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손이
1. 개요
풍종호의 무협소설 『광혼록(狂魂錄)』에 등장하는 절세고수(絶世高手)이다. 사실상 당대의 천하제일인이며, 조수인과 양노대의 스승이라 할 수 있다. 인용문처럼 놀라운 무예를 갖췄지만, 성격이 난폭해서 '아수라(阿修羅)의 두목'이라 하여 '''수라신군(修羅神君)'''이라 불린다. 경천객(驚天客) 무호성이나 혈적신군(血笛神君) 주운랑이라고 해도 감히 그에게는 대들 수가 없다고 한다. 의술에도 정통하였고, 특히나 면구(面具) 제작술은 절정고수(絶頂高手)의 눈도 속일 만큼 타(他)의 추종(追從)을 불허한다."예전에 엄청난 괴물이 하나 있었지. 괴물이라고 해서 무슨 머리 셋에 팔이 여섯이거나 불바퀴를 타고 다닌다는 그런 뜻이 아니고 사람인데, 전혀 사람 같지 않다는 소리야. 좋아. 맹주, 그 괴물은 어떻게 보면 불세출(不世出)의 기재라고 해도 좋았소. 넘치는 패기에, 도도한 기상(氣像) 하며··· 지닌 바 놀라운 무예에다가 거침없는 성격으로 일세의 영웅 대접을 받는 데 부족함이 없었지. 하지만 이 녀석의 엉뚱함이란, 그 이마빼기에 턱도 없는 글자를 붙이고 다니는 조수인이란 녀석을 능가하면 능가했지, 결코 그만 못 하질 않소이다."
- 『광혼록』에서 백학선옹(白鶴仙翁) 주박이 수로맹주 도장옥에게 공손이를 설명하기 위해 한 말이다.
2. 행적
50여 년 전 천하를 장악하려는 혈선교(血仙敎)가 무림에 처음 나타나 큰 싸움이 일자 공손이는 맹룡회(猛龍會)의 편에 서서 활약한다. 한 번은 천하검(天下劍) 옹기승과 함께 싸우는 중에 둘이 순환하는 지하갱도에 갇히는 일이 있었다. 이때 옹기승이 혈고(血蠱)에 한쪽 팔이 중독되어 공손이가 재빠르게 잘라내 태운다. 그리고 얼마나 갇혀 있었는지 알 수 없을 때까지 먹지도 못하고 헤매기만 하다가 어느 순간 잘 익은 고기가 눈에 들어와 두 사람은 허겁지겁 먹고 본다. 그러나 알고 봤더니 그 고기는 공손이가 자른 옹기승의 팔 한쪽이었다. 당시에 그곳이 순환하는 형태인 줄 몰랐기에 일어난 일이었다.[1]
혈선교와의 싸움이 끝난 지 20여 년이 지난 뒤에 그는 놀라운 경지에 이르고는, 뜬금없이 자신의 무공을 담은 비급인 철혈무경(鐵血武經)을 10,000부나 만들어 세상에 뿌린다. 그렇지만 어처구니없게도 그 비급에 쓰여 있는 소리가 무슨 소리인지 이해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공손이는 분명 자신의 절기를 낱낱이 설명한 것이라 말하면서 오히려 왜 못 알아보냐 다시 살펴보라고 강요하는 통에 많은 사람이 시달리다 못해 이 비급은 천하무적이며, 때를 잘못 만나서 지금은 아무도 익히지 못하는 것이라고 어물쩍 인정해버린다.
좀 편해지려는 순간, 뜬금없이 여기에 독곡(毒谷)의 곡주가 아무리 당세의 천하제일이라 하여도 독(毒) 앞에서는 누구도 무적(無敵)을 칭하지 못한다고 이의를 제기한다. 이에 공손이는 독곡과 비무하여 제 비급을 손에 들고는 일일이 독에 대항해서 이럴 때는 이 구절, 저럴 때는 저 구절··· 해가면서 잔뜩 위세를 보인다. 결국, 독곡이 무릎을 꿇고, 그는 이 일을 계기로 비급만으로 부족하다면 직접 시범을 보여주겠다고 대영웅대회(大英雄大會)를 개최한다.[2]
대영웅대회까지 열어 공손이가 시범을 보였는데도 도저히 익히는 자가 나오지 않자 계속해서 시달릴 것을 걱정한 군웅들은 수를 쓰기로 한다. 그래서 공손이의 승부욕을 자극하려고 그가 직접 가르쳐주기 전까지 누구도 이 비급만으로 무공을 익히는 이가 절대 나올 수 없다고 주장한다. 당연히 공손이는 그 주장에 반대해 읽는 자가 멍청하지 않다면 비급만으로도 자신의 무학을 펼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어느 쪽도 고집을 꺾지 않아 결국 내기를 하게 되었으며, 그는 비급만으로 무공을 익혀내는 이가 나올 때까지 무림에서 활동하지 않겠다고 큰소리까지 치면서 숭산(嵩山) 준극봉(峻极峰)에 반강제로 은거한다.
30여 년이 지나 유경하의 독상과 귀견방주(鬼犬幫主) 사마잔의 부상을 치료하러 숭산까지 질주해 온, 이마에 '천하무적'이라 쓰인 머리띠를 걸치고 있는 조수인을 보면서 공손이는 오랜 내기에서 자신의 이겼음을 깨닫는다. 그는 두 사람의 치료가 끝나자 개방(丐幇)의 용두방주 신취자(神醉子) 용소백의 축하와 함께 조수인 일행을 이끌고 대영웅대회가 열리는 태호(太湖)로 향한다. 그곳에서 조수인의 활약을 지켜본 뒤에 유경하가 상무걸과 파혼하게끔 도와준다.[3][4] 영웅대회가 끝나고 일행은 수밀계(樹密界)에 있는 개방의 안가에서 머무는 동안 그의 주도로 이곳에서 혈선교와 최종 결전을 치르기로 한다.
공손이, 무호성, 십보단혼객(十步斷魂客) 강천위, 궁수재(窮秀才) 종무득, 흑의수재(黑衣秀才) 가무량, 귀혼삼살(鬼魂三殺), 주수문, 여기에 정신 나간 조수인까지 참가해 혈선교와 격돌한다.[5] 원로고수 셋은 대뜸 혈선교의 정예들을 먼저 처리하고자 뛰쳐나가고, 혈선교의 수괴인 금권자(金權子)도 그들이 아닌 자신의 심기를 거스른 주수문과 조수인부터 죽일 생각으로 공격에 나선다. 그런데 금권자는 제정신이 아닌 조수인에게 밀려 주수문을 죽일 수 없었다. 그런고로 사냥감을 종무득과 가무량으로 바꾸려 하나, 낌새를 눈치챈 둘은 잽싸게 사정권에서 비켜난다. 어쩔 수 없이 금권자가 도망치지 않아 공격한 귀혼삼살도 조수인의 방해로 끝내 죽이지는 못한다.
결국, 공손이, 무호성, 강천위 셋이 혈선교 정예들을 처리한 사이, 금권자는 아무도 죽이지 못한다. 또한, 금선고(金仙蠱)도 더는 힘을 발휘하지 못하면서 혈선교는 세상에서 사라진다. 싸움이 마무리된 후 공손이는 주수문에게 유경하의 면구와 변성법을 알려주면서 조수인의 기억 속의 유경하를 연기하게 하여 그의 제정신이 돌아오도록 한다. 그러고는 펑펑 우는 조수인에게 진정한 천하제일고수가 되면 유경하와 진짜 결혼할 수 있다며 달랜 뒤에 데리고 비무행에 오른다.
3. 무공
- 고해무변신공(苦海無邊神攻)
4. 기타
- 『녹림대제전(綠林大帝傳)』에 나오는 공려가 고해무경(苦海武經)을 언급한다. 연관이 있을까?
공려가 고해무경의 관자결(觀字訣)을 사용할 때, 왕삼구가 그의 눈빛이 번쩍거린다고 하는 것으로 봐서는 공손이의 무공이 맞는 것 같다.
[1] 이로 인해 50년이 지났어도 옹기승은 공손이를 매우 싫어한다······.[2] 이 패배 때문에 독곡은 대영웅대회가 열릴 때마다 정예를 파견한다.[3] 공손이는 유경하의 독상을 입은 얼굴과 아름다운 본 얼굴을 뜬 2개의 면구를 미리 만들어둔다. 이때 그가 유경하를 치료했음을 알 수 있는 이유는 유경하를 처음 보는 것이기 때문이다. 즉, 아름다운 본 얼굴의 면구를 만들려면 당연히 유경하를 먼저 치료해야만 한다.[4] 조수인이 대영웅대회에서 정신을 놓을 것도 예상한다. 이는 조수인의 빠른 성장을 위하여 자신의 고해무변신공에 있는 부작용을 극복시키려 상황을 안배한 것이다.[5] 싸울 숫자도 미리 맞춰 둔다. 그렇기에 이림이 빠지자 공손이가 발끈한다. 물론 혈선교에서는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