닛산 GT-R LM NISMO

 


1. 개요
2. 계획
2.1.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막중한 임무
3. Torotrak의 중도 하차
4. 그 와중에 빛나는 기본 설계와 엔진
5. 결과와 패인
6. 사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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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GT-R LM NISMO는 2015년에 닛산자동차가 제작한 유래 없는 FF 방식의 LMP1-H 클래스 차량이다. GT-R과는 이름만 같을 뿐 구동방식 등 전혀 다른 차량이다. 계획대로만 만들어졌다면 LMP1의 하이브리드 클래스가 4강 체재가 될 수 있었을 정도의 포텐셜을 가진 차였지만, 설계의 핵심이 되는 하이브리드 시스템에 너무나 많은 요소가 기대고 있었고, 이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망하면서 같이 망해버린 비운의 프로토타입이다.

2. 계획


GT-R LM NISMO의 기본 설계 철학은 프런트 엔진을 통해 얻는 우월한 공력 성능과 전방 65%라는 무게 바이에스에 착안한 FF 구동 방식과 빠른 코너링 성능, 그리고 직선에서는 비교가 불가능한 가속과 최고 속도 성능이다. 이런 일면 불가능해 보이는 성능을 가능케 할 것이 개요에서도 설명했듯 이 설계의 기본이자 뼈대, 알파이자 오메가가 되는 하이브리드 시스템이다. 이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포뮬러 1이 2010년대 초/중반에 쓰던 KERS와 같은 기계식 플라이휠 시스템이였는데, 후술할 영국의 Torotrak사에서 맡은 부분이였다.
기본적으로 GT-R LM NISMO의 동력 전달의 기본이 되는 VRX30A 3.0리터 V6 트윈터보 엔진은 차체의 앞쪽에 장착되어 FF 방식으로서 앞 바퀴만을 굴린다. 당연히 LMP1 레벨의 레이스카에서 이런 설계를 채용하면 토쏠리는 토크 스티어링, 가속시의 무게 이동에 따른 가속력 저하 등 불리한 점이 많은데, 이러한 설계를 채용한 이유는 이 차가 코너를 돈 후 가속 시에는 대략 750 마력의 출력을 내는 8 MJ 출력의 플라이 휠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뒷 바퀴에 동력을 전달할 것이였기 때문이다. 이는 WEC의 레귤레이션의 헛점[1]을 노리고 채용한 설계 였는데, 원래는 리어 미드십 설계에의 패널티 성격으로 만들어진 WEC의 에어로 규정이 FF를 채용함으로서 이점으로서 작용하는 것이다.
우선 엔진을 섀시에 앞쪽에 탑재함으로서 섀시 뒷쪽 중앙의 공간을 비운다. 그와 동시에 차체의 앞에는 (규정에 따라 크기에 제한이 없는) 거대한 프런트 스플리터를 장착하여 막대한 지면 효과를 생성할 수 있게 된다. 스플리터에서 차체 밑으로 들어간 공기는 보통의 레이스 카 처럼 차체의 옆면으로 배출되지 않고 차체 하면을 따라 흐르다,차체 중앙의 비워둔[2] 공간에 설치한 공기 터널로 흘러 차체의 후면에서 디퓨저 위로 배출된다. 이를 통해 엄청난 양의 다운포스는 유지하면서도 공기 저항은 최소화 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앞쪽 공간의 극소한 공간에 엔진을 탑재할 필요가 있는데 [3], Ben Bowlby와 닛산의 기술자들은 이를 해내고 만다. 물론 엄청나게 타이트한 패키지였고, 이는 후술할 문제들의 원인 중 하나이기도 했다.
프런트 미드십 설계에 따른 우월한 공력 성능은 분명 큰 장점이지만, 엔진을 앞에 탑재하는 것의 단점을 커버하지 못하는데, 거기서 등장하는게 바로 플라이 휠 시스템이다.

2.1.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막중한 임무


GT-R LM NISMO에 플라이 휠을 탑재함으로서 주어지는 이점은 다음과 같다 :
  • 플라이 휠 시스템이 브레이킹 과정에서 회생 제동을 통해 막대한 에너지를 확보하기 때문에 브레이크의 부담이 줄어든다. 이는 작은 브레이크와 더욱 간소한 냉각 계통으로 이어지며, 이를 통해 무게를 절감하고 공기 저항을 줄이는게 가능하다.
  • 브레이크가 작기 때문에 휠의 크기도 줄일 수 있고, 이는 사이드월이 더 큰, 즉 자체적으로 더욱 큰 충격을 댐핑하는게 가능한 타이어를 탑재 할 수 있다. F1의 그것을 생각하면 편한데, 이는 다시말해 F1 처럼 더욱 가벼운 서스펜션을 탑재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소리다. 또한 서스펜션의 움직임이 적어지기 때문에 더욱 컴팩트한 패키지를 탑재하는 것이 가능했다. 닛산은 이를 위해 미쉘린에게 GT-R LM NISMO를 위한 특별한 타이어를 주문했고, 미쉘린은 주문을 받아들여 해당 타이어를 실제로 완성해주었다.
  • 가속에서 플라이 휠이 절반 이상의 출력을 감당하기 때문에 엔진과 클러치, 기어박스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또한 다른 하이브리드 레이스 카들 처럼 연료 소모가 감소하는건 당연한 이치다.
  • 기계식 플라이 휠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뒷 바퀴와 직접 연결 되어 있었기 때문에 반응 속도가 매우 빨랐다. 최고 회전수인 60000 RPM으로 상승하고 다시 에너지를 방출하는데 기존의 하이브리드와는 비교가 안되는 반응 속도를 자랑했다.
결과적으로 이를 통해 차체에서 튀어나오는 부분을 억제하여 공기저항을 최대한 줄이고, 프런트 스플리터에서 생성되는 다운포스와 차체의 무게중심 (엔진)을 일치하게 한다. 이에 따라 GT-R LM NISMO는 설계대로라면 컴팩트하고 공기저항은 극도로 적으면서도, 다운포스는 충분하고, 거의 완벽한 무게와 다운포스 배분을 가진, 총 출력 1250 마력의, 오직 르망 24시만을 위해 만들어진 엄청난 괴물이 될 수 있는 포텐셜을 가질 수 있었다. GT-R LM NISMO는 이를 통해 재가속 구간에서는 모든 차를 제치고, 그 후에는 우월한 공력 설계를 통해 얻는 고속구간 가속 능력과 최고속도로 모든 라이벌을 따돌리는 차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만약 계획대로 됐더라면.....

3. Torotrak의 중도 하차


문제는 이런 막중한 임무를 맡은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공급할 토로트랙이였다. 원래라면 토로트랙의 플라이휠은 750 마력이 아니라 1500 마력의 출력을 내기 위해 설계된 물건이였다. 이것이 설계 부족으로 목표를 하향조정 한 것이 750 마력이였고, 이마저도 GT-R LM NISMO에는 탑재되지 못했다. 이는 사실은 예정된 수순이였는데, 토로트랙은 레이스 밖에서도 공급하는 회생제동 시스템이 설계/요구 출력을 충족하지 못하는 일이 빈번한 회사였다. 이는 레이스에서도 마찬가지여서 토로트랙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 프로젝트가 실패한 전적도 있었다. 그런 토로트랙을 파트너로 선택한 닛산은 결국 엄청난 실패와 LMP1-H 리드카 였던 포르쉐 919 하이브리드 대비 20초나 차이나는 굴욕을 겪고 만다. 게다가 21번 차량은 LMP2클래스 폴포지션 차량보다 고작 0.248초밖에 빠르지않아 충격이었는데, 일반적으로 LMP1과 LMP2사이의 격차는 F1과 F2처럼 수준차이가 하늘과 땅 차이이기 때문이다. [4] 결과적으로 플라이 휠이 장착되지 않은 GT-R LM NISMO는 마치 전기모터가 빠진 리프와도 같은 꼴이 된다.
막대한 양의 운동에너지를 회생제동으로 회수하는 플라이 휠이 없으니, 당연히 브레이크의 부담이 커졌고, 원설계대로의 브레이크가 이를 감당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였기에 더 큰 브레이크와 이를 위한 18인치 휠을 달았다. 더 큰 휠, 브레이크, 냉각 계통은 서스펜션이 작아져야 함을 위미했고, 설계 변경은 차의 핸들링과 밸런스, 심지어 공기역학 설계 마저 망가뜨리고 만다. 서스펜션의 중요성을 생각하면 여기서 GT-R LM NISMO는 이미 반 죽은 레이스카가 된 것이다. 서스펜션은 작아졌지만 휠은 커졌기에, 당연히 이는 서스펜션의 부담으로 이어졌고, 촉박한 개발 시간과 부족한 재정지원이 겹쳐 테스트 도중 서스펜션이 망가지고 사고가 나 또 다시 대대적인 재설계에 돌입, 이를 위해 실버스톤과 스파라는 WEC 캘린더 내의 데이터 수집을 위한 귀중한 기회들을 놓지고 만다. 결과적으로 GT-R LM NISMO는 고속에서 연석을 타는 것이 불가능한 레이스 카가 돼버렸다. 교체한 브레이크도 말이 아니였던건 마찬가지인데, LMP1 수준의 레이스카에서 쓰는 브레이크는 브램보를 사와서 다는식으로 쉽게 해결 가능한 물건이 아니였기에 대체 브레이크를 찾는 것도 문제였고, 대체제로 달은 브레이크도 컴파운드와 냉각성능이 시망이라 문제가 컸다. 당연하지만 13인치 휠에 끼는 커다란 사이드월을 가진 전용 타이어를 쓰려던 차를 18인치 휠용 일반 타이어를 끼니 운동성능은 더욱더 처참하게 망가져버렸고, 이미 죽은 차를 또 다시 부관참시하는 꼴이 되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윗 문단에서 설명한 문제들은 감속과 코너중의 문제고, 더 큰 문제는 코너 탈출과 재가속 과정에 있었다. 위에서 말했듯이 이 차의 클러치와 여타 트랜스미션 부품은 하이브리드 동력 시스템이 재가속시에 절반 이상의 출력을 감당하는 것을 전제로 설계 되었는데, 이것이 빠지니 트랜스미션에만 막대한 부하가 걸렸고, 실제로 3대 중 2대가 리타이어 한 것에는 서스펜션이 박살나는 등의 문제 이외에도 이러한 부하를 감당하기 위해 설계되지 않은 클러치가 망가지는 문제가 있었다. 하이브리드가 동력을 전달할 예정이였던 뒷 바퀴에 동력이 없으니 재가속 능력이 망한건 당연했고, 코너 탈출 후 재가속시 막심한 출력 부족에 시달렸다. 또 플라이 휠은 빠졌더라도 기본적으로 하이브리드를 위한 설계는 남아 있었기에 이는 사하중[5]이 되었고, 매우 무거운 플라이 휠 중량이 빠지니 차체의 무게 밸런스도 망가졌다.
결과적으로 이 차는 기본적인 요구성능도 충족시키지 못하고, LMP2보다 출력도 낮은데다가[6], 한참 느려도 한참 느린 GTE클래스랑 경쟁해야 할 수준의 똥차가 되고 만다.

4. 그 와중에 빛나는 기본 설계와 엔진


GT-R LM NISMO는 비교가 불가능한 가속과 최고속도 성능으로 직선에서는 따라올 차가 없고, 차체 앞에 무게 바이에스를 둔 덕에 코너링도 뛰어난 차가 될 수 있었고, 이는 당시 뮬산 스트레이트에서의 최고속도인 339 Km/h로 드러난다. 오히려 3대 중 1대라도 24시간을 돌고 LMP2~LMGTE급 레코드를 기록 한 것, GT3 급 출력을 가지고도 뮬산 스트레이트에서도 저정도 최고 속도를 내는 것을 보면 원 설계의 포텐셜, 그리고 닛산이 자랑하는 엔진 설계 능력의 결과물인 VRX30A의 성능과 신뢰성이 드러난다면[7] 더할 나위 없이 적어도 토요타는 제치고 2,3위권에는 속해 있었을 것이다.

5. 결과와 패인


결과적으로 닛산의 2015년 시도는 참담하였는데, 위에서도 말 했듯이 프라이비티어 컨텐더들의 클래스인 LMP2만도 못한 랩타임과 3대 중 2대가 리타이어하는 결과를 냈다. 또한 완주한 #22번 차량은 경기 종료 직전까지 살아남아 24시간을 무사히 돌았지만, 이마저도 최종 랩 카운트는 고작 240랩 정도로 LMP1,2 심지어 가장 낮은 클래스인 LMGTE-Am(아마추어)와 비교도 못할정도로 완주한 차량들 중에선 꼴지였다. 문제는 이 240랩이 우승한 포르쉐 919 하이브리드 #19번 차량이 주행한 395랩의 70%가 넘지 않는 랩 수 였기에 결론적으로 규정에 따라 완주로 인정받지 못했다.[8]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WEC 최상위 카테고리 LMP1-H에 컨스트럭터로 참여한 닛산의 최대 치욕이자, 리타이어로 DNF하는 것 보다 더한 수치였다.
이 차의 패인은 기본적으로 3개이다 :
  • 너무 하이브리드 시스템에 의지한 설계, 그럼에도 플랜 B의 준비는 없이 원계획대로만 추진한 팀의 패착.
  • 회사 상부의 의지 부족과 당시 르노 모터스포츠 프로젝트의 의사 결정.
  • 그에 따라 매우 촉박했던 14개월의 설계 일정, 부족한 인원들과 예산.
이중에서도 특히 촉박한 일정은 이 차가 회생될 가능성 자체를 닛산 스스로 부정하게 만들었다. 결과적으로 고출력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에 기대 엄청나게 급진적인 설계를 채용했지만, 그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망해서 같이 침몰한 계획이라고 할 수 있다. 이미 애스턴 마틴이 촉박한 설계 일정으로 계획을 망쳐서 1위 페이스의 차량과 대략 10초 정도 가량 차이가 나는 DBR1-2 레이스 카를 만든 적이 있는 과거를 생각해보면 애스턴 마틴의 실수를 닛산이 반복했다고 할 수 있다.

6. 사족


2015년 르망 24시 이후 Ben Bowlby와 그의 팀은 토로트랙의 플라이 휠 시스탬을 대체할 전기식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개발함과 동시에 원 설계철학을 재현하려고 다시 한번 시도하게 되고,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개발이 진척되고 긍정적인 신호들이 나오면서 2016년에는 경쟁 가능한 차가 만들어 질 수도 있었다는 가능성을 제시하였다. 그러나 새로운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KERS와 비슷했던 원 설계와 달리 2014년 이후 부터 쓰이게 된 F1의 전기식 하이브리드 시스템과 유사한 점이 많았고, 무엇보다 모기업 르노가 2016년 원래 르노 F1 팀이였던 로터스 F1 팀을 다시 인수하여 2016 시즌 컨스트럭터 복귀를 결정하여, 닛산 모터스포츠 부문의 예산은 F1으로 모두 옮겨가게 된다.[9] 물론 2015년의 굴욕의 책임을 질 사람도 필요 했을 것이다. 다만 이후 WEC에서 완전히 철수 하지는 않았고, 2018년에는 닛산의 엔진을 사용한 바이콜레스 레이싱이 제법 괜찮은 성적을 냈었고 한 때 LMP2에서 제법 높은 엔진 점유율을 보였다. 하지만 이것도 2020년 부터는 깁슨사의 독점으로 끝났지만.
이 차가 보여준 가능성과 도전 정신, 닛산의 엔진 설계 능력을 생각해보면 실로 아쉬운 결정이 아닐 수 없다. 그 후 닛산은 계속해서 모터스포츠 참여를 줄여 현재에 이르러서는 포뮬러 E[10], GT3 클래스의 몇몇 경기 그리고 예전부터 꾸준히 참가해오던 슈퍼GT 정도 밖에 나가지 않고 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이 차가 한동안은 닛산의 마지막 최상위 클래스 경주차가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1] 이라고는 하지만 GT-R LM NISMO 처럼 프런트 미드십을 채용하지 않으면 누릴 수 없는 이점이다[2] 원래 미드십이라면 엔진과 냉각 파이프 등이 들어갈 공간이다[3] 기껏 차체 하면의 공기저항을 줄여놨는데 엔진룸 때문에 정면의 면적을 키우면 말짱도루묵인건 뻔한 이야기다[4] 그리고 더욱 안좋은 소식은 예선에서 선두차량(폴포지션)이 기록한 결과의 110% 이내로 랩타임을 기록하지 못해 그리드 패널티를 부과받았다는 것(...) 닛산이 출전시킨 21,22,23번 차량 모두 LMP클래스의 최후미 그리드로 배치되었다.[5] 고정하중이라고도 하며 물체의 위에 올려놓은 추의 중력 작용과 같이, 정지한 채 외관상 전혀 외력으로서의 작용을 하지 않는 하중이다. 주로 구조물의 자중으로, 설계시 구조물의 치수로부터 정확하게 계산할 수 있다.[6] 스펙상으로 6기통 터보 엔진의 출력은 500 마력 가량 밖에 안된다[7] 물론 코스워스에서 디자인에 참여하고 제작했다. 기본 설계는 닛산의 작품[8] 다만 얘만 이렇게 된 건 아니였다, 바이콜레스의 4번도 이 규정에 의해 완주로 인정받지 못했다[9] 닛산은 르노그룹에 인수되고 얼마 지나지 않은 2000년대 초반의 마일드-세븐 르노 시기에도 르노의 F1 프로그램에 다양하게 참여한바 있다.[10] 사실 FE에 참가하는것도 르노가 F1에 집중하기위해 닛산 브랜드로 맡겨놓고 떠난것이다. 르노가 다시 FE에 관심을 들이면 닛산은 언제든지 떠날 준비를 해야하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