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렴

 

1. 개요
2. 설명
3. 방법
4. 장점과 단점
4.1. 단점의 개선
5. 현재
6. 관련 문서


1. 개요



밥이나 국수에 뜨거운 국물을 부었다 따랐다 하여 데우고 불리는 과정으로, 보온장치가 없던 과거에 밥을 따뜻하게 먹기 위해 고안된 방법이다.

2. 설명


쌀밥은 실온에서 보관할 경우 딱딱하게 굳은 찬밥이 되어 제대로 먹기 힘들어진다. 그리고 기온과 습도가 높은 여름에는 금방 쉬거나 상하므로 장기간 보관할 수도 없었다. 하지만 농경사회였던 과거엔 대부분의 식사를 집에서 해결하거나 새참을 먹는 게 거의 전부였으므로 밥을 오랫동안 보관하는 데 대한 고민이 없었다.
그렇지만, 조선 후기에 상업이 점점 발달하면서 상인들을 중심으로 외식에 대한 수요가 점점 증가하기 시작했다. 따뜻한 밥에 대한 수요는 많아졌지만 아궁이와 가마솥을 사용하는 조선 요리 문화 특성상 밥을 짓는 시간이 오래 걸려 언제 올지 모르는 손님에게 따뜻한 밥을 바로 내어 주는 건 매우 힘든 일이었다. 냄비의 어원에서 알 수 있듯[1] 애초에 개인에게만 따로 밥을 지어주는 문화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고, 한두 사람 먹을 만큼 적은 양으로 밥을 짓는 것은 큰 가마솥을 쓰는 한국의 전통적인 주방 여건 상 비효율적인 일이었기에 손님을 받기 전에 밥을 먼저 지어 둘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밥은 미리 지어두면 찬밥이 되기 마련이고, 이를 따뜻하게 만들어 먹기 위하여 찬 밥에 뜨거운 국물을 부어[2] 밥을 따뜻하게 만들어 손님에게 내는 방법이 바로 토렴이다.
또한 이 토렴의 등장으로 인해 조선시대 외식 업종의 대부분을 국밥류가 차지하게 된다.

3. 방법


  1. 밥그릇[3]에 찬 밥을 담는다.
  2. 가마솥에 끓고 있던 뜨거운 국물을 밥그릇에 부은 다음 가마솥에 따라내고 다시 뜨거운 국물을 붓는다.[4]
  3. 밥의 온도가 먹기 좋아질 때까지 2의 과정을 반복한다.
  4. 고명이 있으면 3 중간에 고명을 넣고 고명과 밥의 온도가 올라갈 때까지 2를 반복한다.
  5. 먹기 좋은 온도가 되면 손님에게 대접한다.
처음의 동영상을 보면 이해가 쉽다.

4. 장점과 단점


장점은 국물로 여러 차례 밥을 덥히므로 밥을 넣고 끓인 것에 근접하게[5] 따뜻한 국밥을 먹을 수 있다는 것. 또한 쌀밥 낱알마다 국물이 배어들게 되므로 밥 자체가 맛있어지게 된다.
단점으로는 위생이 문제된다. 뜨거운 국물을 붓는 거라지만 실온에 있던 찬 밥과 고명의 위생상태를 보장할 수 없다. 그리고 국물을 따라내는 과정에서 밥알과 고명이 국물에 섞여들어가게 되므로 국물이 오염될 가능성이 있다. 또한 뜨거운 국물로부터 화상을 방지하기 위해 천으로 그릇을 잡거나 장갑을 끼고 잡지만, 그 천과 장갑의 위생상태 또한 기대하기 어렵다.

4.1. 단점의 개선


조리법에서의 위생 문제는 요식업에서 중요하게 다뤄지므로, 문제가 생길 경우 해당 조리법을 쓸 수 없게 된다. 그러나 이 또한 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방법이 있는데, 첫 번째로 밥은 그저 차게 식도록 놔두지 말고 밥솥을 이용하면 된다. 가장 적합한 것은 가정용 밥솥을 두세 개 쓰는 것이지만 밥을 수 차례 해야 하기 때문에 찬밥으로 해결하려 했던 근본적인 단점이 남게 되므로 업소용 밥솥이 절충안이 될 수 있다. 토렴 방식 자체의 위생은 토렴용 국물을 따로 나눠 두는 것으로 개선할 수 있다. 천과 장갑도 수시로 교체/세척해주면 위생수준을 상승시킬 수 있고, 국물이 뚝배기 하단을 훑고 지나가는 것은 바닥까지 제대로 설거지를 해 주면 된다. 혹은 토렴 과정에서 뚝배기 대신 컵 형으로 되어있는 업소용 대형 국자로 해결하는 방법도 있으니 참고.

5. 현재


위의 개선 방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국밥집이 개선 의지를 제대로 보이지 않아, 사람들은 점차 토렴식 국밥을 멀리하게 되었다. 또한 기술의 발달로 인해 맛의 측면에서도 토렴의 장점이 희미해지고 있다. 따뜻하게 보관되어 따로 나온 밥이라면 바로 국물에 말아도 국물의 온도가 크게 내려가지 않아 충분히 맛있는 국밥을 먹을 수 있고, 아예 국물에 밥을 말고 가스버너로 끓여 뜨겁게 먹을 수도 있다.[6] 결국 토렴을 하는 국밥집은 점점 줄어드는 형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방에서는(특히 시장골목) 여전히 토렴을 해 국밥을 내놓는다. 보온밥솥과 달리 국밥집의 업소용 밥솥은 50인분 정도의 밥을 12시간 이상 보관할 것이 요구된다. 요즘 밥솥이야 12시간이면 밥맛이 변하지 않지만, 업소용 밥솥은 용량에 치중하므로 보온성능에 크게 기대할 수는 없다. 보통 밥을 많이하는 중규모 이상 식당이나 급식소는 밥 하는 전기밥솥 따로 있고, 해놓은 밥 식지않게 공기째로 담아 저장해놓는 공깃밥 전용 온장고를 두기도 한다. 문제는 이게 다 돈이고 많은 전기료와 공간이 필요한 것. 그래서 영세한 국밥집은 이런 온장고를 두기 어려워 밥솥만으로 밥을 해 떠 담는데 당연히 이런 밥솥은 가정용 밥솥에 비해 보온 성능이 떨어지고 밥맛도 시간이 지날 수록 떨어지니 그를 보완하기 위해 토렴은 맛을 위한 하나의 선택지가 될 수 있다.
현대에서는 밥 요리 대신 '''국물 면 요리'''에서 토렴을 하는 사례가 생겼다. 국물 면 요리의 조리 특성상 불지 않게 하기 위해 익히는 시간을 단축하고[7] 국물과는 별도의 물에서 끓이기 때문에 면을 끓이는데 육수를 쓰지 않는 이상 면에 국물이 배기 힘든데, 토렴을 하면 면의 탱탱함을 살리면서도 국물의 맛을 충분히 면에 배게 할 수 있기 때문에 요리 비법으로 사용되고 있다. 밥 토렴에 비해 밥알이나 고명이 따로 흘러들어갈 걱정이 없다는 장점이 있다.

6. 관련 문서



[1] 냄비란 단어 자체가 조선 말 개항기에 일본의 ‘나베’가 한국에 들어오면서 변형된 외래어이다. 쉽게 말하자면, 소량의 음식을 필요할 때마다 조리한다는 개념 자체가 조선의 일반적인 계층에겐 존재하지 않았다. 물론 왕실과 양반들은 달랐지만.[2] 국은 차가워지면 쉽게 상하고 맛도 없어지기에 아궁이에 걸어 둔 가마솥에 보관했다.[3] 따뜻한 온도를 계속 유지하기 위하여 뚝배기가 선호되었다.[4] 한 번만 부어서 내놓으면 찬 밥의 온도 때문에 국물이 식어 맛이 없다.[5] 밥을 넣고 끓일 경우 걸쭉해져서 식감이 나빠진다.[6] 이 경우 식감이 좋지 않아 거품을 좀더 걷어내야 하고, 잡내를 막기 위해 조미료를 더 넣어야 한다. 향신료를 넣으면 해결되겠지만... [7] 쫄깃함을 위해 찬물에서 식히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