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급배반투표
1. 개요
사람들은 반드시 자기 이익에 따라 투표하지는 않습니다. '''그들은 자신의 정체성에 따라 투표합니다. 그들은 자신의 가치관에 따라 투표합니다. 그들은 자기가 동일시하고 싶은 대상에게 투표합니다.''' 물론 그들은 자기 이익과 자신을 동일시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충분히 그럴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자기 이익에 전혀 관심이 없다는 말이 아닙니다. 그러나 그들은 무엇보다도 자기의 정체성에 투표합니다. 그리고 자기의 정체성이 자기 이익과 일치한다면 두말할 것 없이 그쪽으로 투표할 것입니다. 이 점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람들이 언제나 단순히 자기 이익에 따라서 투표한다는 가정은 심각한 오해입니다.'''
People do not necessarily vote in their self-interest. They vote their identiry. They vote their values. They vote for who they, identify with. They may identify with their self-interest. That can happen. It is not that people never care about their self-interest. But they vote their identity. And if their identity fits their self-interest, they will vote for that. It is important to understand this point. It is a serious mistake to assume that people are simply always voting in their self-interest.
- 조지 레이코프(G.Lakoff),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Don't Think of an Elephant) 19페이지(원문 기준) -
자신이 속한 사회적 계급에 불리한 정책을 내놓는 세력의 정당이나 후보에 투표하는 경향이다. 유권자들이 자신과 그의 가족, 그가 속한 집단에게 이익을 안겨 주겠다고 하는 세력에 투표하여 권력을 주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일반적인 생각과는 달리, 전 세계에 걸쳐 자신이 속한 계급의 이익에 반하는 세력에게 투표하는 사례가 자주 발견된다. 한국에서도 상대적으로 소득과 재산이 적으며 학력 수준이 낮은 계층이 부유층/상류층의 이익을 대변하는 보수 정당에 투표하는 사례, 반대로 소득과 재산이 높고 학력 수준이 높은 계층이 진보 정당에 투표하는 사례가 종종 발견된다.'''"압제자들의 손에 들린 가장 강력한 무기는 바로 압제받는 자들의 마음이다."'''
(The most potent weapon in the hands of the oppressor is the mind of the oppressed.)
- 스티브 비코[1]
자서전 <I Write What I Like> 中
그러나 이러한 생각은 19세기의 이론에 불과했던 계급론을 주장했던 배경과 마찬가지로 계속 발전한 논리이다. 당시엔 투표권도 모두에게 없었고 신분제 사회였지만, 지금의 현대 사회는 일반 서민이라도 실력에 따라 얼마든지 도달할 수도 있고 또 그 반대로 내려갈 수 있는 변동적인 사회적 위치를 가지는 살아있는 경제 사회다.
그리고 사람이 자기 계층을 고려한 게 아닌, 자기 개인의 감정적 판단이나 국가의 전체적인 면을 보고 행동하는 것 또한 결국 투표라는 자신의 권리를 쓰는 것이므로 비난받을 이유는 되지 않는다. 오히려 권리자의 개인적인 생각을 부정하고 욕하는 행위는 자기중심주의나 사대주의에 가깝다. 예를 들어 A라는 후보가 '차상위계층엔 지원을 못주지만 B지역에 지원을 해줄 수 있다.'라는 공약을 내세운다면 B지역에 사는 차상위계층의 유권자인 C는 차상위계층의 지원보다 지역감정과 지역발전을 생각해서 A후보에게 투표할 순 있지만 이것이 계층을 '''배반'''한다고 욕먹을 이유는 없고, 사람이 자신이 속한 계급에 따라서만 투표해야 한다는 관념 자체가 잘못된 것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이런 유권자들의 계급을 고려하지 않는 투표행위를 비난하거나 분석하는 것은 실질적인 문제해결이나 이유를 찾아내는 것엔 별반 도움이 되지 않는다. 사람이 감정의 동물이라 불리는 만큼 어떤 행위를 할 때에 경우에 따라서 계산기를 두드리듯이 이성적인 판단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모종의 이유로 비이성적인 감정적인 판단을 내릴수도 있기 때문이고 마찬가지로 이성적으로 생각해도 관점이 다른 사람들이 보기엔 비이성적인 판단이라 여겨질 수 있기 때문이다.[2] 실제로 유권자들은 자신의 이익을 고려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다른 요소들도[3] 특정 후보나 정당을 지지하는데 변수가 되는 것이 현실이다. 그리고 마르크스주의적 관념인 계급과는 달리 사람이 소속감을 느끼는 계층은 소득, 지위, 직종, 지역, 성별 등의 대단히 다양한 측면에서 나타나기 때문에, 본인이 중시하는 '계층'은 다른 사람과 얼마든지 다를 수 있으며, 자기 스스로의 이익과 자기가 속한 '계급'의 이익이 일치하는 것도 아니다. 즉 계급배반투표를 한다고 비난받는 사람들 본인은 자기 계층에 맞게 투표하고 있다고 생각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어쨌든 계급배반투표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다양한데, 크게 다음과 같은 것을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2. 원인
2.1. 정보의 부재
정치에 관련해 세부적인 부분에 관심이 없거나 이해를 못하는 경우. 미국에서는 '정보 수준이 낮은 유권자'(Low information voter(LIV))라는 용어로 정의한다. 특히 정보화시대에 접어들면서 정보격차 문제가 더욱 부각되고 있다.
유권자가 표를 줘야 할 정당 또는 후보가 내세우는 공약과 정책에 대해 잘 모를 경우 '''해당 정당/인물이 내세우는 정책이 자신에게 유리하거나 불리할지 모르는 상태로 표를 줄 가능성'''이 커진다. 이러한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 다양한 장치(정책토론회, 선거공보 등)를 마련하지만, 정치에 무관심한 사회 분위기가 커질수록 이러한 수단도 그리 효과를 발휘하기 어려워진다. 거기에 미디어에서 의도적으로 후보자/정당의 정책보다는 흥미 본위 위주의 신변잡기식, 경쟁구도 위주의 보도를 할 경우 이런 현상은 더욱더 심각해진다. 특히 미디어가 진보, 보수를 막론하고 특정 정치권력이나 대기업의 강한 영향력 아래에 있을 경우 이런 편향적인 미디어 노출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정보가 부재한 상태에서 유권자들은 투표 자체를 포기하거나 자신의 이익과 배치되는 정책을 지지하는 정당/후보자에게 투표할 가능성이 커진다. 또한 이러한 상태에서는 아래에서 설명할 인물/정당 투표 성향이 매우 커지게 된다.
가령 2017년 들어서 미국에선 도널드 트럼프의 오바마 케어 폐지 주장에 열광하면서, 자신은 ACA법안의 혜택을 받고 있으니 괜찮다는 한 페이스북 유저의 이야기가 화제가 되었다.# 참고로 '''오바마 케어의 정식명칭이 ACA법안이다.''' 그러니까, 내용도 모르면서 자기 발등이나 찍으라고 인터넷에서 날뛴 것이다.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을 국내 언론들이 발제자의 이름을 따서 간단하게 김영란법이라고 부르는 것처럼 미국 언론들도 "환자보호 및 부담적정보험법(Patient Protection and Affordable Care Act, PPACA)"이란 긴 법률안을 대부분 오바마케어라고 부른다. 하지만, 미국의 주류언론들이 대부분 오바마케어 vs 트럼프케어 식의 대결 구도로 보도하면서 실제 오바마케어의 내용에 대해선 제대로 보도하지 않으면서 이런 해프닝이 나온 것이다. 실제 ACA 법안의 혜택을 받고 있는 대다수의 빈민층 유권자들이 오히려 도널드 트럼프의 오바마케어 폐지 주장에 동조한다는 여론조사가 나오기도 했다.[4]
비유하자면 노숙자나 고시원 사는 사람들이 부동산세 높인다는 소리에 걱정한다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실제 한국에서도 이런 일은 무수히 일어난다. 일례로 2005년 당시 폭등하는 집값을 잡기 위해서 노무현 정부가 종합부동산세(이하 종부세)를 도입하자, 조중동은 세금폭탄으로 오히려 서민들이 피해를 본다고 맹렬하게 공격하였다. 이때 앞장서서 종부세를 지지하는 민주노동당 소속 심상정 의원실로도 유권자들의 항의전화가 무수히 왔는데, 비서관이 대화를 해보면 정작 종부세 대상자는 아무도 없었다고 한다. 당시 종부세 부과 대상은 공시지가 6억 이상이었는데, 모두들 거기에 한참 못미치는 집을 가진 사람들이었다고. 이것은 조중동이 종부세가 신설되어 부동산 시장에 세금폭탄이 터진다는 식으로만 보도하고, 정작 부과대상은 극히 일부에 불과한다는 부분은 두루뭉술하게 넘어가버려서 이렇게 된 것이다.[5]
2.2. 무조건적인 지지
각 후보자나 정당의 정책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유권자들은 상대적으로 더 많이 알려진 인물, 그리고 더 큰 정당을 지지하는 성향을 보이게 된다. 각 정당에서 선거철만 되면 학계나 재계, 연예계에서 인물을 영입하려는 것도 이러한 인물 투표를 유도하기 위한 부분이 있다. 실제로 유명인은 자신의 인맥을 동원한 선거 활동에 도움을 주며, 대외적으로는 해당 업계의 이익을 대변하는 대리인이라는 입장이 주어진다. 여기에 더해 학연, 지연 등 자신과 인연은 있지만 이익과는 그리 관계가 없는 부분이 투표에 영향을 주기 쉬워진다. 우리가 남이가 같은 지역감정 자극 발언도 계급배반투표를 유도하는 대표적인 사례다.[6]
특히 특정 이슈에 대해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의 판단에 따라 자신의 판단도 그에 맞추는 현상도 상당한 이목을 끄는 정치심리학적 주제다. 즉 자신이 어떤 정치적 의사결정을 할 자신이 없을 때, 자신이 평소에 지지하고 동일시하는 정당이 어떤 판단을 하는지에 맞추어 자기 생각을 정하는 것. 이를 두고 '''정당 휴리스틱''' 이라고 부르는데, 특히 저소득 저학력자들이나 특정 정당에 깊이 관여하는 사람들이 이런 휴리스틱을 자주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들은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이 추구하는 가치가 자신의 가치와 동일하다고 믿는다. 거꾸로 어떤 사람이 "나는 이 정당을 지지하지만, 이번에 보이콧을 한 것은 잘못된 선택이었다", "나는 이 정당을 안 좋게 보지만, 이 법안을 발의한 것은 굉장히 잘한 일이다" 의 발언을 자주 하는 편이라면, 그는 정당 휴리스틱에서 상당히 자유롭다고 볼 수 있다.
2.3. 이익 판단 착오
한 정당이나 후보자는 다양한 분야의 생각이나 정책을 갖고 있고 그것은 다양한 형태로 유권자의 이익과 이어진다. 특정 정당이 100% 특정 세력의 이익만을 보장하거나 손해만을 강요하는 일은 없으며 이익이 있는 정책이 있다면 손해를 끼치는 정책도 있다. 유권자는 그러한 부분을 가려 자신에게 손해보다는 이득을 더 크게 주는 정당과 세력을 지지하는 것이 직접적인 이익을 주는 판단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개인의 가치 판단에 따라서 그 판단의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직접 저소득층에게 돈 100만 원씩 꽂아준다는 후보자와 경제를 발전시킨다는 후보자가 있다 한다면 무조건 전자가 저소득층에게 이롭다는 근거나 보장은 전혀 없으며, 이 또한 개인의 가치판단에 따라서 판단은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자신에게 안겨질 이익과 손실에 대한 판단이 정확하지 못할 경우 계급배반투표를 하는 일이 벌어진다. 예를 들어 서울에 아파트 한 채를 보유하고 있는 중산층 가정에서 집값이 오를 기대에 부동산 활성화를 공약으로 내세운 친재벌, 친부자 성향 정당에 투표하는 것. 통계적으로 봤을때는 오히려 진보정당에 표를 보내는 것이 부동산으로 더 큰 이익실현을 할 수 있지만, 그저 정당에서 보내는 메세지만 보고 정확한 계산 없이 투표를 하면 이익판단 착오에 따른 계급배반투표를 하게 된다.
2.4. 경제적 문제
한 나라의 정치 구도에 있어서 진보 정당이라고 항상 저소득층이나 서민을 대변하지는 않으며 보수 정당이라고 고소득층이나 부자만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은 유럽과 같은 경제적 계급의식이 약하고 계급정당도 미약하며, 진보진영 정당들은 민노당 계열을 제외하면 계급정당을 표방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저소득층은 진보 정당들이나 진보 정권이라도 자신들을 대변한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 있다.
2.5. 심리적 정당화
사회심리학 및 정치심리학 분야에서는 위의 "보수 정당과 자신의 동일시" 접근과 본 단락의 접근으로 계급배반투표 현상을 설명해내고 있다.
지난 1994년, 편견을 연구하던 사회심리학자 존 조스트(J.T.Jost)는 일찍이 카를 마르크스 이후 제기되어 온 유서 깊은 의문, 즉 "세상이 이렇게나 시궁창인데 왜 피압제자들은 들고 일어나 압제자와 싸우지 않는가? 어째서 세상은 믿을 수 없이 조용한가?" 에 답하기 위해 '''체제 정당화 이론'''[7] 을 만들어냈다.[8] 그리고 이 이론은 학계 내외부의 진보계 인사들의 지적 목마름을 채워주며 단박에 유명세를 얻었고 조스트는 스타가 되었다. 학자들에 따르면, 사람에게는 누구나[9] 어느 정도씩의 정당화 동기가 존재하고 있다. 어떤 이들은 이것이 너무나 만성적으로 고양되어 있어서 자발적으로 기득권과 체제의 수호자를 자처하지만, 어떤 이들은 우연한 계기로 어떤 "자극" 을 만났을 때 부지불식간에 살짝 영향을 받는 정도이다.[10] 이 동기는 정치적 보수주의를 강하게 예측하며, 사회적 약자들이 불평등과 불이익에 고통받으면서도 정작 투표만큼은 기득권과 현재 체제를 긍정하는 방향으로 하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다. 쉽게 말해, '''"나는 지금 뭣도 없이 무진장 괴롭지만, 그렇다고 해서 혁명 같은 건 하는 거 아니야"''' 심리라고 할 수 있다.
체제 정당화 이론에 따르면, 정당화 동기는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된다. 첫째, 사람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열악한 환경과 그 사회구조를 긍정함으로써 사회의 변화가 가져오게 될 불확실성과 예측 불가능성, 통제 불가능성, 가치의 다원성이 주는 '''인식론적인 위협'''을 피할 수 있다. 둘째, 기존의 체제는 고통스럽기는 할지언정 적어도 지금껏 자신의 목숨을 빼앗지는 않을 정도의 안전은 보장해 왔기에, 이 체제를 부정함으로써 발생하게 될 잠재적인 신변의 문제와 같은 '''실존적인 위협'''을 피할 수 있다. 셋째, 이렇게 사람들이 기존 체제를 긍정하다 보니, 여기에 혼자서 "NO" 라고 외치며 반기를 들었다가 주위의 눈총을 받고 불순분자, 모난 사람, 세상 사는 법을 모르는 사람 취급을 받는 '''관계적인 위협'''까지도 발생하게 된다. 따라서 이러한 위협들을 피하기 위한 다양한 동기들이 어우러지면서 개인으로 하여금 "이래도 한 세상 저래도 한 세상!" 의 결론으로 이어지게 한다는 것이다.
2010년대 이후 이 이론은 학계의 지배적인 입지를 굳혀 가고 있으며, 점차 범위가 확장되어서 집회 및 시위와 같은 집합적 행동(collective action), 그리고 그 결과 나타나게 될 사회적 변화(social change)의 주제까지도 설명의 포커스를 넓혀 가고 있는 중이다. 또한 이를 통해서 "그렇다면, 어떨 경우에 사람들은 체제를 정당화하게 되고 계급을 배반하게 되는가? 어떻게 개입하면 이들을 정의롭지 못한 사회에 맞서 저항하게 할 수 있는가?" 와 같은 질문들이 속속 연구되고 있다.
2.6. 역린
사람은 자신의 이득을 어느 정도 포기하더라도 절대적으로 지켜내고자 하는, 일종의 역린 같은 부분을 갖고 있다. 이 키워드에 해당되는 정치 세력은 자신에게 아무리 유리한 공약을 제시하더라도 표를 주지 않으며, 반대로 자신을 무시하는 정책을 하더라도 표를 주게 된다.
대한민국의 경우 빨갱이, 북한, 친일파, 미국 같은 키워드가 유권자의 감성을 자극하는 대표적인 키워드인데, 일제시대와 6.25 전쟁을 겪어 어려웠던 시기를 보낸 장년층과 노년층이 많기 때문이다. 이들 중에서는 더불어민주당 등의 중도개혁세력이나 정의당 같은 진보 정당이 자신의 이익에 부합하여 표를 던지고 싶어도 북한에 대한 유화적인 태도에 못마땅해하며 차라리 자유한국당 등의 보수정당을 찍겠다는 사람이 적지 않다. 최근에는 난민, 낙태, 동성결혼, 청년실업, 사형 같은 이슈도 유권자의 감성을 자극하는 키워드가 되었다.
미국 역시 기독교 가치관이 강한 보수적인 주를 중심으로 사형, 낙태, 마약, 동성결혼 같은 것이 비슷한 파괴력을 갖는다. 이런 주에서는 진보 중심의 민주당이 아닌 보수 중심의 공화당 몰표가 나타난다.
2.7. 계급과 가치의 불일치
높은 지위에 있거나 재산이 많은 경우 상대적으로 자신의 계급에서 세금이 크게 늘어나는 것을 바라지 않고 불로소득에 대한 과세에도 부정적으로 반응한다. 하지만 일부 사회 지도층은 오히려 자신들의 이익을 줄이고 부담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목적뿐만 아니라 지나친 부의 집중에 대한 사회의 비판을 피하고자 하는 목적 역시 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자신의 권리를 내려 놓는다는 개념은 아니며, 얼핏 보면 계급에 배반되는 것 같은 주장도 '''내가 덜 얻겠다'''보다는 '''내가 더 하겠다'''라는 것에 가깝다. 자본주의의 돼지들보다는 오히려 이들이 진짜 계급에 걸맞는 일을 하는 셈. 어쨌든 이런 경향 역시 계급배반투표로 나타나게 된다.
한편으로 고소득, 고학력 계층이 자신의 이득과는 별개로 자신의 리버럴, 진보 성향으로 인해 진보 성향 정당을 지지하는 경우도 상당수 존재한다. 강남좌파가 그 대표적인 경우라 볼 수 있는데 실제로 노년층보다 50대 이하 계층에서 진보정당 지지율이 높은 이유 중에 하나기도 하다.
2.8. 다양한 계층의 존재
계급배반투표를 거론할 때에는 대부분 경제적인 계급을 놓고 이야기하지만, 실제로는 성별, 나이, 지역 등 다양한 계층이 작용한다. 경제적으로는 A정당이 자신에 유리하지만 A정당의 페미니즘 정책이 마음에 들지 않아 다른 B정당에 투표할 수도 있다. 또한 청년일자리와 노인복지 정책 중 무엇을 우선시하는가도 투표에 영향을 준다. 지역 현안에 관해서도 자신이 거주하는 집 근처에 지하철역 등 각종 사회 인프라 건설을 공약하는 후보가 있다면 그 후보에 다른 계층적 요소는 제쳐두고 투표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계층적 요소 역시 모든 사람에게 일관되게 나타나지 않는다. 예컨대 나의 이익만을 따진다면 나에게 택배를 배달해주는 노동자가 과로와 저임금에 시달리며 택배를 저가로 신속하게 배달해주는 쪽이 이익인 셈이며, 이는 내가 같은 노동자 계층에 속하는지와는 관계없는 문제가 된다. 외부에서 보기에는 같은 노동자 계급처럼 보이더라도 관심사가 최저임금제와 같이 공동의 이익이 걸린 문제인가 특정 산업에서의 노동환경과 같이 공동의 이익이 걸리지 않은 문제인가에 따라 계층이 다양한 방식으로 인식될 수 있는 것이다.
2.9. 후보자 문제
투표는 정당이 아닌 정치인에게 할 수밖에 없다. 비례대표제 또한 비례대표명부에 적힌 사람에게 하는 것이다. 아무리 자신이 속한 계급의 이익이 일치하는 정당이 있어도, 그 정당 소속 정치인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그 정당에 투표하지 않을 수 있다. 만일 사람들이 후보자는 고려하지 않고 100% 계급정당만 보고 투표한다면, 후보자의 비리 의혹이나 막말 논란 등 후보자 개인의 자질 문제는 후보자의 득표에 영향이 없어야 하지만, 실제론 아니다.
2.10. 정당 신뢰도 문제
아무리 자신이 속한 계급에 이익이 되는 공약을 내놓는 정당이 있다 해도, 선거때만 그렇게 공약하고 실제로는 이행하지 않는다면, 그 정당에 대한 신뢰도는 낮아질 뿐더러 배신감을 느껴 더 이상 그 정당에 투표하지 않을 것이다.
2.11. 대안부재
그 어느 정당도 자신의 이익을 대변하지 못할 때 차악을 선택하는 의미로 특정 정당을 찍어 주는 경우가 있다. A당이 별로지만 A당을 상대하는 B당의 무능함이 도를 지나처서 제대로 기능하지 못할 때, 아무리 "내가 A당이 싫어도 B당보다 A를 찍어 주는 것이 그나마 낫다"는 식으로 찍어주는 경우가 해당된다. 일종의 전략적 투표에 가깝다. 사표 심리와 궤를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3. 사례
3.1. 대한민국
3.1.1. 계급배반투표 현상이 없다는 주장
'''대한민국은 정부수립 이래 특정한 계급을 주요 지지층으로 하는 제대로 된 계급정당이 권력을 가져본 역사가 없다.''' 다시 말해 진정한 의미의 계급투표도 없었던 것이다.
대한민국은 조선 후기, 일제강점기, 한국전쟁을 거치며 완전히 신분제도가 붕괴되고 처음부터 쌓은 국가이다. 이 때문에 유럽처럼 노동자계층, 귀족계층 같은 구분 자체가 없었고, 빠른 경제발전으로 인해 계급의식이 형성될 틈이 없어 계급배반투표가 일어나는지 아닌지 알 길이 없다. 계급배반투표가 분명히 드러나지는 않는 상황에서 지적한 여러 원인이 복합적으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치권과 언론은 정치 혐오를 부추기며 의도적으로 유권자가 자신의 계급을 대변할 수 있는 정당과 후보를 알기 어렵도록 한다. 지역감정과 학연, 지연으로 얽매인 현실은 자신의 이익을 크게 침해하지 않는다면 자신을 대변하지 않는 정치 세력을 투표하도록 이끈다. 정치에 무관심해진 유권자는 정치의 판을 바꿈으로써 자신이 얻을 계급적인 이득을 판단하지 못하고 불분명한 환상에 이끌려 표를 준다. 반면 종교 그 자체가 계급배반투표를 부르는 원인이 되지는 못한다.
계급배반투표가 반복되면 기존 정치 세력은 유권자를 쉽게 확보된 자산으로 보고 공약 파기를 밥먹듯이 하거나, 아예 극단적으로 특정 계급만의 이익을 위한 정책 수립에 나서게 된다. 이러한 문제를 막으려면 원칙적으로 모든 정당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결과를 주지 않는다는 점을 알게 된 유권자들이 경제적으로 불리한 결과를 낳는 기존 정당에 계속 투표하기보다는 자신들의 이익에 맞는 '''새로운 정당을 창당'''하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다. 하지만 경제적인 능력이 약한 집단이 대규모 정치 조직을 창설, 유지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만큼 현실은 시궁창에 가깝다. 여기에 더해 하위 계급을 대변한다는 노동자, 좌파 정당이 원내에 진출하는 정도의 성과는 거두지만 수권정당으로서 다수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명확한 정책적인 비전을 보여주지 못하는 문제가 크다.
특히 민주화 이후로도 현재까지 한국 정치지형은 보수정당에 뿌리를 둔 자유한국당계 정당과 중도를 표방하는 민주당계 정당의 양당체제[11] 로 이어져왔다. 때문에 처음부터 계급분화가 뚜렷하지 않았고, 계급의식이 따로 없으며, 특정 계급계층을 주 지지층으로 하는 정당이 없는 이상 애초에 계급배반투표가 불가능하다. 제도정치권 내에는 중하층 노동자[12] , 도시빈민, 영세상인 등 경제적 저소득층, 사회문화적 저학력자들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정당이 없거나 미약하다. 이런 현실은 "어차피 찍어봐야 바뀌는 거 아무것도 없다"라는 식의 정치적 무관심 내지 포기로 이어져 선거 때마다 저조한 투표율로 드러나게 된다.[13] 농반진반으로 다들 서민을 자처하고 다들 서민정당을 자처하니 배반할 계급(의식)도 계급정당도 없는 것이다.
물론 1992년 대한민국 대통령 선거의 사례에서와 같이 민주당(1991년)의 김대중 후보는 농촌 유권자의 친 민자당 친 노태우성향을 비판하며 유권자의 책임을 지적한 바 있고 이미 30년 전부터 계급배반투표의 논리가 공식적으로 쓰였다 할 수도 있겠다. 1992년 대선 김대중 후보 민주당 유권자 책임강조 그러나 1992년 제14대 대통령 선거 이전까지 좌파 사상 자체가 금기였으며, 좌파나 노동자 정당 역시 거의 대부분이 90년대 말기에 등장한 후, 현실적 의미있는 득표나 국회의원 등의 선출권력을 가져본 사례는 겨우 2000년대 초부터이다.
3.1.2. 계급배반투표 현상이 있다는 주장
한국에서도 계급배반투표가 뚜렷이 나타난다는 반론 또한 있다. 가령 저소득 지역이나 낙후된 지역에서 진보정당을 지지하는 일이 존재한다. 역대 진보정권기에 소득 5분위배율 지표가 더욱 커질 뿐 아니라, 보수정권기에 비해 10분위의 소득 증가율이 1분위의 소득 증가율보다 더 큰 것을 생각하면 저소득계층이 진보정당을 지지하는 것은 계급배반투표의 일종이다. 이런 경우 진보정당의 저소득층 지지세가 강한 이유는 정보의 부재로 인한 심리적 편향현상에 의한 것일 가능성이 크다. 즉 진보정당이니 소득양극화를 개선시켜줄 것이라고 믿고서(실제로는 악화시키고 있음에도) 투표하는 경우이다.
'''다만 소득분위 통계 하나로 진보정당에 대한 저소득층의 투표가 계급배반투표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어폐가 있다. ''' 소득분위 지표는 불평등을 판단하는 여러 지표 중 하나일 뿐이며, 소득분위를 집계할때 사용되는 가계 동향조사는 설문조사 방식이어서 이전부터 정확성을 의심받았다.# [14] 과거 지니계수 또한 가계 동향 지수로 산출하였으나, 가계 동향조사가 소득 불평등을 실제보다 축소해서 보여준다는 비판에 가계 금융 조사로 산출방식을 바꾸었다. 그렇게 산출 방식이 바뀐 결과, 진보 정권에 해당하는 현 정권기에 소득 분배가 오히려 개선되었다는 정반대의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e-나라지표 또한 보수 정권기에 통계청의 공식 통계와 달리 소득 불평등이 심화되었다는 연구 결과 또한 존재 하며,분배 개선됐다고? 금융위기 이후 더 악화 이를 의도적으로 은폐했다는 의혹도 있다.한국이 스웨덴보다 빈부격차 적다?…통계청 직원도 못믿는 '지니계수'
반대로 강남3구 등 집값이 비싼 지역에서 보수정권에 투표하는 행위 역시 계급배반투표로 볼 수 있다. 대한민국의 포트폴리오 특성상 대부분의 국민들의 자산구성 중 가장 비중이 큰 것은 부동산 자산으로, 이에 따르면 강남3구 주민은 진보정당에 투표하는 것이 이익을 극대화하는 투표이다. 이명박근혜 정권보다 노무현•문재인 정권에서의 강남3구 부동산가격 증가율이 확연하게 더 높기 때문이다.[15] 하지만 투표결과는 그 역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연구조사들에서는 계급배반투표가 진행된다고 보이는 저학력, 저소득층을 조사해본 결과, 연령 팩터를 고려하지 않고 계산했을 때는 계급 배반투표가 나타나지만, 연령을 40대부터로 고려하자 진보정당을 지지하는 경향성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http://www.hankookilbo.com/News/Read/201806041548318086
또한 현실적으로 비례대표의 경우 누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그냥 당만 보고 투표하는 경우가 대다수라는 의견이 존재한다. 또한 기초의원의 경우에는 아예 누군지 모른다는 설문조사가 압도적이다. http://m.datanews.co.kr/m/m_article.html?no=4332 광역단체장의 경우 64%, 기초단체장의 경우 41%, 시도의원의 경우 27%, 구시군의원의 경우 27%가 알고 있다고 답변했으며, 이는 사실상 유명성이 떨어지는 시도의원이나 구시군의원 등은 아예 그냥 정당만 보고 뽑는다는 이야기나 마찬가지가 된다. 이는 통계적으로도 정당에 따른 당선확률로도 볼 수 있다. 무소속의 경우에는 대부분의 경우 당선률이 극히 낮다. 하지만 한국의 2대 양당 소속인 경우 당선률이 90%가 넘어간다. 대다수의 유권자들은 후보자가 민주당 계열이냐, 보수정당 계열이냐만 따진다는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
그밖에 지방이나 낙후된 지역일 수록 후보자의 공약이나 능력보다는 자신과 가깝냐, 가깝지 않느냐를 기준으로 혈연, 지연, 학연 등의 이유로 후보자를 선택하는 일도 많다. 특히 도의원이나 구시군의원의 경우는 특히 그러한 성향이 강하다.
3.2. 미국
미국에서는 도널드 트럼프와 관련해서 유명하다. 트럼프는 대선 당시 백인 하류층 노동자들에게 어필하는 공약으로 큰 지지를 얻었으나, 대통령에 당선된 후로는 이에 역행하는 정책들만 펴고 있다는 평가와 비판을 받는다. 자세한 것은 도널드 트럼프/비판과 논란 문서에 있는 최저임금 공약 번복, 당선 후 친월가적 행보를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