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구
1. 개요
단구(丹邱)는 동해 바다 한가운데에 있다는 이상향이다. 유동지가 단구의 선경에서 놀았다는 기록이 <식단구유랑표해(識丹邱劉郞漂海)>에 있다.
2. 식단구유랑표해의 기록
고성군에 사는 유동지는 동네 사람 24명과 함께 배를 타고 한 섬에 미역을 따러 갔다. 큰 풍랑을 만나 배가 가라앉아 표류하다가 겨우 세 명만이 살아남아 한 곳에 닿았다. 갑자기 두 동자가 나타나서 선생의 명이라며 술잔에 물을 따라주니 세 사람이 이를 마시고 기력을 회복하였다. 그들은 동자를 따라가서 노옹을 만났는데, 노옹이 그 섬이 동해의 단구(신선이 산다는 곳, 밤도 낮과 같이 늘 밝다는 곳)로서 그곳에서는 물만 마시고 풀로 옷을 입는다고 하였다. 그들은 노옹을 졸라 떨어진 거리가 3만여 리 안 해 돋는 곳을 구경할 수 있도록 허락을 받았다. 세 사람이 배에 올라 동자가 준 경액을 세 번 마시자, 배가 이미 언덕에 닿아 세간의 일출과는 비견할 바가 아닌 일출을 볼 수 있었다. 그들이 고향에 돌아가기를 원하자, 노인은 섬의 하루가 사람의 일 년이니 표류한 지 50년이 지났다며 돌아가도 생소할 것이라며 만류하였다. 그래도 돌아가기를 간청하니 노인은 배를 태워 보내면서 지남철을 주어 갈 방향을 일러주었다. 유동지는 배 속에서 경액 3병을 훔쳤다. 그들이 동자의 도움으로 고성에 되돌아보니, 만나는 사람마다 낯설고, 부모와 처자식이 죽은 지 오래되어 손자가 집주인으로 있었다. 유동지는 훔친 경액을 하루 한 번 먹어 200년 동안 무병히 지냈다. 그 후 고성 원이나 수령 등이 부르면 가서 단구에 대한 이야기를 하곤 하였다.
2.1. 단구에 대한 부가 설명
유동지가 표류하다가 찾아간 단구는 동해 가운데에 섬나라로 형상화된 이상향이다. 이는 연명장수의 낙토사상을 근원으로 한다. 즉 ‘이곳의 하루는 사람 세상의 1년(此中一日 卽人間一歲也)’이라고 한 것은 단구라는 선계에서 흐르는 시간과 속계에서 흐르는 시간이 다르다는 말이다. 이는 유동지가 집으로 돌아와 보니 처자도 죽고 손자도 늙었다는 말에서 쉽게 알 수 있다.
선계에서 흐르는 시간과 현실계에서 흐르는 시간 서로 많이 차이가 난다는 것을 보여주는 이야기는 여러 곳에서 보인다. 선경에서 사흘을 쉬고 집으로 돌아오니 300년이 흘러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해서야담≫) 채집설화에도 엄종환이란 사람이 소에 빠져 용궁에 들어갔다가 나오니 벌써 자기의 3년상을 지냈다는 이야기(≪韓國口碑文學大系≫ 2-3, 361쪽) 등이 있다. 사람이 현실 시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 세계에 들어갔다가 나오는 것을 말하는데, 그 결과 사람이 가지는 욕망 중 하나인 장생불사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 준다.
2.2. 단구에 대한 해석
한편 단구의 경액이나 경장옥예(瓊醬玉醴)는 장생불사하면서 아무 걱정이 없이 편안히 지낼 수 있는 선약이다. 유동지가 경액을 먹고 200년이나 살았다는 것은 사람이 가지는 최대의 목적은 장생불사란 점을 지적한 것이며, 이는 생명욕이 무엇보다도 강한 것임을 보여주는 단서가 된다.
따라서 단구의 이야기는 생명에 대한 위협이 아무것도 없는 생명이 극도로 보장된 상태를 설명하는 것이다. 또한 구체화되지 않았던 도원의 시간 관념이 구체화됨을 볼 수 있다. 선계의 하루가 인간의 1년이라는 시간의 경과는 선계를 동경하는 사람의 열망을 표현한 것이라 할 수 있으며, 선계의 경액 혹은 경장옥예를 마시고 사람의 수명을 늘리려는 목적은 이상향을 증언하려는 바람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