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I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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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냉전으로 접어들자, 그린랜드, 아이슬랜드, 그리고 영국을 잇는 해상 "목 진지"의 중요성이 부각되기 시작했다. 미국과 영국은 이 나라들을 잇는 북대서양의 가장 좁은 지점을 "GIUK 갭"이라 불렀다.
GIUK 갭은 소련 해군 입장에서는 미 본토에서 유럽으로 출발하는 증원병력과 물자 수송선단을 절단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극복해야 하는 장애물이었고, NATO 입장에서는 유럽 대륙으로의 원활한 증원을 위해 반드시 사수해야 하는 방어선이었다. 또한 이곳은 미사일 사거리가 짧던 초기의 소련 해군 전략핵잠수함들이 미 본토의 주요 지점을 향해 핵미사일을 발사하기 위해서도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선이었다. 따라서 양 진영 모두에게 GIUK 갭은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게 되었다. 이에 대한 대응으로, 미국과 NATO의 북쪽 국가들[1] 은 GIUK 갭에 상당한 예산과 시간과 노력을 들여 대잠수함전 기반 시설을 구축했다.
이 기반 시설에는 훗날 'SOSUS'라 불리게 되는 해저 케이블 소나, 영국과 노르웨이, 미국의 대잠초계기[2] , 그리고 핵잠수함과 디젤 잠수함이 포함됐다. GIUK 갭은 겉으로는 조용한 바다였지만, 수면 밑에서는 세계의 운명을 가를지도 모를 치열한 잠수함 요격전이 펼쳐지는 공간이었다. 그야말로 냉전의 상징과 같은 곳이다.
냉전이 끝나고 소비에트 잠수함의 위협이 줄어들자, NATO는 더 이상 GIUK 갭에 큰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이 시설을 유지하는데 가장 많은 노력을 기울였던 미국과 영국도 테러와의 전쟁에 돌입하면서 대 잠수함 자산을 점차 감축하기 시작했고, 2008 경제 위기 후 영국은 자국산 대잠초계기 편대를 퇴역시키기에 이른다.
흔히 GIUK 갭이라고 부르지만 GIN(Greenland-Iceland-Norway) 갭이라는 표현도 쓰이는데, 노르웨이가 주요 참가국으로 언급된 데서 알 수 있듯 대체로 그린란드에서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남부를 잇는 선이 NATO 해군이 사수해야 할 선으로 인식됐기 때문이다. 노르웨이 방어를 위한 해상 증원은 냉전기 내내 NATO 해군의 주요 임무 중 하나였고, 이 계획은 소련 해군의 급격한 증강이 두드러지던 1970년대에만 일시적으로 재검토됐었다. 이렇듯 GIN 선이 영국까지 밀려나는 건 상황이 꽤 나쁠 때나 벌어지는 일이었다.
2000년대 들어 러시아 해군은 잠수함 함대 개량에 꾸준히 투자했다. 비록 서구 국가에 비하면 최첨단 함선이 부족하지만, 현대화 작업을 거친 소비에트산 SSGN과 야센급 같은 신형 SSN은 충분한 위협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서구 국가들의 예상과는 달리 러시아 연방의 호전성은 전혀 줄어들지 않고 있다. 2014년의 크림 반도 위기, 2017년의 솔즈버리 독극물 암살 등을 거치며 러시아와 미국-영국 연합의 관계는 극도로 냉각된 상태다.
이를 반영하듯, GIUK 갭에서 러시아 잠수함의 활동률이 급증하고 있다는 보고가 나왔다.[3] NATO도 대응 수준을 높여가고 있다. 미 해군은 유럽 주둔군 투자를 늘리기 시작했다. 그 다음으로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국가는 영국과 노르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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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은 P-8 9대를, 노르웨이는 5대를 주문한 상태다. 두 국가는 MPA 자산을 합동 운용하여 총 14대로 GIUK 갭을 감시할 예정이다.[4] 러시아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기 힘든 북유럽 국가들도 국방비를 늘리거나, 전쟁 준비 태세를 점검하는 등 긴장을 높이고 있다.[5]
일각에서는 이것을 '신냉전'으로 보고 있다. 다만, 유럽과 미국이 예전처럼 단합된 상태가 아니라는 점이다. 미국과 영국, 노르웨이 등 북해 안보에 직접적으로 연루된 국가들은 연합하여 러시아의 위협에 맞서고 있으나, 독일, 프랑스 등 유럽 대륙 내에 있는 국가들은 냉전 시절에 비하면 모호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6] 물론 러시아 또한 소련시절 영향력 아래에 뒀던 동유럽 국가들이 영향력에서 벗어난 상태고 바르샤바 조약기구에 소속되어 있던 폴란드 등 일부 국가는 아예 나토로 들어가버렸기 때문에 러시아에게 딱히 유리한 상황도 아니다. 러시아 해군도 소련시절에 비하면 비참할 정도로 몰락한 상태고.
1. 개요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냉전으로 접어들자, 그린랜드, 아이슬랜드, 그리고 영국을 잇는 해상 "목 진지"의 중요성이 부각되기 시작했다. 미국과 영국은 이 나라들을 잇는 북대서양의 가장 좁은 지점을 "GIUK 갭"이라 불렀다.
GIUK 갭은 소련 해군 입장에서는 미 본토에서 유럽으로 출발하는 증원병력과 물자 수송선단을 절단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극복해야 하는 장애물이었고, NATO 입장에서는 유럽 대륙으로의 원활한 증원을 위해 반드시 사수해야 하는 방어선이었다. 또한 이곳은 미사일 사거리가 짧던 초기의 소련 해군 전략핵잠수함들이 미 본토의 주요 지점을 향해 핵미사일을 발사하기 위해서도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선이었다. 따라서 양 진영 모두에게 GIUK 갭은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게 되었다. 이에 대한 대응으로, 미국과 NATO의 북쪽 국가들[1] 은 GIUK 갭에 상당한 예산과 시간과 노력을 들여 대잠수함전 기반 시설을 구축했다.
이 기반 시설에는 훗날 'SOSUS'라 불리게 되는 해저 케이블 소나, 영국과 노르웨이, 미국의 대잠초계기[2] , 그리고 핵잠수함과 디젤 잠수함이 포함됐다. GIUK 갭은 겉으로는 조용한 바다였지만, 수면 밑에서는 세계의 운명을 가를지도 모를 치열한 잠수함 요격전이 펼쳐지는 공간이었다. 그야말로 냉전의 상징과 같은 곳이다.
냉전이 끝나고 소비에트 잠수함의 위협이 줄어들자, NATO는 더 이상 GIUK 갭에 큰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이 시설을 유지하는데 가장 많은 노력을 기울였던 미국과 영국도 테러와의 전쟁에 돌입하면서 대 잠수함 자산을 점차 감축하기 시작했고, 2008 경제 위기 후 영국은 자국산 대잠초계기 편대를 퇴역시키기에 이른다.
흔히 GIUK 갭이라고 부르지만 GIN(Greenland-Iceland-Norway) 갭이라는 표현도 쓰이는데, 노르웨이가 주요 참가국으로 언급된 데서 알 수 있듯 대체로 그린란드에서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남부를 잇는 선이 NATO 해군이 사수해야 할 선으로 인식됐기 때문이다. 노르웨이 방어를 위한 해상 증원은 냉전기 내내 NATO 해군의 주요 임무 중 하나였고, 이 계획은 소련 해군의 급격한 증강이 두드러지던 1970년대에만 일시적으로 재검토됐었다. 이렇듯 GIN 선이 영국까지 밀려나는 건 상황이 꽤 나쁠 때나 벌어지는 일이었다.
2. 신냉전
2000년대 들어 러시아 해군은 잠수함 함대 개량에 꾸준히 투자했다. 비록 서구 국가에 비하면 최첨단 함선이 부족하지만, 현대화 작업을 거친 소비에트산 SSGN과 야센급 같은 신형 SSN은 충분한 위협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서구 국가들의 예상과는 달리 러시아 연방의 호전성은 전혀 줄어들지 않고 있다. 2014년의 크림 반도 위기, 2017년의 솔즈버리 독극물 암살 등을 거치며 러시아와 미국-영국 연합의 관계는 극도로 냉각된 상태다.
이를 반영하듯, GIUK 갭에서 러시아 잠수함의 활동률이 급증하고 있다는 보고가 나왔다.[3] NATO도 대응 수준을 높여가고 있다. 미 해군은 유럽 주둔군 투자를 늘리기 시작했다. 그 다음으로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국가는 영국과 노르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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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은 P-8 9대를, 노르웨이는 5대를 주문한 상태다. 두 국가는 MPA 자산을 합동 운용하여 총 14대로 GIUK 갭을 감시할 예정이다.[4] 러시아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기 힘든 북유럽 국가들도 국방비를 늘리거나, 전쟁 준비 태세를 점검하는 등 긴장을 높이고 있다.[5]
일각에서는 이것을 '신냉전'으로 보고 있다. 다만, 유럽과 미국이 예전처럼 단합된 상태가 아니라는 점이다. 미국과 영국, 노르웨이 등 북해 안보에 직접적으로 연루된 국가들은 연합하여 러시아의 위협에 맞서고 있으나, 독일, 프랑스 등 유럽 대륙 내에 있는 국가들은 냉전 시절에 비하면 모호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6] 물론 러시아 또한 소련시절 영향력 아래에 뒀던 동유럽 국가들이 영향력에서 벗어난 상태고 바르샤바 조약기구에 소속되어 있던 폴란드 등 일부 국가는 아예 나토로 들어가버렸기 때문에 러시아에게 딱히 유리한 상황도 아니다. 러시아 해군도 소련시절에 비하면 비참할 정도로 몰락한 상태고.
3. SOSUS
[1] 주로 영국과 노르웨이[2] 그 당시에는 주로 P-3이었다[3] #[4] #[5] 전쟁 대비 팜플렛을 뿌린 스웨덴 군[6] 솔즈버리 사태 후에도 러시아의 가스관 사업 투자를 약속한 마크롱 대통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