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플러 효과
1. 개요
Doppler effect.
파원에서 나온 파동의 진동수가 실제 진동수와 다르게 관측되는 현상. 1842년, 크리스티안 도플러(Christian Doppler)가 제안한 물리 현상이다.
일상적인 예로 앰뷸런스가 사이렌을 켜고 달려가는 상황을 생각해 보자. 관찰자인 '나'는 이 사이렌 소리를 정지 상태에서 가만히 듣고 있다. 그러면 앰뷸런스가 가까이 올 때는 높은 소리가 들리다가 관찰자를 지나 멀어져가기 시작하면 소리가 낮아진다. 이때 소리는 파동의 일종인데 높은 소리는 진동수가 높고 낮은 소리는 진동수가 낮다. 따라서 '나'는 앰뷸런스가 가까이 올 때 소리의 진동수는 실제보다 높아진 것같이 느끼고 멀어져 갈 때는 실제보다 낮아진 것처럼 느껴진다. 이와 같이 파동의 진동수가 왜곡되는 현상을 도플러 효과라고 한다.
여기서 소방차의 사이렌 소리를 들을 수 있다.
2. 발생 원인
파원이 움직이고 있을 때, 파동의 진행방향이 같으면 파원과 파동 간의 상대속도가 상쇄되어 파장이 짧아진다. 반면 파원과 파동이 서로 반대로 갈 때는 상대속도가 보강, 파장은 벌어진다. 이 상태에서 '나'는 이렇게 변형된 파장을 감지하는데, 파동이 전달되는 '''속도'''는 일정하므로 짧은 파장은 높은 진동수, 긴 파장은 낮은 진동수를 관측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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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그림으로 나타낸 것. 왼쪽이 정지 상태, 오른쪽이 운동 상태이다.
이러한 도플러 효과는 소리뿐만 아니라 모든 파동에 적용된다. 즉, 어떤 파동원(波動源)이 다가오고 있을 때 정지한 관찰자는 파동의 파장이 실제보다 짧게 느껴지고, 파동원이 멀어지면 정지한 관찰자는 파동의 파장이 실제보다 길게 느껴진다.
또한 파원이 멈춰있더라도 관측자가 움직이면 파동과 관측자 사이의 상대속도가 달라져 그에 따라 관측하는 진동수도 달라진다.
다만 전자기파의 경우 광속 불변 원리 때문에 위와 같은 설명이 적용되지 않으며, 다른 방식으로 발생 원리를 설명해야 한다. 도출되는 식도 역학적 파동과는 약간 다르다. 자세한 내용은 상대론적 도플러 효과 참조.
3. 정량적인 접근
[image]
파원이 움직일 때와 관찰자(=검출기)가 움직일 때 두 가지로 나눈다.
이하 파동의 속도와 파원의 속도, 그리고 관찰자의 속도를 각각 $$v,\ v_1,\ v_2(|v_1|<|v|)$$[1] 라 한다. 모든 속도 값은 그림 상에서 오른쪽으로 운동할 때 (+), 왼쪽으로 움직이면 (-)로 잡는다. 파원의 원래 진동수와 관측되는 진동수는 $$f,\ f'$$으로 표기.
참고로 아래는 파원과 관측자가 모두 일직선상에서 정지해 있거나 등속으로 운동한다고 가정한다. 이차원 이상으로 넘어가거나 속도가 시간에 따라 변하면 상황이 꽤 복잡해진다.
3.1. 관찰자가 움직일 때
위 그림의 첫 번째 상황과 같이 검출기에 도달하는 시점에서 접근한다.
$$\Delta t$$만큼 경과하였을 때 파동과 검출기는 각각 $$v \Delta t,\ v_2\Delta t$$이다. 그러므로 이 시간동안 '검출기가 감지하는 구간'(빨간색~파란색 표시 구간)의 길이는 $$L=|v-v_2|\Delta t$$이다.
한편 한 파장의 길이는 $$\lambda = \frac{|v|}{f}$$이다. 따라서 해당 구간의 '''파장 수'''는 $$N=\frac{L}{\lambda} = \frac{|v-v_2|}{|v|}f\Delta t$$이고, 감지된 파장 수를 경과 시간으로 나누면 관측되는 진동수가 나온다.
$$\displaystyle f'=\frac{N}{\Delta t} = \left| \frac{v-v_2}{v} \right| f$$
3.2. 파원이 움직일 때
이번에는 위 그림의 두 번째 상황. 파원이 파동을 일으키는 시점에서 접근한다.
우선 $$\Delta t$$만큼 경과하였을 때 파원이 내는 파동의 '''파장 수'''는 $$N=f\Delta t$$이다. 그 다음은 '파원이 생성한 구간'의 길이를 구한다. 이는 파원이 움직인 거리와 파동이 움직인 거리의 차로 알 수 있다. 즉 $$L=|v-v_1|\Delta t$$가 성립한다.
여기서 한 파장의 길이는 바로 위에서 파장 수로 나누어서 구할 수 있다. $$\lambda' = \frac{L}{N} = \frac{|v-v_1|}{f}$$ 관찰자는 정지해 있으므로 원래 파동의 속력을 이용하여 진동수를 알 수 있다.
$$\displaystyle f'=\frac{|v|}{\lambda'} = \left| \frac{v}{v-v_1} \right| f$$
3.3. 모두 움직일 때
앞서 살펴본 방법대로 접근하면 다음 공식을 이끌어낼 수 있다.
$$\displaystyle f'= \left| \frac{v-v_2}{v-v_1} \right| f$$
맨 처음에 가정했듯이 이 식은 속도의 ±부호가 중요하다. 파원, 파동, 관찰자 모두 오른쪽으로 움직일 때 (+)부호를 대입하고, 왼쪽으로 움직이면 (-)부호를 대입해야 정확한 계산이 나온다. 그리고 이 관계식은 파원과 파동, 혹은 파동과 관찰자 사이의 상대속도를 내포하고 있다.
4. 적색편이와 청색편이
도플러 효과로 인해 파장이 상대적으로 짧아질 때를 청색편이(Blue shift), 파장이 상대적으로 길어질 때를 적색편이(Red shift)라고 한다. 이는 가시광선에 빗대어 말한 것으로 짧은 파장인 청색과 긴 파장인 적색에 각각 대응하는 개념이다.
적색, 청색은 서로 상반되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기에 사실상 은유적인 표현이라 보면 된다. 원래 가시광선에서 파장이 가장 짧은 건 보라색(violet)이지만 보통 빨간색과 대조되는 색상으로 파란색을 더 많이 이야기하기 때문. 그리고 가시광선의 진동수는 색상에 관계없이 음파 보다 훨씬 크다.[2]
빅뱅 당시 발생했던 빛인 우주배경복사가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이유도 이 적색편이 때문이다. 허블 팽창으로 별과 행성사이의 거리가 멀어지고 진행하던 빛이 적색편이로 점점 붉은색이 된다. 그리고 마지막엔 전파가 되어버리기 때문에 우리눈엔 관측이 불가한 것이다.
참고
5. 대칭성?
$$\displaystyle f'= \left| \frac{v-v_2}{v-v_1} \right| f$$
이 식을 볼 때 언뜻 갈릴레이의 상대성 원리와 모순되는 것처럼 보인다. 상대성 원리에 따르면 좌표계에 관계없이 같은 결과가 나와야 한다.
가령 O좌표계 기준으로 파원이 정지해 있고 관측자가 +20m/s로 움직이고, O'좌표계 기준으로 파원이 -20m/s, 관측자는 정지해 있을 때, 소리 속도가 +340m/s인 상황에서 아래와 같이 두 값이 나온다.
$$f'(O)=0.941f,\quad f'(O')=0.944f\ (?)$$
이 모순에 대한 답은 바로 매질에 있다. 매질 자체가 특정 좌표계에 대해 움직이고 있다면(이를테면 바람이 부는 상황) 파동의 진행 속도는 이 매질 자체의 움직임까지 반영해야 한다. 따라서 파동의 속도를 직접 쓰고자 할 때에는 '''매질과 같이 움직이는 좌표계''' 기준으로 잡아야 한다. 그리고 이 기준에서 파원과 관측자의 속도는 '''매질에 대한 상대속도'''가 된다.
다른 좌표계를 잡아도 답은 똑같이 나온다. 매질과 같이 움직이는 좌표계를 O, 이에 대해 다른 좌표계 O'은 속도 $$u$$로 움직인다고 가정한다. 그러면 O기준에서 봤을 때 위 공식을 그대로 쓸 수 있다. 한편 O'에서는 매질, 파동, 파원, 관측자의 속도는 각각 $$-u, v-u, v_1-u, v_2-u$$가 된다. 따라서 아래 식에서 알 수 있듯이 다른 좌표계(O')에서 보더라도 원래 공식과 똑같이 나오며, 상대성 원리에서 이야기하는 대칭성은 여전히 성립한다.
$$\displaystyle f'(O')= \left| \frac{(v-u)-(v_2-u)}{(v-u)-(v_1-u)} \right| f = \left| \frac{v-v_2}{v-v_1} \right| f = f'(O)$$
그러나 빛은 오로지 '''파원과 관측자 사이의 상대속도'''로만 결정된다. 상대론적 도플러 효과 참고. 이는 '''빛의 매질은 없다'''는 이야기를 암시한다.
6. 이용
이러한 도플러 효과로 인해 발생하는 파동의 파장 변이를 통해 파장을 내는 물체(파동원)의 운동상태를 쉽게 알 수 있다. 따라서 이 도플러 효과를 이용하면 우리가 직접 거리를 느낄 수 없는 물체의 운동 상태를 알 수 있다. 대표적인 응용이 바로 스피드건이다. 근데 요즘에는 스피드건 측정에서 도플러 효과를 감안 안할리가 없다.
구축함이 능동 음파 탐지기를 사용하여 잠수함을 탐지한 경우 발신한 소리보다 잠수함에서 반사된 탐지음이 높으면 잠수함과의 상대적인 거리가 가까워진다는뜻이고 잠수함의 반사음이 발신한 소리보다 낮다면 잠수함이 멀어지고 있다는 뜻이 된다.
현대 전투기 역시 새떼 같은 허위표적을 걸러내기 위해 도플러 효과를 이용한 펄스도플러 레이더를 사용한다. 도플러 편이를 이용해 표적의 속도를 구한 후 너무 속도가 느리면 비행기가 아닌 허위표적으로 분류하여 레이더 스코프에 도시하지 않는 것.
예컨대, 공기의 입자는 너무 작아 눈에 잘 보이지 않지만 이 입자가 반사해 내는 빛은 감지해 낼 수 있다. 이 빛[3] 의 파장이 실제보다 짧아졌는지 늘어났는지를 조사하여 공기의 흐름, 예컨대 상승기류나 하강기류 같은 것을 감지해 낼 수 있다. 이러한 공기의 흐름의 파악은 기상학에서 매우 중요하며 특히 궤멸적인 재앙을 내는 토네이도의 징후를 미리 파악할 수 있는 도플러 레이더의 원리가 되기도 한다.
빛의 도플러 효과는 천문학에서 매우 중요한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 별들은 매우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이것들의 운동상태를 직접 알기가 어려운데, 별이 내는 빛의 스펙트럼을 분석해 이미 정확한 파장을 알고 있는 발머선[4] 등의 파장이 얼마나 변했는지 측정하면 별이 지구로부터 얼마나 빨리 멀어지는 지 혹은 가까워지는 지 정확하게 알 수 있다. 광원이 멀어질 때에는 빛의 파장이 늘어나기 때문에 적색 편이, 반대의 경우를 청색 편이라고 부른다. 광원의 속도가 빛의 속도에 가깝게 빨라지면 이 현상은 고전적 도플러 효과와는 약간 달라지게 된다. 이를 상대론적 도플러 효과라고 부른다.
대표적인 예로 미국의 천문학자인 에드윈 허블은 거의 모든 은하들이 적색 편이를 하고 특히 멀리 있는 은하일수록 그 거리에 비례해 후퇴 속도가 늘어난다는 점을 통해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기도 했다. 너무 어두워서 직접 관측이 어려운 외계 행성의 존재를 추적하는 데에도 이용될 수 있는데, 행성이 별 주변을 공전하면 별 또한 행성과의 무게중심을 느린 속도로 공전하기 때문이다. 이 별의 스펙트럼을 관측하면 적색 편이와 청색 편이가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의외로 원자로에서 핵분열 중에 일어나는 도플러 효과도 있다. 238U 원자핵이 가만히 있을 때 흡수할 수 있는 중성자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중성자가 정확히 요구되는 에너지를 가지고 있어야지 흡수가 가능하다. 그런데 원자핵이 열운동을 하면, 중성자의 에너지가 딱 맞는 양이 아니더라도 원자핵 시점의 '''상대적 에너지'''가 맞으면 흡수할 수 있다. 원자핵이 중성자 쪽으로 움직이면 상대적 에너지가 작아지고, 멀리 가면 상대적 에너지가 커지고 하는 식이다. 이렇게 238U 원자핵이 중성자를 먹어치우기 때문에 235U에 충돌해 핵분열을 일으킬 중성자는 줄어들게 된다. 이 도플러 효과는 핵연료 온도가 상승하면 자연히 벌어지는 현상이기 때문에 원자로의 고유안정성을 일정 부분 부여해 준다.
7. 기타
- 음파에 의한 도플러 효과는 1845년 네덜란드의 과학자 보이스 발로트에 의해 실험적으로 증명되었다. 그는 위트레흐트와 암스테르담을 잇는 뚜껑 없는 열차에 트럼펫 연주자들을 태우고 실험을 진행하였다.
8. 관련 문서
[1] $$|v_1|>|v|$$인 경우는 충격파가 발생하는 상황이며 도플러 효과에서 다루지 않는다.[2] 일반적인 음파가 기껏해야 수십~수천Hz 단위인 데 비해, 가시광선은 최소 '''수백 THz다!'''[3] 빛은 일반적으로 파동으로 간주되지 않지만 파동의 성질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물질파 가설 항목 참고.[4] 천체의 스펙트럼 편이값은 보통 발머선을 이용해 측정한다. 수소는 거의 모든 천체에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