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그네(박목월)
1. 개요
박목월이 조지훈의 완화삼(부제: 목월에게)에 답한 시. 실제로 이 시의 부제로는 '''술익는 강마을의 저녁 노을이여~지훈'''라는 대목이 붙어 있다. 한국 현대 문학에 길이 남을 화답시라 할 수 있겠다.
1946년 발간된 박목월·박두진·조지훈의 3인 공동시집 청록집에 수록되었다.
2. 본문
3. 창작 배경
이 시가 만들어진 데에는 이런 이야기가 있다.
박목월이 고향 경주로 조지훈을 초대하였다. 조지훈은 경주로 찾아가자 두 사람은 문학과 사상과 시국[1] 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때 경험했던 박목월의 인정과 경주의 풍물이 기억에 자꾸만 남았던지, 조지훈은 박목월에게 보내는 편지로 자신을 달래다가 완화삼을 지어 박목월에게 편지 삼아 보냈다.
이 편지를 받고 박목월 역시 조지훈과 같이 자신과 뜻을 함께할 수 있는 문학적 동지에 대한 그리움이 사무쳤던 듯 한동안 통곡하고는 답하는 시를 적어 부쳤으니, 바로 '나그네'이다.
박목월이 완화삼에서 인상 깊게 읽었던 구절이 바로 '''"술익는 강마을의 저녁놀이여."'''였다. 그래서 시제 밑에 그 구절을 집어넣고 시구 속에도 '''술 익는 마을마다/타는 저녁놀''' 하는 싯귀를 넣었다.
4. 비판
시로서는 드물게 창작 배경이 만천하에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이 시 자체는 당대의 시대상황을 외면했다는 비판을 자주 받는다. 이런 비판에서는 일제에 의한 수탈이 절정에 이르렀던 1940년대에 이 시에서와 같이 서정적이고 낭만적인 시골 풍경이 어디 있느냐는 말이 일반적으로 언급된다. 게다가 '강나루 건너 밀밭 길'이라는 시어를 통해 이 시의 배경이 늦봄임을 알 수 있는데, 추수 직후에도 수탈 때문에 먹을 것이 없었던 당시의 농촌에서 보릿고개에 술을 빚는다는 것은 현실을 외면한 수준이 아니라 도피나 왜곡이라는 극평도 있다. 이러한 비판은 이 시의 창작동기나 다름없는 완화삼에도 비슷하게 적용되고, 나아가 청록집 수록 작품들 전체에 두루 해당된다.[2]
이에 대해 고등학교 참고서나 각종 해설서에서는 '주인이 집을 잃고 나그네가 된 심정'을 묘사했다고 하거나, 아예 시대상황을 언급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4.1. 반론
하지만 시에서 화자와 시인이 꼭 같을 필요는 없다. 예를 들면 2018년에 어떤 사람이 '학생들이 행복한 세상'을 주제로 시를 썼다고 하자. 그렇다면 이 시인은 청소년 자살률이 OECD 최고이고 청소년 행복지수도 하위권인 대한민국의 현실을 왜곡했기 때문에 비판받아 마땅할까? '술 익는 마을'이 현실을 표현한 구절이라는 말은 어디에도 없다. 작가가 만들어 낸 상상의 세계라는 해석도 충분히 할 수 있다. 작가가 본인이 사는 시대상황과 다른 시를 쓴 것이 비판받을 일이라면, 판타지 소설들은 모두 불쏘시개고 김소월이 남자인데도 시에 여자 화자를 등장시켰다고 비판받아도 이상하지 않다. 이러한 비판의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은 독자의 몫이다.
[1] 이때는 일제 말이었다. 사실상 등단하자마자 절필한 것이나 다름없던 두 사람이 하였을 대화는 미루어 짐작 가능하리라.[2] 박두진의 대표작 중에는 <해>(후에 마그마의 <해야>라는 노래에 영향을 준 시)가 있어 좋은 새날에의 갈망을 드러내는 것으로 인식되기 때문에 시인에 대한 인신공격은 조금 덜한 편이지만, 정작 <해>는 청록집에 수록된 시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