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영배
1. 개요
戒盈杯
가득 차는 것(盈)을 경계(戒)하는 술잔(杯).
술잔의 일종으로 윗부분은 받침에 술잔을 얹어 놓은 것처럼 생겼지만 아래쪽은 주전자처럼 생겼다. 다른 술잔과 다르게 '''가득 채우려고 할수록 오히려 밑의 구멍으로 술이 떨어진다.''' 이 술잔은 KBS 스펀지 129회에서 소개된 바 있다.
이 술잔은 사이펀의 원리로 말미암아 많이 채울수록 술이 떨어지게 설계되어 있다.
계영배의 원리는 액체의 압력과 대기압, 중력의 상관관계를 이용한 것이다. 계영배 안쪽을 보면 일반 잔과 다른 점이 있다. 바로 잔 높이의 7부쯤 되는 관이 중심부분에 달려 있는 것이다. 술이 7부 능선을 넘었을 때 바닥의 구멍으로 흘러버리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술이 잔에서 일정 높이만큼 올라와 있다는 것은 그 높이일 때 관 안의 대기압과 (위로 솟아 오르려는) 액체의 압력이 같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다 술의 높이가 관의 높이, 즉 7부 지점을 넘어서게 되면 술이 흘러내리기 시작한다. 정점을 넘어 긴 관으로 술이 이동한 후에는 액체의 압력이 중력의 방향과 같아지면서 계속 아래로 흐르게 된다. 거기에 더해, 일단 물이 빠지기 시작하면 관 내부는 술이 빠져나간 것만큼 진공이 생기고, 바깥과의 기압차가 생기면서 잔 내부의 술이 모두 관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때문에 7부를 살짝 넘긴 후 술 따르는 것을 바로 멈추더라도 술은 바닥의 구멍으로 모두 빠져나가 버리는 것이다.
이렇게 가득 채울수록 술이 떨어진다는 점에서 심히 과유불급이라는 말을 떠올리게 한다. 어찌 보면 알코올 의존증자들에게도 경고의 의미를 담은 것일 수 있다.
2. 그 외
계영배의 유래에 대해 설명한 글 참고.
고대 중국에서 과한 욕심을 경계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사를 지낼 때 비밀리에 만들어진 의기(儀器)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한다. 관련된 일화가 있는데, 공자가 제나라 환공의 사당을 찾았을 때 그가 생전에 과욕을 경계하기 위해 사용한 의기를 보았다고도 한다.
또 다른 이야기도 전해지며 임금에게 진상하는 물건을 만드는 곳에서 한 도공이 스승도 깨우치지 못한 기술을 익혀서 설백자기라는 뛰어난 도자기를 만들어 이름을 날렸다고 한다. 이로 인해 많은 재물을 벌어들였으나 오히려 방탕한 생활에 탕진해서 빈털터리가 되었다. 그 이후 그는 반성하는 마음으로 스승에게 돌아와서 새로운 작품을 만든 게 바로 이 술잔이라고 한다. 이때 계영배를 설계한 사람이 조선시대 실학자 하백원이며, 술잔을 빚은 이는 당시 이름난 도공이었던 우명옥이라고 한다. 링크
서양에도 같은 원리를 이용한 잔이 있는데, 그 쪽은 Pythagorean cup이라고 부른다. #
소설 <상도>에서 임상옥은 부자가 될 때마다 항상 이 술잔을 보면서 마음을 다잡았다고 한다.
북핵 6차회담에서 미국의 수석대표가 과다한 요구를 제시하는 북한 측을 설득하기 위해 이 술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