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포르메
1. 개요
(프)déformer, (일)デフォルメ
미술, 특히 주로 회화미술에서 대상을 사실적으로 묘사하지 않고 일부 변형, 축소, 왜곡을 가해서 표현하는 기법. 데포르마시옹(déformation)이라고도 불린다.[1]
2. 역사
회화는 사람이 보는 물품을 캔버스로 옮겨 그리는 절차를 말한다. 아무리 주관이 빠지더라도 작품에는 왜곡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사람마다 표현법과 관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로 고대 그리스의 인체 조각상에는 조금이라도 이상적인 모양으로 표현하려고 왜곡이 들어갔고, 르네상스 미술에는 대상을 조금이라도 아름답게, 웅장하게 표현하려는 시도가 나왔다. 약 기원전 2만 5천년경에 만들어졌다고 추정되는 빌렌도르프의 비너스 상을 봐도 당대 미의 기준(이라고 추정되는 모양)을 따라 가슴, 허리, 엉덩이 등이 매우 과장되게 표현되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런 왜곡을 작가가 고의적으로 사용하려는 시도도 나타났는데, 주로 폴 세잔 전후로 이런 움직임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기존의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모방하려는 시각에서 벗어나, 때로는 부자연스럽고 기괴할 정도로 대상을 과감하게 변형시키면서 새로운 조형적 시도를 모의했다. 표현주의나 야수파 화가들이 이러한 방법론을 많이 받아들여 의식적으로 많이 사용했고, 후대 미술에도 많은 영향을 끼치게 된 기법이다.
3. 현대의 데포르메
현대[2] 에서는 미술사나 순수 미술 쪽의 얘기가 아닌 이상, 데포르메는 주로 상업예술 전반에서 표현하려는 대상을 어떻게 간략화시켜서 표현하느냐에 대한 방법론의 총칭으로 통한다. 더 쉽게 말하면, 캐릭터를 얼마나 캐릭터스럽게 표현할지에 대한 고민이라고도 할 수 있다.
물론 데포르메를 어떻게 적용하느냐는 전적으로 작가 개인 취향이나 성향에 따라 천차만별이고, 이러한 데포르메를 어떻게, 얼마나 차용하느냐에 따라 그림체의 차이를 좌지우지한다. 최소한의 데포르메만 유지하면서 극사실주의에 가까운 화풍을 보이는 작가도 있는 반면, 눈이 손보다 큰 작가도 있다. 근육이 비현실적으로 그려진 슈퍼히어로 만화의 그림체도 넓은 의미의 데포르메이다.
4. 특징
신체별 데포르메의 특징을 정리해 놓았다. 캐릭터를 그릴때 참고하면 좋다.
참고로 아래 예시들은 주로 만화 작법이다.
4.1. 얼굴
기본적으로 타원형이다. 머리 윗부분은 둥글고 옆은 수직에 가깝게 내려오다 입 부근에서 비스듬하게 꺾여 턱에서 만난다.
4.2. 머리카락
당연하지만 약 10만 개인 머리카락을 다 그릴 수는 없고 보통 여러 개의 뭉텅이로 표현한다. 머리카락은 정수리에서 시작되며 아래로 뻗어 나간다. 기본적인 머리카락의 흐름에 어긋나는 잔머리를 그려주면 리얼리티가 살아난다.
4.3. 눈
실제 눈보다 크게 그리는 경우가 많다. 속눈썹도 실제보다 두껍게 그려진다. 주로 윗 속눈썹, 아래 속눈썹을 그리고 필요에 따라 윗 속눈썹 위에 쌍커풀을 그린다. 눈동자 안에 동공을 그리고 하이라이트를 표현해 주기도 한다.
4.4. 코
그림체에 따라 점으로 간략하게 그리거나 아예 생략하는 경우도 있다. 자세하게 그리는 경우 콧날과 콧구멍까지 묘사해준다. 캐릭터에 따라 실제보다 크게 그리는 경우도 있다.
4.5. 입
입술은 보통 아랫쪽만 표현하거나 아예 안 그리는 경우가 많다. 입 안은 위아래 치아와 혀, 안쪽의 입 표면을 그린다. 입을 벌리면 굉장히 늘어난다.
4.6. 몸통
남성의 경우 역삼각형 몸매, 여성의 경우 삼각형 몸매다. 자세하게 설명하자면 남성은 어깨가 넓고 골반이 좁은 반면에 여성은 어깨가 좁고 골반이 넓다. 성인 여성의 경우 가슴도 표현해 준다. 어린아이의 경우는 굴곡 없이 일자형 몸매로 그린다.
4.7. 팔다리
팔을 늘어뜨린 자세에서 보았을 때 팔은 어깨에서 시작되어 몸통의 좁게 들어가는 높이에 팔꿈치가 있고 사타구니 부분에 손목이 있다. 다리는 머리와 몸통을 합친 것보다 조금 길다.
움직임을 표현하기 위해 실제보다 길게 그리는 경우가 많다.
5. 관련 문서
[1] 데포르마시옹은 데포르메의 명사형일 뿐이라 의미상으로는 완전히 동일하지만, 둘을 미묘하게 구분해서 쓰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는 주로 미술사적인 얘기를 할 때 데포르마시옹이라는 용어를 쓰고, 현대 상업미술 쪽 얘기를 할 때 데포르메라는 용어를 쓰는 편이다.[2] 미술사적으로 말하면 동시대(Contemporary)라고 하는 게 좀 더 정확하지만, 여기서는 혼동의 여지가 없기 때문에 현대라고 적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