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38(캔따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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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상사님이 베트남에서 먹었다는 그거에요?"

"맞아. 저리 치워. 보기만 해도 속이 미식거린다. '''P-38없이는 먹을 수 없어서 이게 바로 밥줄'''이었다고. 이거하고 카라미스[1]

나이프를 군번줄에 걸고 다녔는데 그 몰골이란..."

- 컴뱃 바이블 1권 中.

미군이 2차대전 때부터 줄기차게 써온 따개. 한국에서도 40대를 넘긴 사람들, 혹은 젊은 사람이라도 군대에서 취사장이나 창고 한 켠에 몇 개 돌아다니는 걸 본 사람이라면 익숙한 형태일 것이다. 누워있는 날을 세우고, 민수용 깡통따개처럼 슥삭슥삭 따면 된다.
P-38이라는 형식번호의 어원에 대해서는 많은 이설이 있는데, 길이가 38mm라서 그렇다든지(실제 길이가 그러하다), C-레이션 열기 위해서 38번의 따개질을 해야 하기 때문이라든지, P-38 전투기에서 따왔다든지 하는 설이 있다. [2] 병사들은 지프라거나[3] 존 웨인(믿음직해서) 같은 별명을 붙여 부르기도 했다.
C레이션과 그 후계인 MCI는 통조림 위주라서 따개가 필수였다. 따라서 병사들은 되도록 이 캔따개를 하나씩 휴대하려 했다. 문제는 MCI 박스 12개들이 큰 걸 하나 까면 캔따개는 4개 밖에 안들어있다는 것. 캔따개가 딱히 쓰고 버리는 것은 아니니 짬밥 몇차례 먹으면 하나쯤 얻을 수 있겠지만, 실제 이게 필요할 때(작전 나갔을때)는 손에 없는 기막힌 경우가 많아서 위에 적힌대로 베트남 전쟁때의 미군 군인들 대부분은 군번줄에 이 P-38을 달고 다녔다. '''없으면 밥 못먹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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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보다 한 치수 큰 P-51 캔따개도 있는데, 이것도 길이가 51mm다. 사이즈 외의 차이점이라면 가운데 찍힌 프레스 자국이 2줄이라는 점과 흔히 군번줄 걸곤 했던 구멍이 칼날 옆이 아닌 반대쪽 끝 가운데 뚫려있다는 점 정도.
P-38은 미군 전투식량이 MRE로 바뀌면서 비로소 퇴역(?)한다. 하지만 P-51은 T-레이션(B-레이션)을 따는데 사용하기 때문에 아직 현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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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물건은 다른 나라에서도 흔했다. 어떤 것은 손잡이가 더 길어졌거나, 병따개 기능도 첨부한다든지 하는 경우도 있다. 오스트레일리아군은 FRED(Field Ration Eating Device)라는 캔따개 겸 병따개를 쓰는데, 이게 손잡이 끝에 숟가락이 달려있는 희한하게 생긴 놈이다. 그래서 호주 군인들은 FRED를 frigging ridiculous eating device(존나 희한한 밥숟갈)이라고 농담삼아 부르기도 한다.
[1] 원본 책의 오타로, 원래 명칭은 카밀러스(camillus)다. 카밀러스 사에서 납품한 스위스 아미 나이프를 가리키는 것.[2] 묘하게도 P-51도 마찬가지로 P-51 머스탱이 있다.[3] M38 이라는 지프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