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의 불빛
1. 개요
1978년, 한국도시산업선교협의회와 김민기가 제작한 노래극.[1] 제작당시 약 2000여개의 사본(녹음 테이프 형식)으로 제작되어 노조, 대학, 종교단체 등을 통해 암암리에 배포되었다. 노조 설립을 시도하다 사측이 고용한 용역깡패 들에 의해 좌절하는 노동자들의 고투를 담고 있다. 당시 열악한 노동자 인권과 노동환경을 적나라하게 고발하는 내용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후 녹음 테이프와 구전으로만 전해지다 26년이 지난 2004년에야 CD와 DVD로 리마스터된 정식 음반이 출판되었다. 네이버뮤직 공장의 불빛 앨범 링크
1979년 2월 제일교회에서 채희완의 안무로 공연 되었으며 유튜브를 통해 당시 영상을 감상할 수 있다. 링크
2. 특징
- 공장의 불빛의 형식적 갈래를 지칭하는 '노래극'이라는 표현은 이 음반의 두드러지는 서사상과 희곡성을 나타낸다. 마치 뮤지컬처럼 작 중 모든 사건이 노래 가사를통해 전개되며 실제로 공연을 목적으로 제작되었다. 이는 원본 테잎에 인트로에 녹음된 제작자의 변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실제로 최초 배포 당시 테잎은 A/B면으로 나눠 앞면은 전체 가사를 담고 마스터버전, 뒷면은 가사 없이 반주만 담은 MR형식으로 제작되었다.가사의 당사자격인 노동자들이 직접 따라부르며 자신의 처지에 대한 각성을 유도하는 사회참여적 성격이 짙다.
- 주목할만한 형식적 특징은 시중에 널리 알려진 작자미상의 구전가요들의 멜로디를 차용했다는 점이다. 수록곡들 가운데 작곡자인 김민기의 자작곡 이외에 이미 존재했던 노래의 가사만 개사한 경우가 있다.(대표적인 경우가 초반부의 "야근") 이는 노동자들에게 널리 알려진 친숙한 멜로디를 이용해 노래를 쉽게 익히고 널리 파급시키려 했던 실용적 목적에서 나온 것이다. 따라서 음악사적으로 봤을 때 공장의 불빛의 갈래는 단순히 서구식 뮤지컬 양식을 차용했다기 보다 개화기를 전후해 한국에서 자발적으로 발생한 만요(漫謠 : 만담에 곡조를 붙인 서사성이 강한 노래)의 전통을 계승했다고 볼 수 있다. 구전가요를 제외하고 본 작에는 공장의 불빛, 이 세상 어딘가에 등 김민기의 오리지널 곡이 사용되었다. 김민기가 직접 작곡한 현대가요들이 구전가요와 함께 불리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서정적 가사가 노래극의 풍토적 분위기와 잘 어우러져 있다.
- 급진적이고 치우친 시각으로 사회의 계층을 지배자와 피지배자로 구성하여 사회 구조를 이원론적으로 상정한 당대의 많은 다른 작품들과는 달리, 김민기는 사용자와 노동자가 모두가 사회 규범에 의해 지배받는 한 사람의 인간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작중 초반에는 한 사람의 노동자였던 아범은 부당한 노동자 대우로 인해 손가락을 잃고 공장을 떠나지만, 후에는 구사대(求社隊)의 일원이 되어 노동자를 탄압하는 입장이 된다. 또, 옥이는 서무라는 또 다른 노동자임에도 불구하고 그들과는 차별되는 특징[2] 때문에 그들과는 다른 노선[3] 을 걷는다. 저소득 혹은 저학력 계층의 계급배반투표, 확실한 근거 없이 약자를 항상 피해자로 상정하는 언더도그마 등 현재의 사회에서 나타나는 권력 간의 모순으로 인한 문제가 큰 화두로 떠오르는 것을 보면, 과연 한 수 앞을 내다보았던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3. 등장인물
3.1. 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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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극의 주인공. 고향에 있는 동생의 학비를 대기 위해 분골쇄신하며 일하지만, 폐병 3기라는 소식을 듣게 된다. 실제로 작 중 초반에 기침을 많이 한다. 이후 나중에 노조를 만들다 연행되어 무단결근이란 누명을 쓰고 퇴사조치 당한다. 사실 언니라는 인물이 작 중 모든 노동자들을 대유할 뿐만 아니라, 당시 1970년대 모든 산업 근로 노동자들의 모습을 나타냈다.'''뒤는 언니가 책임질테니.. 공연히 딴 마음 먹지 말고.. 고등학교에 갈 생각 하라 그러세요.. (심한 기침)'''
3.2. 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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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설립 때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거나, 옥이와 가장 많이 싸우는 등, 작 중에서 가장 능동적인 인물이다. 이후 다른 노동자들처럼 퇴사조치 당한다.'''삼 년만 지내보면 알게 될거다. 귀머거리 폐병쟁이 누구누군지.'''
3.3. 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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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에서 가장 어린 노동자. 공장의 불빛을 부르거나 한다.'''예쁘게 빛나던 불빛, 공장의 불빛..'''
3.4. 아범(서방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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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와 공장 숙소에서 동거하는, 언니의 사실상 연인 같은 존재. 작 중 초반에 일을 하다가 손가락을 잃고 술을 마시다가, 불량배들을 만나 같이 어울리게 되고, 결국 구사대에 들어가 노동자들과 대립하게 된다.'''(사이렌 소리)아범이 일을 하다가 손을 다쳤어요!'''[4]
3.5. 옥이(서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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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연한 이상만을 가지고 있는 이상주의자로, 시시때때로 공장의 노동자들과 대립하게 된다. 김민기는 이를 통해 분홍빛 꿈을 깨어나지 못하고 이상을 품고 있는 이들을 비판했다. 동영상에선 옥이라 나오지만, 희곡 공장의 불빛 대본엔 서무라고 나와있다. 블루칼라 노동자는 아닌듯.'''묵묵히 참으면서 일만 하세요. 윗분들이 잘 알아서 해줄거에요.'''
3.6. 과장(공장장),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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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적인 높으신 분들. 견적일을 맞추기 위해 노동자들을 조진다는둥 노조 결성을 깡패들을 통해 막는다는둥 부패한 기득권층의 표본을 보여준다. 동영상에선 사장 옆에서 장단을 맞춰주는 사람이 과장으로 나와있지만, 희곡 공장의 불빛 대본엔 공장장이라고 나와있다.'''(사장) 돈 줘서 싫다는 놈 (과장) 아직은 못 보았죠.'''
3.7. 깡패(건달)
사장이 노조 결성을 막기 위해(방해하기 위해) 부른 깡패들. '돈만 주면 뭐든 한다'는 황금만능주의를 표방하고 있다. 결국 구사대란 이름으로 노조 결성을 하던 노동자들에게 인분을 뿌리는 등 행패를 부려 사장의 계획이 성공하는데 공헌을 하게된다. 노동자였던 아범이 직장을 잃은 후 구사대에 들어간다. 이들이 괴롭히는 행태가 YH 사건과 아주 비슷한데.. 중요한건 '''이 테이프가 1년 전에 만들어졌다는 것..''' 당시 사회 시대상으로 보면 구사대가 노조를 괴롭히는 것이 정당화 되있던 시절이어서 그런 것 같다.'''개같이 벌으랬다 돈만 벌어라.'''
3.8. 남자, 여자 동료들
언니, 영자, 옥이와 함께 일하는 동료들. 이 작품은 특이하게도 여자 동료들의 비중이 남자 동료들에 비해 월등히 많은데, 바로 김민기가 계획한 이 작품의 노래가 여성풍 포크였기 때문. 이 때문에 남자 동료들이 노래하는 장면은 야근을 제외하고 합창 장면 밖에 없다.'''손에 손 놓치지 말고 파도와 맞서 보아요.'''
4. 수록곡
- 서곡
- 편지: 언니가 고향에 있는 어머니와 동생에게 쓰는 편지를 노래한 곡이다. 이 앨범의 타이틀 곡.
- 교대 I
- 교대 II: 작 중 등장인물인 노동자 아범이 기계에 손을 다치는 것을 기점으로 I과 II로 나뉜다. 반주는 같지만 가사가 다르다.
- 야근: 초반부의 백미. 막연한 이상주의자인 옥이와 현실에 지친 노동자들 사이의 대립을 통해 계몽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야근의 '서방님의 손가락은 여섯개래요' 등의 가사가 70~80년대 당시 시위의 노래로 쓰이기도 하였다. 이 노래를 접해본 적 없는 사람도 멜로디가 귀에 익다는 반응을 종종 보이는 경우가 많은 데 이는 앞서 서술한대로 작자미상의 구전가요에서 멜로디를 차용했기 때문이다. 자세한 내용은 다음의 항목을 참조 김일병송
- 공장의 불빛: 순이가 공장의 불빛을 보며 신세를 한탄하는 노래. 암울한 가사와는 대비되는 아련한 멜로디가 듣는 이로 하여금 여운을 남긴다.
- 선거테마
- 음모
- 돈만 벌어라: 선거테마부터 돈만 벌어라까지 곡 모두 과장, 사장의 음모를 희화화한 노래이다. 이들은 돈만 주면 무엇이든 하는 건달들을 이용해 노조를 강제로 해산시킬 계획을 하고 있었다.
- 전야: 이 노래를 기점으로 노동자들이 각성하게 된다. 노동조합을 만들어 자신들의 처지를 개선시킬 작정이었지만..
- 노조 설립: 제목 그대로, 노조를 설립하자는 이야기.
- 난입
- 유린: 난입, 유린은 건달이 노동자들로 하여금 노조를 설립하지 못하게 하도록 작업장에 난입한 이야기를 다룬다. 자세히는 나오지 않지만, 노조 설립에는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 두어라 가자: 쓰라린 실패를 겪은 언니가 신세를 한탄하는 노래. 6번째 수록곡인 공장의 불빛과는 달리 제대로 암울한 분위기를 떨친다. 그녀의 살날 같은 희망이었던 노조마저도 실패한 것이 이유일 것이다.
- 재기: 노동자들이 서로를 격려하며 재기를 도모하는 노래. 바로 전곡인 두어라 가자와 달리 정말로 힘찬 멜로디를 들려준다.
- 이 세상 어딘가에: 후반부의 백미. 노동자들이 단체로 나와 합창을 한다. '이 세상 어딘가에 ~ 너무도 가련한 우리' 등의 가사는 보는 이로 하여금 심금을 울린다. 이쪽에선 유명한 노래라 많은 합창단과 노래패, 심지어는 어린이집에서 부른 버전이 있다.
- 연행: 가장 당시의 현실을 잘 표현한 노래. 자극적인 가사를 통해 당시 사회 하위계층의 삶이 어땠는지 짐작할 수 있다.
- 해고: 결국 그들이 해고 당했다는 공표의 노래.
- 아침바람: '아침바람 찬 바람에~' 로 시작하는 그 아침바람 맞다. 이쪽은 훨씬 더 씁쓸하지만. 이 노래가 끝난 후 김민기가 육성으로 노동자들을 격려하며 노조의 중요성을 상기시키는데, 공장의 불빛 동영상을 보면 알겠지만 이 파트가 공장의 불빛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가장 잘 나타내준다.
자, 이만한 일로 낙심하지 맙시다. 세상을 살아가다보면, 한두번의 실패는 정말 흔히들 있는 일입니다. '''그러나 우리의 일을 우리가 아닌 그 어느 누구도 해결해 줄 사람은 없습니다. 이 나라의 살림을 가장 앞장에 서서 맡고 있는 산업 근로자 여러분, 여러분이 떳떳한 이 나라의 주인으로 행세할 때 이 나라의 내일 또한 떳떳할 것입니다. 노동조합은 바로, 근로자들이 주인행세를 할 수 있는 합법적이고도 효과적인 방편입니다. 자, 막연한 분홍빛 꿈을 깨어나서, 우리의 찬란한 내일을 우리 스스로 만들어나갑시다.'''
- 이 세상 어딘가에 II: 닫는 곡. 마지막으로 분홍빛 꿈을 깨어나지 못한 옥이와 현실을 직시하는 언니의 대립되는 노래로 극이 끝난다. 반주와 가사는 이 세상 어딘가에 I과 비슷하며, 대부분 I과 II가 함께 연주되곤 한다.
5. 여담
- 처음 앨범이 녹음되던 당시 김민기에 작업실을 빌려준 사람이 송창식이었다. 당시 엄혹했던 정권의 감시와 사회적 분위기에 비춰 봤을 때 굉장한 위험을 감수했던 것. 누군가가 밀고했다면 송창식도 쥐도새도 모르게 남산에 끌려갈 처지였다.
- 최초 제작당시 김민기는 총 3개의 마스터 테이프 사본을 만들었으나 각기 다른 사람에게 넘기고 누구에게 줬는지 스스로 기억에서 지웠다고 한다. 이는 당국에 붙잡혀 고문을 받을 때 자기도 모르게 맡겨둔 사람들의 이름을 자백해 그들에게 피해가 갈까봐 선택한 일이라고 한다. 실제로 기억나지 않으며 리마스터 앨범이 제작되던 발행되던 2004년에도 제작자인 김민기는 원본 테이프에 행방에 대해서 아무것도 몰랐다고 한다.
[1] 희곡 공연과 뮤지컬 공연의 중간 쯤에 있는 희곡의 방식.[2] 옥이를 제외한 작중 모든 노동자들은 몸을 쓰는 블루칼라, 옥이는 서무라는 화이트칼라의 일을 본다.[3] 언니를 비롯한 노동자들이 노조 설립을 모의할 때 옥이는 그들을 나무라고, 작품 최후반의 '이 세상 어딘가에'에서도 언니와는 달리 매우 이상주의적인 노래를 부르는 등 노동자들과의 대비가 나타난다.[4] 사실 아범의 대사는 아니고, 일을 하다 손을 다친 아범을 발견한 언니의 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