼 보인다. 여자 학생이 돌연 호흡 곤란에 발버둥쳐 괴로워하다가 죽은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빨리 감기를 하면 다시 여자 아이가 출현하고 같은 비극이 재현 된다. 키미즈카는 발 밑의 지하실이 그렇게 저주해진 장소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본능이 최대한 빨리 여기에서 도망쳐야 한다고 말하고 있었지만 그는 위기감보다 호기심 쪽이 더 컸다. 실제로 체험하는 것이 아니고, 비디오의 영상일 뿐이라는 것에 공포가 마비되어 버렸을지도 모른다. 실제 키미즈카 자신에게 무엇인가가 일어난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키미즈카는 한층 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첫 번째와 두 번째 사람들의 임종에 대해서도 확인해 보기로 했다. 그들의 죽음이 기록된 테이프를 꽂고 빨리 감기로 재생했는데 역시 붉은 빛은 조금씩 흩날리고 있었다. 첫 번째 남학생이 자물쇠를 따려다가 감전되었을 때 계단을 엎어진 남학생의 다리를 그 여자 아이가 끌어당기고 있었다. 지병의 발작에 괴로워하는 두 번째 남학생의 가슴 위에서 여자 아이가 즐거운 듯이 뛰고 있었다.
이렇게 되면 자살했다고 생각했던 미친 남학생의 죽음에 대해서도 조사해야 한다고 생각한 키미즈카는 가장 최근의 테이프로 바꾸어 넣었고 역시 이것에도 붉은 빛이 비치고 있었다. 독이 든 병을 손에 든 채 골똘히 생각하고 있는 남학생의 주위에 만화경과 같은 얼룩무늬가 춤추면서 가까워져 간다. 미친 남학생은 떨리는 손으로 패트병에 독을 넣는데 여기까지는 본인의 의지로 행해진 것이었다. 그러나, 여기까지만 봐서는 독을 넣은 패트병이 자살을 위해 준비되었는지 알 수 없다. 틈을 봐 독이 든 패트병을 다른 두 사람의 것과 바꿔 넣어 생존을 꾀하기 위해서 준비했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하지만 어린 여자 아이가 광인의 머리 맡에 나타나자 또 그 기색이 나쁜 목소리가 울렸다.
「찾았다─」
그 순간부터, 남학생의 신체는 이상한 힘에 조종되기 시작했다. 패트병의 뚜껑을 열고 병을 기울여 목에 흘려 넣는 동작을 실행하는 손은 세세하게 경련해서, 무언가의 힘과 본인의 의지가 싸우고 있는 것 같이 보였다. 그 안면은 창백하게 땀에 젖었고 표정은 공포와 절망에 얼고 있었다. 남학생의 손에서 떨어진 패트병에는 어느새 그 유서가 새겨지고 있었다. 미친 남학생이 죽어도, 키미즈카는 빨리 감기를 멈추지 않았다. 대단한 것을 목격했다는 놀라움과 흥분이 공포를 넘어서고 있었다.
키미즈카는 갑자기 옛날에 구교사의 지하는 옛날 방공호였는데 공습으로 폭탄이 직격해 많은 사람이 생매장이 되었다라고 들은 이야기를 생각해 냈다. 그런 소문과 이 영상을 조합해 무서운 괴기담으로서 알리고 싶은 그런 야망이 뇌리를 지나갔다. 사망자 중에는 작은 여자 아이도 있었을 것이고, 주위 사람들이 우는 여자 아이를 달래기 위해 숨바꼭질을 하며 놀아주었다던가 하는 그런 설정을 첨가하면 그 「찾았다」라고 하는 대사도 리얼리티를 줄 수 있다. 몽상은 재미있었지만 키미즈카는 이 영상을 공표해 버리면 자신이 학생들을 가두고 살인을 시켰던 것도 들켜 버리기 때문에 현실로 돌아왔다. 충독은 실패했지만 원령이 상대이면 어쩔 수 없고, 더 이상 관련되면 본인이 위험하기 때문에 키미즈카는 단념하고 돌아가기로 한다.
빨리 감기로 해 둔 테이프는 벌써 정전이 될 시간까지 도착하고 있었고 키미즈카는 그 즈음에서 정지버튼을 누른다. 그렇지만 몇 번 눌러도 반응이 없고 새까만 화상은 변함 없이 배속으로 흘러가고 있었고 일시 정지나 되감기를 해도 되지 않았다. 단순한 고장이라고 생각하려 했지만 안 좋은 예감이 키미즈카를 눌렀고 그는 도망치는 것이 좋지만 녹화한 곳까지 빨리 감기가 끝나면 테이프가 멈출 것이고 그 때 테이프를 회수해서 가고 싶었다.
그 때 갑자기 화면의 어둠에서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검은 화면의 주위로부터 붉은 것이 앞으로 밀어져 온다. 칠흑 같은 어둠의 실내를 비추었음이 분명한 화상에 왜 이런 변화가 일어나는지를 몰라서 키미즈카는 그것을 지켜보았다. 그러자 검고 동그란 부분이 작아짐과 동시에 붉고 복잡한 얼룩이 그만큼 면적을 늘려 갔다. 그것을 보면서 키미즈카는 카메라가 무언가로부터 멀어져 가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카메라가 멀어진 게 아니라 카메라의 렌즈에 달라 붙어 있던 근접 촬영체가 멀어졌을 뿐이었던 것이다.
영상에 있는 붉은 물체의 정체를 이해한 키미즈카는 비명을 질렀다. 모니터 가득 비추어진 것은, 능글거리며 웃는 여자 아이의 얼굴이었다. 요컨데 검은 동그라미는 여자 아이의 안와, 다른 붉은 부분은 그녀의 피부였던 것이다. 텅 빈 눈을 카메라에 들이대고 저쪽 편을 들여다 보며 있었다. 더러워진 피부, 둥글고 크게 벌어진 동공 등 모든 것을 가까이서 파악할 수 있었다. 키미즈카는 전신이 떨릴 만큼 무서운데도 그 자리를 떨어질 수가 없었다. 이윽고 여자아이가「찾았다─」라고 중얼거리는 것을 계기로 키미즈카는 비명을 지르며 헤드폰을 잡아 뜯도록 벗고, 굳어지는 다리를 무리하게 움직여서 필사적으로 방에서 달아났다.
키미즈카는 충독을 관찰하고 있었을 무렵에는 흥분으로 걸어 간 복도를 울면서 비틀거려 달려갔다. 키미즈카는 그 복도를 지나 문을 빠져나가고 지금이 몇 시일지, 밖에는 누가 도와줄 사람이 있는지 등의 단편적인 일을 생각하며 구교사를 빠져나갔다. 그리고 구교사의 출구를 무사히 빠져나간 순간 키미즈카는 안도해서 주저앉는다. 그런데 그 때 그의 뒤에 철문이 닫히고 열쇠로 잠그는 소리가 났다. 공기가 굉장한 악취인데다가 오른쪽을 봐도 왼쪽을 봐도 어두운 곳 뿐이다. 설마 아무리 지금이 밤이라고 해도 이렇게까지 완전한 어둠은 있을 수 없다. 게다가 손을 뻗자 곧바로 콘크리트 벽이 만져졌다. 당분간 주위를 둘러보면 아무래도 철문이 있고 거기로부터 내려가는 좁은 계단의 도중에 있는 것 같았다.
밖에 나왔을 텐데, 살아났을 텐데도 키미즈카는 자신이 있는 곳이 그 지하실이란 것을 느낀다. 인정하고 싶지 않아도 시각, 후각, 촉각이 그것이 현실이라고 고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귓전으로 무언가의 목소리가 울렸다. 이렇게 해서 키미즈카는 광원이 없는 지하실에 놓여졌다. 방 안에는 새로운 시체도 있고 썩은 시체도 있다. 피도 흐르고 있고, 배설물도 섞여있다. 패트병은 여기 저기에 떨어져 있지만, 그 중 몇 개는 독이 들었을 것이다. 모두 키미즈카 자신이 만들어 낸 것이다. 어두운 곳에서 무언가를 만나도, 독이 든 물을 마시거나 인간의 시체를 먹게 되도 그것은 모두 자업자득이었다.
그 후 키미즈카는 어떻게 되었는가는 모른다. 히노는 여덟 명의 학생이 행방불명이 된 사건으로부터 수년 후, 신문부의 선배가 구교사를 조사하다가 우연히 키미즈카의 비디오 테이프을 입수했기 때문에 알게 되었다고 한다. 한 번 재생한 것만으로 이것은 관련되어서는 안 되는 물건이라고 판단한 선배는 어디에 알리는 일 없이 테이프를 정화한 것 같다고 한다. 그 덕분에 선배 자신에게는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았고, 이 이야기는 신문부 내에서 구전으로만 남아 있다고 한다.
히노는 사카가미에게 너도 상급생이 되면 후배에게 이 이야기를 확실히 전해주라고 말한다. 그리고 테이프를 발견한 그 선배는 너무나 무서워서 지하실의 조사는 하고 있지 않는 것 같은데 사카가미에게 사실을 구명해 보고 싶다고 생각하지 않냐며 뭣하면 지금부터, 자신과 일곱 명이 가봐도 좋다고 말하며 히노는 이야기를 마친다.
그 때 갑자기 후쿠자와가 재밌을 것 같다고 말하고, 사카가미는 내켜하지 않아 주변을 둘러보면 신도와 호소다는 완전히 가고 싶어하고 있었다. 이와시타도 재밌겠다며 가자고 하자 카자마는 여자 아이들을 보호해줘야 하니 가겠다고 하고 사카가미는 마지막 소망을 걸고 남은 아라이에게 묻지만 아라이도 진실을 확인해보는 게 좋겠다고 하고 히노는 사카가미에게 모두가 내켜하니 너도 가라고 말해 사카가미는 어쩌다 같이 가게 된다.
사카가미는 히노가 사람을 움직이는 것에 능하다고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분별없게 가는 것 같지 않았던 것은, 과연 이 인원수라면 두렵지 않고 후쿠자와라든가도 있기 때문에 어딘지 모르게 소풍적인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지하실에 아무 것도 없든지, 백골 시체의 산이 발견되든지 이것은 이것대로 즐거운 경험으로서 기억에 남으면 좋겠다고 사카가미는 생각한다.
그러나 지하실 앞에 다다른 일행들은 일부만 새로 페인트를 바른 듯한 벽을 마주하게 되고, 일행들은 지하실을 앞에 두고 있던 긴장이 풀어짐을 느낀다. 사카가미는 안도하지만 후쿠자와와 신도는 불평을 하고 이와시타는 배신당한 것 같은 기분이라고 비웃고 아라이는 터무니없다고 말한다. 그렇게 지하실에 들어갈 수 없던 일행들은 각각의 감상을 말하면서 구교사의 출구로 향했다. 오늘의 모임을 되돌아 보고 누구의 이야기가 재미있었는지 등으로 분위기를 살리고 있는 일행들은 모두 오늘 처음 만났는데도 꽤 친해진 것 같다. 전화번호를 교환하자며 친하게 지내자고 하는 후쿠자와를 보는 사카가미도 기분이 좋아진다.
그런 식으로 화기애애하게 구교사의 출구를 빠져나간 순간 등 뒤에서 철문이 닫히는 소리가 났다. 열쇠로 잠그는 소리가 나며 동시에 시야가 어두워진다. 후쿠자와가 무서워하는 소리를 들으며 사카가미가 아무렇게 손을 뻗자, 손에 닿는 것은 콘크리트 벽이었다. 모두 당황하고 있었지만 「지하실」이라고 하는 단어만은 의식적으로 피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현실을 부정하는 일행들을 조소하는 것 같이 「찾았다─」라며, 신경을 자극하는 듯이 날카로운 여자 아이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2. 바로 지하실로 향했다


키미즈카의 호기심은 무엇보다 강했기 때문에 그는 바로 지하실로 향했다. 전등이 꺼진 것을 생각해 내서 손전등을 가져간 것이 마지막 이성이었다. 그리고는 기쁨을 참을 수 없어 소리를 지르고 달리면서 복도를 앞질러갔다. 지하실에는 타인의 단말마와 증오와 원한을 짜내, 긴 세월을 걸쳐서 만든 자신만의 충독이 있다. 키미즈카는 마침내 지하실의 문 앞에 도착했다. 열쇠를 따고 문을 열면 예상보다 훨씬 굉장한 악취를 맡을 수 있었다. 여러 명의 인간이 분비한 입냄새, 땀냄새, 분뇨냄새 등이 있었지만 무엇보다 강한 것은 시체가 부패한 냄새였다. 그 냄새를 참지 못한 키미즈카는 우선 토한 뒤 현기증과 싸우며 손전등으로 발 밑을 비추고 신중하게 내려갔다.
히노는 사카가미에게 살아 남은 것은 어느 쪽이라고 생각하냐고 묻는다.

2.1. 남학생(충독의 지하실)


손전등의 둥근 빛에 비친 것은 너클을 낀 남학생의 등이었다. 완력의 차이로 생각하면 당연한 결과였다. 남자는 무언인 채 조금 숙여, 좌우로 몸을 흔들고 있었다. 멍하게 속이 빈 듯한 움직임이었다. 키미즈카가 자신을 따라오라고 부르자, 그 어깨가 잠깐 떨렸고, 키미즈카가 먼저 계단을 향해 걷자 그도 따라오는 듯한 기색이 보였다. 악취가 자욱한 어두운 지하실에서 그것은 상당한 공포를 동반했기 때문에 뒤돌아 봐서 확인할 수 조차 없었다.
키미즈카가 약간 빠른 걸음으로 지하실을 나오려고 한 그 때, 배후로부터 불쑥 내민 양 팔이 키미즈카의 목을 졸랐다. 남학생은 키미즈카의 목을 잡고 너는 여기서 못 나간다고 중얼거리고, 그 목소리에는 눌러 참은 영향으로부터 격렬한 분노가 느껴져 결국 틀림없는 제정신이란 것이 느껴졌다. 등 뒤의 팔에는 충독 특유의 신비감은 없고 며칠간 구속되어 있던, 살아있는 남자의 동물적인 악취가 났다. 그는 빠듯하게 키미즈카의 목을 졸라왔고 그는 괴로움보다 큰 실망에 타격을 받았다. 제대로 했는데도 계속 동경해온 충독은 가짜였고, 생존자는 단순한 인간에 지나지 않았다. 키미즈카는 배신당한 기분에 휩싸였다.
히노는 사카가미에게 왜 충독이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이라고 생각하냐고 묻고, 사실 이 과정엔 키미즈카 자신도 모르는 실수가 있었다고 한다. 제대로 되었으면 너클을 낀 남학생이 충독이 되었겠지만, 어느 톱니바퀴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기 때문에 결과도 제대로 되지 않게 된 것이었다. 키미즈카가 확인하지 않았던 비디오에 그 진실이 담겨있었다.
우선 첫 번째 사람은, 키미즈카가 조정을 제대로 해놓지 않은 전류가 원인으로, 계단을 구르고 떨어져 사망. 한 마디로 나타낸다면 사고사였다. 하지만 이것은 키미즈카가 전류를 너무 강하게 한 탓이기 때문에 키미즈카의 손으로 살해당했다고 해도 괜찮다.
두 번째는 너무 큰 소리의 아이돌 가요를 들은 탓에 지병의 심장 발작을 일으켜 쇼크사했는데 두 번째도 첫 번째처럼 키미즈카의 악의로 죽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세 번째는 가슴을 찔려 죽은 남학생이지만, 그는 사실 무기고에서 부엌칼을 훔쳐 그것을 자신의 방에 가지고 돌아갈 때 다른 사람의 다리에 걸려 넘어졌고, 운 나쁘게 자신의 가슴에 칼이 박힌 것이다. 그가 부엌칼을 가지고 간 것은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인지 누군가를 죽이기 위해서인진 몰라도 어쨌든 사고사이다.
네 번재는 청산가리에 의해 중독사 한 여학생이지만 사실 패트병에 독을 넣은 것은 그녀 자신이었다. 기회를 봐서 다른 사람의 패트병과 교환할 생각이었던 것일진 몰라도 그녀 스스로 마셨다.
다섯 번째는 미친 남학생의 음독사이지만 이것은 틀림없이 자살이었다. 그의 싸움은 자기 자신에게 싹트고 있던 타인에게 향하는 살의와의 싸움이었다.
그리고 여섯 번째의 여학생 역시 비디오를 보면 자살했음을 알 수 있다. 너클을 낀 남학생에게 목이 졸려 괴로워하는 키미즈카의 시야에 죽어있는 그 여학생이 들어왔다. 키미즈카가 떨어뜨린 손전등의 빛이 그녀의 피투성이인 오른 손목과 왼손에 잡힌 커터칼을 비추고 있었다. 간단하게 죽으면 저 녀석들의 원한은 어떻게 하냐며, 최대한 괴로워하다 죽으라고 남학생은 있는 힘껏 속삭였다. 키미즈카는 그의 소망대로 눈을 뒤집어 뜨거나 당황하거나 하면서 괴로워한 끝에 절명했다. 만약 서로가 서로를 제대로 죽였더라면 제대로 최초의 인간 충독이 생겨났었을 것이기 때문에 키미즈카는 그 점에선 보답을 받은 것일지도 모른다. 문제는 목의 뼈가 부러져 꺾인 키미즈카가 분함때문에 진정한 의미로 죽지 못했던 것이다.
키미즈카가 분했던 것은, 살해당해서가 아니라 지하실에 가둔 인형들이 엉터리였던 탓으로, 충독이 분명하게 완성하지 않았던 것이다. 꽤 오래 기다렸는데 유감이라고 하며 히노는 이야기를 마친다.
사카가미는 히노가 유감이라고 하는 것에 무슨 뜻인지 의문을 가지지만, 그렇기 때문에 재실험을 한다고 하는 목소리를 들으며 어렴풋이 정신을 잃는다.
문득 정신을 차린 사카가미는 자신이 있는 곳이 평소의 방이 아닌 것을 깨달았다. 대단한 악취가 나서 창문을 열려던 사카가미는 창문이 없어서 문을 열려고 하는데 매우 무거운 철문은 녹슬고 굳게 닫혀있어 열쇠로 열기도 힘들어 보인다. 그리고 그런 사카가미는 왠지 오른손에 무엇인가를 잡고 있다. 그는 왠지 가는 못을 들고, 주저앉아서 자물쇠 따기를 시도한다. 그리고 사카가미는 격통을 느끼며 신체가 떨리는 것을 느낀다. 곧 사카가미는 계단을 미끄러져 떨어진다. 머리부터 떨어지고 있는 가운데 계단 아래에서 자신을 보고 있는 모두를 알 수 있었다.
사카가미는 자신의 목 뼈가 부러질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이후 그는 계속 아프다고 생각하고, 사방으로부터 자신을 둘러싼 사람들이 무엇인가 각자 외치고 있는 것을 알아챈다. 그 소리를 들으며 사카가미는 자신은 죽지 않기 때문에 괜찮다고 생각하지만 이제 그의 고막이 소리로써 인지하기 힘든 히노의 목소리가, 이번에야말로 서로 죽이라고 고하고 있었다.

2.2. 여학생


키미즈카도 왠지 모르게 여학생이 살아 남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냥 감으로 예상한 거였지만 이 예상은 맞았다.
계단을 내려오면, 너클을 낀 남학생은 마루에 피의 늪을 만든 채 죽어있었다. 키미즈카는 어두운 곳에서 조금 전부터 이상한 호흡소리가 들려오는 것을 알고 그 쪽으로 손전등을 향했다. 손전등의 빛에는 여학생의 실루엣이 떠올랐다. 여학생은 더러워진 교복을 입고 팔을 축 늘어뜨린 채 위태로운 발걸음으로 서 있었다. 흐트러진 머리카락의 사이부터, 크게 벌어져 짐승처럼 호흡하고 있는 그녀의 입가를 본 순간 키미즈카는 그 여학생이 충독이라고 확신했다.
키미즈카가 부르자 그녀의 전신이 떨리며 호흡음이 그쳤다. 그리고 키미즈카는 여학생에게 자신을 따라오라고 하고 계단을 향해 갔고, 그녀는 온순하게 키미즈카를 따라 왔다. 키미즈카는 그녀에게 준비해 놨던 코트를 입히고 상태가 안 좋은 친구를 간호하는 척 하면서 택시를 타고 집에 데려왔다. 방에 데리고 들어온 그는 좀 더 여학생을 자세히 볼 수 있었는데, 갇히기 전에는 긴 흑발의 아름답고 영리한 것 같은 소녀였다만 지금은 피나 오물, 스스로의 체액 투성이가 되어 썩는 냄새를 내고, 중심을 잡지도 못한 채 언제나 흔들흔들 거리고 있었다. 턱은 벌린 채로 군침을 흘리고, 눈은 백안이 되어 뒤집힌 채로 돌아오지 않는다. 인간에게 있어야 할 무엇인가를 잃은 끔찍한 모습이다. 충독의 주술의 탓인지 그녀의 정신이 미친 탓인지는 알 수 없지만 사실 키미즈카가 폭로한 지하실의 개개인이 저지른 「죄」중 그녀의 죄상은 애인을 죽음으로 몰고 간 것으로, 그 죄상이 가장 무거웠다.
또한 심장 발작으로 죽은 남학생의 주머니에 손을 넣고 약이 없다고 단언한 것은 그녀였지만, 그 약은 그녀 자신의 주머니에서 발견되었다. 약을 숨기면 어렵지 않게 한 사람을 죽일 수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녹화했던 비디오에도 남학생의 가슴을 찌르거나 여학생의 패트병에 독약을 넣거나 하는 등 타인의 독을 차례대로 흡수해 나가는 그녀의 모습이 기록되고 있었다. 살인이라기보단 단독 승리같은 풍경으로, 독의 덩어리 같은 그녀는 그러나 이제는 그런 섬세하고 치밀한 제 정신을 가지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키미즈카는 물론 그녀의 변모는 충독에 의한 것이라고 믿어 충독의 주술의 달성에 만족했다. 그리고 충독화한 그녀를 어떻게 사용할까하고 생각하기 시작했어. 충독은, 지금까지 이야기한 것 같은 누군가를 저주하는 일에도 쓰이지만, 사실 사람에게 이익을 가져오는 마귀이다. 기르고 있는 것만으로 부가 굴러 들어온다고 하는 좋은 면이 있다. 다만, 정기적으로 제물을 바치지 않을 경우 주인을 죽여 버린다. 그러니까 대체로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 쓰기보다는 그 습성을 이용해서 저주하고 싶은 상대에게 보내버릴려고 충독을 만드는 경우가 많다.
소량의 금품과 함께 상대에게 보내버리면 충독은 상대를 새로운 주인으로 생각하고 매달린다. 상대는 선물에 들러붙어 온 생물이 충독이라고 생각도 하지 못하기 때문에 간단히 충독의 혜택을 받아 최근 운이 좋다고 기뻐하게 된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곧 제물을 받지 못해 굶은 충독의 밥이 되고 만다. 취급을 잘못 하면 위험하고 귀찮은 생물이다. 히노는 사카가미에게 키미즈카가 그녀를 어떻게 사용했을거라 생각하냐고 묻는다.

2.2.1. 돈을 벌려고 했다(초승달)


키미즈카는 원래가 가학적인 호기심으로부터 충독을 만드는 과정 그 자체에 빠진 남자이니까, 주술에 대한 지식은 있어도 실제 충독을 사용해 누군가를 저주하는 것에는 그다지 흥미가 없었고 사용법에 대해서는 그다지 자세하게 알지 못했던 것이다. 키미즈카는 충독이 주인에게 혜택을 가져온다고 하는 것까지는 알고 있었지만, 반대로 말하면 그것 밖에 몰랐다.
방의 한 쪽 구석에서 충독인 그녀를 사육하는 키미즈카의 곁으로는 그 날부터 시작해 금전을 수반한 운이 밀어닥치게 되었다. 용돈을 많이 받거나 큰 돈을 줍거나 필요없는 것이 비싸게 팔리는 등 고교생이라고 하는 신분을 초과하지 않는 한에서 최대한의 혜택을 받았다.
하지만 키미즈카의 모르는 곳에서 경고는 이루어지고 있었다.
방의 구석에서 골판지에 들어가 시트를 씌인 채 언제나 무릎을 움켜 쥐고 있는 충독의 백탁한 안구가 천천히 회전하고 있는 것이었다. 백안이 아래로 천천히 돌면 위에서부터 천천히 까만 것이 보인다. 수정체나 홍채로 된 보통 눈동자가 아니라, 안구의 반이 전부 새까맣게 칠해져 있다. 마치 달과 같은데 마치 일면의 백안은 만월을 나타내어, 충독이 배가 부른 상태인 것을 나타내고 있다. 그리고 위쪽으로부터 검은 색이 점점 나오기 시작해서 위쪽이 흑, 아래쪽이 백 이라고 하는 상태가 반달이다. 이즈음 주의가 필요하다. 그리고 눈꺼풀의 내용 전체가 새까맣게 물들면 초생달인데 이렇게 되면 주인을 죽인다.
키미즈카는 원래 충독이 금전을 가져다 주는 대신 생지를 요구하는 것 정도는 당연히 담보가 없을 리가 없는 것으로 눈치챌 수 있었을 것이다. 키미즈카는 인간으로 만든 인간 충독에는 인간의 생지를 바쳐야 할 것일까 라고 생각한다. 충독과 함께 사는 길을 선택한 것이라면 부를 얻으면서도 피로 물든 인생을 걷게 되겠지만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충독을 버리려고 시도하면 된다. 하지만 충독을 버리려면 조건이 있다. 충독에 의해 얻은 모든 부를 충독을 버릴 때 함께 버리지 않으면 안 된다. 즉 초기화이다. 한 번 부를 느낀 사람에게 있어서의 초기화는 보통 생활보다 궁핍하게 느껴질 것이다.
사실 살인자도 가난한 사람도 안 될 수 있는 선택사항이 있다. 부를 버릴 필요도 없고, 충독과 인연을 자르는 유일한 방법이다. 그것은 충독을 죽이면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충독은 불이나 칼에 의해선 죽지 않는다. 충독을 죽이는 방법은 먹는 것밖에 없다. 비록 상대가 원래는 인간이라고 해도, 먹으면 그 죽일 수 있는 인연이 끊어진다. 무섭다고 생각하는 것에 앞서 제일 손실이 적은 이 해결법으로 처리하는 자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히노는 키미즈카가 그 후 어떤 것을 선택했는지 모른다고 한다. 일반인에게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부를 버리거나 인육을 먹거나 했을 것이라며 히노는 이야기를 마친다. 히노는 모두들 수고했다며 키미즈카가 제물을 찾아 헤매고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에 조심해서 가라고 웃는다.
사카가미는 모두를 떠나보내고 문단속을 하면서, 오늘의 집회를 머릿속에서 회상하고 있었다. 그 중에서 사카가미에게 가장 큰 인상을 남긴 것은 히노의 이야기로, 이따금 냉소적인 말투가 이야기를 더 리얼하게 느껴지도록 만들었다.
사실 히노는 키미즈카라고 하는 사람과 겹치는 곳이 있었다. 사람과 사람을, 투구풍뎅이처럼 서로 싸우게 하며 기뻐하고 있을 것 같은 순진하고 잔혹한 인상이 있었다. 사카가미는 실은 키미즈카는 히노 자신이고, 지하실을 무대로 한 충독은 실제로 행해졌으며 인간 충독이 생겨났고, 지금도 아직 제물을 찾고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다. 하지만 곧 사카가미는 선배에 대해 이상하게 생각한다며, 히노의 화술이 너무 좋았기 때문에 자신이 말려들게 생각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긍정적으로 생각하면서도 그는 불안함에 빨리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한다.
복도를 지나는 사카가미는 자신의 발소리가 발 밑에서 나는 것인데도 왠지 메아리가 생겨서 등 뒤에서 나는 것 같다고 느낀다. 사카가미는 이 복도는 많이 봐서 익숙할텐데 마치 처음 통과하는 것 같고 오히려 결코 와선 안 되는 장소에 발을 디디고 있는 것 같은 생각마저 들지만 무서운 이야기를 들은 직후라고 생각하며 내일 일을 생각하려고 필사적으로 생각을 돌린다.
그런데 그 때 무슨 소리가 들려, 사카가미는 공포에 휩싸인다. 방금 나온 신문부실을 돌아봤지만 방은 나온 직후 그대로이다. 문득 창문에 누군가 비친 것 같다고 생각하면 그것은 히노로 보였지만, 다시 보면 아무 것도 없었다. 뒤돌았던 고개를 다시 앞으로 향하자, 엎드리면 코 닿을 데에 무엇인가가 가로막고 서고 있어서 사카가미는 깜짝 놀란다. 왜냐하면 그 복도에는 지금까지 아무것도 없었고, 사카가미가 등 뒤를 돌아보고 시선을 앞으로 되돌릴 때까지의 몇 초의 사이에 무엇인가가 나타난다는 것은 있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냉기와 귀울림 등이 사카가미의 몸은 현실을 받아들이고 있음에도 의식만큼은 눈 앞의 것을 부정하려고 하고 있다.
초점이 없는 가까운 거리에는 검은 동그라미가 있었다. 그것이 희미해진 채로 눈을 깜박이자 그제서야 사카가미는 눈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시야에 가득 퍼지는 이 창백한 것은 피부이며, 늘어지고 떨어지고 있는 길고 검은 다발은 머리카락일 것이다. 숨을 들이마시면 썩은 냄새가 했다. 사카가미는 새까만 눈알과, 눈꺼풀 근처에 한 줄기의 흰 선이 있는 것을 보아 히노가 말한 충독의 눈동자라는 것을 깨닫는다. 소녀의 안구가 눈동자 안에서 회전해, 바닥에 남아 있던 한 줄기의 흰 선이 사라지려 하고 있다. 그것은 0분의 1초같은 느낌으로 한 칸만 더 진행되면 끝나는, 죽음을 선고하는 초침과 같이 보였다. 그 초승달을 보며 빨리 도망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카가미는 순간 초침의 소리를 듣는다.

2.2.2. 다른 사람을 저주하는데 쓴다(충독의 저주)


벌레매니아에 주술페티시즘의 키미즈카는 당연히 충독의 올바른 사용법도 알고 있었다. 그러나 키미즈카에게는 저주하고 싶은 인간같은 건 없었다. 그러나 그가 누구도 증오하지 않는 평화로운 인격이란 것은 아니다. 원래 키미즈카는 타인을 공기처럼 생각하는 인간이어서, 아무도 미워하지 않고 아무도 사랑하지 않기 때문에 누군가에 의해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마음을 움직이는 일이 없었다. 그런 인간이니까 사람들을 지하실에 가두어놓고 벌이는 동족상잔을 태연하게 바라보기도 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키미즈카는 '모처럼 고생해서 만들어 낸 충독이니까 누군가 저주해 볼까.'라고 가벼운 기분으로 실행으로 옮기기로 했다. 결국 그에게 있어서는 단순한 실험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지금의 주인이 키미즈카인 이상, 너무 오랫동안 본인이 가지고 있으면 배가 고픈 충독에게 먹혀 버릴지도 모른다. 키미즈카는 서서히 충독을 버리려고 생각하고 아무에게든 넘겨 버릴려고 대상을 찾기 시작했다. 갑자기 금품을 줘도 부자연스럽지 않을 상대여야 하고, 짐 치고는 너무 크고 무거운 충독까지도 자연스럽게 전달해야 했다.
전자는 둘째쳐도 충독을 보내는 방법이 제일 문제였다. 제 정신을 잃고 눈이 뒤집힌 채 더러워진 소녀를 자연스럽게 상대에게 양도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키미즈카가 생각해 낸 방법은 하나밖에 없었다. 키미즈카는 10일 정도 모친의 친가에 혼자 여행을 하기로 했다. 당일 아침, 키미즈카는 모친에게 고가의 생일 선물을 건네주었다. 모친은 매우 기뻐하고 여느 때처럼 맛있는 아침밥을 차려주고 이후 맛있는 도시락을 싸서 현관 앞까지 마중을 나왔다. 키미즈카는 모친에게 방은 돌아와서 청소할테니 안에 들어가지 말라고 하고, 부드러운 회화를 마친 뒤 여행을 떠난다. 키미즈카의 방에는 인간 충독이 잠복하고 있고 그가 여행을 떠난 집에는 인간 충독과 모친만이 남겨졌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인간 충독에게 눌리게 된 그 모친이 어떻게 되었는지 히노도 그 뒤는 모른다며 이야기를 마친다. 그러면서 히노는 방 안에 있는 냉장고에서 캔쥬스를 책상 위에 늘어놓았다. 사카가미는 자신이 진행 역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을 고를 때까지 기다리고 마지막에 남은 것을 들었다. 마지막에 남은 것은 팥죽 드링크였는데, 사카가미는 그다지 마실 생각이 들지 않았기 때문에 그것을 그냥 가방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히노는 일곱가지 불가사의 집회가 여기서 끝났다고 말하고, 그것을 시작으로 모두 집에 돌아간다.
모임의 뒷정리를 하고 있는 사카가미에게 히노는 오늘 어땠냐고 물어오고, 사카가미는 모두 굉장했지만 히노의 이야기가 대단했다고 하며 키미즈카가 최악이라고 말한다. 최저냐고 묻는 히노에게 최저보단 최악이라고 하는 사카가미는 매일 아들을 위해 맛있는 밥을 만든 모친이 그 아들의 손으로 살해당한다고 하는 것은, 픽션이어도 기분이 나쁘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어째서 모친으로 선택한거냐고 묻자, 히노는 그 방법 밖에 생각이 안 난데다가 부친은 출장 중이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사카가미는 역시 최악이라고 말하고 히노는 최저인가 하고 웃으면서 역시 말대답할 수 없겠다고 말한다. 순간 사카가미는 무엇에 대해 말대답을 한다는 것인지 의문이 생기지만, 히노는 문단속을 자신이 하기 때문에 사카가미에게 돌아가라고 말한다.
방을 나선 사카가미가 실내화 상자에서 신발을 꺼내 바꿔 신고 있는데 누군가가 말을 건다. 고개를 들면 아라이가 서 있었다. 아라이는 사카가미에게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에 같이 돌아가자고 말하고, 두 사람은 같이 어두워진 길을 걷는다. 사카가미는 용무가 뭐냐고 묻고, 아라이는 갑자기 조금 전의 캔쥬스를 마시지 않았냐고 묻는다. 사카가미가 마시지 않았다고 말하자 아라이는 잘 됐다고 하며, 사실 자신은 히노의 뒷 이야기를 알고 있다고 말한다.
그 뒷이야기란, 그 모친을 충독에게 내어줬음에도 불구하고 충독은 그에게 계속 매달리고 있으며 지금도 제물을 요구하고 있다고 한다. 사카가미는 아라이가 왜 그런 이야기를 알고 있는 것인지 궁금해하자 아라이는 히노의 어머니가 어떻게 죽었는지 모르냐고 반문한다. 그러면서 아라이는 히노의 어머니가 전신을 짐승에게 뜯어 먹힌 것 같은 끔찍한 모습으로 죽었다고 한다는 것을 알려준다.
아라이는 키미즈카는 가명이라고 말하면서 그 캔쥬스를 빨리 버리는게 좋다고 충고한다. 후쿠자와가 아까 그것을 마시고 있는 것을 보긴 했지만 지금은 어떻게 됐을지 모르겠다고 하는 아라이를 보며 사카가미는 그게 무슨 의미냐고 묻고 싶지만 차마 입을 떼지 못하고, 아라이는 역에 다 왔다며 역의 쓰레기통에 히노에게 받은 캔쥬스를 버리고 개찰구로 사라졌다. 사카가미는 인파 속에 멍하니 서서 위화감을 느낀다.

2.3. 모르겠다(선배의 정체)


제 3의 가능성이라고 생각하는지, 혹은 무승부가 되었거나 혹은 둘 다 죽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감이 좋다고 히노는 말한다.
키미즈카가 지하실에 들어가 보면 거기에는 너클을 낀 남학생과 여학생의 끔찍한 시체가 있었다. 어떻게 된 건진 모르겠지만 두 사람 모두 전신이 피투성이여서 어디에 상처를 입고 죽었는지 알 수 없을 정도였다. 키미즈카도 악취가 가득한 이런 방에서 굳이 조사를 하며 시간을 끌고싶지 않았기 때문에, 충독이 완성되지 않은 것에 실망하면서 재빨리 지하실을 나왔다. 키미즈카는 며칠에 걸쳐서 기재를 철수시키고 시체들은 지하실에 가둔 채 일상으로 돌아왔다. 수 년에 걸쳐 준비한 충독이 실패로 끝나서 그는 가벼운 허탈 상태에 빠져 있었다. 그러나 충독을 만드는 과정에서 사람의 죽음은 관찰할 수 있었으니까 어느 정도는 달성한 것이라고 만족하기로 한데다가, 어쨌든 방식은 알았기 때문에 언젠가 기회를 보고 다시 시도하면 된다고 자신을 납득시킨다.
그 일이 끝나고 나서 키미즈카는 평범한 여름 방학를 보내고 있었지만 왠지 운이 좋게 되었다. 친가의 할아버지를 방문하고 나면 용돈을 많이 받을 수 있었고, 그 용돈으로 응모한 이벤트가 죄다 맞는가 하면, 콩쿠르에서 상을 타기도 하고 결국에는 좋아하던 여자 아이와 애인이 되었다. 이 모든 것이 그 실험이 있은 뒤 1개월도 지나지 않아 한꺼번에 벌어진 일이었다. 키미즈카는 행복의 절정에 서 있었기 때문에, 충독의 실험이 실패한 것에 대해서는 까맣게 잊어버릴 수 있었다.
그런 어느 날, 자고 있던 키미즈카는 이상한 답답함을 느껴 눈을 떴다. 가슴이나 배나 손발에 거대한 누군가가 타고 있듯이 조금도 움직일 수가 없다. 키미즈카는 누군가에게 눌린 것이라고 생각하고 공포와 신기함이 섞인 마음으로 목을 조금 구부려 가슴팍을 보았다. 그리고 키미즈카는 무수한 붉은 광점들을 보고 반사적으로 비명을 지른다. 그 점들은 일제히 악의를 끓어올린 채 어두운 곳에서 빛나고 있었다. 자세히 보면 그것들은 충혈된 짐승의 안구였다. 키미즈카는 자신이 이 짐승들에 의해 납치된 현실을 인정하는 수밖에 없었다. 어둠 속에서 빛나는 무수한 붉은 광점들을 보아 그 수가 얼마나 많은지 짐작할 수 있었고 그것들은 하나하나가 살의와 식욕을 띈 눈동자로 키미즈카를 보고 있었다.
소리를 질러 도움을 청하려는 키미즈카의 입에, 갑자기 쥐 한 마리가 뛰어들었다. 키미즈카는 불쾌함에 쥐를 떼어내려고 하지만 쥐는 혀를 밟고 입 안에 들어선다. 1개월간의 행복으로 마음이 약해진 키미즈카의 사고는 이것이 꿈이라고 도피하고 싶어했지만, 곧 혀를 물어 뜯어버린 쥐에 의해 고통의 현실로 돌아왔다. 키미즈카는 완전히 패닉에 빠져 손발을 휘둘렀다. 왠지 아까처럼 꽉 눌린 것 같이 움직일 수 없던 것은 없어졌지만 그렇다고 그 상황이 호전된 것은 아니었다. 손가락 끝, 팔, 어깨, 가슴, 배, 허벅지, 목, 뺨 등의 피부에 튀는 듯한 통증을 느끼기 시작했다. 짐승 특유의 탐욕으로 그들은 눈 앞에 있는 고기를 씹어먹기 시작했다.
격렬한 통증과 출혈에 의한 한기와 공포, 불안함과 절망감 등 여러가지 감각에 휩싸인 키미즈카는 이제 어쩌다 본인이 이렇게 된 것인지에 대한 의문을 갖는 사고조차 할 수 없었다. 그렇게 키미즈카의 육체는 1시간도 되지 않아 완벽한 백골이 되었다. 뼈의 여기저기도 갉아 먹혔고, 피가 스며든 시트를 보면 단말마의 괴로움을 알 수 있었다.
다음 날 아침 그 백골을 발견한 모친의 심정은 굉장했을 것이다. 아들의 자업자득이지만 모친에게는 죄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키미즈카가 끔찍한 죽음은 맞은 것의 원인은 본인에게 있다. 충독은 사실 사람에게 이익을 가져오는데, 기르고 있는 것만으로 행운이 엄청나게 굴러 들어온다. 특히 금전에 관해서는 다 사용할 수 없을 만큼의 부가 끝도 없이 흘러들어온다. 그대신 정기적으로 제물을 주지 않으면 주인을 죽여버린다. 그렇기 때문에 결국은 그 습성을 이용해 상대에게 보내버림으로써 저주하기 위해 만들어지는 마귀인 것이다. 키미즈카에게 온 1개월간의 행복은 실은 충독의 혜택에 의한 것이었다. 그리고 키미즈카가 알아채지 못하게 만들어진 그 충독 역시 그 지하실에서 만들어진 것이었다. 지하실에서 있었던 실험에서 7명의 학생이 전원 죽어버렸기 때문에 키미즈카는 충독이 탄생하지 않았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계속 참가해 왔던 하나가 살아남아서 충독이 되었던 것이다.
살아남은 인간의 허를 찌른 것은 다름 아닌 쥐였다. 마지막 한 사람이 남자였는지 여자였는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남은 한 사람은 극도로 쇠약해진 상태였을 것이기 때문에 도저히 피할 방법이 없었을 것이다. 그렇게 해서, 7명 분의 독을 빨아들인 쥐는 훌륭한 충독이 되었다. 그리고 주인인 키미즈카에게 제대로 혜택을 가져다 주었지만 키미즈카는 그런 것을 눈치채지 못하고 제물을 바치려 하지 않았다. 그래서 키미즈카는 굶은 충독의 쥐들에게 먹혀버리게 된 것이다.
주인을 잃은 충독이 그 후 어떻게 되었는지는 히노도 모른다고 한다. 저주가 풀려서 단순한 동물이 되었는지 아니면 아직도 다른 사람을 먹으며 독을 지닌 채 살아가는지는 모르지만, 말려 들어가고 싶지 않은 존재라고 말하며 히노는 이야기를 끝낸다.
히노는 이야기가 끝났기 때문에 다들 무사히 돌아가라고 말한다. 후쿠자와가 무서워하자 카자마는 자신이 같이 돌아가줄테니까 안심하라고 하고, 호소다가 자신도 같이 가고싶다고 하자 냉정하게 거절한다.
사카가미는 그들을 보다가 다른 사람을 보는데, 다들 지루한 것 같은 표정으로 앉아있었다. 일곱 가지의 이야기도 전부 모였고 시간도 너무 늦었기 때문에 사카가미는 집회를 마무리한다. 신도는 신문이 나오면 알려주라고 하며 자리를 뜨고, 그것을 계기로 이야기꾼들은 제각기 인사를 하며 방에서 나갔다. 그러고 나자 방 안에는 사카가미와 히노가 남았다. 히노는 사카가미에게 수고했다고 하고, 자신이 문단속을 하기 때문에 먼저 돌아가라고 말한다. 기억은 시간이 지날수록 흐릿해지기 때문에 빨리 집에 돌아가서 오늘의 이야기를 잊지 말고 제대로 모아두라고 히노는 말하고 사카가미는 히노의 배려에 고마워한다.
그런데 집 앞까지 도달한 사카가미는 오늘 집회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기록한 노트를 방에 놓고 온 것을 기억해낸다. 히노가 이야기를 잊어버리지 않은 동안에 빨리 기사거리를 모아두라고 말한 직후에 그런 중대한 것을 놓고 온 것을 후회하며 사카가미는 다시 학교로 돌아간다. 그런데 밤의 학교에 신문부실로 보이는 위치에만 불빛이 켜져 있었다. 직원실에 가서 사정을 이야기하고 열쇠를 받을 수도 있었지만 일부러 우회를 하는 것이 귀찮았기 때문에 사카가미는 닫힌 문을 넘어서 직접 신문부실을 향해 운동장을 달렸다.
신문부실 앞에 도달해서 문에 손을 대려고 할 때, 사카가미는 문이 조금 열려 있는 것에 깨달았다. 조금 열린 문에서는 복도를 비추고 있는 약간의 빛과 함께 이상한 소리가 나고 있어 사카가미는 문을 열기 전에 몰래 안을 보기로 했다.
안에 서 있는 인물은 등을 돌리고 서 있었다. 몸집은 히노를 닮아 있었지만 목 위는 명확하게 다르다. 처음에 사카가미는 이상한 모자라고 생각하지만 곧 그것이 모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챈다. 그 자의 목덜미로부터 머리는 세세한 회색의 털로 빽빽이 덮여 있었다. 단순히 모피를 감싸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증거로 호흡에 맞춰 그것이 천천히 수축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머리의 옆에 나 있는 얇고 큰 귀까지 보면 마치 사람의 몸에 쥐의 머리를 얹어놓은 것과 같았다. 쥐 같은 모습은 머리 뿐만이 아니고 자세히 보면 셔츠 밖으로 보이는 팔도 짐승의 털로 덮여 있다. 그리고 무언가를 계속 갈고있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쥐 남자의 팔을 아래까지 보던 사카가미는 쥐 남자의 팔꿈치에서 손목이 무언가로 젖어서 거무칙칙한 것을 발견했는데, 그것의 정체가 무엇인지는 그가 들고 있는 것을 보아 알 수 있었다. 쥐 남자가 들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인간의 다리다. 단면은 억지로 당겨 뜯었는지 살점이 매달려 있다. 사카가미가 온 것은 아마 인체에서 다리를 떼낸 뒤, 그것을 갉아 먹고 있던 직후의 광경이었던 것 같다.
쥐 남자는 전리품을 기쁜 듯이 눈 앞에 들고 있었고 다시 그 갉아먹는 듯한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처음은 너무나 비현실적인 광경에 마치 꿈을 꾸는 것처럼 멍하니 눈 앞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지만 사카가미는 곧 현실을 인식함과 동시에 느긋하게 볼 때가 아니며 도망쳐야 한다는 위기감을 느낀다. 비릿한 냄새 때문에 구토감을 느꼈지만 사카가미는 그것을 참고 냉정해지려고 노력하면서 떨리는 다리에 힘을 주고 한 걸음씩 천천히 신문부실에서 멀어져 갔다.
교문이 보이는 장소까지 오자 사카가미는 간신히 자신이 안전한 장소까지 도망쳤다고 확신했다. 전신은 땀으로 흠뻑 젖어있었고 심장박동은 최고조로 뛰고 있었으며 목은 산소를 요구하듯이 허덕이고 있었다. 아주 조용히 빠져나올 때는 무서워서 할 수 없었지만 이 쯤까지 나오자 사카가미는 간신히 뒤돌아 볼 여유가 생겼다. 사카가미는 문기둥에 숨으면서 학교 쪽을 살그머니 살펴 보았다. 거기에는 아직도 불빛이 붙어 있었다. 아직도 그 처참한 만찬을 하고 있는 듯 했다. 누군가가 뒤쫓아 오는 기색은 없었기 때문에 사카가미는 비틀거리며 집으로 향했다. 집까지 오는 길이 이렇게 멀다고 느낀 적은 없었다. 침대에 무거운 몸을 뉘인 채 천정을 응시하면서 사카가미는 그 쥐 남자의 정체나, 쥐 남자와 충독의 이야기와의 인과관계 같은 것을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일보다 사카가미는 어떻게 하면 조용하고 마찰없이 신문부를 그만둘까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어떻게 하면 쥐 남자의 모습을 목격해 버린 것을 능숙하게 숨기고 미심쩍지 않게 자연스럽게 히노와의 거리를 두면서 평온한 일상을 되찾을까 하고 사카가미는 고민하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