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가 원리
1. 개요
Equivalence Principle.
'''중력과 관성력은 같다.'''
중력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공하는 원리. 아인슈타인이 사고실험을 통해 도출해내었다. 고전적인 물리학에서 중력은 질량을 가진 물체끼리 서로 인력이 작용한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등가원리는 이 힘에 대한 개념 대신 '''기하학'''의 시선[1] 으로 바꾼 것이다.
'충분히 짧은 시간 동안의 충분히 좁은 공간에서 회전하지 않는 자유낙하계와 관성계의 물리법칙은 동일하다'라고 정의하기도 한다. 좁은 영역에서라는 말이 필요한 이유는 크기를 가진 시공간의 영역에선 조석력이 작용하기 때문에 자유낙하계와 관성계가 같아질 수는 없기 때문이다.
2. 상세
2.1. 약한 등가원리 (Weak Equivalence Principle)
관성질량은 뉴턴의 제2법칙인 F=ma에 등장하는 질량 m을 의미하고, 중력질량은 만유인력의 법칙 F=GmM/r^2의 m과 M에 해당하는 물리량이다. 이 둘은 서로 수치적으로 동일하다. 뉴턴은 이 사실에 대해 많이 고민했으나 그냥 그렇다고 하기로 했다. 왜냐하면 갈릴레이가 그렇다고 했기 때문....이 수치적 동일성의 비밀은 200년이 넘게 지나서야 풀리게 된다.물체의 관성질량과 중력질량은 수치적으로 동일하다.
2.2. 강한 등가원리 (Strong Equivalence Principle)
아인슈타인은 일반상대성원리를 물리학 이론에 강압하려는 시도 속에서 '약한 등가원리'를 계승하여 '강한 등가원리' (또는 '아인슈타인 등가원리')를 만들었다. 그리고 이 강한 등가원리는 일반상대성이론에서 구체적으로 실현[2] 되었다.'''모든''' 물리법칙은 균일한 중력장 내에서의 법칙과 균일하게 가속하는 좌표계 내에서 법칙이 동일하다.
그는 당시 특수상대성원리를 더욱 확장하여 일반적으로 가속하는 관측계에 대해서 모든 물리 법칙이 동등하게 기술되어야한다는 일반상대성원리를 고민하고 있었다. 제일 큰 걸림돌은 바로 관성력의 존재였다. 비관성계에서는 관성력이 관찰되기 때문에, 비관성계와 관성계는 본질적으로 다른 것으로 취급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관성력은 분명히 우리의 경험 속에서 관찰되는 것이기 때문에 경험상 부정할 수 없는 것이었고, 비관성계를 관성계와 동등한 것으로 두기 위해서는 (일반상대성원리를 강압하기 위해서는) 관성력을 마냥 가상의 힘으로 둘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3]
아인슈타인은 자신이 '가장 행복한 생각'이라 불렀던 사고실험을 통해 위의 모순적인 상황을 타파할 실마리를 찾게 된다. 무중력[4] 속에서 아주 작은 엘리베이터에 탔다고 생각하자. 만약 엘리베이터가 한 방향으로 일정하게 가속된다면 반대방향으로 관성력이 작용할 것이다. 그런데 이 관측자는 국소적(순간적+공간상 좁은 영역)으로 이 힘이 중력인지 관성력인지 구별할 수 없다. 즉, 중력과 관성력을 실험적으로 구별할 수 없는 상황이다. 또 다른 사고 실험은 균질한 중력장 속에서 자유낙하하는 시스템이다. 뉴턴 역학적 틀에서는 분명히 자유 낙하하는 관측계는 관성계가 아니다. 따라서 관측하는 물체들에 관성력이 작용하는 것처럼 기술될 것이다. 그런데 이 관성력은 정확하게 중력을 상쇄한다. 그러면 경험적으로 자유낙하하는 관측자는, 현재 중력은 존재하지 않으며 자신은 관성계에 있다고 주장할 수 있게 된다.
위 두 사고 실험을 곱씹어보자. 첫 번째 사고 실험으로 얻은 결론은 선운동(회전 운동은 제외)만 고려한다면 중력은 관성력이란 사실이다. 왜냐하면 엘리베이터 관찰자는 전자기력을 실제로 받고 있기 때문에 명백한 비관성계이다. 다시 말해서 자유 낙하의 원인으로서의 중력은 관성력의 일종이 었던 것이다. 반대로, 두 번째 사고 실험이 주는 교훈은 국소적인 영역에서 관성력은 중력이다는 것이다. 실제 상황에서 균일한 중력은 오로지 국소적으로만 주어진다.
이러한 사고실험을 바탕으로 일반상대성원리를 강압하면 무슨 결과가 도출될까?
이 문제는 이전에 아인슈타인이 특수상대성원리를 맥스웰의 전기역학에 강압했을 때와 거의 비슷한 상황이다.[5]
역시나 제일 간단한 답은 중력과 관성력은 본질적으로 같은 힘이라는 것이다. 이 말은 관성운동과 자유낙하운동 역시 동등하다는 것과 같다. 오해를 불러 일으킬 점을 미리 차단하자면, 여기서 관성운동이라함은 뉴턴 제1법칙에서 말하는 바로 그 관성운동이다. 따라서 관성력은 이제, 특정 좌표계에서, 정지해있는 것을 정지시키고 또는 직선운동을 하게끔하는 운동의 원인, 즉 그러한 힘이다.
윗 설명은 뉴턴 역학에서의 관성력과 관성 운동의 어휘에 익숙해있으면 혼돈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좀 더 일반상대론적 언어로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다. 1. 공간상에는 중력장이라는 물리적 실체가 분포해있고 2. 물체는 중력장과 상호작용을 한다. 3. 질량이 작은 곳의 중력장의 분포와 선택한 좌표계에 따라 뉴턴역학에서 말하는 관성력과 중력이 우연히 구분된다.
가속하는 관찰자는 관찰하는 계에서 관성력을 가상으로 관측하게 된다. 관성력은 관찰자(즉 좌표) 자신이 가속하기 때문에 물체와 자신의 상대가속도는 반대로 나타나면서 느껴진다. 중력도 이러한 관성력과 같은 범주로 취급할 수 있다는 것이 등가원리의 핵심이다. 즉, 기존 관성력이 가속도가 붙는 물체에만 적용될 수 있다고 생각되는 것과는 달리, 가만히 땅 위에 서 있는 물체가 받는 중력도 관성력의 범주로 볼 수 있다는 게 포인트.
"허공에서 자유낙하를 하는 스카이다이버는 자신의 몸무게를 느낄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등가원리의 답은 '몸무게를 느끼지 않는다'이다. 물론 여기서 공기저항은 배제하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한편 지표면에 정지해 있는 상황은 무중력 공간에서 가속도를 일으키면 재현할 수 있다. 우주정거장과 같은 곳에서 중력을 만들기 위해서는 일정한 각속도로 우주정거장이 회전을 하면 된다. 그러면 정거장 내부의 사람들은 중력과 같은 원심력을 느끼게 된다.
고전물리학에서는 이런 현상들이 (중력)∝(질량)의 관계로 인해 일어나는 우연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아인슈타인은 중력과 관성력이 근본적으로 차이가 없다, 본질 자체가 같다는 혁명적인 결론을 이끌어낸다.
2.3. 관련 문서
3. 빛은 휘어진다
옛날에는 빛이 파동이라고 생각하였기에 빛이 중력의 영향을 받는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설령 입자라고 믿는다 해도 질량이 없는 한 주체로 여겨지고, 중력으로부터 자유롭다는 관념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등가원리는 빛 역시 중력의 영향을 받는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 '''중력과 중력가속도 중 더 근본이 되는 건 중력가속도'''임을 뜻한다.
[image]
위 그림은 가속하는 엘리베이터에 빛이 수평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나타낸 것이다. 관성좌표계에서는 빛은 직선으로 나아가고 엘리베이터가 위로 올라간다. (연한 노란색 선은 수평을 강조하기 위해 나타낸 것이며, 주황색 화살표가 빛을 나타낸다.) 엘리베이터 중간에 세로로 칸막이 표시가 있다. 벽과 이 칸막이를 통과하는 지점을 네모로 체크하면 네모 표시의 배치는 위로 볼록한 포물선 모양으로 나타난다.
그렇다면 이 상황을 엘리베이터 안(비관성 좌표계)에서 보면? 분명 빛은 네모 표시를 모두 통과했다. 엘리베이터 안의 관찰자가 볼 때에도 마찬가지로 지나가야 한다. 만약 빛이 수평으로 나아가거나, 직진을 한다면 어떤 방법으로도 모든 지점을 다 지날 수 없다. 결국 '''빛은 휘어진다'''는 결론을 얻게 된다. 빛(혹은 광자)에 어떤 힘을 준 것도 아닌데, 순수한 기하학적 효과로 휘어지는 빛을 관측하는 것이다!
4. 중력장과 시간 지연
중력장이 있는 공간에서는 위치에 따라 시간이 다르게 흐른다. 이는 중력을 가속하는 엘리베이터로 상황을 옮김으로써 알아낼 수 있다.[출처]
[image]
위 그림은 A에서 빛 신호를 보내고 B에서 받는 상황을 묘사한 것이다. 왼쪽 그림은 가속도 $$g$$로 위($$+z$$방향)로 가속하는 엘리베이터를 나타내었다. 오른쪽 그림은 중력가속도가 아래($$-z$$방향)로 $$g$$이며 A와 B가 정지해 있는 장면이다. 위의 등가원리에 따르면 '''두 상황은 동일하다'''. 정확히 말하자면 A에서의 물리법칙과 B에서의 물리법칙은 두 그림에서 각각 같다.
만약 오른쪽 그림에서 A에서 간격$$\Delta t_A$$로 빛 신호를 보내고 B에서 간격 $$\Delta t_B$$로 받는다고 하면, 이는 왼쪽 그림에서도 마찬가지 시간간격이 나와야 한다. 여기서도 '''광속 불변의 원리는 여전히 성립한다.''' 따라서 A에서 보낸 두 빛 신호는 왼쪽 그림에서 평행하게 나아가야 한다.
여기서 오른쪽 그림은 위치마다 시간이 흐르는 빠르기가 다르다. 그래서 오른쪽 그림에서 $$t$$축과 A, B의 각 고유시간은 같은 $$t$$좌표에서 '''다르게''' 표시된다. 시간축과 빛의 진행을 제대로 알아보기 위해서는 왼쪽 그림과 같이 관성좌표계에서 그릴 필요가 있다. 또한 여기서는 충분히 약한 중력장, 즉 $$gH\ll c^2, g\Delta t \ll c$$라 잡고 A와 B가 고전적인 궤적 $$z={1\over 2}gt^2+h$$꼴로 움직이며, 시간 지연이나 길이 수축의 영향은 무시할 수 있을 정도로 작다고 가정한다.
우선 첫 번째 빛 신호가 (바깥의 시간 기준)$$t_1$$만큼 걸려서 B에 도달했다고 하면, 두 번째 빛 신호는 $$t_1 + \Delta t_B - \Delta t_A$$만큼 소요된다.
- 첫 신호: $$z_A(0)-z_B(t_1)=H-{1 \over 2}gt_1^2=ct_1$$
- 두 번째 신호: $$z_A(\Delta t_A)-z_B(t_1+\Delta t_B)=\left(H+{1 \over 2}g(\Delta t_A)^2 \right)-{1 \over 2}g \left(t_1+\Delta t_B \right)^2=c(t_1 + \Delta t_B - \Delta t_A)$$
$$({1\over 2}g\Delta t_A + c)\Delta t_A = ({1\over 2}g\Delta t_B + \sqrt{c^2+2gH})\Delta t_B$$
또한 위에서 가정한 근사를 이용하면 아래 결과를 유추할 수 있다. 이는 처음에 알아보고자 했던 (충분히 약한) 중력장에서도 거의 맞아떨어진다.
$$\displaystyle \Delta t_A = \left(1+ \frac{gH}{c^2} \right)\Delta t_B,\ gH \ll c^2$$
혹은 두 번째와 같이 단위질량당 중력 퍼텐셜 에너지를 이용해 나타내기도 한다. 중력가속도가 위치별로 달라져도 약한 중력장[6] 에서 잘 들어맞는 식이다. 시간이 빨리 흐르는 쪽은 A이다.
$$\displaystyle \Delta t_A = \exp\left(\frac{\Phi_A-\Phi_B}{c^2} \right)\Delta t_B, \Phi_A-\Phi_B \ll c^2$$
위 계산으로부터 알 수 있는 사실은 '''중력은 시간의 흐름이 빠른 쪽에서 느린 쪽으로 향한다'''는 것이다.[7] 정확한 값은 도출 과정이 복잡하지만 중력의 이 특성은 엄연히 성립한다.
사실 위 상황은 물체나 관측자가 움직이지 않을 때를 나타낸 것으로, 순수하게 중력장 효과만을 고려한 것이다. 시간 지연은 이 중력장의 효과와 움직이는 물체의 특수상대론에 의한 효과가 중첩되어 나타난다.
5. 여담
영화 인셉션에서는 꿈에서 등장인물에게 작용하는 관성력이 꿈 속의 꿈에서는 등가 원리에 의해 중력으로 작용해서 중력의 방향이 계속 바뀌게 된다. 하지만 관성력을 느끼는 것은 몸 속의 장기가 쏠리는 느낌을 받는 것이므로 꿈속의 꿈에서 방향을 바꿀 수 없으므로 물리학적으로는 오류이다.
[1] 논쟁의 여지가 있다. 중력을 기하학적으로 해석하지 않고, 중력과 관성력을 모두 중력장에 의해 매개되는 실제 힘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후자가 더 타당하다.[2] 아인슈타인은 일반상대성'''이론'''을 만들 때, 이론이 가져야하는 원리들(일반상대성'''원리''', 강한 등가원리, 좌표불변성 등등)을 미리 상정한 다음 그 원리들이 실현되는 방식으로 이론을 만들었다. 특수상대성이론도 마찬가지.[3] 많은 사람들이 흔히 잘못 이해하는 바. 일반상대성이론에서 관성력은 가상의 힘이 아니라 실재하는 힘이다.[4] 뉴턴 역학에서의 무중력, 즉 뉴턴의 만유인력이 없는 상태.[5] 해결 : 전기력과 자기력은 전자기장 electromagnetic field (또는 광자장 photon field)이라는 '''하나'''의 물리적 실체에 의해 매개됨.[출처] James B. Hartle, 《Gravity: An Introduction to Einstein's General Relativity》, Pearson New International Edition, pp.115-117[6] 블랙홀, 중성자별, 백색왜성 등 밀도가 높은 천체가 아닌 이상 적용할 수 있다. 태양계 내에서도 쓸 수 있다.[7] 흔히 중력이 셀수록 시간이 느리게 흐른다고 알고 있다. 보통 중력이 센 곳이 약한 곳보다 퍼텐셜 에너지가 낮아서 어느 정도 맞는 이야기지만, 정확하지 않은 표현이다. 만일 지구 중심으로 파고 들어가는 게 가능하다면, 중심에서는 지표면보다 중력이 약하지만 낮은 지대이므로 시간은 '''지표면보다 더 느리게 흐른다.'''