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혼
1. 개요
남미, 특히 페루 지역에서 유래된 리듬악기. Cajon이라는 이름은 말그대로 상자를 의미한다. 카혼, 까혼, 까존 등의 이름으로 불리운다.
나무로 된 상자 내부에 스내피의 역할을 하는 금속이나 나일론 줄을 달아두고 소리가 빠져나올 수 있도록 뒷면 또는 측면에 홀이 존재한다.
2. 역사
18세기 무렵 남미에 스페인군대가 들어오면서 남미 지역은 식민지가 되는데, 아프리카의 흑인 노예들도 남미로 많이 유입되었다. 이때 유럽의 가톨릭 교회들은 남미에서 원주민들의 음악과 춤을 금지한다. 악기들을 빼앗긴 인디오와 흑인노예들은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씹는다고, 굴러다니는 나무 상자를 이용해 북처럼 활용하기 시작했다. 이때의 카혼은 가장 원초적인 모양을 하고 있었으며 상자에 홀만 뚫려 있었다. 상자 내부의 스내피는 존재하지 않았다.
이 악기는 페루에서 시작하여 남미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전통악기 치고는 역사가 300여년으로 짧은 편이지만 페루와 남미지역의 가슴아프고 비극적인 역사가 낳은 악기인 것이다. 그런 비극을 담고 있음에도 빠르고 경쾌한 리듬을 만들어내는데 적절한 악기라는 것은 하나의 아이러니가 되었다.
3. 사용법
카혼을 바닥에 세우고 그 위에 앉는다. 다리를 적당히 벌리고, 몸을 기울여 앞판을 양손으로 스냅을 이용해 치면 된다. 내부에 설치된 와이어 스내피 덕분에 찰랑찰랑한 특유의 소리가 나는데 마이킹할때 EQ 만 조금 만져줘도 스네어드럼과 비슷한 소리를 낼 수 있다. 꼭 이렇게 쳐야 한다 라고 정해진 주법은 없다. 어떻게 쳐도 소리는 난다.
앞판 중앙 쪽을 치면 베이스 음이 나고 가장자리 쪽을 때리면 스네어 음이 난다. 다양한 소리를 낼 수 있지만 크게는 이 두가지 소리를 조합하여 리듬을 만들어내며 현대 대중음악의 드럼이 하는 역할을 미니멀하게 편곡한다면 카혼으로도 흉내를 낼 수 있다.
물론 모든 타악기가 그렇듯이 카혼 고수가 되려면 미친듯한 연습이 필요하다.
4. 종류
- 아프로 페루아노 카혼 (Afro - Peruano cajon)
가장 전통적인 방식의 카혼으로 내부에 와이어 장치가 없이 그냥 상자에 홀만 뚫린 방식의 카혼.
- 플라멩코 카혼 (Flamenco cajon)
플라멩코 음악에 주로 쓰이는 카혼.
- 모던 카혼 (Modern cajon)
현재 보급되고 있는 대부분의 카혼은 모던 카혼에 해당한다. 스내피 개수도 마음대로 늘리고 줄이는 형태로 개조를 하며 튜닝도 편리하다. 내부에 픽업을 부착하기도 한다.
5. 특징
리듬악기 치고는 유난히 정형화되지 않은 악기라고 볼 수 있겠다. 엄청나게 다양한 방법으로 개조가 이루어지며 타이쿤 같은 브랜드에서는 아크릴 재질의 카혼을 내놓았다. 그런데 이 아크릴 카혼은 카혼 치고는 상당한 고가에 팔리고 있다.
내부의 장치가 와이어방식이냐 스내피방식이냐에 따라 소리의 성격이 달라진다. 몸체를 구성하는 나무도 나왕나무, 자작나무, 합판 등 다양한 소재를 쓴다. 원형으로 깎아낼 필요가 없이 육면체의 상자형태가 기본형이기 때문에 국내외를 막론하고 수제 카혼을 만들어내는 사람들도 존재한다.
다만 악기 특성상 성량이 딸리는 면이 있다. 가죽이 아닌 나무를 때리는 방식이다 보니 울림이 비교적 빨리 사그라들어 소리가 멀리까지 퍼지지 않는다. 따라서 최근에는 마이킹을 하는것이 대세인데 이 마이킹도 꽤 까다롭다. 일반적으로 홀에 마이크를 갖다대는데 마이크를 깊이 넣으면 소리가 너무 울리고, 마이크를 떼어놓으면 제대로 수음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카혼 연주자들이 고안해낸 방법은 더블 마이킹이다. 뒷면의 홀에 갖다댄 마이크로는 베이스를 잡아내고 앞의 타격면에 마이크를 갖다대어 스네어 음을 잡아낸다. 마이크 하나로만 하게 될 시에는 EQ 의 적절한 조정이 필요하다. 이러한 번거로움을 해결하기 위해 픽업장치를 카혼에 부착하기도 한다.
카혼 하나로 소규모 공연시의 리듬을 책임질 수 있기 때문에 국내에서도 일부 어쿠스틱밴드들이 카혼을 사용한다. 젬베와 더불어 최근 어쿠스틱 밴드의 리듬 악기 투톱이라고 할 수 있겠다. 드럼셋을 통째로 들고다니는 것 보다 카혼 하나만 들고다니는 것이 버스킹에 효율적인 것은 당연하다고 볼 수 있겠다. 통짜 나무 악기라서 상당히 무거움에도 불구하고 꽤 선호되는 악기이다. 찰랑찰랑거리면서도 착착 달라붙는 매력적인 타격음도 그 이유 중 하나이다.
앉아서 다리를 벌리고 그 사이로 손을 내려서 판을 때리는 형태라 간지가 안난다고 싫어하는 사람들도 꽤 있다. 연주자를 죽이는 악기 라는 별명도 있다. 그러나 카혼으로 폭풍 간지를 뿜어내는 연주자들은 그 이상으로 많다.
예를 들자면 Fernando's kitchen 이나 →Pia-no-jaC←같은 팀들이 있다.
독일의 슐락베르그라는 브랜드에서는 카호니토 (mini cajon의 의미) 라는 악기를 내놓았다. 아주 작은 카혼으로 봉고처럼 의자에 앉아 다리사이에 끼고 연주하며 베이스와 스네어가 분리되어있는 것이 특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