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조노인

 

1. 개요
2. 행적
3. 특징
4. 역대 원주(院主)


1. 개요


二條院
겐지모노가타리에 나오는 거처. 한국식 음독으로는 이조원이다.

2. 행적


본래는 겐지의 어머니 기리쓰보 갱의의 사저로, 기리쓰보 갱의가 다른 후궁들과의 충돌로 마음이 심란할 때 종종 찾아오곤 했다. 기리쓰보 갱의가 병으로 죽음을 앞두자 이곳에서 숨을 거두었고, 어머니인 안찰 대납언의 키타노카타가 어머니의 삼년상을 위해 출궁한 세 살의 겐지를 여섯 살이 될 때까지 이곳에서 보살폈다. 키타노카타는 기리쓰보 덴노의 첫째 황자가 동궁이 되고 희망이 없어지자 병에 들어 죽고 겐지의 처소가 된다.
겐지는 신적강하 이후에는 육조원 개축 전까지 주로 이곳에서 지냈다. 키타노카타가 기리쓰보 갱의 상중에 처지가 안 좋다고 하소연하며 황폐화되어 있다고 한 것으로 보아 상태가 안 좋아졌던 것 같지만, 기리쓰보 첩 마지막에 겐지가 아버지의 도움을 받아 꽤 멋지게 개축시켰다고 한다. 기리쓰보 첩 마지막에 겐지는 후지쓰보 여어(중궁)를 떠올리면서 고뇌하며, 그 사람과 같은 이상적인 여인을 이곳에 두고 함께 살아갈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한탄한다.
이후 겐지는 어린 와카무라사키를 납치했을 때 이곳에 두었고, 와카무라사키는 겐지의 아내가 된 뒤에 이조원의 여주인이 된다. 겐지가 스마로 떠나면서 와카무라사키에게 집안 식솔들과 가재 관리를 맡기는데, 이 때 와카무라사키는 제 역할을 훌륭히 해내서 겐지가 복귀한 뒤에는 니조노우에(二條の上)라고 불리며 겐지의 정실인 아오이노우에의 사후 공백이 된 정실 역할을 맡게 된다.[1]
이후 오토메 첩에서 육조원 개축이 완성되면서 무라사키노우에는 이조원을 떠나 육조원 봄 저택에 거처하게 되었기 때문에 한동안 주인 없는 곳이었는데, 아사가오노히메키미의 입궁을 기념해 새로운 향을 조합하기 위한 재료인 목향이 이곳에 보관되어 있다며 겐지가 찾으러 가는 장면에 잠깐 나오는 정도였다. 하지만 온나산노미야가 겐지의 정실이 되고 무라사키노우에로쿠조노미야스도코로의 사령에 고통받게 되자 이조원으로 돌아가기를 원해 이조원으로 돌아온다.
무라사키노우에는 이조원에서 사망하고 이조원은 셋째 황자(니오노미야)에게 인계된다. 무라사키노우에가 죽고 다음 해, 봄이 오고 매화와 벚꽃이 피어나자 어린 시절의 셋째 황자는 자신을 아낀 무라사키노우에를 떠올리며 특히 무라사키노우에의 상징이었던 벚꽃이 저물지 않을까 노심초사해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 모습을 본 겐지는 무라사키노우에를 떠올리면서 자신이 늙었음을 깨닫는다.
더운 여름 날, 이조원의 연못[2]에 피어 있는 연꽃을 바라보며 무라사키노우에를 떠올리고 지나간 생애를 회고한 뒤 모든 미련을 버리고 출가하게 된다.
속편에서는 니오노미야의 거처로 언급된다.

3. 특징


작품 전체를 놓고 볼 때 무라사키노우에를 위해 준비된 공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곳이다.
정편의 시작을 알리는 기리쓰보 첩에서 부모의 사랑 이야기가 막을 내리고 자기 이야기가 출발하려고 할 때쯤, 본래 기리쓰보 갱의의 사저로 외할머니 키타노카타 사후 물려받은 겐지는 천황의 도움을 받아 더할 나위 없이 멋지게 꾸미고 연못을 크게 늘렸다. 겐지는 홀로 이조원의 연못을 바라보며 후지쓰보 여어(후지쓰보 중궁)를 떠올리며 괴로워하고는 그 사람과 같은 이상적인 사람을 이곳에 두고 살아갈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다.
겐지에게 가장 이상적인 여성은 후지쓰보 중궁이지만, 이 장면에서 말하는 ‘후지쓰보 여어와 같이 이상적인 사람을 두어 같이 살아갈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장면에 나오는 이상적인 여성은 오로지 무라사키노우에만을 칭하는 말이다. 왜냐하면 작중 이조원에서 겐지와 함께 연못을 바라보는 사람은 무라사키노우에뿐이기 때문이다. 겐지와 무라사키노우에가 고비를 맞을 때도 이조원의 연못은 등장하며, 무라사키노우에가 죽은 뒤 이조원의 연못가에서 겐지가 홀로 무라사키노우에를 회상하는 장면 또한 이야기의 시작과 맞물려 나타난다.
기리쓰보 첩 이후 이조원의 연못이 다시 등장하는 것은 무라사키노우에가 처음 등장하는 와카무라사키 첩이다. 어린 나이에 겐지에게 납치되어 이조원에 감금된 열 살 무렵의 와카무라사키가 겐지와 하룻밤을 보낸 다음 날 저택 안을 둘러다볼 때 나온다. 이 장면은 이조원에 대한 와카무라사키의 첫인상을 묘사하고 있는 부분인 만큼 앞으로 전개되는 무라사키노우에와 이조원의 관계를 생각할 때 의미가 크다.
겨울이기에 저택 안의 풍경은 살풍경하고 적막한 게 당연하지만, 겨울 아침녘 연못이 있는 이조원은 그림으로 그린 듯 정취 있고 ‘보기 좋은 곳’이다. 무라사키노우에는 말년에 육조원을 떠나 이조원으로 돌아갈 때 이조원을 ‘마음 편한’ 공간이라고 토로한다. 처음부터 이조원은 무라사키노우에가 스스럼없이 쉴 수 있는 안식처였다.
겨울 아침, 와카무라사키가 홀로 저택 안을 둘러보고 있다는 설정은 아직 본격적으로 시작되지 않은 두 사람의 이야기, 이제 막 궤도에 오르려고 하는 두 사람의 이야기에 맞추기 위함이다. 두 사람이 부부의 연을 맺는 것은 아오이노우에의 장례가 끝난 이후지만 이때부터 와카무라사키는 사실상 이조원에 사는 것이므로 기리쓰보 첩 마지막에 예고된 겐지의 ‘후지쓰보 중궁과 같이 마음에 그리는 이상적인 사람’으로서 이조원에 자리 잡게 된 것이다.
아사가오 첩 마지막 부분에서는 겐지와 무라사키노우에가 처음으로 이조원의 연못을 둘이서 함께 바라보는 장면이 나온다. 육조원의 완성은 바로 다음인 오토메 첩이기 때문에 이때가지 겐지와 무라사키노우에는 이조원에 거처했다. 눈 쌓인 달밤, 꽁꽁 얼어붙은 이조원의 연못을 앞에 두고 마주앉은 사람의 마음에 그늘을 드리우는 것은 겐지가 아사가오노히메키미에게 구애한 것이었다.
무라사키노우에는 질투심조차 내색하지 못할 정도로 극심한 불안에 시달리고 있었다. 겐지에게 자신이 어떤 존재인가에 대한 무라사키노우에의 불안은 아사가오노히메키미가 겐지를 차버리면서 표면적으로 위치를 흔드는 일 없이 끝나지만, 그 일을 겪으며 깊어진 불안과 그에 대한 불신이 응어리가 되어 짓누르고 있었다.
똑같이 겨울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와카무라사키가 처음으로 바라다본 이조원은 정취 있고 보기 좋은 곳이었다. 그러나 이 장면에서 이조원의 뜰 앞 경치는 차마 보기 힘들 정도로 삭막하고 연못의 얼음은 너무나도 심하게 얼어 있다. 겐지모노가타리에 묘사된 정경은 단순한 정경이 아니라 인물의 내면을 보여주는 장치인 것이다.

얼음 뒤덮인 돌 사이 흐르는 물길이 막혔네.

하늘 위 달그림자 서쪽 하늘 쪽으로

이 자리에서 무라사키노우에는 이렇게 와카를 읊고 있다. 자신을 돌 사이로 흐르는 물에, 겐지를 움직이는 달그림자에 비유하였다. 겐지에게 향하는 그의 마음은 막혀 있었다. 이런 무라사키노우에를 바라보는 겐지는 오래전에 사망했지만 지금도 그리워하는 첫사랑 후지쓰보 중궁과 닮았다며 감탄하고 있다. 당시 무라사키노우에의 지위는 1위로 공고화된 상태였지만, 여전히 겐지에게 무라사키노우에는 후지쓰보 중궁의 대신이자 노리개일 뿐이었다. 이런 겐지의 왜곡된 인식은 훗날 후지쓰보 중궁의 대신으로서 온나산노미야가 등장하는 결과를 부르게 된다.
겐지가 온나산노미야와 혼인한 뒤, 이조원의 연못은 무라사키노우에의 고뇌를 반영하듯 오로지 불도와 관련되어 나온다. 그 중 와카나 下 첩에서 이조원의 연못은 ‘연꽃’과 ‘이슬’이 피고 맺히는 장소로 등장한다. 이 장면은 기리쓰보 첩 마지막에는 명시되지 않았던 겐지와 무라사키노우에의 최종적인 귀착점이 어디인지를 보여준다.
여름 날, 연못은 무척이나 시원해 보이고 연꽃이 활짝 피어 있었다. 연잎은 너무나도 푸르고 거기에 이슬이 구슬처럼 반짝이며 매달려 있었다. 겐지는 연꽃을 바라다보며 죽은 뒤 무라사키노우에와 함께 극락왕생해 같은 연화대에 몸을 의탁하고 싶다는 ‘일력탄생’의 바람을 와카에 담아 읊는다.
그러나 무라사키노우에의 시선은 이미 겐지의 관계를 지나 저승으로 향한다. 겐지는 무라사키노우에와의 관계를 현세뿐만 아니라 내세에서도 이어가고 싶다고 바라보고 있지만, 그런 그를 바라보는 무라사키노우에의 시선은 연민으로 가득할 뿐이다. 당시 무라사키노우에는 간병 끝에 병세가 좀 나아져서 둘이서 이조원의 연못을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그 해 정월 이조원에서 열린 여자들만의 연회에 참석한 뒤 겐지와 이제까지 살아온 여정과 여성들에 대한 담소를 나눈 뒤 갑자기 몸져누운 상태였다.
기리쓰보 첩 마지막에 처음 묘사된 뒤 주로 겨울을 배경으로 하던 이조원의 연못은 두 사람이 기나긴 세월을 함께한 뒤 연꽃이 만발한 여름 풍경으로 묘사되고 있다. 연못의 ‘연꽃’은 와카에서 주로 극락정토의 비유, 연잎 위 ‘이슬’은 허무함의 상징이다. 현세의 영화와 신산을 맛본 겐지와 무라사키노우에가 본 것은 함께 살아온 지나온 인생에 대한 무상감이다. 앞날이 그리 길지 않은 두 사람, 특히 겐지에게 남아 있는 것은 내세에서 함께할 일력탄생의 바람밖에 없다.
두 사람이 함께 바라보는 이조원의 연못 풍경은, 이제까지 함께한 두 사람의 인생과 두 사람의 이야기가 응축되어 투영되어 있다. 와카나 下 첩의 이 장면에 와서야 비로소 이조원의 연못을 함께 바라다볼 ‘마음에 그리는 이상적인 사람’이 바로 겐지의 일력탄생의 상대이기도 하다는 것이 소급되어 제시되어 있다.
겐지모노가타리 마보로시 첩은 무라사키노우에 사후 변해가는 계절의 순환 속에서 겐지가 무라사키노우에를 추모하며 출가를 준비하는 내용이다. 그 중 더운 여름 날, 겐지가 홀로 연못가에 앉아 활짝 핀 연꽃을 바라보면서 생각에 잠긴 모습은 세상을 뜬 무라사키노우에의 공백을 강조하며 겐지에게 무라사키노우에가 어떠한 존재였는지를 보여준다.
이조원은 무라사키노우에에게 있어 보기 좋고 마음 편한 공간, 내 집처럼 여겨지는 공간이었다. 이조원은 처음부터 끝까지 무라사키노우에에게 있어 참된 안식처였다. 무라사키노우에는 육조원이 아닌 이조원에서 인생의 마지막 나날을 보내고 사망한다. 이는 기리쓰보 첩에서 겐지가 이조원의 연못을 바라보며 ‘마음에 그리는 이상적인 사람’을 꿈꾼 뒤 이조원에서 그와 삶을 함께한 여성의 최후를 통해 삶의 허무함을 표상하는 ‘연못의 연꽃’을 향해 나아가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무라사키노우에의 비극적인 생애는 겐지모노가타리에 형상화된 여성 이야기의 주제의식이 응축되어 있는 것이다.

4. 역대 원주(院主)


  • 2대 : 안찰 대납언의 키타노카타(北の方)

[1] 다만 공경과 당상관의 아내를 부르는 경칭인 키타노카타(北の方)라고 불리지 못한 것에서 알 수 있듯 정실 대리에 더 가까웠고, 결국 공백이었던 정실 자리는 말년에 겐지가 온나산노미야(女三宮)와 혼인하면서 자리를 넘겨주게 된다.[2] 작중에는 연못이라고만 나오지만, 작중 전체의 흐름을 보았을 때 이조원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